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MBC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MBC 인권사회팀 신재웅 기자
1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고, 절반 이상을 사회부에서 보냈습니다. 사건 사고를 쫓다 보니 안타까운 기억들이 많습니다. 참혹한 시신도 봤고, 끔찍한 현장에도 있었습니다. 여러 가슴 아픈 상황들을 목도했지만, 이번 사건은 정말 충격과 분노 그 자체였습니다.
제보를 받자마자 다른 취재를 뒤로하고 이야기를 들으러 갔습니다. 고인의 부모님과 가족들을 차례로 만나 여러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고인이 겪었던 마지막 80여 일, 그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소상히 털어놓았습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사건이 단순한 개인적인 사안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울면서 취재를 했습니다. 유가족들과 처음 인터뷰를 하면서, 고인이 스스로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과 함께 눈물이 밀려 나왔습니다. 밤늦게 인터뷰 녹취를 풀면서도, 통화를 하면서도 울었습니다. 눈물이 많은 편도 아닌데 기사 쓰다가도, 그냥 집에 혼자 있다가도 울음이 나왔습니다.
단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이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싶다! 고인의 삶과 죽음 이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대체 누가 왜 어떤 이유로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밝히고 싶었습니다. 고인의 부모님과 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부족했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취재에 임했습니다.
첫 사건이 발생한 지 다섯 달이 지났고, 보도로 사건이 공론화된 지 꼭 두 달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망망한 취재의 바다에서 키를 잘 잡아주신 팀장과 시경캡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KBS춘천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KBS춘천 보도국 박성은 기자
전에 교제했던 남자친구를 비롯해 주변 선배·동료 경찰관들에게 성추행과 희롱을 받아 왔다는 여성 경찰관. 이 경찰관의 이야기가 취재기자에게 처음으로 전해진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보도된 것처럼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취재 요청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직접 요청은 지양했고, 이후 석 달 정도가 지난 3월 초가 돼서야 인터뷰에 나서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 사이 이 경찰관에겐 가족의 사망과 상급자의 회유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큰 용기를 낸 이 경찰관은 자신이 당한 성폭력 피해를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울먹이며 기자에게 털어놨다. 보도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피해사례가 드러났다. 당연히, 파급은 엄청났다. 그 와중에도 이 경찰관의 심리는 지극히 불안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까지 남기면서 해당 경찰서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낮과 밤 가릴 것 없이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마음을 잡아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오히려 취재 과정보다 더 어려웠다.
잇따른 후속 보도와 공론화를 통해 사건이 일어난 태백경찰서에서는 전체 직원 140여명 가운데 10%가 넘는 16명이 징계위에 회부되거나 문책성 인사 조치를 받았다. 이 중에는 제주도로 자리를 옮기게 된 당시 태백경찰서장도 포함됐다. 최근 징계위원회가 열렸는데, 2명에게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 정직과 강등 처분이 결정된 사람을 합하면 중징계가 내려진 경찰관만 5명이다. 사필귀정이다.
가장 고무적인 건 이 경찰관이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는 점이다. 웃음도 찾았다. 이 경찰관은 취재진에게 더 없는 찬사를 보냈다. “기자님. 보도 덕분에 살고 싶어졌고, 삶도 달라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영상' SBS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영상'
SBS 법조팀 안희재 기자
“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시절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때렸다.”
시작은 이 한 줄이었습니다. 의혹과 의문은 쏟아지는데 명확하게 드러난 실체는 없었습니다.
SBS 법조팀은 사안을 무겁게 인식하고 지난해 말부터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피해 택시기사와 수사기관 등을 지속적으로 취재해왔습니다. 지난한 설득과 검증의 시간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용구 차관을 포함한 관련자들은 입을 굳게 닫았고, 판치는 ‘카더라’ 사이에서 팩트를 발굴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조금씩 퍼즐이 맞춰져 갔습니다.
한겨울 시작한 퍼즐 맞추기는 여름의 첫머리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37초짜리 영상의 힘은 컸습니다.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가차 없는 ‘멱살잡이’는 법치 수호 최전선에 있다는 법무부 차관의 상과는 멀고도 멀었습니다. 상상에만 맡기던 ‘그날 밤’을 한 컷 한 컷 확인한 시민사회는 분노했습니다. 판사 출신 법률 전문가가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거짓 진술을 종용했다는 증언에 허탈감마저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책임 회피로 일관하던 이 차관은 SBS 보도 직후 고개를 숙였고, 청와대는 미뤄오던 그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숙제는 여전합니다. 고위 공직자의 자격과 역할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던져졌습니다. 고위 공직자의 검증 체계나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점 역시 여럿 남아있습니다. 기자협회의 격려에 힘입어 진실의 퍼즐이 완성될 때까지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묵묵히 취재를 이어가겠습니다.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G1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G1 보도국 조기현 기자
저희는 20대 남성들이 10대 여자 중고교생들을 협박해 성착취를 일삼은 범죄 행위에 대해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그들은 조직을 꾸려 판단력이 약한 여학생들에게 술을 사주고 고급 승용차를 태워주며 환심을 샀습니다. 그 뒤에는 문콕을 유도해 돈을 갚으라고 협박하며 성범죄에 끌어들였습니다. 상상도 못할 범죄가 우리 주위에서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를 찾아 설득하는 일도 가해자를 밝혀내는 일도 간단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번 취재를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것은 바로 기자의 기록이 가진 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기자의 기록이 미래와 소통하는 힘을 믿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아주 명료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어떤 생각으로 취재에 임하고, 어떻게 기사를 쓰느냐에 따라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번 추적 보도를 통해, 적어도 저의 두 딸을 포함해 자라나는 아이들은 지금과 같은 흉악한 조직 범죄와 마주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파렴치한 성착취 조직원들은 마땅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고, 무인텔이나 랜덤 채팅앱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성착취 피해 학생들이 수사기관을 믿고 털어놓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다듬을 필요도 있습니다.
피해 학생들이 자신의 딸이었으면 과연 어땠을까요? 철없는 학생들의 일탈로 바라볼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런 흉악한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어른들 모두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농민신문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농민신문 농고기획취재팀 최문희 기자
“성적에 맞춰 농고(농업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졸업 후엔 일반 취업처로 가려고요.” 미래농의 미래를 찾고자 만난 일부 농고생들에게선 농업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수 없었다. 다른 지역 농고를 취재한 동료들의 얘기도 이와 비슷했다. 최근 농고 졸업생의 농업 종사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를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한 셈이다. 그래도 다행히 절망만 있지는 않았다. 졸업 후 창농을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는 농고생이,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자 치열하게 고민하는 교사가, 농업의 전망을 믿고 아들과 딸을 모두 농고에 보낸 학부모가 농고의 희망을 보여줬다.
취재팀은 농고가 처한 이러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한편 전문가를 통해 농고의 활성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보도가 그저 문제점 지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농고 교육의 백년대계를 새롭게 세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보도 이후엔 여기저기서 반응이 쏟아졌다. 그동안 몰랐던, 혹은 알면서도 외면해온 현실을 다뤄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많았다. 명색이 농업 정론지로서 청년농 육성의 산실인 농고의 아픈 허점을 드러내도 될까 하는 취재팀 우려는 기우였던 것이다. 이번 기획으로 농업·농촌 현장을 더 힘차게 누빌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끝으로 아픈 현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해준 농고생과 학교 관계자,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 관련 행정부서 및 연구기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생명 산업인 농업을 지키느라 오늘도 무더위와 싸우고 계신 전국 농민들에게도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국민일보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국민일보 이슈&탐사2팀 양민철 기자
균형발전예산(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으면 정부와 지역 모두가 행복한 예산입니다. 지역은 하고 싶은 사업을 균형발전이란 포장을 씌운 뒤 중앙 정부 돈으로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예산을 주는 것만으로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내세울 수 있습니다. 지역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실상을 알면서도 눈을 감습니다. 이렇게 16년간 144조원이 균형발전예산으로 쓰였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해마다 커졌고 지방 소멸 현상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 많던 예산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취재의 계기였습니다.
균형발전예산은 특이한 예산입니다. 전국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 예산서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은 지난한 일이었습니다. 낯선 예산 기사에 누가 관심을 가질까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고향이 지방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서울 출신이 아니라서 관심을 갖고 취재하는 것이냐는 뉘앙스가 지역 문제를 언론이 왜 그리 소홀히 대했느냐는 질타로 느껴져 부끄러웠습니다. 상을 주신 이유가 지역 불균형 현상에 감시와 비판의 날을 끊임없이 세우라는 뜻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취재가 이현령비현령식으로 흘러오던 균형발전 정책에 작은 경종을 울렸기를 바랍니다.
균형발전예산 총액을 집계하는데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의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예산이 쓰이는 현장을 생생한 사진으로 포착한 윤성호 선배와 십수년치 예산서를 일일이 들여다보며 문제점을 찾아낸 방극렬·권민지 기자의 수고로움이 컸음을 밝힙니다. 취재의 시작부터 마지막 기사 마침표까지 꼼꼼하게 살펴준 권기석 선배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