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O),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O), ⑤ 기타( )
◎‘갑질’ 제보 하나로, ‘비리 복마전’ 취재 착수
지인에게서 제보 하나를 들었습니다. “사립고 행정실장이 직원에게 갑질과 폭언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과 통화해 보니 이 사안은 선후배 직원 사이 단순 갈등이 아니라, 폐쇄적인 사립학교의 구조와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이후 여러 취재 경로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행정실장이 관여한 교내 입점 업체 특혜 의혹과 행정실장 아들 ‘세습 채용’ 의혹 등이 줄줄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청 감사가 시작되기 전 정년퇴직한 행정실장은 다시 사학법인 국장으로 임용됐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확인했습니다.
교육 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해당 사립고에 대한 취재는 6개월 동안 이어졌습니다. KBS는 9건의 심층 리포트와 단신, 인터넷 기사 각 2건, 디지털 기사 1건 등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임대료 받지 말라” 매점 특혜 의혹
행정실장 갑질과 폭언 경위를 파악하던 중 직원 한 명으로부터 ‘매점 운영 업체 임대료 문제’와 관련해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학교 내부 예결산 자료 등을 확보했습니다. 행정실장이 기숙사와 매점 등 입점 업체에 임대료나 관리비 수천만 원을 몇 년 동안 받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제도적 허점이 용인하는 ‘아들 세습 채용’
논란의 중심에 선 행정실장이 퇴직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행정실의 새로운 직원으로 자기 아들을 뽑았다는, 이른바 ‘셀프 채용’ 의혹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취재진은 서류와 면접 심사 당시 채점표를 확보했습니다. 행정실장 아들은 객관적 평가에서 18명 중 11위를 했습니다. 그런데 주관적 평가에서는 1등을 해 최종 합격자로 선발됐습니다. 하지만 행정실장 아들은 관련 경력이나 자격증 등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또 입사 원서를 제출하기 전후로 학교에서 만난 한 간부가 면접 위원으로 버젓이 참여했다는 사실 또한 파악했습니다.
취재진은 전북 지역 사립고등학교 직원 채용 공고 61건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인적성 시험을 포함해 필기시험을 치른 사례는 5번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주관적, 정성적 평가에 따라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가족이나 친인척 등 이해관계 당사자를 채용할 때 공개하도록 한 교육부 고시는, 그 대상이 법인 임원에 한정돼 있었습니다.
◎교육청 감사 어물쩍, 학교는 보복성 조치
관계 기관들의 늑장 대응도 문제였습니다. 학교 측은 갑질, 폭언 사실을 5월에 인지했습니다. 하지만 수개월 동안 사실 관계를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상시 조직으로 있어야 하는 징계위원회 역시 없었습니다.
전북교육청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학교와 관련해 첫 민원이 접수된 건 지난 5월이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한 건 언론 보도가 시작된 이후였습니다. 교육청 감사가 늦어진 탓에, 감사가 끝나기도 전에 행정실장이 정년퇴직했습니다.
학교 측은 보도 이후 징계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대처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내부 고발자를 대상으로 “학교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다른 내부 고발자는 언론 보도 등을 이유로 들며 해임 징계 처분까지 내렸습니다.
◎결국 행정실장 ‘해임’ 통보…교직원은 ‘감봉’과 ‘견책’
정작 문제의 중심에 있던 행정실장은 학교 징계위원회에 불려 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학교법인의 신임 국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사실상 영전했습니다. 내부 고발자를 해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행정실장이 이사회 회의에 참석까지 한 사실이 KBS 보도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이후 전북교육청은 석 달 만인 지난달 초, 감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취재진은 감사 보고서를 단독으로 확보했습니다. 교육청은 해당 행정실장에 대한 ‘해임’ 처분을 요구했습니다. 감사 과정에서 부당 수의계약을 지시한 이유 등으로 다른 간부 교직원들에게도 감봉과 견책 처분이 통보됐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추가 의혹…“회의록 조작과 제보자 좌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반년 동안 KBS가 연속 보도한 사립학교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국회의원들은 KBS 보도를 바탕으로 전북교육청의 관리 감독 소홀을 질타했습니다. 학교 측의 이사회 회의록 조작과 내부 고발자 좌천 의혹 등도 추가로 불거졌습니다.
◎KBS 보도 내역
1) 모 사립고 행정실장 갑질 논란
리포트) 직원에게 "이 xx야"…고교 행정실장 폭언 논란 (2024.06.07.)
2) 입점 업체 특혜부터 ‘세습 채용’까지…커지는 의혹
리포트) 관리비도 임대료도 0원…모 사립고의 수상한 위탁업체 특혜 시비 (2024.06.18.)
리포트) '폭언' 논란 전주 모 사립고, 이번엔 세습 채용 의혹 제기 (2024.06.20.)
리포트) 손쉬운 사립학교 '세습 채용'…절차·관리 허술(2024.06.24.)
단신, 인터넷) 전교조 "사립학교 직원 채용 절차 불공정"(2024.06.24.)
인터넷) 욕설·폭언에 아들 세습 채용 의혹…'무소불위' 사립고(2024.07.04.)
3) 관계 기관, 늑장 대처
리포트) '갑질·세습 채용 의혹' 사립고…늑장 감사에 퇴직자 자리 안배까지?(2024.06.28.)
4) 학교 측, 내부 고발자 대상 보복 조치
리포트) 공익 제보자들, 고소 이어 해임까지…'보복성 징계' 논란(2024.10.15.)
리포트) '보복성 징계' 아니라는 학교…위기 전담팀은 왜?(2024.10.15.)
5) 전북교육청 감사 보고서 단독 보도
리포트) ‘갑질·부당 계약 의혹’사립고…전북교육청 감사 결과, 최고 "해임"(2024.10.16.)
6) 국정감사 달군 ‘전주 사립고 논란’
리포트) 전주 모 사립고 잇단 의혹…국정감사 쟁점으로 떠올라(2024.10.17.)
단신,인터넷) "전북 사립학교, 5년간 친인척 32명 채용"(2024.10.17.)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익명 취재원은 논란의 중심에 선 사립학교 직원을 포함한 학교 관계자들입니다. ‘내부 고발’이 전제돼 있다는 보도 특성상 익명 취재원 사용이 불가피했습니다. 학교 측 역시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목소리나 얼굴이 보도되는 것을 원치 않아 초상권과 음성권 보호에 신경 썼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사립학교 운영을 둘러싼 KBS 전주방송총국의 연속 보도는 단독 취재를 통해 보도된 결과물입니다. 취재진은 6개월 이상 해당 사안에 관심을 두고, 깊이 있게 취재하며 이슈를 이끌었습니다. 그 기간, KBS 보도를 인용한 타 언론사의 후속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또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역시 후속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타 매체 보도
[전북일보] 공익제보자 해임·친인척 채용…전주 사립고 질타(2024.10.17.)
[전주MBC] 갑질 제보했더니 오히려 해임.. "사학이라 못 건드려"(2024.10.17.)
[뉴스1]정을호 "가해자가 피해자를 해고?"…서거석 "개입에 한계 있어"(2024.10.17.)
[노컷뉴스]전북교육청 국감 '외유성 해외연수·부적정 채용' 도마(2024.10.17.)
[전북의소리]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국정감사, '갑질 의혹 사립학교'와 '외유성 해외 연수' 지적...언론 보도는?(2024.10.18.)
[LG헬로비전]전북교육청 국정감사 "사학법인 감독 미흡, 채용 절차 부적절"(2024.10.18.)
[SK브로드밴드][국정감사] 서거석 교육감, "이대로는 유보통합 어려워"(2024.10.18.)
[전북중앙]도교육청, 사립학교-인사청렴 질타(2024.10.18.)
[전북일보] “공익제보자 해임, 갑질 당사자는 근무”(2024.10.18.)
5. 사회에 끼친 영향
◎수사와 감사 이후 ‘해임’ 통보까지…교육계도 자각 성명
KBS의 연속 보도가 시작된 이후, 경찰과 교육청 등 관련 기관들이 적극적 대처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행정실장의 폭언과 갑질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검찰로 사건을 넘겼습니다. 전북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최고 해임 수준의 징계 결과를 학교 측에 통보했습니다.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사립학교의 채용 절차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국정감사서 총체적 비리 도마…교육 당국은 “제보자 보호”
보도의 여파는 지난 10월 있었던 국정감사로 이어졌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KBS 보도를 바탕으로 전북교육청의 사립학교 관리, 감독 부실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사립학교에 대한 철저한 지도 감독에 동의하며 내부 고발자 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사학법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 여부
‘사학 비리’는 해묵은 문제입니다. 앞서 약 20년 전쯤, 사학개혁 시도가 있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변하지 않을 거로 생각해 자포자기하는 현실에서, 취재진은 작은 틈이라도 찾아 총체적 비리를 고발하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반년 동안 십여 차례 보도하며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교육청 감사 결과가 나왔고, 내부 고발자를 대상으로 한 학교 측의 보복성 고발에 대해 경찰이 각하 처분을 내리는 등 일부 변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끝나지 않은 만큼 취재진은 앞으로도 해당 학교를 둘러싼 여러 문제와 내부 고발자 보호, 한국 사립학교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 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10회 전체 총평
제41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2개 부문 85편이 출품됐다. 정치·사회적인 이슈도 많았던 데다 연말을 앞두고 언론사별 중장기 기획들이 마무리되면서 출품작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8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늘어난 출품작만큼 좋은 기사들이 많았고, 수상작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나왔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사상 첫 대리 입영 적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기사는 국방이 ‘국민의 의무’로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 국가 병역 관리시스템의 허술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970년 병무청 창설 이래 최초로 벌어진 이 사건에 대해 국민일보는 병무청·육군의 신원확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공소장을 입수해 범행의 구체적 내용까지 밝혀냈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기사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도 호평이 이어졌다.
취재보도2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첫 구속> 보도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을 정도로 의미 있는 보도였다. 일단 중국이라는 폐쇄적인 국가에 우리 국민이 반간첩죄로 구속되어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충격을 줬다. 여기에 기자의 신변조차 위협적인 상황 속에서도 5개월 동안 끈질기게 취재를 이어간 점, 구속 당사자와 그 가족의 안전까지 고려해가면서 기사를 만들어 낸 점 등은 사안에 접근하는 기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보도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의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보도가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사는 가상 자산인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 무역 결제용으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관리 부실로 한국 거시경제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특히 일반인에게는 낯선 암호화폐 관련한 기사임에도 읽어보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풀어낸 것도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으로 꼽혔다.
세계일보의 <망상, 가족을 삼키다> 보도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기사로 평가됐다. 10년간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받은 823건의 판결문 분석과 피해 가족에 대한 현장 취재는 정신질환자의 ‘망상 증세’로 인한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기에 충분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정신질환자를 가족으로 둔 다섯 가정의 사건을 분석, 네러티브 형식으로 풀어 쓴 방식 역시 이 기사를 한층 더 빛나게 했다는 심사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작(秀作)으로 꼽힌 부산일보의 <시민은 예매 전쟁, 공공기관은 특혜 예매-지역 이전 공공기관 KTX 표 사재기> 보도는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은 구하기 어려운 KTX 표를 공공기관에서는 코레일과 별도 계약을 통해 사재기를 해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특혜였다. 결국 이 보도로 코레일에서 공공기관에 주는 선 예매는 중단됐다. 부산일보 보도의 힘이었다.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기사였다는 점도 가산점을 받는 데 한몫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기일보의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경기일보 보도 후 경기교육청 자체 조사에서 79%의 어린이놀이터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됐고, 지역사회 파장이 상당했다.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이 별도 확보되는 등 기관·단체의 대책 마련까지 끌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인일보의 <북한 오물풍선 사이로 이륙하는 비행기> 보도는 사진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김포국제공항에서 취재 중인 기자가 북한이 남쪽으로 보낸 오물풍선을 목격하고, 비행기 이착륙에 지장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카메라 앵글에 오물풍선과 여객기를 함께 담았다. 순발력과 감각이 돋보인 사진이다. 여기에 국정감사에서 오물풍선으로 인한 여객기 순항 차질이 거론될 정도로, 뉴스로서의 영향력이 컸다는 점도 사진을 한 번 더 보게 만들었다.
전문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매일경제신문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인터뷰> 보도는 ‘특종은 준비된 기자만이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보도 사례였다.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시도했던 한강 작가와의 인터뷰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전날 성사됐고, 그래서 이 ‘기막힌 우연’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특종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운(運)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기자의 노력이 너무나 뜨거웠다. 한강 작가의 전(全) 작품을 다시 읽었고 그와의 인터뷰를 준비했던 모든 시간이 치열했음을 확인하면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사족 하나, 공적서를 읽고 감동받았다는 평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