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단독취재( ) ②단독기획( ) ③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제보( ) ⑤ 기타(경향신문-EBS 공동기획)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지난 3월 초, 한 의원실을 통해 연락을 받았습니다. EBS가 교육불평등을 주제로 3부작을 준비 중인데 협업할 신문사를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정 신문과 방송사가 하나의 주제로 기획을 함께한 사례가 없었던 데다 경향신문 내 교육팀은 2명뿐이라 당시에는 고민이 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 간, 학교 간, 지역 간 격차는 물론 경제형편에 따른 교육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던 터였습니다. 한번쯤은 다뤄야할 주제지만, 너무 큰 담론이라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의제였습니다. 진지하게 접근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EBS와 함께 기획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협업은 예상보다 순조로웠습니다. 기획 단계 초반부터 큰 틀을 함께 잡고 세부 취재 및 보도방식을 같이 고민하며 일정 등을 공유했습니다. 기획명은 [대한민국 헌법 제31조]로 정했습니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며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기본권을 정면으로 내세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취재원 섭외와 주요 질문지 작성 등을 함께했습니다. 다만 매체 특성에 맞춰 각각 기획을 소화하기로 했습니다. 방송은 취재원 인터뷰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로 풀어가고, 신문은 취재원들 이야기에 전문가 분석을 더하고 사회구조적 문제 등도 함께 짚어주기로 했습니다. 방송은 방송대로, 신문은 신문대로 접해본 적 없는 서로의 업무 진행 방식을 인정하며 논의하다보니 그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는 실제로 신문과 방송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요 장치로 활용됐습니다.
1회 <15세, 수학을 말하다>에서 전국 중학교 2~3학년 37명을 만나 수학에 대한 흥미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직접 그려보게 한 수학 학습 생애사는 경향신문이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수학은 선행학습을 가장 먼저 시작하는 과목이자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높은 과목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그래프에는 단순히 수학 한 과목이 아닌 학업성취 전반에 걸친 학생들의 포기와 불안, 극복, 인내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가정형편 등 학생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래프 모양은 달랐습니다. 특히 “수학을 배우는 이유도 내신을 잘 받아 대학에 가기 위해서” 등 학생 개개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 수포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을 하는가 하면 혼자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며 질문할 곳이 없어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미 중학교 때부터 같은 출발선에 서 있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 것입니다.
2회 <대학생, 사다리를 말하다>에서는 대학생 21명을 만나 한국사회에서 아직도 교육이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이들에게는 능력과 성공 공식을 직접 만들어보도록 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부모의 사회적 지위+능력×(학벌+취업)²=성공’ ‘부모의 경제력×부모의 사회적 지위+능력×(학벌+취업)²=성공’ 등 학생들이 만든 공식을 보면 진학 및 취업에서 이들을 좌절하게 하는 요인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방송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다뤄지지 않았지만, 신문에서는 이 공식을 통해 교육과 노력만으로는 능력을 인정받거나 계층 이동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지금 대학생들의 인식을 담았습니다. 교육에서 빚어진 불평등과 격차는 대학 진학 이후에도, 취업시장 진출 등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랜 시간 대입에 매달려온 대학생들은 길은 좁고, 경쟁자는 많은 현실에서 저마다 자기 앞에 놓인 또 다른 사다리 앞에 서 있었습니다.
3회 <헌법 제31조를 다시 말하다>는 헌법31조 1항에 명시된 ‘능력’이 무엇인지, 공정과 기회의 격차는 어디서 비롯한 것인지 등을 전문가들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 좌담회에는 경향신문 김서영 기자가 참여해 이번 기획을 취재하며 보고 듣고 느낀 교육불평등 현실과 교육격차의 민낯 등을 가감없이 전했습니다. 기사에서도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능력주의와 공정담론, 시험주의와 교육격차의 연결고리를 짚어줘 헌법에서 명시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어떻게 일그러지고 있는지를 다뤘습니다.
경향신문은 지면기사와 별도로 기획 1·2회에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각각 구현했습니다. 기획기사와 함께 물리는 인터랙티브 페이지는 통상 기사가 먼저 보도된 뒤 시차를 두고 오픈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31조]에서는 1회 기사 <15세, 수학을 말하다>가 보도된 6월21일에 1회 인터랙티브 페이지(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1/edu31/index.html)도 동시 서비스됐습니다. 2회 <대학생, 사다리를 말하다> 인터랙티브 페이지(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1/edu_sec/)도 7월1일부터 서비스 중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대한민국 헌법 제31조]는 총 3회로 제작됐습니다. 이중 익명 학생 취재원은 한 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1회에 만난 중학생 37명과 2회에 만난 대학생 21명은 모두 지난 4~5월에 인터뷰했는데 섭외 단계에서부터 실명과 얼굴 공개를 전제로 했습니다. 1회에서 100점 만점에 9점을 받은 학생이나 2회에서 지잡대(지방의 잡스러운 대학)라는 놀림을 받는다는 대학생도 모두 실명으로 보도해 생생한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익명 취재원은 2회에서 한 학부모가 나옵니다. 이 학부모는 현재 공무원 신분으로, 아들이 어릴 때부터 과하게 사교육을 시켰다는 비난을 우려해 익명을 원했습니다. 그 외에 익명으로 등장하는 취재원은 없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대한민국 헌법 제31조]는 EBS 제안으로 시작한 기획이지만, 기획 초기 단계부터 방향과 진행 방식 등을 함께 논의해 만들어갔습니다. 콘셉트부터 취재원 섭외 및 주요 인터뷰 질문 정리 등을 함께 하고 공유했습니다. 경향신문 기자들의 경우 기획과 함께 일상 업무를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모든 인터뷰를 함께할 수는 없었으나 가능하면 많은 인터뷰이를 직접 만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신문기사에 등장한 전문가 인터뷰의 경우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으나 일부 전화로 취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지면 기사와는 별도로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구현했습니다. 1회와 2회가 각각 다른 주제인 데다 인터뷰이도 수십여명에 달해 방대한 만큼 회차에 맞는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교육불평등’을 주제로 다루면서 [대한민국 헌법 제31조]처럼 많은 학생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 기획은 없었습니다. 대개는 사교육을 많이 받는 학생과 가정형편상 그렇지 못한 학생의 사례를 비교하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육불평등은 정말 가난한 일부 학생들이 겪는 안타까운 일 정도로 치부되기 일쑤였고 대개는 나의 일로 체감하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학생 37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잘하는 학생대로, 못 하는 학생은 못하는 대로 각각 나름의 불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못하면 실패한 인생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불안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였습니다. 대학생 21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각종 교육 인프라와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편입에 성공해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학벌 차별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학생들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굳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획은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주요 기사로 노출됐고 일부는 SNS에 공유되며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첫 회가 나간 날 한 누리꾼은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헌법 제31조]를 소개하며 “내가 한국에서 본 교육기사 중 최고다. 경향신문 큰 일 했다. 집밖으로 안 나가는 내가 이거 기획하고 기사 쓴 기자랑 만나서 어떻게 했는지 물으며 많이 배우고 싶을 정도다. 감탄하며 읽은 기획”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기획이 연재된) 3일 내내 꼼꼼히 읽은,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게 했다”고 호평했습니다. 기자협회보는 최근 <경향신문과 EBS가 만나 '헌법 제31조'를 논하다> 기사에서 기획을 통한 경향신문과 EBS 협업을 보도하며 “경향은 이들의 이야기에 각종 자료와 전문가 인터뷰 등을 추가해 ‘깊고 넓게’ 풀어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대한민국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헌법 31조의 본래 의미를 사회적으로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학생들은 중학생이나 대학생이나 자신이 경험한 교육불평등을 떠올리면서 “균등이라고 하면 모두 똑같이 교육을 받아야 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헌법에 명시된 교육기본권과 현실의 괴리를 의아해했습니다. 기획을 접한 독자들의 반응도 대부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의 당초 취지는 차별 없이 교육의 기회를 고르게 보장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기획은 ‘시험=공정’이라는 명제에 갇혀 우리 사회가 불평등을 능력으로 포장해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자칫 공정담론이 비뚤어진 능력주의 강화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한번쯤 생각해보게끔 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별도의 외부 지원은 없었습니다.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 피 신청사항도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0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7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7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숫자로 보면 12대1의 경쟁률이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 1’ 부문에서는 MBC의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와 SBS의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영상 및 거짓증언 요구정황> 보도가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MBC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는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를 낱낱이 파헤치면서도, 인권 차원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배제하는 취재윤리가 돋보였다. SBS <법무차관 폭행영상 요구정황>은 영상 보도가 바로 사표 제출로 이어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6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농민신문의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보도는 잊혀져가는 농업고등학교의 가치와 미래를 재조명하며 농업전문 언론사의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민일보의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보도는 14년 동안의 방대한 자료를 섬세하고 끈기 있게 분석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후보작은 17편으로, 이번 출품 부문 중 가장 많았다. G1 강원민방의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와 KBS춘천의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 두 수상작 모두 강원도 기자들이 이뤄낸 성과다.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는 성매매를 당한 여성이 중고교 재학생이라는 점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도록 한 경찰 내부규정이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 호평을 받았다.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는 6개월에 걸친 피해자 설득과 경찰청이 직접 경찰관 12명을 징계하는 데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2021년 8월 ‘기레기’라는 비판을 넘어 ‘기더기’라는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의 인권과 진실을 향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는 몇 달째 출품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역시 출품작이 한두 편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 기자상을 받은 한 기자는 수습 시절 이렇게 말했다. “기자 이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때론 힘에 부칠 때가 있는 기자들이 기자상을 통해 다시 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