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한국은행의 현직 직원들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입사 필기시험 기출문제를 대학 후배들에게 유출하려 한다는 것을 취재 중 알게됐습니다. 신입직원들이 서울대, 연세대 등 출신 학교별로 모여 자신들이 풀었던 문제를 복기해 자료집을 만들고 자신들의 대학 후배들에만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은행은 기출문제를 일부 년도의 일부 문항만 채용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은행의 구성원 대다수가 일부 명문대 출신이라는 점, 현직 직원들이 학벌로 뭉쳐 조직적으로 채용에 개입한다는 점, 기출문제 확보가 시험의 준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점, 일부 명문대도 학교 차원에서 기출문제 유출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한다고 판단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취재에 착수하며 이같은 관행이 수년째 이어졌다는 것과 금융감독원 직원들도 비공개 기출문제를 대학 후배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보도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이 실제로 직원들이 만들어 배포한 기출문제 ‘자료집’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자료집은 해당 대학의 구성원임을 인증해야 선착순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연세대는 학교 차원에서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동문 직원들에게 비공개 기출문제를 받은 뒤 책으로 엮어 배포했고 재학생이 학생증을 직접 제시해야 본인 대조 후 제공했습니다. 연세대 학생경력개발시스템은 "외부로의 유출은 엄격히 금하며, 유출 시 발생하는 불이익에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서울대 출신 한국은행 직원들은 학교 이메일을 인증한 동문들에게만 파일 형태로 제공했습니다. 자료집 첫장에는 ‘연세대학교 한국은행 21행번 8명 일동’, ‘서울대학교 한국은행 21행번 신입행원 일동’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지인 등을 활용해 서울대와 연세대 자료집을 확보했고,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기출문제가 복원돼 수록돼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음으로 비공개 기출문제 유출이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어느 정도로 훼손하는지 파악했습니다. 입사시험을 통과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직원들, 입사시험을 준비했던 타 금융공기업 소속 지인, 한국은행에 근무했던 현정환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등은 비공개 기출문제의 확보 여부가 필기시험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증언했습니다.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필기시험은 난도가 국내 최고 수준으로 높고, 계량경제학이 비중 있게 출제되는 등 특수성이 있는 시험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현 교수는 “이같은 비공개 기출문제 자료집을 가질 수 없는 비명문대 학생들은 정상적으로 입사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직원들의 학벌 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실명이 드러날 경우 피해가 예상되는 취재원, 익명을 원하는 취재원은 익명 처리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기사 내용과 관련해 이해관계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 취재하고 직접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자료집처럼 명확한 증거가 없어 기사에 반영하지 않았지만 취재원들은 금융감독원·한국은행 필기시험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다른 제도적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한국은행 필기시험은 보통 박사학위가 있는 직원들이 출제하는데 출제자를 공개하지 않고, 출제 기간 동안 출제자가 외부와 접촉할 수 없게 하지만 채용 전 특정 직원이 갑자기 사라지면 내부 직원들은 그 사람이 출제자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해당 직원의 박사학위 주제, 연구 분야와 기존 보고서, 근무했던 부서 등을 보고 어떤 문제를 출제할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현직 직원들이 출신 대학별로 모여 예상 문제를 수합해 후배들에게 알려준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한 대안은 다른 기관들처럼 외부 기관이 시험 문제를 출제하게 하는 것이어서 기사 말미에 현 교수의 멘트로 반영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금융감독원·한국은행 비공개 기출문제 유출에 대한 선행보도는 없었고 타 보도에 관한 표절도 하지 않았습니다. 타 매체 추종보도가 적은 것은 대학명 등을 익명처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추종보도>
뉴스웨이/한은·금감원 직원들, 입사 기출문제 대학 후배에 유출 논란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은행은 초판 기사가 나간 직후 기출문제 유출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을 보완하기 위해 2021년도 기출문제를 공개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기사가 보도되고 8일 뒤 실제로 해당 기출문제가 공개됐습니다. 금융감독원도 공평한 정보공개를 위해 올해 5급 채용공고가 나가는 8월 전후로 기출문제를 공개한다고 밝혀왔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청년실업이 악화되고 공정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공공연하게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저해하던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고발했습니다.
명문대 출신이 대부분인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승진과 배치에서 학연이 작용하는 등 학벌주의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조직입니다. 준비생들이 입사 전부터 학벌에 힘입은 특혜를 받고 조직에 들어온다면 학벌주의는 공고하게 이어집니다. 이는 합리적인 조직의 운영을 저해하고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혹자는 “기출문제 유출로 명문대 출신들이 받는 혜택보다 지방인재채용목표제로 인해 지방대 출신들이 받는 이득이 훨씬 크다”, “선배가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지방인재채용목표제의 합리성을 떠나 채용 절차의 공정성은 최대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연세대학교 등 보도당사자의 반론을 기사에 반영했습니다. 외부 지원은 없었고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도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0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7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7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숫자로 보면 12대1의 경쟁률이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 1’ 부문에서는 MBC의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와 SBS의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영상 및 거짓증언 요구정황> 보도가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MBC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는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를 낱낱이 파헤치면서도, 인권 차원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배제하는 취재윤리가 돋보였다. SBS <법무차관 폭행영상 요구정황>은 영상 보도가 바로 사표 제출로 이어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6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농민신문의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보도는 잊혀져가는 농업고등학교의 가치와 미래를 재조명하며 농업전문 언론사의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민일보의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보도는 14년 동안의 방대한 자료를 섬세하고 끈기 있게 분석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후보작은 17편으로, 이번 출품 부문 중 가장 많았다. G1 강원민방의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와 KBS춘천의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 두 수상작 모두 강원도 기자들이 이뤄낸 성과다.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는 성매매를 당한 여성이 중고교 재학생이라는 점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도록 한 경찰 내부규정이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 호평을 받았다.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는 6개월에 걸친 피해자 설득과 경찰청이 직접 경찰관 12명을 징계하는 데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2021년 8월 ‘기레기’라는 비판을 넘어 ‘기더기’라는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의 인권과 진실을 향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는 몇 달째 출품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역시 출품작이 한두 편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 기자상을 받은 한 기자는 수습 시절 이렇게 말했다. “기자 이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때론 힘에 부칠 때가 있는 기자들이 기자상을 통해 다시 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