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제보( O )
“성폭력당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군수가 나만 믿으라고…비참했죠.”
취재진과 만난 여성이 어렵게 입을 뗐습니다. 김진하 양양군수가 민원 해결을 빌미로 성적으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돈도 받아 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성범죄 특성상, 당사자가 아닌 이상 당시 상황을 명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취재에 명확한 한계가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쉽게 넘길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취재진은 여성의 일관된 진술과 부적절한 성 접촉에 대한 관련 CCTV 영상과 통화 녹취, 사진 등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 단체장의 성 비위, 뇌물 수수 의혹을 밝히기 위해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성폭력상담소와 법률 전문가 등의 전방위적인 자문을 토대로 단체장의 권력 남용을 염두에 두고 사안을 들여다봤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피해 유형을 볼 때, 부적절함을 넘어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지역 내 유사한 피해자가 또 있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전해왔습니다. 이후 문제의식은 더 또렷해졌습니다. 취재를 더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보도 공익성이 충분했기에 단체장의 그간 행적을 토대로 성 비위와 뇌물 수수 의혹을 짚어나갔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군수님은 왜 바지를 벗었을까?”
피해 여성이 취재진에게 영상을 건넸습니다. 보고도 믿을 수가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행정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무원의 행동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거침이 없었습니다. 신체 일부를 노출한 장면은 물론, 여성이 김진하 양양군수 정장 안 주머니에 봉투를 넣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이후 취재팀을 꾸려 영상 속 인물 확인과 정확한 사안 파악에 나섰습니다.
취재진은 여러 차례 여성을 만나 부적절한 행동과 강압적인 접촉이 있었다는 일관된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이를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피해 여성과 김 군수간 통화 녹취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또, 취재를 여성의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CCTV 영상과 통화 기록 등 객관적 입증 자료를 일일이 점검하고 이를 김 군수 일정과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또, 뇌물 수수 의혹 입증을 위해 김 군수가 안마의자를 받은 정황과 봉투를 건네받는 장면 등 증거도 확보하였습니다.
“여성에 대한 2차 피해 예방도 중요”
취재 과정에서 피해 여성에게 일명‘사회적 재판’이 이루어질 거란 우려도 나왔습니다. 취재진은 여성에 대한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취재 과정에서 여성을 전문 상담기관과 연결해 심리적, 법률적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안내했습니다.
여성이 왜 사건 직후에 김 군수를 신고하지 못했는지도 취재했습니다. 여성이 10여 년에 걸쳐 토지 민원을 제기한 이유와 자치단체장을 두려워하는 이유 등 여성의 심리적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 적법한 방식으로 민원을 해결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여성의 민원 해결을 시도한 군수의 처신에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영상 속 인물, 김 군수가 맞나?”
취재진은 영상 속 인물이 김 군수임을 확인하기 위해 단체장의 개인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사건 당일 인상착의 사진을 확보했습니다. 사건 당일인 지난해 12월 27일, 예정대로라면 김 군수는 자랑스러운 양양군민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집무실로 돌아갔어야 합니다. 일과 시간에 왜 민원인의 집을 직접 찾아갔는지, 여성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왜 바지를 벗었는지, 차량 뒷좌석에 여성을 태운 이유는 무엇인지, 정장 속 봉투에는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모두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하의 탈의와 안마의자 등 물품 받은 것은 인정”
취재진이 증거 자료를 제시하자, 김 군수는 하의 탈의와 뇌물 수수 등 일부 행위를 시인했습니다. 일부 물품은 돌려주기엔 무거웠고 통상적인 수준이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또, 봉투에는 돈이 아닌 찻잔 같은 것이 담겨있었던 것 같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진은 취재 과정에서 여성의 정신적 고통을 고려해 외부와 노출이 차단된 장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또,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피해를 고려해 전문 상담 기관에 면담을 의뢰했습니다. 이와 함께, 여성이 성폭행 혐의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법률 자문을 권고하였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 보도는 없었습니다. KBS 보도 이후, 사회적 파장과 타매체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연합뉴스와 MBC, 조선일보와 SBS 등 대부분 매체에서 KBS 보도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특히 대부분 매체가 KBS가 확보한 영상과 반론 내용, 심지어 KBS취재진의 인터뷰 모습 등을 이례적으로 직접 인용해 관련 내용을 기사화하는 등 파장이 컸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경찰, 강제 수사 착수…자택과 근무지 모두 압수수색
KBS보도 이후 강원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김 군수를 성폭력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특히 경찰은 양양군수의 집무실과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현재 강제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정치계·시민사회단체, 자치단체장 사퇴 촉구
더불어민주당과 사회민주당, 정의당 등 정치권에서도 김진하 양양군수에 대한 구속수사와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성명서 등을 잇따라 발표하고, 양양군수와 해당 정당에 대한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김진하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제 추진을 선언하고, 현재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군수의 성 비위와 금품 수수 의혹 등으로 실추된 지역 주민의 명예를 스스로 회복하겠다는 취지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KBS 취재팀은 김진하 양양군수가 여성 민원인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김 군수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민원인 앞에서 바지를 내린 행동을 인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안마의자 등 일부 물품을 받은 점도 시인했습니다. 취재진은 이를 토대로 단체장 성 비위와 권력 남용 문제 등을 연속 보도하며, 부적절성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본 보도는 자치단체장 권력 남용을 감시하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지역 방송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취재와 보도에 대해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피신청사항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10회 전체 총평
제41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2개 부문 85편이 출품됐다. 정치·사회적인 이슈도 많았던 데다 연말을 앞두고 언론사별 중장기 기획들이 마무리되면서 출품작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8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늘어난 출품작만큼 좋은 기사들이 많았고, 수상작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나왔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사상 첫 대리 입영 적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기사는 국방이 ‘국민의 의무’로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 국가 병역 관리시스템의 허술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970년 병무청 창설 이래 최초로 벌어진 이 사건에 대해 국민일보는 병무청·육군의 신원확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공소장을 입수해 범행의 구체적 내용까지 밝혀냈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기사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도 호평이 이어졌다.
취재보도2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첫 구속> 보도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을 정도로 의미 있는 보도였다. 일단 중국이라는 폐쇄적인 국가에 우리 국민이 반간첩죄로 구속되어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충격을 줬다. 여기에 기자의 신변조차 위협적인 상황 속에서도 5개월 동안 끈질기게 취재를 이어간 점, 구속 당사자와 그 가족의 안전까지 고려해가면서 기사를 만들어 낸 점 등은 사안에 접근하는 기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보도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의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보도가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사는 가상 자산인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 무역 결제용으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관리 부실로 한국 거시경제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특히 일반인에게는 낯선 암호화폐 관련한 기사임에도 읽어보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풀어낸 것도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으로 꼽혔다.
세계일보의 <망상, 가족을 삼키다> 보도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기사로 평가됐다. 10년간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받은 823건의 판결문 분석과 피해 가족에 대한 현장 취재는 정신질환자의 ‘망상 증세’로 인한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기에 충분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정신질환자를 가족으로 둔 다섯 가정의 사건을 분석, 네러티브 형식으로 풀어 쓴 방식 역시 이 기사를 한층 더 빛나게 했다는 심사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작(秀作)으로 꼽힌 부산일보의 <시민은 예매 전쟁, 공공기관은 특혜 예매-지역 이전 공공기관 KTX 표 사재기> 보도는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은 구하기 어려운 KTX 표를 공공기관에서는 코레일과 별도 계약을 통해 사재기를 해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특혜였다. 결국 이 보도로 코레일에서 공공기관에 주는 선 예매는 중단됐다. 부산일보 보도의 힘이었다.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기사였다는 점도 가산점을 받는 데 한몫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기일보의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경기일보 보도 후 경기교육청 자체 조사에서 79%의 어린이놀이터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됐고, 지역사회 파장이 상당했다.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이 별도 확보되는 등 기관·단체의 대책 마련까지 끌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인일보의 <북한 오물풍선 사이로 이륙하는 비행기> 보도는 사진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김포국제공항에서 취재 중인 기자가 북한이 남쪽으로 보낸 오물풍선을 목격하고, 비행기 이착륙에 지장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카메라 앵글에 오물풍선과 여객기를 함께 담았다. 순발력과 감각이 돋보인 사진이다. 여기에 국정감사에서 오물풍선으로 인한 여객기 순항 차질이 거론될 정도로, 뉴스로서의 영향력이 컸다는 점도 사진을 한 번 더 보게 만들었다.
전문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매일경제신문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인터뷰> 보도는 ‘특종은 준비된 기자만이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보도 사례였다.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시도했던 한강 작가와의 인터뷰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전날 성사됐고, 그래서 이 ‘기막힌 우연’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특종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운(運)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기자의 노력이 너무나 뜨거웠다. 한강 작가의 전(全) 작품을 다시 읽었고 그와의 인터뷰를 준비했던 모든 시간이 치열했음을 확인하면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사족 하나, 공적서를 읽고 감동받았다는 평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