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O ), ⑤ 기타( )
강원지역 전방부대에서 복무한 군 간부 출신의 제보를 지난 5월 받았습니다. 우리 군이 구형 무전기 P-96K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 도입한 무전기가 걸핏하면 ‘먹통’이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취재진은 신변 보호를 약속했지만 군 간부 출신은 인터뷰를 주저했습니다. 방산 문제에 대한 내부 고발의 부담감을 이해했기 때문에 취재진은 제보자의 결심이 설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대신 문제의 무전기, ‘전투원용 무전기’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추진한 400억대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각종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왔습니다. 입찰에 참여했다 탈락한 경쟁업체들은 특혜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 전반에 대한 취재를 이어가던 중 군 간부 출신과의 인터뷰가 넉 달 만에 성사됐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전방 전투원 무전기인데..‘먹통’에 ‘호환 불가’
지난 2020년과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육군 전방 사단과 해병대에 전투원용 무전기 16,000여 대가 보급됐습니다. 기존 아날로그 무전기와 달리 분대원 2명당 1대씩 지급되는 전투원용 무전기는 야전에서 분대원 간 원활한 상황 공유를 위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폭로를 결심한 군 간부 출신은 우리 군이 새로 도입한 전투원용 무전기가 걸핏하면 먹통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무전기 출력이 낮고 자동중계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훈련 중 통신이 안 된 적이 많았다는 겁니다. 또 비가 내리면 먹통이 됐고 무전기 전원을 끄지 않고 배터리를 빼면 채널 정보가 삭제됐다고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1, 2차 사업을 통해 보급된 전투원용 무전기 간 호환이 안 돼 교신이 불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신의 기본은 양방향 소통인데 호환이 안 되는 무전기를 납품받은 사실이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사업을 추진한 방위사업청은 전투원용 무전기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1, 2차 사업 무전기 간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시인했습니다.
■ “전투원 무전기 통신 불량” 현역 한목소리
방사청은 전투원용 무전기 배치 이후 야전 운용시험과 전력화 평가를 실시했을 때도 성능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투원용 무전기를 사용해봤다는 강원지역 현역 군 간부의 말은 달랐습니다. 장거리 기동이나 침투 훈련을 할 때 무전기 간 통신이 끊겨 애를 먹었다는 겁니다. 또 고지대에 올라갈수록 무전이 안 터졌고 차량에 탑승하면 통신이 두절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진은 일부 군 간부의 주장인 만큼 현역 군 장병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봐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강원지역 군부대 인근에서 다수의 군 장병들과 만나 전투원용 무전기에 대해 물었습니다. 조금만 멀어지면 통신이 끊기고 밀폐된 공간에선 외부와 교신이 안 된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방사청은 공식 제기된 성능상 결함이나 불만 사항은 없었다며 거듭 부인했습니다.
■ ‘특혜 의혹’ 자초한 방위사업청
방위사업청은 전투원용 무전기 1차 구매사업을 2019년 공고했습니다. A 업체는 단독 응찰해 13억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습니다. A 업체는 2021년 1차 사업보다 10배 큰 2차 사업에도 참여했습니다. 방사청이 2차 사업비로 편성한 예산은 127억 원. A 업체는 1/3 수준인 41억 9천만 원을 써내 최저가 낙찰됐습니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은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방사청이 2차 사업에서 무전기 출력 기준을 5W로 제시했는데, A 업체는 4W 무전기를 납품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상 무전기 출력이 높을수록 제조비용도 커지는 만큼 A 업체가 가격 경쟁에서 유리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방사청 옴부즈만도 지난해 8월 입찰의 공정성이 침해됐다고 보고 방사청에 2차 사업 감사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방사청의 자체 감사 결과는 황당했습니다. 4W 무전기를 납품해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방사청은 취재가 시작되자 사업 부서에 경각심 고취 차원으로 ‘부서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결국 특혜 의혹을 자초한 방사청의 무전기 출력 기준으로 혜택을 본 A 업체는 ‘호환 불가’와 ‘먹통 논란’ 무전기를 2차 사업을 통해 군부대에 납품했습니다.
■ 졸속 행정으로 “파행 또 파행”
취재 결과,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 비중의 70%를 차지하는 3차 사업도 파행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338억 원 규모의 3차 사업은 지난 2022년 8월 계획이 수립됐습니다. 하지만 방사청이 입찰 참여 업체의 필수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뒤늦게 입찰 절차가 중단되는가 하면, 특정 업체에만 입찰에 유리한 정보를 알려줬다는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3차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또 무전기 출력 기준을 ‘5W’에서 ‘5W 이하’로 수정하는 오락가락 공고까지 내면서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은 혼선과 파행을 거듭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업체가 감사원과 국무조정실 등에 방사청의 졸속 행정에 대한 민원을 접수한 사실도 취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 긴급 사업이라더니..10년째 ‘표류’
전투원용 무전기 성능 부실 주장과 입찰 특혜 의혹, 방사청의 졸속 행정을 고발한 취재진은 이 사업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도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우리 군은 국가안보상 시급하다며 지난 2014년 긴급 소요로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아날로그 무전기 P-96K를 대체하기 위한 소부대 무전기 사업이 파행을 겪으면서 차세대 무전기 도입 전까지 통신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긴급 소요 사업은 2년 내 전력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정밀 검증절차도 생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사청이 추진한 400억 원대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은 10년째 지지부진합니다. 지난해 전체 물량 56,000여 대 중 30% 수준인 16,000여 대만 군부대에 보급된 상황입니다. 그 사이 최첨단 개인전투체계 ‘워리어 플랫폼’을 뒷받침하는 차세대 군용 무전기 ‘TMMR’은 2차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성능 부실과 특혜 의혹까지 휩싸인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은 수백억 원을 쏟아붓고도 제때 배치되지도 못한 채 후방으로 밀려날 처지에 몰려 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익명을 사용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취재, 현장취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지역 언론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방산 문제를 심층 보도한 G1방송의 단독 기사는 SBS를 통해 전국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전방부대 내부에서도 군에서 쉬쉬하는 고질적인 통신 장비 문제를 G1방송이 날카롭게 고발했다는 현역 군 간부들의 호평도 있었습니다. JTBC는 최근 우리 군의 노후화된 구형 무전기를 비판 보도하며 G1방송의 전투원용 무전기 ‘호환 불가’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JTBC] 박물관 갈 ‘월남무전기’ 아직도...훈련 중 휴대전화 쓰는 군 간부들 (24.10.03.)
5. 사회에 끼친 영향
방위사업청은 G1방송 보도에서 고발한 1, 2차 전투원 무전기 호환 불가 문제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올해 10월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방사청 국정감사에선 400억 전투원 무전기의 총체적 사업 부실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허영 의원은 G1방송 보도 이후 방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그간 방사청은 전투원 무전기 성능 결함이나 사용자 불만 사항은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이 자료에 따르면, AS 접수 건수만 250건이었고 교환도 80여 대 이뤄졌습니다. 방사청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석종건 방사청장은 전투원 무전기 사업에 대해 “총체적으로 사업관리가 잘 안됐다”며 사업 추진 과정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전장 상황에서 통신 장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사업관리를 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보도 이후 방사청 산하기관은 현재 ‘전투원용 무전기 전투효율성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비 20억 원 규모로, G1방송이 지적한 전투원 무전기의 짧은 통신 거리를 연장하는 게 목적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지역 언론이 완성도 높은 취재로 정부 부처의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이끌어 내고,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방산사업 추진에 경각심을 일깨운 보도라고 자평합니다. 취재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①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10회 전체 총평
제41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2개 부문 85편이 출품됐다. 정치·사회적인 이슈도 많았던 데다 연말을 앞두고 언론사별 중장기 기획들이 마무리되면서 출품작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8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늘어난 출품작만큼 좋은 기사들이 많았고, 수상작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나왔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사상 첫 대리 입영 적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기사는 국방이 ‘국민의 의무’로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 국가 병역 관리시스템의 허술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970년 병무청 창설 이래 최초로 벌어진 이 사건에 대해 국민일보는 병무청·육군의 신원확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공소장을 입수해 범행의 구체적 내용까지 밝혀냈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기사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도 호평이 이어졌다.
취재보도2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첫 구속> 보도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을 정도로 의미 있는 보도였다. 일단 중국이라는 폐쇄적인 국가에 우리 국민이 반간첩죄로 구속되어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충격을 줬다. 여기에 기자의 신변조차 위협적인 상황 속에서도 5개월 동안 끈질기게 취재를 이어간 점, 구속 당사자와 그 가족의 안전까지 고려해가면서 기사를 만들어 낸 점 등은 사안에 접근하는 기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보도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의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보도가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사는 가상 자산인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 무역 결제용으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관리 부실로 한국 거시경제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특히 일반인에게는 낯선 암호화폐 관련한 기사임에도 읽어보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풀어낸 것도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으로 꼽혔다.
세계일보의 <망상, 가족을 삼키다> 보도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기사로 평가됐다. 10년간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받은 823건의 판결문 분석과 피해 가족에 대한 현장 취재는 정신질환자의 ‘망상 증세’로 인한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기에 충분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정신질환자를 가족으로 둔 다섯 가정의 사건을 분석, 네러티브 형식으로 풀어 쓴 방식 역시 이 기사를 한층 더 빛나게 했다는 심사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작(秀作)으로 꼽힌 부산일보의 <시민은 예매 전쟁, 공공기관은 특혜 예매-지역 이전 공공기관 KTX 표 사재기> 보도는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은 구하기 어려운 KTX 표를 공공기관에서는 코레일과 별도 계약을 통해 사재기를 해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특혜였다. 결국 이 보도로 코레일에서 공공기관에 주는 선 예매는 중단됐다. 부산일보 보도의 힘이었다.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기사였다는 점도 가산점을 받는 데 한몫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기일보의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경기일보 보도 후 경기교육청 자체 조사에서 79%의 어린이놀이터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됐고, 지역사회 파장이 상당했다.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이 별도 확보되는 등 기관·단체의 대책 마련까지 끌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인일보의 <북한 오물풍선 사이로 이륙하는 비행기> 보도는 사진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김포국제공항에서 취재 중인 기자가 북한이 남쪽으로 보낸 오물풍선을 목격하고, 비행기 이착륙에 지장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카메라 앵글에 오물풍선과 여객기를 함께 담았다. 순발력과 감각이 돋보인 사진이다. 여기에 국정감사에서 오물풍선으로 인한 여객기 순항 차질이 거론될 정도로, 뉴스로서의 영향력이 컸다는 점도 사진을 한 번 더 보게 만들었다.
전문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매일경제신문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인터뷰> 보도는 ‘특종은 준비된 기자만이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보도 사례였다.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시도했던 한강 작가와의 인터뷰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전날 성사됐고, 그래서 이 ‘기막힌 우연’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특종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운(運)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기자의 노력이 너무나 뜨거웠다. 한강 작가의 전(全) 작품을 다시 읽었고 그와의 인터뷰를 준비했던 모든 시간이 치열했음을 확인하면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사족 하나, 공적서를 읽고 감동받았다는 평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