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⑤ 기타( )
한 통의 제보 메일이 시작이었습니다.
지난 9월 국회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KTV의 내부 직원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메일에는 ‘KTV가 국가 예산으로 대통령 내외를 위한 행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먼저 제보 내용이 맞는지부터 따져보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문제로 지목된 행사에 대해 KTV 측은, 참석자는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비공개 행사였던 데다가, 방송 영상에는 관람석 부분은 아예 나오지 않았고 이외 촬영본은 모두 삭제했다는 게 KTV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많지 않았지만, 공연 관계자들을 물색해 취재해보니 얘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참석했단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또 복수의 출연진들은 섭외 때부터 대통령 내외가 참석하는 행사로 알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입수한 KTV 내부 공문에도 행사 5일 전까지 여러 차례 참석자로 대통령 내외가 적혀있단 점도 확인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과는 전혀 달랐던 KTV의 석연찮은 해명을 계기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본격적인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국악 공연 특혜 관람 의혹 제기
KTV가 ‘무관중 공연’으로 청중은 없었다고 밝힌 국악공연에 김건희 여사가 소수의 정부 관계들과 함께 참석한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특히 당일 김 여사가 착석해 공연을 관람하는 사진을 입수해 파급력을 높였습니다. KTV는 보도가 나오자, 당초 참석자는 없었다는 입장과 달리, 김 여사는 '국악인 격려 깜짝 방문'이란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자신들은 초청을 한 적이 없지만 해당 공연 출연자들 중 특정 국악인을 통해 김 여사가 행사를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김 여사를 초청하기 위해 KTV가 사전에 준비하거나 기획한 점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KTV의 일관된 해명의 핵심 역시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JTBC는 끈질긴 취재 끝에 이 같은 KTV의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하나씩 찾아내 보도했습니다.
의혹제기에 그치지 않고 ‘팩트’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행사에 참여했던 업체들을 전수 취재한 끝에 행사의 '좌석 배치도'가 포함된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출연자 외에 그 누구도 섭외한 적 없다는 게 KTV측 설명이었지만 문건의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JTBC가 입수한 해당 문건에는 문화계 초대 인사 명단이 있었고, 이들은 저희 취재진에 KTV로부터 섭외 전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좌석배치도엔 이들과 함께 김 여사를 뜻하는 붉은 점도 표기돼 있었습니다. JTBC가 입수한 당일 행사 사진 속에서 김 여사와 함께 착석해있던 대통령실과 정부 관계자들도 좌석배치도에 기재됐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KTV의 해명과는 정면 배치되는 문건이었습니다. 또 김 여사가 앉아있었던 무대 앞 테이블 위에는 꽃 장식까지 돼있었다는 점도 놓치지 않고 보도했습니다. KTV는 이에 대해서도 출연자와 스텝 등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녹취록을 확보해 진실성을 높여갔습니다.
공연을 딱 일주일을 앞두고 행사가 열린 청와대 관저를 방문해 사전 답사 당시 녹취록을 확보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JTBC 입수한 사전 답사 당일 녹취록에는 '여사님 컨펌(확인)을 받았고, 새로 받아야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김 여사의 동선이나 테이블보 세팅까지 철저하게 준비하는 회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내부 공문에도 참석자로 대통령 내외가 등장하지만 이는 ‘기획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는 KTV의 해명과는 정면 배치되는 사실이었습니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연 관계자들이 행사 13일 전엔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의 선임행정관을 상대로 해당 공연에 대해 사전 보고했단 사실도 파악해 보도했습니다. KTV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앞선 해명과는 달리, 대통령실의 요청에 의해 보고한 것일 뿐이란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왜 문제인지 감정적 비판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김 여사 참석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공연은 8,600만원이란 국가 예산이 투입된 행사였습니다. KTV의 일회성 방송 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또 행사의 최종 기획자인 방송 기획관은 행사 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부산 엑스포 유치’를 내세운 이 행사가 원래 취지에 맞게 진행된 것이 맞는지 다시 한 번 따져 물었고, 1억원 가까운 정부 예산을 이용해 누군가 특혜를 누리고자 한 것은 아닌지를 사실을 기반으로 보도함으로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JTBC는 KTV의 해당 공연에 대해 한 달 가까이 총 11차례에 걸쳐 끈질기게 연속 보도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국감이라 부담 된다’던 이들, 1년 뒤 국감장 도마 위에
청와대 관저에서 사전 답사를 하던 중에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곧 저희 국감이라 여러 모로 부담이 된다’. 보안을 당부하는 맥락을 읽힙니다. 하지만 이 우려는 JTBC의 보도로 현실이 됐습니다. 1년 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감장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황제 관람’ 의혹으로 불리며 국정감사장에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습니다. JTBC의 보도가 문체 위원들의 발언으로 여러 차례 인용되며 국감 증인대에 해당 발언 당사자를 비롯해 여러 관계자들이 올랐습니다. 이들에게 해당 사안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면서 해명의 빈약함이 오롯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타 매체의 취재와 추종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첫 보도 후 일부 추종보도가 이어졌고, ‘JTBC의 기사가 오보’라는 KTV의 입장을 대리하는 듯한 보도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후속 보도가 지속되고 녹취라는 직접적인 물증까지 나오면서 MBC를 비롯해 많은 매체의 추종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추종보도 뿐 아니라 해당 사안에 대한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그리고 오마이뉴스, 일요신문과 미디어오늘 등의 언론사들의 의혹제기와 보도가 이어지면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권력을 감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기원'을 내세웠던 이 행사의 실체는 JTBC의 보도가 없었더라면 어쩌면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KTV는 해당 공연에 국가 예산 8,60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습니다. KTV 그동안 일회성 방송공연 예산으로는 역대 최대 금액이었습니다. ‘2030 부산 세계 박람회 유치 기원’을 위한 목적이었다고 했지만 참석자는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일부 정부 관계자가 전부였고 두 차례 방송된 게 전부였습니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저작권을 이유로 영상을 올리지 않았고, 보도 자료도 내지 않아 홈페이지에서 조회 수는 500회 수준에 그쳤습니다.
지금 당장 이 보도로 인해 후속조치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적어도 KTV는 앞으로 이 같은 행사에 1억 원 가까운 예산을 쓰는 행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권력 감시를 통해서 이 같은 예산 낭비 뿐 아니라, 이를 이용해 자리 영전과 같은 사적 이익을 목표로 하는 권력에 대해 언론으로서 의혹을 제기하며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익명이었지만 다수의 취재원의 목소리를 실었습니다.
해당 행사에 관여된 사람들이 제한적인 만큼 불가피하게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전수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은 접촉했습니다. 그 가운데서는 공연 출연진 뿐 아니라 KTV 그리고 행사 위탁 업체 관계자들도 모두 포함됐습니다. 이를 통해서 익명으로 보도하지만 다수의 목소리를 전달해 사안을 보다 명확하고 정확하게 보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당 기사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인의 윤리강령기준 준수 의무를 다했음을 말씀드립니다.
KTV는 언중위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습니다.
KTV는 김건희 여사는 공연 시작이 아닌 ‘중간’에 참석한 것이라는 부분과, 사전답사 녹취록에는 KTV의 관계자는 없다는 부분 등을 문제 삼으며 정정 및 반론 보도를 신청한 상탭니다. 하지만 녹취록에 등장한 인물 가운데 KTV 직원은 없었던 것이 사실일지라도, 이들은 대통령실 관계자 뿐 아니라 KTV와 계약을 통해 KTV 의사를 대리해 행사를 진행하는 업체 관계자들이었습니다. 또, 김건희 여사가 중간에 도착했다는 사실 역시 저희가 취재한 내용과는 상반되지만, 사실이 맞는다고 할지라도 김 여사가 이 공연을 비공개로 참석함으로서 단독 특혜 관람을 했다는 저희 언론사의 의혹 제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입니다.
회차 심사평
제410회 전체 총평
제41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2개 부문 85편이 출품됐다. 정치·사회적인 이슈도 많았던 데다 연말을 앞두고 언론사별 중장기 기획들이 마무리되면서 출품작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8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늘어난 출품작만큼 좋은 기사들이 많았고, 수상작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나왔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사상 첫 대리 입영 적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기사는 국방이 ‘국민의 의무’로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 국가 병역 관리시스템의 허술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970년 병무청 창설 이래 최초로 벌어진 이 사건에 대해 국민일보는 병무청·육군의 신원확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공소장을 입수해 범행의 구체적 내용까지 밝혀냈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기사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도 호평이 이어졌다.
취재보도2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첫 구속> 보도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을 정도로 의미 있는 보도였다. 일단 중국이라는 폐쇄적인 국가에 우리 국민이 반간첩죄로 구속되어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충격을 줬다. 여기에 기자의 신변조차 위협적인 상황 속에서도 5개월 동안 끈질기게 취재를 이어간 점, 구속 당사자와 그 가족의 안전까지 고려해가면서 기사를 만들어 낸 점 등은 사안에 접근하는 기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보도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의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보도가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사는 가상 자산인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 무역 결제용으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관리 부실로 한국 거시경제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특히 일반인에게는 낯선 암호화폐 관련한 기사임에도 읽어보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풀어낸 것도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으로 꼽혔다.
세계일보의 <망상, 가족을 삼키다> 보도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기사로 평가됐다. 10년간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받은 823건의 판결문 분석과 피해 가족에 대한 현장 취재는 정신질환자의 ‘망상 증세’로 인한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기에 충분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정신질환자를 가족으로 둔 다섯 가정의 사건을 분석, 네러티브 형식으로 풀어 쓴 방식 역시 이 기사를 한층 더 빛나게 했다는 심사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작(秀作)으로 꼽힌 부산일보의 <시민은 예매 전쟁, 공공기관은 특혜 예매-지역 이전 공공기관 KTX 표 사재기> 보도는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은 구하기 어려운 KTX 표를 공공기관에서는 코레일과 별도 계약을 통해 사재기를 해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특혜였다. 결국 이 보도로 코레일에서 공공기관에 주는 선 예매는 중단됐다. 부산일보 보도의 힘이었다.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기사였다는 점도 가산점을 받는 데 한몫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기일보의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경기일보 보도 후 경기교육청 자체 조사에서 79%의 어린이놀이터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됐고, 지역사회 파장이 상당했다.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이 별도 확보되는 등 기관·단체의 대책 마련까지 끌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인일보의 <북한 오물풍선 사이로 이륙하는 비행기> 보도는 사진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김포국제공항에서 취재 중인 기자가 북한이 남쪽으로 보낸 오물풍선을 목격하고, 비행기 이착륙에 지장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카메라 앵글에 오물풍선과 여객기를 함께 담았다. 순발력과 감각이 돋보인 사진이다. 여기에 국정감사에서 오물풍선으로 인한 여객기 순항 차질이 거론될 정도로, 뉴스로서의 영향력이 컸다는 점도 사진을 한 번 더 보게 만들었다.
전문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매일경제신문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인터뷰> 보도는 ‘특종은 준비된 기자만이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보도 사례였다.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시도했던 한강 작가와의 인터뷰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전날 성사됐고, 그래서 이 ‘기막힌 우연’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특종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운(運)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기자의 노력이 너무나 뜨거웠다. 한강 작가의 전(全) 작품을 다시 읽었고 그와의 인터뷰를 준비했던 모든 시간이 치열했음을 확인하면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사족 하나, 공적서를 읽고 감동받았다는 평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