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LG 취업청탁 리스트 입수 세계일보
LG 취업청탁 리스트 입수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모두 맘 먹기에 달렸더라.” 아들(고교생)이 취업절벽을 걱정할 때면 희망을 잃지 말자고 응원했다. 이 땅의 모든 부모가 그럴 것이다. LG 채용비리 사건은 그래서 죄질이 몹시 좋지 않다. 국민 대부분은 LG 정도면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공정한 룰을 갖췄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재계에서 이미지가 가장 좋은 기업이기도 하다.
“그래도 대기업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요.” 지난 2019년 겨울, ‘LG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제보를 접하고 소름이 끼쳤다. 비자금 조성, 배임, 횡령, 단가 후려치기, 갑질 등 우리 사회에 삐뚤어진 기업과 기업인의 탈·불법이 어디 한 두 건인가. 하지만 LG 채용비리는 당혹스러웠다. 본사 주도로 사내외 채용 청탁을 접수하고, 수용 여부를 사업본부와 논의하고, 승인이 나면 점수 조작을 불사하고 합격시켰다. 더구나 이들 명단을 인사팀에서 기록, 관리한 것마저 들통이 났다.
‘이 회사는 범단(범죄단체)인가.’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과 패배감 같은 것을 느꼈다. 세상이 이렇게 불공정한 곳인지 미처 모를 수많은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들이 책에 파묻힐 때 어떤 ‘힘 센 아빠’들은 아이 목에 사원증을 걸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수사팀을 만났다. 지난주 1심(징역형)은 이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LG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만 40명을 동원했다. 검찰은 길목마다 막아섰고 법원은 확인된 사실에 대해서만 영장을 내줬다. 그 결과, 명백한 증거를 손에 쥐고서도 수사는 일단락이 됐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기업들 움직임이다. ‘사회적 책무’란 이유로 공개채용을 계속하겠다는 삼성과 달리 현대차, SK 등은 수시채용으로 전환 중이다. 이제 채용비리는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행위와 뒤섞여 규명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외국인 탈세 의심거래 224조…증권사는 국세청 조사…
외국인 탈세 의심거래 224조…증권사는 국세청 조사 '방해' 외 3건
쿠키뉴스 경제팀 지영의 기자
단지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을 당한 아버지는 여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 상황의 그릇됨을 끝까지 물었던 것은 그의 친구였던 기자뿐이었다. 기자가 된 딸에게 아버지는 ‘문제가 있는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이 기자의 일’이라는 조언을 건넸다.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 외국인 TRS(총수익스와프) 탈세 의심거래 보도는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 4월, 탈세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던 CFD(차액결제거래)가 과세 대상이 됐다. 보완점을 살피던 중 CFD보다 폭이 더 넓은 상품인 TRS로 시선을 옮겼다. 취재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TRS 거래를 통해 최소 수천억대 세금을 내지 않고 있음을 파악했다. 국세청이 과세를 시도했으나 증권사들이 불복에 나선 사실도 알아냈다. 취재 끝에 과세 허점, 탈세 의심거래 규모, 세금 추정액 등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외국인 탈세 의혹은 더 명확히 규명되어야 하고, 세금이 줄줄 새는 국내 세금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미국에서도 TRS를 이용한 탈세 사례가 있었다. 적발되기 전 미국 투자은행은 ‘이게 (탈세에) 최고’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법 정비가 이뤄진 상태다. 쿠키뉴스 보도 이후 국내 조세업계에서도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와 기획재정부에서 과세공백이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서 묻고, 보도하겠다.
기획 단계부터 도움을 준 변호사 Tor.D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 문제 개선을 위해 선뜻 도움 주신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님과 손민호 비서관님께 감사드린다. 좋은 취재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시는 쿠키뉴스 김지방 대표님, 송병기 선배, 김태구 선배께도 감사를 표한다. 끝으로 기자의 삶을 알려주신 박상돈 아저씨께, 그 삶을 지지해준 나의 아버지 고(故) 지의준님께 이 상을 바친다.
젠더데이터, 빈칸을 채우자 한겨레신문
젠더데이터, 빈칸을 채우자
한겨레신문 디지털콘텐츠부 최윤아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점검하는 일은 가능한가. <젠더 데이터, 빈칸을 채우자> 5회 기획 기사를 준비했던 지난 6월, 이 질문에 수시로 붙잡혔다. 이번 취재는 확실히 그간의 작업과 달랐다. ‘비판’이 아니라 ‘발견’에 가까웠다. ‘비판’의 대상은 이미 존재하지만, ‘발견’의 대상은 내가 찾아내야만 존재한다. 여성이 처한 현실을 읽어내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아직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 겉으론 매끈해 보이지만 은밀한 차별을 품고 있는 데이터를 발견해 독자 앞에 펼쳐놓아야 했다.
시작은 출산(전후)휴가 사용률이었다. 임신한 여성 노동자에게 출산휴가는 당연한 권리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지 68년이 지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출산휴가 사용률 집계는 어디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성이 어려움 없이 출산휴가를 쓰고 있는지, 제도가 현장에 잘 정착됐는지 점검할 ‘지표’도 없이 제도가 운영되어 온 것이다. 분명 존재하는데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통계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112 신고 통계다. 경찰청은 매년 총 112 신고 건수를 발표하지만, 신고자 성별로 분리해 공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리하면 새로운 게 보인다. 한 경찰이 ㄱ경찰서에 접수된 112 신고를 시험 삼아 성별로 분리했더니, 신고자가 남성일 때는 ‘계속 조사’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여성일 땐 ‘현장 종결’하는 비율이 높았다. 성별에 따라 경찰이 하는 조치에도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기획은 지난달 20일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요즘도 종종 빈칸을 발견한다. 못 본 척 지나칠 순 없어 은근슬쩍 기획을 연장했다. 빈칸을 찾는 끝없는 여정에 동행해준 한겨레 젠더팀 동료들과 디지털 콘텐츠부장 김남일 선배에게 꽉 찬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장애 교원 부족 실태 EBS
장애 교원 부족 실태
EBS 교육뉴스부 금창호 기자
장애인과 교사, 두 단어를 쉽게 조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장애인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모습을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이도 마찬가지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장애 교원은 적습니다. 약 5000명. 법적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3.4%지만, 장애 교원 5000명으로 이 비율을 채우기는 불가능합니다. 교육 당국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단 느낌이 강했습니다. 교육청은 “임용시험에 지원하는 장애인이 적다”, 교대와 사범대는 “장애인 지원자가 없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지원자가 왜 부족한지 알기 위해 한 발 더 들어가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이 교사가 되는 모든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장애인 고교생의 교대·사범대 입시부터, 학교 수업을 듣고 교육실습을 하는 과정, 교원 임용시험과 실제 교사 생활까지 살펴봤습니다. 이 가운데, 장벽이 없는 구간은 없었습니다.
이번 기획 보도에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명쾌한 해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만큼, 이 보도에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보다 체계적인 대책이 나오길 바랍니다.
올해 또, 교원 임용시험이 치러집니다. 이번 교원 임용시험을 시작으로 체계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관심 가지고 취재하겠습니다. 이번 기획보도를 만들기 위해 방대한 범위를 함께 취재해준 서진석 기자, 감사합니다. 또, 기획 취재의 방향을 잡고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신 EBS 교육뉴스부 선후배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부산시민공원 기름 오염 정화 부실 국제신문
부산시민공원 기름 오염 정화 부실
국제신문 사회1부 신심범 기자
외할머니는 생전에 ‘조선 놈들’ 욕을 많이도 하셨다. 정확히는 가난했던 시절에 대한 넌더리였다. “우리 조선 놈들 정말 못 살았다. 자존심 구기는 일도 먹고 살려고 하는 수 없이 전부 했다”며 옛 시절 생각에 치를 떨곤 했다.
이 레퍼토리에는 항상 미군이 언급됐다. 하야리아 부대 입초를 서고 있는 미군에게 동네 꼬마들이 다가가 “기브 미 쪼꼬레뜨”하면, 군인들이 씩 웃으며 미리 준비한 초콜릿을 나눠줬다는 바로 그 이야기다. 부대 주변에 형성된 판자촌과 기지촌, 미군 식료품을 얻어다 팔던 것이 이름의 기원이라는 국제시장까지 욕의 대상이었다. 할머니에게 미군 기지는 가난해서 부끄러웠던, 그러나 뭘 어찌할 수는 없었던 그 때의 기억을 소환시키는 공간이었다.
100년의 세월을 일제와 미군이 점유한 이 땅은 2014년 5월 부산시민공원이 됐다. 1990년대부터 우리 땅 되찾기 운동을 벌여온 부산시민의 성취였다. 미군이 그동안 흘린 기름 오염을 정화하고,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할머니에게 하야리아 부대가 사라지고 시민공원이 생긴 소감을 묻진 못 했다. 아마도 속이 시원하다고 하셨을 것 같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옛 시절이 청산됐다고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 할머니를 떠올리며, 기자는 이번 기사를 낼 때마다 ‘부산시민공원은 부산시민의 자부심’이라고 표현했다.
시민의 자부심이 담긴 이 땅에 여전히 미군이 흘린 기름이 남아 있다. 그런데도 과거 정화 작업을 책임진 부산시는 직접적인 토양 조사를 미적거리고 있다. 시민공원이 현 시장과 당적이 같은 옛 시장의 치적 사업인 탓에 잘못을 건드리기 꺼려한다는 느낌이다. 착각을 거둬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시민공원은 시민이 땅을 되찾아 공원으로 일군 곳이다. 옛 치욕이 자긍심으로 승화한 공간이다. 시민을 생각한다면, 착각에서 비롯된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려주길 바란다.
우리 앞바다에 쓰레기 쓰나미가 온다 경인일보
우리 앞바다에 쓰레기 쓰나미가 온다
경인일보 사회팀 김태양 기자
인천·경기는 바다와 친숙한 지역이다. 인천·경기를 둘러싸고 있는 서해 경기만이 있기 때문이다. 인접해있는 바다를 이용한 항만 등 해양산업이 발달해있는 만큼 인천·경기 지역에 있어 해양쓰레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경인일보 기획취재팀이 해양쓰레기를 대주제로 잡은 이유였다.
인천·경기 앞바다는 '육상기인', '해상기인', '해외기인' 등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발생원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해양쓰레기 문제를 다룬 기사들은 많았지만, 인천·경기 앞바다를 특정해 집중적으로 현장을 찾아 그 실태를 총망라한 기사는 없었다는 점을 기획취재팀은 주목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7월 한 달 동안 인천 옹진군 백령도, 굴업도, 강화도와 한강 하구, 영종도 마시안 해변과 왕산해수욕장, 한강 지류인 굴포천을 찾았다. 취재팀이 찾은 곳마다 현장은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은 해양쓰레기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기획의 마지막을 장식한 제로 웨이스트 체험기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해양쓰레기 발생원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줄일 수 있는 쉬운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해 고민하다 만든 결과물이었다.
해양쓰레기는 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시민들도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이번 기획기사가 시민들이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발생원 줄이기'에 동참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무늬만 에너지밸리...생산지 세탁 의혹 KBS광주
무늬만 에너지밸리...생산지 세탁 의혹
KBS광주 기획탐사팀 최혜진 기자
에너지밸리, 한국형 실리콘 밸리를 표방하며 붙인 이름입니다. 배밭에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한국전력공사라는 국내 최대 전력공기업이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광주와 전남 지역민들, 특히 청년들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한전과 전라남도는 에너지 관련 기업 500개 유치에 성공했다며 에너지밸리가 성공적으로 조성되고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이었습니다. 에너지밸리인 나주 혁신도시의 전력 기자재 업체 상당수가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생산지를 속여 납품했고, 고용 인원마저 속이고 있었습니다. 불법이 관행이 되어버린 에너지밸리, 단속에 나서지 않는 한전과 지자체, 이대로는 에너지밸리의 미래를 꿈꿀 수 없었습니다.
각종 의혹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잠복 취재를 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해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이상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업계의 호소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격려해준 여러 취재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현장 포착과 보도가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한전과 중기부 단속, 지자체가 참여하는 활성화 대책 마련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취재를 통해 확인된 일부 업체의 직접생산 위반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한전도, 중기부도, 지자체도, 업계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관리 감독과 제도개선이 없다면 불법은 또 싹틀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금의 위기와 시련을 이겨내고 업체들의 자정노력을 더해 에너지밸리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지역의 대표 산업단지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