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O ), ⑤ 기타( )
지난 5월 초 회사 선배로부터 녹취록을 건네받았습니다. 가평군 상천테마파크 민간위탁사업과 관련해 민간사업자가 지역 토착 세력과 유착해 사업 편의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수억 원을 전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이권을 놓고 돈이 오갈 수 있는지, 또 인구 6만에 불과한 작은 기초자치단체에서 억대의 뇌물 거래가 어떻게 가능한지 반신반의하였습니다.
바쁜 일과로 며칠이 지난 뒤 선배가 준 녹취록을 살펴보게 되었고, 녹취록을 읽어 내려가면서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대화가 오갔고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금품 제공 목적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는 김성기 가평군수의 결심공판을 앞두고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이 마지막 증언에서 김 군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지금까지 들어간 법정 비용을 보전해 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는 기자의 입에서 나왔고, 민간사업자는 자신의 사업 성공을 위해 금품을 전달할 구체적인 방법까지 거론했습니다.
사업자는 금품 전달 대가로 가평군이 추진하고 있는 민간위탁사업에 대해 기자를 통해 군수, 공무원, 군의원 등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받기로 약속받았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제보 내용은 전형적인 토착비리의 전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 간 주도권 싸움에 언론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또 다양한 인물들이 얽혀있는 만큼 자칫 선량한 피해자를 낳는 것은 아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취재에 들어가기에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성기 가평군수의 1·2심 재판의 판결문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금품 전달 배경이 된 재판 과정에서 함께 기소된 피고인 2명이 어떠한 증언을 이어갔는지, 그 증언이 김성기 군수 혐의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우선 파악해야 했고, 김성기 군수의 혐의는 최초 지방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만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녹취록 분석을 이어갔고, 제보자를 수소문해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일주일 간 분석 작업에만 몰두했습니다. 자료를 분석하며 고민은 확신으로 거듭났고, 가평군에서 벌어진 토착비리 건에 대한 취재를 진행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취재는 녹취록에 등장한 피고인 2명에게 3억 원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돈을 계획보다 빨리 마련해 줘야 한다는 내용부터 시작됐습니다. 지역 기자가 말한 금품 전달 배경의 신빙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판결문 입수해 분석한 결과 피고인 2명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된 증언으로 김성기 군수와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김 군수는 지난 1월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2020년 6월 17일 지역 기자와 민간사업자가 나눈 대화에서 사업자는 4개월에 걸쳐 총 5억 원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고, 기자는 돈을 건네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였습니다. 김 군수의 항소심 결심 공판은 2020년 7월 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됐습니다.
기자는 금품 제공 대가로 사업 편의를 약속하며 군수를 비롯해 공무원, 군의원, 지역 유지 등 여러 인물의 실명을 거론했고, 이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사업자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였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민간사업자가 사업 편의 제공 조건으로 2억 원을 우선 전달했다는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민간사업자는 협력업체 관계자에게 30억 원 상당의 일을 밀어주는 조건으로 3억 원을 빌려달라고 요청하며 2억 원이 우선 전달됐다고 수차례 얘기한 것입니다.
민간사업자는 “가평군에서 자신을 밀어주고 있다”, “사업 대상지 인근 유휴부지 사용권한도 확보했다”라는 등 가평군에 자신의 뒷배가 있다는 것을 협력업체 관계자에게 수차례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정황들은 가평에 연고도 없는 외지 사업가가 단기간 내에 지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셈입니다.
[본지 주요 보도 목록]
①[단독] "김성기 가평군수를 둘러싼 은밀한 거래"…불리한 증언? '입막음 시도' 정황
②[단독] 김성기 가평군수, 이권사업 청탁 받았나?…공무원‧군의원도 오르락
③[단독] 가평군에서 뒤 봐준다?…"2억 우선 전달 주장" 증언
④[단독] "이미 결정, 쇼해야지"…가평군 위탁사업자의 '뒷배'는 누구?
⑤[단독] 외지 사업가, 가평군서 터 잡은 비결은?
⑥가평군수, 경찰에 '수사요청'…의혹에는 '묵묵부답' 왜?
⑦가평군 위탁사업 편의‧대가 의혹…경찰, 수사 착수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취재원 보호를 위해 실명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취재원 인터뷰, 자료 분석, 현장취재 등을 병행하였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본지는 ‘가평군수를 둘러싼 은밀한 거래’ 연속 보도와 관련해 김성기 가평군수 측에 반론권을 제공하기 위해 수차례 입장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김 군수 측은 연락을 끊고 답변을 거부하였고, 이후에도 본지는 계속해서 김 군수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하였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습니다. 민간사업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5월 31일 첫 보도 이후 의혹 당사자인 지역 기자는 6월 1일 자신의 인터넷 매체를 통해 사과문을 올리고 자신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해당 기자는 의혹의 중심에 군수, 군의원, 공직자들이 연루된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며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추진했던 사람으로서 저로 인해 이미 회복될 수 없는 피해를 보신 분들에게 사죄하고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간곡한 심정으로 사과문을 올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자의 사과문은 어느 순간 인터넷 매체에서 사라졌고, 김 군수 측은 지금까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는 상태여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만 증폭되고 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지 첫 보도 이후 몇몇 언론사에서 취재 내용을 공유하자는 연락을 받았으나 취재원 보호와 관련 자료 유출 우려로 제안을 거절하였습니다.
타 매체의 선행 보도와 타 보도에 대한 표절은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평군수를 둘러싼 은밀한 거래’ 연속보도 이후 가평군 지역사회는 크게 술렁였습니다. 지금까지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관내 여러 비리 의혹 가운데 명백한 증거와 정황을 통한 첫 기사가 보도됐기 때문입니다.
인구가 적은 지역사회의 특성상 관련 내용이 알려질 경우 증거 은폐, 입막음 시도 등 사실이 오염될 것을 우려해 취재진은 보안을 유지하며 지역 주재 기자에게도 관련 내용을 알리지 않고 취재를 진행하였습니다.
첫 보도 이후 지역 주재 기자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관련 내용을 묻는 전화를 100통 이상 받는 등 진통을 겪었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아는 내용이 없는데 뭐라 설명해 줄 것도 없어서 난처했다고 합니다.
인구 6만 명의 작은 도시에서 벌어진 비리 의혹 보도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고, 그동안 장사시설 설치로 주민과 갈등을 겪어온 김성기 가평군수에 대한 민심은 들끓었습니다.
지난 6월 초 진행된 가평군의회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도 군의원들은 본지 연속 보도에 대해 가평군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것에 크게 질타했습니다.
아울러 경찰에서도 관련 보도에 대한 내사 착수를 위해 본지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현재 협력업체의 고소로 해당 내용은 정식 수사로 전환되었고,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수사1대가 수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지역 토착 비리 의혹의 실체적 진실은 앞으로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본지는 토착비리 의혹 보도와 관련해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고, 무엇보다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반론권을 존중하였습니다. 일주일 간 자료 분석에 매진했고, 취재를 통해 확인된 결과물만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였고, 반론권도 최대한 보장하였습니다.
자칫 선량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는 의혹 보도에 대한 검증을 수차례 거듭했고, 지방권력에 의한 토착비리 의혹을 면밀히 분석해 지난 5월 31일부터 6일 간에 걸쳐 지면 1면과 인터넷을 통해 보도하였습니다.
이후 2차례에 걸친 후속 보도를 통해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입장을 또다시 보장하였고, 경찰의 수사 착수, 과정 등을 기사화하였습니다.
본지 보도평가위원회에서는 해당 보도는 사회 문제의 공정성을 끝까지 추적하는 사회 정의로서 기능을 잘 실천한 사례이고, 6일간 지면 1면 톱으로 다룬 뚝심은 신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였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은 없었습니다. 보도 당사자인 김성기 가평군수는 관련 내용에 대한 진정서를 경찰에 접수하였습니다. 또 내용증명을 통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판단한다며 본지 보도에 대해 사과와 정정·사과 보도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본지는 관련 보도에 대한 법률 검토 거쳐 그 결과를 내용증명 회신을 통해 김 군수 측에 전달하면서 지금이라도 본지가 적극 제공하고 있는 ‘반론권’ 거부를 철회하고 입장 표명을 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김 군수 측은 현재까지 어떠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본지 보도에 대해서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반론 보도를 청구하지 않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0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7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7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숫자로 보면 12대1의 경쟁률이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 1’ 부문에서는 MBC의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와 SBS의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영상 및 거짓증언 요구정황> 보도가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MBC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는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를 낱낱이 파헤치면서도, 인권 차원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배제하는 취재윤리가 돋보였다. SBS <법무차관 폭행영상 요구정황>은 영상 보도가 바로 사표 제출로 이어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6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농민신문의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보도는 잊혀져가는 농업고등학교의 가치와 미래를 재조명하며 농업전문 언론사의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민일보의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보도는 14년 동안의 방대한 자료를 섬세하고 끈기 있게 분석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후보작은 17편으로, 이번 출품 부문 중 가장 많았다. G1 강원민방의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와 KBS춘천의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 두 수상작 모두 강원도 기자들이 이뤄낸 성과다.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는 성매매를 당한 여성이 중고교 재학생이라는 점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도록 한 경찰 내부규정이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 호평을 받았다.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는 6개월에 걸친 피해자 설득과 경찰청이 직접 경찰관 12명을 징계하는 데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2021년 8월 ‘기레기’라는 비판을 넘어 ‘기더기’라는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의 인권과 진실을 향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는 몇 달째 출품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역시 출품작이 한두 편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 기자상을 받은 한 기자는 수습 시절 이렇게 말했다. “기자 이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때론 힘에 부칠 때가 있는 기자들이 기자상을 통해 다시 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