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V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V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에너지밸리는 속 빈 강정”..수개월 잠복 취재
“에너지밸리인 나주 혁신산단 입주기업들이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고용인원을 속이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한국전력과 전라남도가 균형발전을 위해 내세운 ‘500개 기업 유치’가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라는 겁니다.
사전 취재 단계에서 여러 업체를 접촉한 결과 더욱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보조금을 받아 에너지밸리에 지사를 세운 뒤 본사에서 물건을 만들어오거나, 심지어 다른 업체가 만든 물건을 직접 생산한 것으로 속여 한전에 납품한 업체가 수두룩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업체들은 “CCTV라도 설치해서 단속해야하는데 한국전력도, 지자체도 나서지 않아 불법이 일상이 되고 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에너지밸리는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조성된 광주전남 미래 산업의 핵심기지로,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수백억 원을 들인 투자유치가 실패로 돌아가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위반 현장 포착’이 필수였습니다. 정황 증거 없이 의혹만 제기할 경우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에너지밸리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는 단계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 공장에서 제품을 싣고 이동해 나주 혁신산단의 공장 안으로 반입하는 현장을 포착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업체별로 납품 기일이 달라 취재가 가능한 날짜를 확인하기 어렵고,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야간이나 공장 안에서 하역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새벽 시간대와 야간을 가리지 않고 나주 혁신산단과 경기도 전력기자재 생산 업체를 오가며 잠복 취재하고, 현장에서 여러 가지 증거를 수집한 끝에 수개월 만에 의혹만 난무했던 직접생산 위반 현장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 한전 납품 기자재..생산지 세탁 ‘정황’ 포착
지난 6월 경기도의 A 변압기 생산업체에서 화물차 한 대가 출발해 4시간을 달려 전남 나주로 이동합니다. 도착한 곳은 에너지밸리에 지어놓은 제2공장이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실어 보낸 것은 변압기 완제품과 내부 핵심장치로 직원들이 공장 안으로 하역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틀 연속 비슷한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지난 5월에는 에너지밸리 B업체가 다른 곳에서 싣고 온 개폐기 완제품을 하역하는 현장도 확인됐습니다. 이 업체에 변압기를 만들어줬다는 경기도 업체를 찾아가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또 다른 C업체 역시 어디선가 만들어온 완제품을 공장 안으로 반입하는 현장이 KBS 카메라에 포착됩니다.
의혹과 소문만 무성했던 ‘직접생산 위반’ 정황이 확인된 겁니다.
■ 직접생산 위반 ‘공공연한 비밀’
KBS 취재가 시작되자 취재진이 확인한 일부 업체 외에도 에너지밸리 업체 90%가 직접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랐습니다. 다른 지역 공장, 외부 업체에서 만든 제품을 나주산으로 속여 납품하는 꼼수가 난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보를 통해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도 확인됐습니다. 에너지밸리 여러 업체의 의뢰를 받아 변압기 내부만 전문적으로 만들어 납품하는 하청업체의 존재가 밝혀진 겁니다. 직접생산 필수 공정의 외주화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상황이었지만, 한전도 모르는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 고용인원도 속여.."실사 때만 인원 맞춰 놓는다"
직접생산의 또 다른 기준인 고용인원 역시 서류상으로만 맞춰 놓은 곳이 많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취재진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한 업체별 고용인원과 실제 근로자수를 비교했습니다.
업체를 일일이 찾아가 확인한 결과 정규직이 아닌 용역근로자로 근무 인원을 채우거나 근무인원이 절반도 안 되는 등, 59개 한전 납품업체 가운데 최소 17개 업체가 서류상 고용인원과 실제 근로자 수가 달랐습니다. 고용인원을 속이기 위해 "직원 명단에 다른 공장 직원의 이름을 올려놓거나 한전 실사 때만 용역 근로자를 고용하기도 한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 한전 ‘특별 배정 물량’ 노리고..법 지키면 손해
에너지밸리 입주업체들이 직접생산도, 고용도 하지 않으면서 나주에 공장을 지은 건 한전의 특별 배정 물량 때문이었습니다. 에너지밸리는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으로, 한전이 연간 발주량의 20%를 우선구매해줍니다. 공장을 세우고 직접생산 승인을 받으면, 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품목별 조합을 통해 무조건 N분의 1씩 물량을 가져갈 수 있고, 공장 지을 때 여러 보조금도 받기 때문에 무조건 남는 장사였던 겁니다.
에너지밸리 조성 후 지난 5년 동안 한전과 중기부, 지자체는 이 같은 문제를 방치해왔고, 그 결과 불법과 꼼수는 더욱 심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실태도 낱낱이 보도했습니다. 업체들은 "인건비 써가면서 열심히 하는데, 옆 공장은 두세 명 인력으로 매번 우리와 똑같은 물량을 납품해 부당 이득을 가져가서 억울하고 힘들 때가 많다. 법을 지키는 게 손해인데, 한전과 중기부, 지자체는 단속이나 관리 감독에 나서지 않았다”라고 수차례 호소했습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한전과 중기부, 지자체 등 관계 당국이 문제를 방치해 온 실태도 낱낱이 보도했습니다.
■ 공멸 위기감..에너지밸리 활성화 시급
업체들은 단속을 요구하면서도 공멸에 대한 위기감 또한 컸습니다. 앞으로 4년 뒤 한전의 특별배정물량 지원이 끝나면 위반 업체들은 미련없이 에너지밸리를 떠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실태를 보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 제조 경력자 육성 시급, 직접 생산 기준 재조정 등 에너지밸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개선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제보자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들과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취재와 촬영기자 모두 수개월 동안 현장 취재를 분담하며 직접생산 위반 현장을 포착하고 시청자 이해를 돕기 위한 취재와 촬영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업계 특성을 고려해 익명을 요구한 일부 취재원의 인터뷰는 직접 게재하지 않고 대역을 사용했습니다.
위반 의혹 업체를 접촉해 충분한 반론을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하였으며, 해당 업체들이 음성 노출을 거부해 반론은 원고 내용에 반영하고, 시청자 이해를 돕기 위해 그래픽 처리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 보도>
에너지밸리 직접생산 위반 정황을 직접 취재해서 문제점을 추적하고 보도한 선행 보도는 없었습니다.
<타매체 반향>
전력 산업 분야 언론사에서 KBS가 보도한 직접생산 위반 의혹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후 지자체와 전남도가 마련한 후속 대책에 대해 지역 언론 등이 기사화하였습니다.
변압기 ‘생산지 세탁’ 등 편법 생산 수면 위로 – 전기신문 7.15
나주 에너지밸리 직생 위반 기업 3곳 계약해지 수순 – 전기신문 7.19
한전, 에너지밸리 직생위반 기업 3곳에 중징계 예정 – 전기신문 7.21
전남도-기관·기업, 나주 에너지밸리 활성화 모색(연합뉴스)7.29
전남도, 에너지밸리 기관·기업 활성화 모색(남도일보) 7.29
전남도, 에너지밸리 기관․기업 활성화 대책 방안(지이코노미) 7.29
道, 에너지밸리 기관·기업 활성화 모색(광주매일신문) 7.29
전남도, 에너지밸리 기관․기업 활성화 모색(오늘경제) 7.29
전남도, 에너지밸리 기관·기업 활성화 모색(광남일보) 7.29
전남도, 에너지밸리 기관·기업 활성화 모색(뉴스핌) 7.29
전남도, 에너지밸리 기관·기업 활성화 모색(위클리오늘) 7.29 등
5. 사회에 끼친 영향
KBS보도 이후 한전은 적발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해 위반 의혹을 사실로 확인하고 업체 3곳의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또 에너지밸리 직접생산 업체에 대해 7월 한 달 가까이 단속을 벌였습니다. 한전과 별도로 중기부도 직접생산 승인 품목인 변압기 업체를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불시 단속을 벌인 뒤, 증빙 자료를 제출받는 등 밀도 있는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경찰도 보조금 관리법 위반 등 별도 위반 소지가 있는지 확인중입니다.
단속과 별개로 한전은 직접생산 기준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직접생산 여부를 ‘의무 수시 확인’하기로 하고, 모호했던 직접생산 기준에 대해서도 업체별 의견을 들어 재정비에 나섰습니다.
에너지밸리 입주 업체들도 KBS 취재와 보도 이후 나주시 일자리지원센터를 통해 인력을 채용하고 자정 방안을 강구하는 등 혁신산단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에너지밸리 조성 5년 동안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이 이번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업체들의 요청을 외면했던 한전과 지자체도 직접생산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활성화 대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탐사 K>를 통해 나주 혁신도시 에너지밸리 한전납품업체 비리 문제를 파헤쳐 관심을 특혜만을 노리고 타 지역에서 만든 제품을 나주에서 만든 것처럼 생산지를 세탁하고 있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회비리를 추적하는 언론의 감시 역할이 돋보이는 보도였습니다.
특히 에너지밸리 조성 후 5년 동안 업계 내부에서 곪아 있던 전력 기자재 업체들의 직접생산 위반 현장을 언론사 중 처음으로 포착해 단독보고하고, 문제점을 수면 위로 부각시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찾도록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불법과 꼼수를 알고도 하지 않은 한전, 중기부, 전남도, 나주시 등 관련 기관들의 안일함을 꼬집어 관계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지역 제조 경력자 육성 시급, 직접 생산 기준 재조정 등 개선 방안을 제시함으로서 에너지밸리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의미있는 탐사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취재후기
(371회) 무늬만 에너지밸리...생산지 세탁 의혹 / KBS광주
무늬만 에너지밸리...생산지 세탁 의혹
KBS광주 기획탐사팀 최혜진 기자
에너지밸리, 한국형 실리콘 밸리를 표방하며 붙인 이름입니다. 배밭에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한국전력공사라는 국내 최대 전력공기업이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광주와 전남 지역민들, 특히 청년들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한전과 전라남도는 에너지 관련 기업 500개 유치에 성공했다며 에너지밸리가 성공적으로 조성되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이었습니다. 에너지밸리인 나주 혁신도시의 전력 기자재 업체 상당수가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생산지를 속여 납품했고, 고용 인원마저 속이고 있었습니다. 불법이 관행이 되어버린 에너지밸리, 단속에 나서지 않는 한전과 지자체, 이대로는 에너지밸리의 미래를 꿈꿀 수 없었습니다.
각종 의혹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잠복 취재를 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해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이상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업계의 호소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격려해준 여러 취재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현장 포착과 보도가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한전과 중기부 단속, 지자체가 참여하는 활성화 대책 마련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취재를 통해 확인된 일부 업체의 직접생산 위반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한전도, 중기부도, 지자체도, 업계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관리 감독과 제도개선이 없다면 불법은 또 싹틀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금의 위기와 시련을 이겨내고 업체들의 자정노력을 더해 에너지밸리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지역의 대표 산업단지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회차 심사평
제371회 전체 총평
제37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총 9개 부문 61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7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일부 출품작은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 끝에 탈락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14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세계일보의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공정이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자칫 묻힐 수 있었던 대기업의 채용 비리 문제를 경찰의 내사, 검찰의 기소, 법원 공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긴 호흡으로 끈질기게 파헤침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 돋보였다. 경찰의 언론플레이 가능성에 대한 일부 의견이 있었으나 문제의식을 갖고 오랜 기간 끈질기게 파고든 노력과 사회적 파장을 평가한 다수 의견에 따라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쿠키뉴스의 <외국인 탈세 의심거래 224조…증권사는 국세청 조사 ‘방해’ 외 3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도적 맹점을 악용, 천문학적인 탈세를 해온 실태를 공론화함으로써 제도 개선을 위한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겨레의 <젠더데이터, 빈칸을 채우자> 보도는 한국 사회의 젠더 데이터 공백을 저널리즘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처음 다룬 시도라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평소 막연히 느끼고는 있었지만 지나쳐왔던 문제에 대해 역발상으로 접근했다는 점도 돋보였다. 제도 개선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기사였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EBS의 <장애 교원 부족 실태> 보도는 장애교원 부족실태에 대해 집요하게 접근, 솔루션 저널리즘의 본령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애인이 교사가 되는데 겪는 어려움을 단계별로 입체적, 종합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문제의 심각성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환기했다는 점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제신문의 <부산시민공원 기름 오염 정화 부실> 보도가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했다. 자칫 대수롭지 않은 기름 오염 정도로 치부됐을 수 있는 문제를 끈질기게 파헤침으로써 부산시민 전체의 문제로 공론화시켰다는 점에서 지역취재 본연의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경인일보의 <우리 앞바다에 쓰레기 쓰나미가 온다> 보도 역시 인천·경기 앞바다의 심각한 해양쓰레기 현장을 직접 돌며 심층적으로 취재하여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회의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에는 KBS광주의 <무늬만 에너지밸리...생산지 세탁 의혹> 보도가 이견 없이 꼽혔다. 심사위원회는 나주 혁신산단 입주기업들의 무늬만 에너지밸리 운영 실태 및 한전, 중기부, 지자체의 방치 상황을 고발, 지역 탐사보도의 본령을 보여줬다는 데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