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댓글 공작’ 리박스쿨 잠입 뉴스타파
‘댓글 공작’ 리박스쿨 잠입
뉴스타파 박종화 기자
극우 집회 취재 때마다 항상 궁금했습니다.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은 오롯이 자신의 의지일까. 소녀상을 훼손하거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평화 시위를 방해하는 이들의 뒤엔 누가 있을까.
이런 의문 속에 혐오 세력의 뿌리를 추적했습니다. 그들은 십수 년 전 ‘국정원 댓글’ 사건에 협력했던 외곽 팀원이었거나 국정원 지원을 받은 관변 단체의 ‘잔당’들이었습니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은 당시 윤석열 지검장이 수사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잔당의 우두머리는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시민사회본부장이 됐습니다. 잔당들은 우후죽순처럼 극우 유튜버를 양성하고 전국에서 맞불집회를 이끌었습니다.
5월23일, 댓글팀 모집 제보를 받고 우연히 취재를 시작한 ‘리박스쿨’도 알고 보니 바로 그 ‘잔당’들이 만들었습니다. 조직적인 포털 댓글조작, 극우 초등생 만들기 프로젝트에 더해 왜곡 역사교과서 제작까지 시도하며 교육 장악을 실행했습니다. 여기에는 교육부와 일부 정치인들도 포함됐습니다.
이번 보도는 운도 따랐지만 뉴스타파 탐사1팀의 완벽한 팀워크 덕분에 잘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늘 존경하는 봉지욱 팀장과 불처럼 열정적인 이명선·전혁수·이슬기 기자, 특히 당시 인턴기자 신분이었지만 용감하게 댓글공작 현장에 잠입 취재하러 뛰어든 최혜정 기자의 공이 큽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 해 취재하겠습니다.
국민 신뢰 저버린 선거관리위원회 매일경제신문
국민 신뢰 저버린 선거관리위원회
매일경제신문 지혜진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공정성이 요구되는 선거였습니다. 부정선거론이 선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고조시켜 놓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서울 서대문구 구신촌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를 방문한 건 대선에 참여한 2030 세대를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도 청년들과 함께하겠다며 해당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했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가 방문해 취재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까 봐 촉각을 더욱 곤두세웠습니다.
대학생 유권자들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 갑자기 투표소 밖 관외 투표자들의 손에 투표용지가 들려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줄은 투표소 밖으로 수십 미터 이어졌고, 혹시 몰라 사진을 여러 장 찍어놨습니다. 몇십 분 후 다시 방문한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든 채 외부에서 황급히 달려오는 여성들을 마주했고, 붙잡아 물어보니 “줄이 길어 점심을 먹고 왔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본지 보도 이후로 선관위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선거 관리 부실 정황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선관위는 9월이 돼야 개선 방안이 나온다고 하니 후속 조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모습은 아닙니다. 사전투표에 대한 수요가 커진 지는 한참 됐기에 “사전투표에 대한 유권자의 참여율이 매우 높아지고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이 필요해지는 등 도입 취지가 변해 관리가 어렵다”는 선관위의 변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강화된 선거 관리로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석열 정부 3년, 감사원의 민낯 한겨레
윤석열 정부 3년, 감사원의 민낯
한겨레 신형철 기자
파도파도 괴담. 윤석열 정부 감사원을 취재하면서 느낀 감정입니다. 우연한 계기로 파고 들어간 감사원 취재. 처음에는 이게 사실인가 의아했지만 취재가 하나, 둘 쌓이면서 의문은 충격으로 바뀌었습니다. 유병호 감사위원을 따르는 소위 ‘타이거파’가 내부의 반대세력에게 가하는 탄압은 이들이 외부 피감기관에 하는 것 이상이었습니다. 이들은 승진과 유학 등의 당근으로 직원들을 타이거파로 포섭하고, 쓴소리를 하는 이들은 ‘감찰권’을 이용해 무참히 징계했습니다.
감사원 내부의 내밀한 취재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을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감사원의 내·외부 제보자들의 바람이 모여 이번 기획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용기를 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감사원 기획기사의 길을 찾게 해주신 김남일 선배, 기획 취재 기간 동안 배려해 주신 부장과 통일팀 선배들에게도 감사인사를 보냅니다.
윤 정부에서 온갖 악행을 일삼던 ‘타이거파’의 반발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유병호 감사위원은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감사원 자유게시판에 올라오자 일일히 조롱이 섞인 댓글을 달아 반박하는가 하면, 저에게는 ‘명예를 훼손’ 당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감사원 취재를 혼자 하면서 조금은 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제게 취재 문의를 하는 타사 동료들도 줄을 잇고 있고, 감사원 내·외부로부터 오는 제보는 ‘둑’이 터졌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숨겨진 사실들이 밖으로 드러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2216편 추적보고서 KBS
2216편 추적보고서
KBS 우한울 기자
한강 작가의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다”는 말이 제작 과정 내내 떠올랐습니다. 179명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그들이 남긴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내야 합니다. 그것이 산 자의 의무일 것입니다.
취재 과정은 힘들었지만, 희생자분들을 생각하면 멈출 수 없었습니다. 정부가 밝히지 않은 것을 독자적인 취재로 하나씩 밝혀내면서,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참사는 단순한 실수나 개인의 과실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스위스 치즈 모델에서 말하는 ‘치즈의 구멍들’, 즉 안전망의 허점들이 동시에 일직선상에 놓였을 때 참사가 발생합니다. 우리는 그 구멍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왜 그런 구멍들이 생겼는지 구조적 원인을 밝혀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이태원 참사가 그랬으며, 매일 일어나는 산업재해 현장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반복되는 참사를 목격하면서도 안전관리시스템은 여전히 정교하게 발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산성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현장의 결정, 무관심과 복지부동이 시스템을 무력화시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저희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근본 원인은 항공 안전 관리 체계에 있었으며, 이를 제대로 진단하고 고치지 않으면 언제든 비슷한 참사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재난은 자연 재해에 비해 간과되기 쉽지만, 우리 일상에 더 가까이 있는 위협입니다. 이 순간에도 유가족들은 진실 규명이 늦어지면서 힘겨운 나날을 애타게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책임지고 보도하겠습니다.
납치 살인 피해자 ‘600장의 SOS’ 경인일보
납치 살인 피해자 ‘600장의 SOS’
경인일보 조수현 기자
‘피해자가 남긴 흔적은 없었을까’란 궁금증이 취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하루 뒤 브리핑을 엽니다. 수사를 종합하는 자리가 아닌 것도 이례적이었는데, 브리핑 내용이 가해 남성의 잔인한 범행 묘사에 집중된 것이 의아했습니다.
여러 경로 취재로 확인한 피해자의 흔적은 더 짙고 깊었습니다. 이미 숱한 폭행 피해로 심신이 무너져 내렸을 상황에서도 피해자는 녹음·녹취록 등 피해 증거자료 600여 장을 엮어 가해자를 구속해달라고 경찰에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의 구명 요청을 외면했고, 사건을 막지 못했습니다.
첫 보도 후 유족과 닿으면서 사안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지옥스런 고통에서도 피해가 가족으로 이어지지 않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용기를 냈다고 피해자는 고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숨진 뒤에야 가해자의 갖가지 악행을 알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을 읽어내려가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낸 건 제대로 알아야 수사기관에 따져묻고 사회에 알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제가 취재를 이어간 것도 그 용기 덕이었습니다.
죽음을 취재하고 기록하는 건 여전히 망설여지고 고민스러운 일입니다. 써야 하는 이유를 구태여 댄다면, 같은 비극을 막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리라는 믿음 때문인 것 같습니다. 관계성 범죄 피해 여성들을 보호할 수 있게 수사 공백이 메워지고, 취약한 법 보호망이 두터워지길 바랍니다.
멀고도 험한 ‘학교가는 길’ 광주일보
멀고도 험한 ‘학교가는 길’
광주일보 양재희 기자
전남 특수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데만 2시간30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움과 궁금증을 안고 시작한 취재였다. 몸이 불편하거나 의사소통이 힘든 중증·최중증 학생들이 어떻게 하루에 4~5시간 버스를 타고 통학할까. 특수학교 학생들에게 등굣길은 고통 길이나 다름없다는 기획을 하게 됐다.
학생들과 함께 통학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학교 측이 완강히 반대해 직접 운전하면서 통학차량을 뒤따랐다. 어떤 학생들이 어떻게 타는지 눈으로 보고 영상으로 담았다.
학생들은 차로는 30분이 안 되는 거리를 여러 시·군을 거쳐 2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성인이 운전해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30~40만㎞를 주행한 노후화된 버스를 타고, 휠체어 리프트가 없어 기사가 직접 학생을 들어 올려주는 일상이 반복되며 학생도 학부모도, 기사도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학부모들은 십수 년째 개선해달라 요구했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고 호소했다. 통학 버스를 타고 안전하게 오가면서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취재했다.
취재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찾아갔지만, 통학 현실은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친구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학부모들은 마음 놓고 자녀들에게 물도 먹이고 잠도 더 재워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취재부터 보도까지 절대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늘 애정과 열정으로 이끌어주시는 광주일보 선배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수백억 졸속 공모 논란..‘농촌협약’ 사업 파헤쳐봤…
수백억 졸속 공모 논란..‘농촌협약’ 사업 파헤쳐봤더니
목포MBC 김규희 기자
“이대로 두면 농촌이 망할 것 같아요.”
목포MBC 기획보도는 농촌협약 공모 사업의 실태를 고발한 용역업체 관계자의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랜 기간 정부 예산 확보를 위해 지자체와 계약해 온 전문가가 “농촌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농촌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언론에 양심 고백을 한 겁니다. 제보자는 졸속 추진된 농촌협약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대로라면 결국 농촌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거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목포MBC는 사안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농촌협약’은 지자체가 농촌 활성화 등을 위한 농촌공간계획을 세우면 농림부가 우수 시·군을 선정해 최대 300억 원의 국비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공모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10년 단위 ‘기본계획’과 5년 단위 ‘시행계획’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졸속으로 추진되다 보니 마감 기한에 맞춰 제출된 시군의 기본계획, 시행계획서는 엉터리투성이였습니다. 과거 사업에 냈던 사진을 짜깁기하고, 주민 의견 수렴과 현장 조사도 미흡했습니다. 게다가 현실성 부족, 예산 낭비, 이해충돌 소지도 있는 데다 정작 농촌의 주인인 주민들은 농촌 계획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농림부는 올해 공모하지 않으면 예산 확보를 장담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계획서 부실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또,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목포MBC는 9차례 걸친 기획보도를 마무리했지만, 이후에도 농촌협약 사업에 대한 감시를 이어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