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O),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개발도상국 의류 산업의 노동착취, 테무깡, 칠레 아카타마 사막의 옷 무덤 이야기는 익숙합니다. 심각성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편들이 나를 포함한 모두가 개입한 문제로 인식되지는 않습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공산품의 생애가 전 지구적인 여정이 되면서 일부에 관여하는 각자는 전체를 인식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각국 정부와 산업계, 소비자 책임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책임의 무게도 쉽게 지워지는 구조입니다.
경향신문 제78주년 창간기획팀은 이런 문제의식에 기반해 8월 둘째주부터 버려진 물건들의 생애사를 조명하는 <쓰레기 오비추어리> 기획 시리즈(10.7~21)와 동명의 연계 전시회(10.7~12)를 준비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정을 추적한다는 의미에서 ‘오비추어리’ 형식을 취했습니다. 기획팀은 A국의 원료가 B국에서 제품이 된 뒤 C국에서 소비 후 버려져 D국으로 수출되고, 다시 E국에서 폐기되는 전 지구적 과정을 하나로 이어 전하고자 했습니다. 생산자, 운반자, 소비자, 수거업자, 중고 수출업자, 폐기업자 등 각 과정에 관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두루 들었습니다. 새 옷을 파쇄해 태우는 의류소각 업체, 30여개국으로 중고의류를 보내는 수출업체, 전국 각지의 쓰레기산 등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거나 숨겨진 현장 곳곳을 찾았습니다.
특정한 순간을 넘어 전체를 제대로, 손에 잡히게 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버려진 특정 의류를 소비자 단계부터 폐기, 한국을 떠난 이후까지 담아 연결해 집중 보도한 전례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전자상거래 플래폼을 이용한 초저가 구매가 일상화하면서 배송 즉시 폐기하는 새로운 패턴이 확산한 점은 한 소비자의 8개월치 구매이력 전수분석 등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이런 패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국책연구기관에 환경전과정평가(LCA) 분석을 의뢰해 실증했습니다. 한 달 반에 걸친 설득 끝에, 새 옷을 태우는 의류 재고 파쇄·소각업체의 문을 최초로 열고 실태를 전했습니다. 의류 재고를 관리하는 국가 통계가 사실상 없는 점,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무허가 수거업체 ‘개미’의 존재 역시 이번 기획으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의류 재고 소각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한국은 얼마나 태우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경북 의성 쓰레기산 사태 5년 뒤에도 여전한 실태와 반복되는 문제는 여러 현장 르포와 현재 상황 통계, 분석 등을 동원해 전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짧게 살고 지구를 돌며 오래 죽는’ 공산품의 여정을 소비자, 산업계, 정부 등이 얽힌 구조적 문제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취재기자 4명, 사진기자 2명, 데이터저널리즘기자 1명으로 구성된 기획팀은 5회 분량의 기사를 준비하면서 전시회 기획과 작품 제작, 설치 작업 등을 병행했습니다. 텍스트와 사진, 영상, 인터렉티브 콘텐츠로 기사 가독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기획 주제를 전시회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담고자 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습득한 버려진 의류, CD와 미니앨범, 수출용 옷더미(베일) 등 각종 폐기물을 재료 삼아 기자들이 14개 작품을 직접 제작해 선보였습니다. 6일간의 짧은 기간 시민과 환경단체 관계자, 예술인, 정치인 등 270명 이상이 전시회장을 찾았습니다. 중견 도예가인 박미화 작가 등은 향후 협업 의사를 밝혔고 한예종 무대미술학과, 서울대 인류세 수업에서는 이 전시회 관람이 과제로 주어지면서 학생들이 전시회를 찾기도 했습니다.
※모바일 도록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4/trashObituary/
각 회차마다 흐릿하게 전해지던 현상을 구체화하고 새로운 사실들을 발굴했습니다. 1회에서는 세 가지 옷을 주인공 삼아 생산지부터 소비, 폐기, 중고 수출업체를 통해 한국을 떠난 뒤까지 최대한 담아보려 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배송받아 한 번도 안 입고 버린 줄무늬 치마, 한 번 입고 버린 아기 옷과 함께 버려진 ‘7번 박민혁’ 스포츠유니폼을 추적했습니다. ‘7번 박민혁’ 셔츠는 항적 추적상 오는 25일쯤 나이지리아 오네항에 도착합니다. 아기 원피스는 당시 시점으로 한 달 뒤, 줄무늬 치마는 1년뒤쯤 해외로 떠납니다. 최종 폐기지역은 알 수 없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소발자국을 남기며 여러 국가를 돌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소각 또는 매립되는 공산품의 운명을 가독성 있게 전하려 했습니다. 우간다 수도 캄팔라 시장에서 중고 옷을 사곤 하는 우간다 청년, 쓰레기 소각 기술 수출업체 운영자 인터뷰 등을 통해 해외 곳곳의 사정도 기사에 함께 담았습니다.
2회에서는 대량 주문해 일단 배송받은 뒤 소유를 결정하는 ‘선 주문, 후 결정’ 소비가 정착한 현실을 ‘딜리버-스루’(배송즉시 버린다)라는 새 용어를 만들어 조명했습니다. 이런 소비가 늘어나면서 지구적 이동을 하는 물자가 늘고, 폐기량도 늘어나는 문제를 짚고자 했습니다. 패션산업은 이미 국제항공 산업을 넘는 탄소배출을 하고 있는데 그런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는 현상입니다. 우선 한 소비자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를 통해 1~8월 주문한 163개 주문건수를 전수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63건은 폐기된 상태였습니다. 일부는 태그도 제거되지 않은 채로, 한 번도 입지 않은 채 배송 즉시 버려졌습니다. 소위 ‘알리깡’을 하는 대학생, 아이돌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수백장의 CD를 산 뒤 한 번도 듣지 않고 버리는 사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소비자를 악마화하거나 책임을 모두 넘기는 것은 지양했습니다. 이런 소비와 폐기를 부추기는 산업계와 정책 등 구조적 면을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이런 소비·폐기 패턴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실증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전과정평가(LCA) 분석을 의뢰한 결과 딜리버-스루 방식의 소비는 이전보다 3.5배 이상 많은 탄소량을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LCA를 개별 소비자 사례에 적용해 새로운 소비 패턴의 환경영향을 평가한 것은 처음입니다.
3회에서는 비밀리에 파쇄·소각되는 의류재고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 등을 위해 재고를 소각하는데, 정확한 실태는 그간 전해진 바 없습니다. 취재결과 ‘보안소각’이라는 이름으로 007작전식 비밀 소각이 이뤄지고 있었고, 환경부는 의류재고 폐기물을 관리할 통계도 갖추고 있지 않았습니다.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보안 유지 계약이 걸려있는 터라 30여 곳에서 취재를 거절당했고, 어떤 곳은 “유출될 경우 억대 소송에 걸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보안 파쇄 업체 한 곳을 한 달 반 동안 꾸준히 접촉했습니다. 구조적 문제와 제도적 허점을 함께 다루는 기사의 취지를 들어 설득했고, 1회 기사 출고를 하루 앞두고 업체 사장에게 “사실 환경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고민해보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첫 회 기사가 출고된 날, 기사를 확인했다며 파쇄장으로 오라는 사장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굳게 닫혔던 문을 열고 포장조차 뜯지 않은 새 옷들이 파쇄돼 소각장으로 향하는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고소각량을 추정하는 일도 어려웠습니다. 국회를 통해 한국환경공단에 브랜드별, 기업별 의류물 배출·처리량을 요청했지만, 몇 번이나 엉뚱한 자료가 왔습니다. 정부가 의류 재고 소각 통계를 관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알게 되면서, 의류 재고 소각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킨 유럽과 달리 통계조차 없는 현실을 짚었습니다. 배출량 추정도 해봤습니다. 이는 71개 섬유패션 상장기업을 추려 폐섬유 관련 배출량 일체 자료를 받고, 1824개 자료를 하나하나 검토하는 방식으로 추정했습니다. 자투리 소각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무허가 수거업자 ‘개미’를 추적하기도 했습니다.
4회에서는 2019년 외신 보도로 알려졌던 국내 쓰레기산에 대한 후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당시 의성에 쌓인 20여톤의 분량의 쓰레기산은 외신 보도 이후 모두 처리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이후 쓰레기산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으나, 5년이 지난 올해 경향신문이 확인한 결과, 그간 493개의 쓰레기산이 전국에 생겨났고 이중 93개는 여전히 처리되지 못한 채 남아있었습니다. 이 중 3곳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단순히 쓰레기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넘어서, 도시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해당 지역에서 처리되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시골에 가서 쌓인다는 '쓰레기의 외주화'를 지적했습니다. 쓰레기의 외주화 문제는 한국에서 버려진 옷들이 멀리 이국으로 향해 버려지는 모습, 유럽과 미국 등의 국가들이 중고의류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의류 쓰레기를 개발도상국으로 떠넘기는 행태와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과잉 생산된 물건이 쓰레기가 되고, 이 쓰레기가 소외된 지역으로 버려지는 모습은 한국 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문제라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각 회차마다 구조적 문제와 대안을 짚었지만 5회에서 다시 한번 대안을 충실하게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탄소발자국 감축은 제품의 생산과 소비, 폐기 중 한 부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달성할 수 없으므로 생산부터 폐기까지 한꺼번에 관리되는 법안 마련과 전반적인 사회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국내 법제 현황부터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 유럽연합의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 등 국내보다 먼저 쓰레기 감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라들의 법제 마련 상황도 소개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처음으로 취재진에 재고의류 소각현장을 공개해 준 소각업체는 패션업계로부터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익명화했습니다. 8개월치 소비·폐기 이력 일체를 제공한 A씨는 취재원 보호, 본인 요청을 고려해 익명화했습니다. 이해관계 있는 제보자는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의류 등 쓰레기 문제를 다룬 보도들은 그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산-소비-폐기의 전 과정을 좇으면서 현장취재, 깊이 있는 분석, 기자들이 꾸린 전시회 등으로 입체적 다룬 시도는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계 전시는 기자협회보와 미디어오늘 등 미디어 관련 매체에서 새롭고 의미 있는 시도로 조명 받았습니다.
*기자협회보/ 경향, 창간기획 전시회로 구현… "기사 유통기한 더 길어져"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6903)
*미디어오늘/ 알리·테무로 사고 바로 버릴 때의 ‘찝찝함’ 느껴봤다면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1405)
5. 사회에 끼친 영향
3회차 “그날 ‘007 작전’ 속에 새 옷들이 소각됐다”가 나간 직후인 10월 17일 관련 법안 3개가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기획팀은 그간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국내 기업들의 의류 재고 소각 문제를 다루며 통계 입수 과정에서 해당 의원실과 협업했습니다. 의류 재고 발생량 신고를 의무화하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품목에 포함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개정안’,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건 처음입니다. 이와 함께 21대 유사한 개정안이 폐기됐던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 개정안도 재발의됐습니다. 향후 국회에서 이들 법안을 다루는 관련 토론회 등이 이뤄질 것으로 압니다. 법제화 과정을 지켜보며 계속 보도할 예정입니다.
전시회장에 기자들이 도슨트로 상주하면서 직접 독자들을 만나고 기획 취지를 설명하며 문제의식을 환기했습니다. 환경단체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연계 기획과 전시 협업 제안을 받았고, 일부 추진됐습니다. 경향신문은 무상으로 전시품을 제공하면서 중대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는 언론의 공적 역할을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전시회 종료 후 경향신문 주최 ‘정동축제’(10.24~26), 환경운동연합 ‘플라스틱 버스터즈’ 행사 전시(10.30)가 이뤄졌습니다.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플라스틱협약 등 환경 관련 행사에 추가 전시를 논의 중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경향신문 내부에서도 다양한 직군과 연차의 구성원들이 시리즈 기사와 전시를 엮은 새로운 시도에 호평을 보냈습니다. 이는 경향신문 주최 정동축제 추가 전시로 이어졌습니다. 기획 종료 후 경향신문 고정칼럼 <여적>에 이 기획을 다룬 글이 실렸는데 “대량 생산·소비 시대를 성찰한 보도이다. 누구나 짐작은 했지만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현장 르포와 수치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담겼습니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시리즈 기사 관련 외부 지원은 없습니다. 다만 연계 전시의 경우, 전시장 섭외 과정에서 (재)지구와사람이 취지에 공감해 갤러리홀을 무료로 빌려주었으므로 전시 관련 기사에 한정해 후원을 명시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10회 전체 총평
제41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2개 부문 85편이 출품됐다. 정치·사회적인 이슈도 많았던 데다 연말을 앞두고 언론사별 중장기 기획들이 마무리되면서 출품작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8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늘어난 출품작만큼 좋은 기사들이 많았고, 수상작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나왔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사상 첫 대리 입영 적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기사는 국방이 ‘국민의 의무’로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 국가 병역 관리시스템의 허술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970년 병무청 창설 이래 최초로 벌어진 이 사건에 대해 국민일보는 병무청·육군의 신원확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공소장을 입수해 범행의 구체적 내용까지 밝혀냈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기사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도 호평이 이어졌다.
취재보도2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첫 구속> 보도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을 정도로 의미 있는 보도였다. 일단 중국이라는 폐쇄적인 국가에 우리 국민이 반간첩죄로 구속되어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충격을 줬다. 여기에 기자의 신변조차 위협적인 상황 속에서도 5개월 동안 끈질기게 취재를 이어간 점, 구속 당사자와 그 가족의 안전까지 고려해가면서 기사를 만들어 낸 점 등은 사안에 접근하는 기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보도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의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보도가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사는 가상 자산인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 무역 결제용으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관리 부실로 한국 거시경제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특히 일반인에게는 낯선 암호화폐 관련한 기사임에도 읽어보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풀어낸 것도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으로 꼽혔다.
세계일보의 <망상, 가족을 삼키다> 보도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기사로 평가됐다. 10년간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받은 823건의 판결문 분석과 피해 가족에 대한 현장 취재는 정신질환자의 ‘망상 증세’로 인한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기에 충분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정신질환자를 가족으로 둔 다섯 가정의 사건을 분석, 네러티브 형식으로 풀어 쓴 방식 역시 이 기사를 한층 더 빛나게 했다는 심사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작(秀作)으로 꼽힌 부산일보의 <시민은 예매 전쟁, 공공기관은 특혜 예매-지역 이전 공공기관 KTX 표 사재기> 보도는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은 구하기 어려운 KTX 표를 공공기관에서는 코레일과 별도 계약을 통해 사재기를 해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특혜였다. 결국 이 보도로 코레일에서 공공기관에 주는 선 예매는 중단됐다. 부산일보 보도의 힘이었다.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기사였다는 점도 가산점을 받는 데 한몫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기일보의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경기일보 보도 후 경기교육청 자체 조사에서 79%의 어린이놀이터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됐고, 지역사회 파장이 상당했다.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이 별도 확보되는 등 기관·단체의 대책 마련까지 끌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인일보의 <북한 오물풍선 사이로 이륙하는 비행기> 보도는 사진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김포국제공항에서 취재 중인 기자가 북한이 남쪽으로 보낸 오물풍선을 목격하고, 비행기 이착륙에 지장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카메라 앵글에 오물풍선과 여객기를 함께 담았다. 순발력과 감각이 돋보인 사진이다. 여기에 국정감사에서 오물풍선으로 인한 여객기 순항 차질이 거론될 정도로, 뉴스로서의 영향력이 컸다는 점도 사진을 한 번 더 보게 만들었다.
전문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매일경제신문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인터뷰> 보도는 ‘특종은 준비된 기자만이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보도 사례였다.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시도했던 한강 작가와의 인터뷰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전날 성사됐고, 그래서 이 ‘기막힌 우연’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특종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운(運)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기자의 노력이 너무나 뜨거웠다. 한강 작가의 전(全) 작품을 다시 읽었고 그와의 인터뷰를 준비했던 모든 시간이 치열했음을 확인하면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사족 하나, 공적서를 읽고 감동받았다는 평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