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 ⑤ 기타( )
“강릉에서 다이빙을 해봤더니 바닥에 골프공이 많더라.”
강원 강릉시의 한 앞바다에 골프공이 수북하게 쌓여있단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제보 창구를 통해 접수된 정식 제보가 아니라, 강릉 앞바다에서의 다이빙 경험을 가진 누군가가 말한 게 전해진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골프공이 발견됐다는 구체적인 정보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점이 중요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디를 들어가도 골프공을 볼 수 있는 정도여야 보도 가치가 있을 걸로 판단했습니다. 진위를 가리려면 직접 바다에 들어가 두 눈으로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수중취재팀을 꾸려 직접 바다에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지난한 준비 과정을 보냈습니다. 다이빙을 위해선 자격이 필요했습니다. 취재기자는 다이빙 경험은커녕 잠수를 해본 경험조차 없었습니다. 자격을 따기 위해선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언론 취재 경험이 있는 다이빙 강사를 섭외해 주말마다 실습을 받으며 자격증을 땄습니다.
준비는 자격증을 따는 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수중 취재팀 전원이 바다로 나가기 위해선 배를 빌려야 했습니다. 강릉 지역의 다이빙 업체를 수소문해 이틀 간 취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배를 어렵게 빌릴 수 있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만발의 준비를 마친 수중취재팀은 잠수복을 입고 배를 띄워 수심 12m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제보 내용처럼 골프공이 해양생물 번식을 위해 설치해둔 인공어초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골프공이 바다 바닥에서 조류에 의해 휩쓸려 다니다가 인공어초에 걸려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취재팀은 수심 12~33m 총 네 곳에 들어가 공통적으로 골프공이 깔려 있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뭍으로 나와선 단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골프공이 어디서 왔을지, 출처를 찾아 헤맸습니다.
유력한 건 골프공이 발견된 해역에서 1.5~2km 떨어진 공군에서 운영하는 골프장과 사설골프장 등 2곳이었습니다. 담당자들은 모두 골프공 유실 가능성을 부인했습니다.
취재팀은 지역에서 오래 산 어민 등을 상대로 수소문했습니다. 과연 공군 골프장에서 “비가 오거나 하면 물을 바다로 빼낸다”는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물은 공군 골프장을 가로지르는 하천이었습니다. 골프장의 해저드로써 기능하기도 했습니다. 해저드에 빠진 공이 바다로 그대로 빠져나오는 건 아닐까, 하는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결정적으로, 하천에서 바다로 연결되는 지점에 있는 배수펌프장을 운영하는 한국농어촌공사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부장급 담당자를 만나 이 시설에 골프공의 유실을 막을 어떤 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단 점을 확인했습니다. 수로 시설의 설계도를 확보해 추궁한 결과, 농어촌공사 책임자는 공군 골프장에서 골프공이 유실된단 점을 인정했습니다. 이 담당자는 “군부대이다 보니 담당자가 오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면서 그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져오지 않은 점을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취재팀은 재차 유실 가능성을 부인하는 공군 측에 계속해서 반박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공군 측은 ‘무거운 골프공이 바다 바닥에서 굴러 (취재팀이 골프공을 발견한 지점까지)나갈 가능성이 적다’면서 선을 그었습니다. 취재팀은 해양물리학 전문가를 통해 소금물로 이뤄진 바다 속에서 골프공이 부력을 받기 때문에, 조류의 영향을 받아 쉽게 움직일 수 있단 점을 들어 반박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바다에서 수거한 해당부대 마크가 찍힌 골프공을 들이밀자 공군은 입장을 바꿔 유실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취재팀은 수거한 골프공을 서울의 한 전문 분석기관에 가져가 성분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이 골프공이 분해되며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지고 있단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폐골프공의 처리가 통상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려 폐골프공 재활용업체와 생산 공장을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폐골프공이 사업폐기물이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폐기 전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 5t 미만일 땐 신고 의무가 없는 점 등을 리포트에서 지적해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SBS 보도 뒤 타 매체에서 이 사안을 조명하진 않았습니다. 수중취재팀을 꾸려 바다 속으로 들어가 확인하는 취재과정이 그만큼 녹록치 않은 방증이라고 봅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보도는 실질적인 대책을 이끌어냈습니다. 공군은 유실 사실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바다로 이어지는 폭이 약 2m 정도 되는 수로 다섯 곳에 거름망을 설치했습니다. 또 분기마다 1회씩 진행하던 골프공 수거 작업을 매주 진행하는 걸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강릉소방서 경포수난전문의용소방대 다이버 요원 20여명이 보도에서 다룬 지점을 포함해 강릉 바다에 쌓인 골프공 수거 작업을 시작하겠다며 계획을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골프공 유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행동에 나선 겁니다. 취재가 없었더라면, 골프공 유실은 계속됐을지 모릅니다.
취재팀은 여러 전문 연구기관과 대학의 문을 두드려 골프공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물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곳도 시원한 답을 주지 못 했습니다. 국내에서 골프공의 자연분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뤄진 연구가 전무했고, 논문 1편 나온 적이 없단 점을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됐습니다. 그간 조명돼오지 않았던 작은 골프공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취재팀은 문제의식을 담아 리포트에서 지적했습니다. 보도가 나가고 취재 과정에서 문의를 넣었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기관과 여러 골프 전문가들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 했던 문제를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이번 취재를 시작으로 후속 연구 등 시도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회차 심사평
제370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7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7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숫자로 보면 12대1의 경쟁률이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 1’ 부문에서는 MBC의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와 SBS의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영상 및 거짓증언 요구정황> 보도가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MBC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는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를 낱낱이 파헤치면서도, 인권 차원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배제하는 취재윤리가 돋보였다. SBS <법무차관 폭행영상 요구정황>은 영상 보도가 바로 사표 제출로 이어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6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농민신문의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보도는 잊혀져가는 농업고등학교의 가치와 미래를 재조명하며 농업전문 언론사의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민일보의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보도는 14년 동안의 방대한 자료를 섬세하고 끈기 있게 분석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후보작은 17편으로, 이번 출품 부문 중 가장 많았다. G1 강원민방의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와 KBS춘천의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 두 수상작 모두 강원도 기자들이 이뤄낸 성과다.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는 성매매를 당한 여성이 중고교 재학생이라는 점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도록 한 경찰 내부규정이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 호평을 받았다.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는 6개월에 걸친 피해자 설득과 경찰청이 직접 경찰관 12명을 징계하는 데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2021년 8월 ‘기레기’라는 비판을 넘어 ‘기더기’라는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의 인권과 진실을 향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는 몇 달째 출품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역시 출품작이 한두 편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 기자상을 받은 한 기자는 수습 시절 이렇게 말했다. “기자 이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때론 힘에 부칠 때가 있는 기자들이 기자상을 통해 다시 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