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ㅇ),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재개발’ 하면 궁금해지는 것들 ]
그의 말 한 마디가 시작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노인들을 취재하러 경기도 광명에 갔을 때였습니다. 어르신 섭외를 도와준 노인복지관의 사회복지사는 공사 현장 인근을 지나며 말했습니다.
“광명이 전부 다 개발이 돼서 어르신들이 갈 곳이 없어요. 연고도 없는 시골로 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언제부터였을까요. 우리는 재개발, 아파트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오는지’ ‘청약 조건은 어떤지’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부터 궁금해집니다. 집에 대한 욕망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시대, 우리는 그 욕망으로 인해 내팽개쳐지는 삶에 대해서는 오래 침묵했습니다.
[ 떠날 이들을 찾아 나서다 ]
주거환경 개선, 주택 공급 이라는 ‘공익’ 앞에서 자신의 삶터를 지키려는 목소리는 늘 이기적인 것으로 치부돼 왔습니다. ‘철거민’이란 말에는 으레 “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그런다” “생떼를 부린다”는 낙인이 붙고, 그들의 목소리는 같은 이유로 폄훼돼 왔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뉴타운, 재개발, 신도시 개발 등 각종 개발을 앞둔 지역에 가봤습니다. ‘경기도 최대 규모’ 뉴타운이 들어서는 경기 광명시를 비롯해 재개발을 앞둔 서울 명동과 경기도 구리시, 3기 신도시 개발이 예정된 경기도 남양주시와 고양시에 갔습니다. 해당 지역 복지관이나 주변 이웃의 소개로, 혹은 길에서 우연히 철거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 소리도 없이 지워지는 사람들 ]
경기도 광명시에서는 114만6,000㎡(약 35만 평)에 달하는 주택가를 허물고 아파트를 짓는 뉴타운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세입자 주거대책이 없는 동시다발 공사에 한 할머니는 5년 간 전셋집이 세 번이나 헐렸습니다. 공사로 인한 주택 부족과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천정부지로 치솟아버린 전셋값. 작고 낡은 집에 세 들어 살던 사람들, 특히 노인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아무도 없는 시골에 가서 혼자 살다가 죽을까 싶다”는 할아버지, “죽는 것도 어렵다”는 아흔의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갈 곳 없는 이들은 목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습니다.
UN 사회권 규약 위원회는 노인의 주거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모든 사회적 관계망이 동네를 중심으로 형성된 노인에게 주거는 단순히 집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세입자 대책뿐 아니라 가장 약자인 노인에 대한 대책 역시 전무합니다.
상가 세입자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용산참사’라는 비극을 겪고도 12년간 달라진 건 상가 세입자에게 주는 영업손실 보상금이 3개월 치에서 4개월 치로 한 달 늘린 게 전부라는 사실은 참담합니다. 그래서 상가 세입자에게 재개발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입니다. 권리금 등 경제적 손실에다 재개발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꼼수로 법이 보장하는 보상조차 받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구리시의 한 상가 세입자들은 12년 전 용산에서처럼 옥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신도시 개발’은 어떨까요. 원주민들이 보상금으로 일확천금을 버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임차농들은 실제 소득의 20%밖에 안 되는 농업손실 보상금을 받고 생계 터전을 잃게 됩니다. 자신의 땅에서 50년 넘게 목장을 운영하던 축산업자 역시 목장을 옮길 곳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습니다.
주거 세입자, 상가 세입자, 임차농. 이들에게 개발은 ‘재난’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습니다. 40여년 전 출간된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 ‘공익’의 탈을 쓴 한국식 개발 ]
세입자들이 갈 곳도 없이 쫓겨나는 비극이 되풀이 되는 건 민간 주도 개발 방식 때문입니다. 지자체 등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리 감독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토지·주택 소유주로 구성된 조합이 개발을 주도합니다. 개발 이익 역시 조합이 독식합니다. 주택 공급,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공익의 외양을 띠지만 실상은 없는 자들이 맨몸으로 쫓겨나고, 개발 이익이 중상위층에게만 돌아가는 악순환이 40년 넘게 반복돼 오고 있습니다.
외국은 많이 다릅니다. 자본주의의 첨병인 미국조차 ‘동등한 대체주택 제공 없이는 이전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세입자의 기본 권리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세입자도 재개발 주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고, 독일은 반드시 주민들과 ‘사회 계획’을 세워 세입자 등 거주자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도록 합니다.
공익의 탈을 쓴 채 토지 소유주들의 배만 불리는 개발의 패러다임을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 창간기념 기획으로 보도, 인터스티셜 제작 ]
한국일보는 위의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6월9일~12일까지 ‘21세기 난쏘공’을 4회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이 기획기사는 한국일보의 ‘67주년 창간기념 기획보도’이기도 했습니다.
<1회>살 곳 없는 세입자들
<2회>생계 잃은 농민들
<3회>내몰리는 상인들
<4회>한국식 폭력적 개발 언제까지
그리고 6월13일에는 ‘시리즈를 마치며’라는 온라인 기사를 통해 개발을 앞둔 지역에서 기자들이 만난 철거민 12명의 인터뷰를 모두 모아 보도했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61112240003554)
또 경기도 광명에서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바탕으로 한국일보 온라인 사이트인 ‘한국일보 닷컴’ 전면을 인터스티셜 페이지로 제작했습니다. 이 페이지에선 독자들이 마우스를 이용해 360도로 경기도 광명 개발 지역을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개발 현장을 다룬 기획에 적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입니다.
(21세기 난쏘공 인터스티셜 https://www.hankookilbo.com/special)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기사에 사용된 모든 바이라인은 직접 취재한 기자의 바이라인입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이 보도와 관련해 참고한 선행보도는 없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21세기 난쏘공’ 4회에서는 3기 신도시에 선정된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문화마을에 대해 댜뤘습니다. 이 마을은 정부의 농어촌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지만 3기 신도시에 포함되며 조성 10여년 만에 헐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정부를 믿고 대출을 받아 집을 지은 농민들은 정부에 토지를 강제 수용 당하게 생겼습니다. 김영주 남양주시의회 의원은 6월18일 열린 시의회 본회의에서 한국일보의 보도 내용을 인용하며 진건문화마을이 3기 신도시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집행부에 건의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 보도는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하였으며, 한국일보 내부에서 좋은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없이 보도했으며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 피신청 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0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7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7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숫자로 보면 12대1의 경쟁률이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 1’ 부문에서는 MBC의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와 SBS의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영상 및 거짓증언 요구정황> 보도가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MBC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는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를 낱낱이 파헤치면서도, 인권 차원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배제하는 취재윤리가 돋보였다. SBS <법무차관 폭행영상 요구정황>은 영상 보도가 바로 사표 제출로 이어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6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농민신문의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보도는 잊혀져가는 농업고등학교의 가치와 미래를 재조명하며 농업전문 언론사의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민일보의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보도는 14년 동안의 방대한 자료를 섬세하고 끈기 있게 분석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후보작은 17편으로, 이번 출품 부문 중 가장 많았다. G1 강원민방의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와 KBS춘천의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 두 수상작 모두 강원도 기자들이 이뤄낸 성과다.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는 성매매를 당한 여성이 중고교 재학생이라는 점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도록 한 경찰 내부규정이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 호평을 받았다.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는 6개월에 걸친 피해자 설득과 경찰청이 직접 경찰관 12명을 징계하는 데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2021년 8월 ‘기레기’라는 비판을 넘어 ‘기더기’라는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의 인권과 진실을 향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는 몇 달째 출품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역시 출품작이 한두 편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 기자상을 받은 한 기자는 수습 시절 이렇게 말했다. “기자 이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때론 힘에 부칠 때가 있는 기자들이 기자상을 통해 다시 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