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 착수(제보)
7월 19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조근자로부터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밤사이 인근 주민이 사건 현장에 세워진 순찰차를 보고 회사로 제보해온 것이었다. 관할 경찰서인 제주동부경찰서에 문의한 결과 16살 중학생 A군이 피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전 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주택 주변에는 경찰통제선이 처져 있었다. 파출소 직원 2명이 도로를 막고 있어 주택 앞으로는 지나갈 수 없었다. 촬영기자와 간단히 스케치를 마친 뒤 동네 주변을 탐문했다. 마을 정자에는 주민들이 모여 밤사이 벌어진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은 숨진 A 군에 대해 “인사도 잘하고 참 착한 아이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르신들로부터 A 군 가족에 대한 간단한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재차 취재에 나섰다.
범인들이 도주한 상황이었기에 CCTV 확보가 우선이었다. 하지만 인근 주택 어디에도 CCTV는 달려 있지 않았다. 유일한 CCTV는 사건 발생 장소에서 2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방범용 CCTV’가 전부였다. 그렇게 1~2시간 허탕을 치고 돌아가려던 찰나. 사건 발생 주택에 달린 CCTV가 눈에 들어왔다. 주택 정문 앞, 돌담 뒤편에 각각 2개의 CCTV가 있었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CCTV가 설치된 집에서 살해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순간, 이전에 취재했던 경찰의 ‘신변보호용 CCTV’가 뇌리를 스쳤다. 현장 취재를 마치고, 곧바로 제주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로 향했다. 담당 과장에게 확인한 결과 해당 카메라는 숨진 A 군의 어머니가 신변보호를 요청하며 7월 초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7월 19일, ‘경찰 CCTV까지 설치됐지만…16살 중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기사를 보도하게 된 배경이다.
‘숨진 A 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성인 남성 2명이 범행에 가담한 걸까. 용의자는 어디에 있을까. 왜 죄 없는 아이를 살해한 걸까.’ 퇴근하고 나서도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후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했다.
2. 보도제작경위
백광석 검거
첫 기사가 나간 7월 19일 저녁 7시 45쯤. 도주한 백광석이 제주시 모 숙박업소에서 검거됐다는 소식이 동부서 간사를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공범 김시남은 이미 경찰에 붙잡힌 상태였다. 퇴근해 집에 있던 터라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데스크에 연락해 촬영기자 배정을 요청했다. 오후 8시 25분쯤 가까스로 동부서에 도착해 연행되는 백광석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는 살해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고,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말한 뒤 유치장으로 향했다. 이날 검거 기사의 엠바고는 출입기자들의 논의 끝에 다음날인 7월 20일 오전 10시로 결정됐다.
다음날인 7월 20일 오전 10시 30분. 경찰은 검거 엠바고 해제 30분 뒤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가졌다. 이날 자리에는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장과 여성청소년과장, 청문담당관실 직원과 제주경찰청 피해자보호계장, 홍보계장, 강력계장 등이 자리했다. 형사과장은 범행 동기에 대해 ‘전 연인에 대한 앙심’이라고 밝혔고, 신상공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결과 피해자에게는 스마트워치가 지급되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고가 없었다’고 답했다. 경찰은 예산이 부족해 스마트워치가 부족하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또 제도권 내에서 최대한 노력했지만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다는 말도 덧붙였다.
브리핑을 마친 뒤 촬영기자와 현장 취재를 통해 백광석이 머물던 제주시 모 숙박업소를 확인하고, 인근 식당 CCTV를 확보해 백광석이 경찰에 검거되는 모습을 확보했다. 검거 당시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경찰에 순순히 붙잡혀 차량에 올라탔다. 16살 중학생을 죽인 범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저녁 뉴스는 백광석의 연행 장면으로 도배됐다.
신변보호용 CCTV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그 이전에 백광석의 위협은 없었는지 동부서 여성청소년과를 추가 취재했고, 7월 초 이미 피해자 가족이 백광석에게 가정폭력을 당해 112에 신고한 사실, 백 씨가 피해자 주택 외부에 있는 가스 배관을 파손했다는 의심 신고가 접수된 점, 백 씨가 주택에 침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고가 재차 접수된 점 등을 확인해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백 씨가 이미 다수의 전과가 있는 인물로, 경찰이 적극적으로 검거에 나섰다면 A 군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경찰 수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최초의 보도로 기억한다. (관련 기사: 7월 21일, 주택 침입에 밸브까지 잘라…10대 죽음 막을 수 없었나)
하지만 공교롭게도 비판 보도가 나온 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쯤 백광석과 김시남의 신상공개 위원회 자체를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제주경찰청 간사를 통해 알려왔다. 신상공개 구성요건 가운데 잔인성과 공공의 이익 부분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구속 기간이 꽤 남아있었지만, 경찰은 이례적으로 신상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리 밝혔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기록을 남기고자 곧바로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관련 기사: 7월 21일, 제주 중학생 살해 피의자 신상공개 안 한다…”구성 요건 미충족“)
유족과의 만남
‘사건 발생 전 여러 번의 신고. 범행을 막지 못한 경찰. 이에 대해 유족은 어떤 입장일까. 신상공개 비공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숨진 A 군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백광석이 잡히고, 경찰의 브리핑이 있었지만 여전히 개인적인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7월 21일 저녁 뉴스를 마친 뒤, 어떻게든 유족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도내 장례식장을 수소문하며 16살 남성이 안치된 곳을 찾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 걸렸을까. 운 좋게 장례식장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데스크에게 보고하고 곧바로 차를 몰고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밤 10시 30분쯤으로 기억한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입구에 붙어 있는 고인들의 이름을 확인하는데, 숨진 A 군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 봤지만 다른 고인의 유족만이 텅 빈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을 뿐, A 군의 유족은 보이지 않았다. 확인해보니 A 군의 유족은 이날 오전 이미 발인을 마치고 귀가한 상태였다. 허탈했다.
데스크에게 유족을 만나지 못했다고 보고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전화를 걸며 장례식장을 빠져나가려던 찰나, 입구 옆 사무실에 있는 직원 1명이 눈에 들어왔다.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 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명함을 주며 기자 신분을 밝혔다. 취재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고, A 군 유족의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직원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렇게 30여 분 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신상공개가 비공개된 마당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건을 더 깊이 취재하고, 범인이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널리 알리는 역할뿐이라고 직원을 설득했다. 연락처는 주지 않아도 좋으니, 기자가 취재를 왔었다고만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직원은 여러 차례 고민하다 늦은 시간 유족에게 전화를 걸었고, 유족은 그 자리에서 취재에 응하겠다고 답했다. 언론사로서는 유족을 처음 인터뷰하고 취재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지속적인 협박, 엄마를 지키려던 아들
7월 21일 밤 11시가 넘어 A 군의 어머니와 외삼촌을 만났다. 다행히 장례식장과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어 늦은 밤 취재가 가능했다. 여러 차례 양해를 구하고 외삼촌 집에 들어갔다. A 군의 어머니는 기자를 보자마자 꺼이꺼이 울었다. 그렇게 3시간가량 대화가 오갔다. 이 자리에서 백광석이 평소 어머니에게 “네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죽이고, 그 다음 너를 죽이겠다”고 지속적인 협박을 가해왔던 사실, 숨진 A 군이 평소 폭행을 당한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했던 행동들, 경찰 수사에 대한 유족의 심정 등을 인터뷰했다.
유족은 해가 밝으면 파출소에서 열쇠를 받아 범행 현장을 공개하겠다고도 말했다. 경찰이 신상공개 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잔인해야 하냐.” 범행 현장을 목격한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과 신체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고, 청테이프로 손과 발등이 묶여 숨졌다며 다시 한번 목 놓아 울었다.
날이 밝으면 경찰이 보낸 청소업체가 사건 현장을 정리하러 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유족과는 오전 9시까지 현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인터뷰를 끝냈다. 인터뷰는 7월 22일 새벽 2시쯤 마무리됐다.
밖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사 들고 곧바로 회사로 향했다. 밥을 먹고, 녹취를 풀고,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기사를 다 작성하고 보니 시간은 오전 7시를 향하고 있었다. 데스크에게 출고 요청을 한 뒤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사건이 벌어진 현장으로 향했다.
(관련 기사: 7월 22일, 제주 중학생 살해 피의자 “아들 먼저 죽이겠다”며 지속적 협박)
(관련 기사: 7월 22일, “내가 제압할게…” 피살 전까지 엄마 안심시킨 중학생 아들)
살해 현장, 고민
7월 22일 오전 9시. 사건현장에 도착했다. 꼬박 밤을 새운 터라 정신이 몽롱했다. 10여분 뒤 유족이 도착했고,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쾌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집 내부 곳곳에 뿌려진 식용유 냄새였다. 식용유는 숨진 A 군의 방과 책상, 안방, 마루, 벽, 거울 등 곳곳에 뿌려져 있었다. 백광석이 범행 당시 뿌린 것이었다.
A 군의 방에는 또래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브랜드 운동화가 있었다. 책상에는 중학교 과학과 가정기술 책, 학교에서 보내온 '알리는 말씀' 등이 놓여있었다. A 군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노트에는 수학 문제 풀이과정이 적혀 있었다. A는 여느 또래와 같은 10대 중학생이었다. 침대 옆에는 박살 난 A의 휴대폰 파편이 곳곳에 튀어있었다. 백광석이 증거 인멸을 위해 부순 것이었다.
취재진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범행이 발생한 2층 다락방 현장도 확인했다.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에도 식용유가 뿌려져 있었다. A 군은 이곳 다락방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 손과 발 등에 청테이프가 결박된 채로 발견됐다. 다락방 매트에선 저항의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유족은 다 뜯겨나간 매트를 보며 “범행을 당하다 고통스러워 손톱으로 짓누른 흔적 같다”고 흐느꼈다.
30여 분 정도 지나자 유족은 더는 머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휴대폰으로 빠르게 현장을 담은 뒤 A 군의 외삼촌 집으로 이동했다. 막상 집 안을 보고 나니, ‘살해 현장을 공개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그때 A 군의 외삼촌이 말했다.
“조카가 엄마 목숨 살리려고 대신 간 겁니다. 범인들이 형 마치고 나와서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는 게 조카가 원하는 걸 겁니다. 저희도 힘들지만, 공개하는데 동의하겠습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어머니는 또 다시 통곡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잃고 죽으려고 했지만, 내가 죽는 걸 하늘에 있는 아들이 원치 않을 것”이라며 “악착같이 견뎌 저 악마들에게 가장 무거운 형을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재범 방지를 위해서라도 신상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의 거짓말
7월 22일 오전 11시쯤. 살해 현장에서 나온 뒤 피해자 외삼촌 집에서 촬영기자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워치에 대한 얘기가 오갔는데, 유족은 범행이 이뤄지고 난 다음 날에야 스마트워치를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 지급과 관련해 ‘재고가 없어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A 군의 어머니는 7월 5일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됐는데, 범행 발생 하루 뒤인 7월 19일 스마트워치를 받았다? 정말 2주 동안 스마트워치 재고가 없었던 걸까?‘
곧바로 담당 부서인 동부서 청문담당관실에 전화해 날짜별 스마트워치 여분 여부를 물었다. 그런데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7월 5일 당일에는 재고가 없었는데, 7월 6일부터는 스마트워치 재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2주 동안 여분이 있었는데도 경찰이 스마트워치를 지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의 브리핑이 거짓말로 드러난 순간이다.
곧바로 A 군의 외삼촌 집에서 스마트워치 관련 기사를 작성해 보도했다. (관련 기사: 7월 22일, [단독]경찰 스마트워치 여분 있었다…왜 지급 안 했나?)
집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살해범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아들이 스마트워치로 SOS 신고만 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오열했다. 피살 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조천읍 주택과 조천파출소와의 거리는 불과 900여m에 불과했기에 유족의 원망은 더욱 컸다.
해당 보도가 나간 뒤 다른 매체들의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허술한 신변보호 관리 체계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확산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제도권 내에서 최대한 노력했다’던 경찰은 결국 이날 오후 허술한 신변보호 관리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관련 기사: 7월 22일, 스마트워치 지급 안 한 경찰 결국 사과…유족은 오열)
살해 현장, 공개
다음 날인 7월 23일. 전날 다녀온 범행 현장 관련 르포 기사를 작성했다. 최대한 덤덤하게 현장을 묘사하고,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유족의 입장을 담았다. 기사는 오전에 이미 완성됐지만, 출고는 오후로 미뤄졌다. 디지털 부장이 기사를 직접 본 뒤 결정하겠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고민에 빠졌다.
‘숨진 A의 명예를 훼손하는 건 아닐까. 현장 사진이 너무 자극적인 건 아닐까. 내가 분노하고 있는 유족의 감정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여러 고민 끝에 기사를 내는 게 맞다고 결정했다. 경찰이 잔인성이 없다는 이유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기자가 할 수 있는 건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디지털부장과 논의한 뒤 기사를 출고했다. (관련 기사: 7월 23일, 청테이프로 묶고 식용유 뿌리고…유족들 “왜 신상공개 안 하냐” 오열) 반향은 상당했다. 각 포털에서 엄청난 댓글과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해당 보도를 토대로 타사 보도도 잇따랐다. 각종 커뮤니티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신상을 공개하라는 게시글이 연이어 올라왔고, 부실 수사와 허술한 신변보호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결정한 경찰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해당 보도 이후 경찰 내부로부터 사건과는 결이 다른 제보를 하나 받게 된다. 백광석이 유치장에서 자해 소동을 벌이자 서장이 직원들에게 유치장에 들어가 근무를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 내부 직원들은 인권침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기사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서장을 직접 취재했고, 이튿날 관련 기사를 최초 보도했다. (관련 기사: 7월 24일 유치장 들어가 살해범 감시하라…경찰 “인권 침해” 반발) 이후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가 잇따랐다. 경찰 직장협의회 등에서 서장을 문책하라는 발표가 잇따랐고, 서장은 결국 사과문을 올렸다.
신상공개 재검토
7월 24일 토요일 오전. 경찰은 여전히 신상공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경찰의 결정이 옳은 판단인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형사 사건 변호사인 최호웅 변호사를 인터뷰해 자문을 구했다.
이 교수는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이 ‘예고된 범죄’였다며 경찰의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잔인성과 공공의 이익을 충족하지 못해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지 않은 결정에 대해 “아동이 공포 속에서 죽어간 과정을 보면 그 어느 범죄보다 잔인한 행위”라고 밝혔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스토킹과 가정폭력이 얼마나 잔인한 인명피해를 내는지를 공공에 알려야 하는 의무가 경찰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위원회를 열지 않은 결정에 대해 “꼭 피를 흘려야 잔인한 것이냐”며 “잔인성에 대한 일정한 기준 없이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흉기를 사용한 육체적 잔인성뿐만 아니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간 심리적인 잔인성, 죄 없는 아동을 살해한 잔인성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최 변호사는 “적어도 신상공개 위원회를 열어 판단을 받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두 전문가의 인터뷰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해 보도했다. (관련 기사: 7월 24일 이수정 교수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은 ‘예고된 범죄’…신상공개 해야”)
관련 보도가 나오고, 국민적 비판이 확산하자 경찰은 이날 강황수 제주경찰청장 주재로 신상공개위원회 개최 여부를 재검토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제주경찰청 형사과 등을 취재해 백광석과 김시남이 범행 전 외부에서 테이프를 구입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다.
7월 24일 오후. 경찰이 계획 범행에 대한 정황을 추가로 확보하고, 신상공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확산하자 위원회를 열어 판단을 받아보는 것으로 논의가 흘러가고 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관련 기사: 7월 24일, [단독] 경찰,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신상공개 재검토한다) 참고로 ‘단독’이라는 표현은 경찰의 구조적인 문제와 중대한 결정 사안에 대해서만 사용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 15분쯤 제주경찰청 간사를 통해 “26일(월) 오전 중 신상공개 위원회를 신속하게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달해왔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잔인성과 공공의 이익 부분에 부합할만한 범죄사실을 인지해 위원회 개최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끈질긴 보도가 신상공개위원회 개최를 이끌어 낸 것이다.
신상공개에 대한 우려
제주에 근무하며 신상공개가 결정된 세 건의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2019년 제주 모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고유정, 2016년 제주시 연동에서 발생한 성당 여신도 살해범인 중국인 첸궈레이, 지난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1,000여 개에 달하는 불법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배준환.
강력사건의 신상공개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피의자가 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피의자의 얼굴이나 성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재범방지,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 한해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 판단이 아닌 수사기관의 결정으로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기 때문에 신상공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요일이었던 7월 25일 오후, 두 명의 변호사를 만나 신상공개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여기에 변호사가 건넨 두 보고서('범죄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소고, 경희법학연구소‘,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에 관한 헌법적 연구, 헌법재판연구원’)를 참조해 신상공개 제도가 갖고 있는 위험성과 부작용 등을 포함해 기사를 작성했다. 해당 기사는 신상공개 위원회가 열리는 7월 26일 아침 출고했다. (관련 기사: 7월 26일, 제주 중학생 살해 피의자 신상 공개될까)
신상공개 제도를 취재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인데, 강력범죄 피의자를 대중 앞에 내세워 국가의 중요한 책무를 손쉽게 완료한 것처럼 행세할 수 있다’는 비판이었다.
이번 사례도 신상공개를 끝으로 관심이 사그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의 구조적인 문제와 대책을 짚겠다고 생각했다.
이날 오전 제주경찰청 신상공개 위원회는 국민의 알 권리 존중과 재범방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백광석(48)과 김시남(46)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기사: 7월 26일,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백광석·김시남’ 신상공개)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송치와 망치
신상공개 결정 다음 날인 7월 27일. 경찰은 백광석과 김시남이 이날 오후 1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전날 이들의 사진이 공개됐지만, 얼굴이 직접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자들이 백광석과 김시남에게 질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출입기자들은 백광석과 김시남이 호송차에 타는 과정에서 촬영과 질문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송치 당일 오전 유족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집에서 백광석이 범행에 사용한 망치를 발견했다는 전화였다. 깜짝 놀라 곧바로 촬영기자와 사건 발생 현장으로 향했다.
처음 봤던 현장과 달리 집은 이미 깨끗하게 치워진 상태였다. 유족이 발견했다는 망치는 부엌 싱크대 밑에 놓여있었다. 망치는 백광석이 숨진 A 군의 휴대폰을 부술 때 사용한 것이었다. 범인들이 송치되는 날, 범행 현장에서 추가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경찰에게 전화해 망치를 발견했다고 신고했다. 20여 분 뒤 담당 형사들과 과학수사대직원들이 도착해 증거를 촬영하고 망치를 수거했다. 이 모든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집에서 나오자 형사2명과 과학수사대 직원 2명이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건네자 이들은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찾았는데 여기서 나오네요. 기사가 어떻게 나올 줄 알지만...” 이들은 부실한 증거 수집과 관련한 보도가 나올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송치 현장을 찍으러 가야 했기에 짧은 대화를 마치고 곧바로 동부서로 이동했다.
송치는 예상했던 대로 진행됐다. 백광석과 김시남은 끝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았고, 의미 있는 말도 하지 않았다. 현장을 촬영한 뒤 곧바로 양지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유족을 취재했다. 빠듯한 일정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해 취재 내용을 데스크에게 보고했다.
논의 결과, 이날 기사는 송치 현장과 양지공원에서 아들을 보내는 유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나중에 발견된 망치가 직접 위해를 가한 흉기가 아닌 점, 백광석이 이미 휴대폰을 망치로 부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참작하기로 했다.
범행 과정에 사용된 둔기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건 기자 생활하며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 사건을 취재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특이 사항이기도 하다. 취재진을 신뢰해 연락을 준 유족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경찰은 나중에 유족을 불러 증거품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신상공개는 끝이 아니라 시작
송치가 끝난 오후. 경찰청은 보도자료를 내고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신변보호와 관련한 대책 마련을 발표했다. 다음 날인 7월 28일에는 제주자치경찰위원회에서 중학생 피살 사건과 관련한 임시회의가 열렸다. 자치경찰위에서 사건과 관련해 제도를 마련하는 첫 자리였다. 이날 현장에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회의 시작 시간이 오후 2시였기 때문에 미리 도착해 회의를 참관하겠다고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 위원회 규칙상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 때문에 당연히 취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회의가 시작되자 위원장은 ‘보안상’의 이유로 회의를 비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7명의 자치경찰위원회 위원과 제주경찰청 차장, 여성청소년과장 등 20여 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회의실에서 나가지 않자, 위원장은 ‘언론인이 있으면 나가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손을 들어 소속과 신분을 밝힌 뒤 “보안 문제나 개인 정보 내용은 기사에 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재차 손을 들어 “회의 내용은 기사화하지 않겠으니, 참관이라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역시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가지 않자 위원장은 회의가 끝나면 사무국을 통해 회의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위원회가 관련 사건을 보고받고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를 비공개하는 데 동의할 수 없었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 물러섰다. 그렇게 2시간을 기다려 내용을 전달받고 현장에서 기사를 작성했다. (관련 기사: 7월 28일, 자치경찰위원회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대책 마련한다) 제주자치경찰위원회는 이날 오후 곧바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후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고 있는지 경찰청과 제주경찰청, 자치경찰위원회 등을 추가 취재했고, 8월 5일 후속 기사를 보도했다. (관련 기사: 8월 5일, '중학생 피살 사건' 재발 막는다…신변보호 대책 개선) 마찬가지로 관련 보도가 나오자, 제주경찰청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했다.
방송 대신 기사를
이번 취재는 방송 리포트 대신 디지털기사 위주로 이뤄졌다. 지역에서는 취재기자에 비해 촬영기자 인력이 월등히 부족해 모든 취재 현장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 디지털기사에 공을 들여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고자 노력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확인해보니,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을 다루기 시작한 7월 19일부터 8월 5일까지 모두 19건의 관련 기사를 작성했다. 이 가운데 최초·단독으로 보도했던 기사는 7개였다.(디지털기사 기준, 방송 기사 제외)
유족을 처음 인터뷰했던 <7월 22일 자 “내가 제압할게…” 피살 전까지 엄마 안심시킨 중학생 아들> 기사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여러 중앙지에서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사건을 기사화했다. <7월 22일 자, [단독] 경찰 스마트워치 여분 있었다…왜 지급 안 했나> 기사도 다른 언론사들의 후속 보도가 뒤따랐던 보도였다.
이 외에도 <7월 23일 자 청테이프로 묶고 식용유 뿌리고…유족들 “왜 신상공개 안 하냐” 오열>, <7월 24일 자 유치장 들어가 살해범 감시하라…경찰 “인권 침해” 반발>, <7월 24일 자 [단독] 경찰,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신상공개 재검토한다> 기사에 대해서도 타사 보도가 이어졌다. 다른 언론사의 후속 보도와 관심이 있었기에 경찰의 부실한 신변보호 체계가 수면으로 드러나고,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었다.
다만 대책 마련을 다룬 <7월 28일 자 자치경찰위원회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대책 마련한다>와 <8월 5일 자 ‘중학생 피살 사건' 재발 막는다…신변보호 대책 개선> 기사에 대한 반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깊은 애도
백광석과 김시남이 송치된 7월 27일. 경찰청은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에 대해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변보호 강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현장 경찰관이 신변보호 대상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와 협업해 가해자의 범죄 경력과 폭력성, 피해자의 범죄 피해 취약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를 보완하고, 스마트워치를 내년 1월까지 1,400대 추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특정인의 안면을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형 CCTV를 도입해 신변보호용 CCTV의 실시간 모니터링과 위험 알림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모든 경찰관이 피해자 보호를 경찰의 최우선 임무라고 인식해야 한다”며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내실 있는 ‘범죄피해자 보호 종합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사건 발생 10일 만에 나온 경찰청의 첫 공식 입장이었다. (관련 기사: 7월 27일, 경찰청 ‘중학생 피살 사건’ 신변보호 대책 추진…안면인식 CCTV 도입도)
재발 막는다…제주경찰, 전국 처음으로 신변보호 관리 체계 도입
사건 발생 이후 제주경찰청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강화된 신변보호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경찰청은 이를 위해 각 경찰서 청문담당관실 인원을 1명씩 보강하고, 그동안 형식적으로 이뤄져 왔던 '신변보호 심사위원회'를 내실화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신변보호는 신청서가 접수되면 사건 담당 부서가 '신변보호 심사위원회'를 열어 신변보호 여부를 결정했는데, 그동안 회의를 서류로 갈음하는 등 심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앞으로는 청문담당관실 직원이 위원회 소집을 비롯해 결과가 나오면 의결서 등을 작성하고, 기능별로 공문을 보내 조치 여부 등을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또 신변보호 대상자에 대한 112 맞춤형 순찰 점검과 현장 합동 점검, 신변보호 CCTV 설치 역할도 수행한다. 또 신변보호 신청서가 접수되면 즉시 경찰서장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중간관리자가 적극적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체계가 마련됐다.
경찰청은 제주경찰청의 개선안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이번 대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 외에도 구속요건에 ‘보복위해’를 명문화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관련 기사: 8월 5일, '중학생 피살 사건' 재발 막는다…신변보호 대책 개선)
제주자치경찰위원회도 나선다
올해 7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 제주자치경찰위원회는 중학생 피살 사건 이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지자체와 전문기관, 변호사, 교육청 등이 참여하는 '공동대응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관련 기관을 하나로 합치고, 이번 사례처럼 진행형인 가정 폭력 사건에 대해 '전문가 그룹'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경찰에 시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해 예방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다. 자치경찰위원회 실무협의회는 조만간 해당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실무협의회에서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최종안을 마련하게 되면, 제주자치경찰위원회가 대책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예산 확보를 위해 조례 등이 필요할 경우 제주도의회 심의도 거쳐야 해 실질적인 정책 마련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관련 기관이 하나로 뭉쳐 심도 있는 논의를 계획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성과다.
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 아동과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낸 점도 큰 반향이라 할 수 있겠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진은 중학생 피살 사건을 통해 경찰의 부실 수사와 허술한 신변보호 관리 실태를 지적했습니다. 단순한 사건으로 보도될 수 있었지만, 세밀한 취재와 현장 보도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취재진은 또 매 순간 유족의 동의를 얻어 취재에 임하는 등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을 준수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최일선 핵심존재로서 공정보도를 실천한다는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경찰의 허술한 시스템을 파고들어 관련 기관의 대책 마련을 이끌어 낸 점 등을 높이 평가하기에 위 보도를 제37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부문 후보로 추천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 특이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71회 전체 총평
제37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총 9개 부문 61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7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일부 출품작은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 끝에 탈락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14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세계일보의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공정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자칫 묻힐 수 있었던 대기업의 채용 비리 문제를 경찰의 내사, 검찰의 기소, 법원 공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긴 호흡으로 끈질기게 파헤침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 돋보였다. 경찰의 언론플레이 가능성에 대한 일부 의견이 있었으나 문제의식을 갖고 오랜 기간 끈질기게 파고든 노력과 사회적 파장을 평가한 다수 의견에 따라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쿠키뉴스의 <외국인 탈세 의심거래 224조…증권사는 국세청 조사 ‘방해’ 외 3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도적 맹점을 악용, 천문학적인 탈세를 해온 실태를 공론화함으로써 제도 개선을 위한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겨레의 <젠더데이터, 빈칸을 채우자> 보도는 한국 사회의 젠더 데이터 공백을 저널리즘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처음 다룬 시도라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평소 막연히 느끼고는 있었지만 지나쳐왔던 문제에 대해 역발상으로 접근했다는 점도 돋보였다. 제도 개선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기사였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EBS의 <장애 교원 부족 실태> 보도는 장애교원 부족실태에 대해 집요하게 접근, 솔루션 저널리즘의 본령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애인이 교사가 되는데 겪는 어려움을 단계별로 입체적, 종합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문제의 심각성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환기했다는 점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제신문의 <부산시민공원 기름 오염 정화 부실> 보도가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했다. 자칫 대수롭지 않은 기름 오염 정도로 치부됐을 수 있는 문제를 끈질기게 파헤침으로써 부산시민 전체의 문제로 공론화시켰다는 점에서 지역취재 본연의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경인일보의 <우리 앞바다에 쓰레기 쓰나미가 온다> 보도 역시 인천·경기 앞바다의 심각한 해양쓰레기 현장을 직접 돌며 심층적으로 취재하여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회의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에는 KBS광주의 <무늬만 에너지밸리...생산지 세탁 의혹> 보도가 이견 없이 꼽혔다. 심사위원회는 나주 혁신산단 입주기업들의 무늬만 에너지밸리 운영 실태 및 한전, 중기부, 지자체의 방치 상황을 고발, 지역 탐사보도의 본령을 보여줬다는 데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