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기획
대전의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유리 창문 사이로 한 아이가 고개를 빼꼼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더니 잠시 뒤 쭈뼛쭈뼛 식당 입구로 발을 들였습니다.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사장님, 여기 아이누리 카드로 밥 먹을 수 있나요?” 아이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에 입구로 나온 사장님은 “아이누리 카드가 뭐니? 그런 카드는 받아본 적도 본 적도 없어서.” 라고 답했고, 그 말에 아이는 문을 닫고 도망가듯 달려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취재진 역시 아이누리 카드를 알지 못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아이누리 카드를 검색해봤습니다. 알고 보니 대전 지역의 급식카드 이름이었습니다. 결식이 우려되는 아동들에게 지자체는 사정에 따라 한 끼 당 4,000원에서 9,000원까지 식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양가 있는 식사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도 든든한 한 끼를 먹으라고 지원해주는 금액인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주로 삼각 김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한 두 해 나온 건 아니었습니다. 식당에서 마주한 현실도 아이들이 일반 음식점이 아닌 편의점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기획 보도를 통해 아이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정보공개를 통해 아이들이 카드를 사용하는 곳과 금액, 구매 품목 등을 확인하고자 했고, 관련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더 잘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수치로 명확히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아이들이 편의점으로 향하는 이유를 직접 듣고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자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저 밥값을 쥐어주는 것이 아닌 마음을 채우는 따뜻한 밥 한 끼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아이누리 카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접 리스트를 확인해보니 중복되는 곳도 여러 곳이었고 전화번호와 주소가 제대로 안내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가맹점 숫자에 급급한 눈에 보여주기 식 급식카드 리스트였습니다. 안내된 급식카드 가맹점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카드를 쓰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천여 곳이 넘는 식당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했습니다. 폐업하거나 같은 식당이 여러 개 명단에 올라가 있는 부분도 세세히 파악했습니다. 대전 5개 구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자료를 분석하기까지 꼬박 2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리스트를 새롭게 정리해 TJB 홈페이지에 공유했습니다. 지자체 담당자 누구도 하지 않은 작업입니다.
코로나19로 급식이 중단되고, 스스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급식카드 예산은 늘었지만 지난해 대전에서만 10억 가까운 예산이 쓰지도 못한 채 그대로 소멸됐다는 점도 자료 분석을 통해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급식 카드를 쥐어주기만 바빴지, 정작 제대로 쓸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지 않았던 겁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급식카드를 제공하는 경기도청과 서울시 동대문구청 급식카드 담당자를 직접 만나 취재하면서 지자체의 의지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보도했습니다. 6차례의 집중 기획 보도를 통해 대전에서는 유성구가 처음으로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급식카드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아이들이 급식카드 가맹점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스티커를 붙이고, 많은 식당들이 건강한 한 끼를 제공 할 수 있도록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유성구를 시작으로 서구와 대덕구 등 다른 구는 물론 대전시에서도 관련 방안을 고민하고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급식카드 사용 실태를 정확히 알고 싶었습니다. 사용하는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많이 가입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많지 않다는 점, 일반 카드와 다르게 생긴 탓에 낙인감을 느낀다는 점, 지역마다 지원 금액이 다르다는 점 등등 여러 차례 지자체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바뀌지 않는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직접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그 과정에서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개선시킬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6차례 보도가 나간 후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한 아동이, TJB 보도 덕분에 이제는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지 않고 불고기 정식으로 든든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게 돼 고맙다는 마음을 전해 온 겁니다. 예전에는 눈치를 주던 식당 주인들도 급식카드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되면서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 줘 위로가 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2개월에 걸친 자료 조사와 취재로 급식카드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또 아이들이 사용함에 있어 조금이라도 편리해 졌다는 점에 감사하고, 앞으로 불편한 점들이 추가적으로 개선되길 계속 관심을 갖겠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시작된 TJB의 급식카드 기획 보도를 통해 급식카드에 대한 관심은 대전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했습니다. 지역별로 다른 급식카드에 대해 각 지역 언론사들이 관심을 가졌고, 개선방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TJB 보도에서 시작된 지자체의 변화에 타 매체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특히 유성구가 아동급식카드 활성화를 위해 움직이자, 연합뉴스와 대전일보를 비롯해 14개 지역 언론사에서 변화의 움직임을 보도했습니다.
* 타 매체 반향 첨부
5. 사회에 끼친 영향
밥 다운 밥을 먹을 수 있는 사회, 눈치 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사회.
TJB가 아동급식카드 기획보도를 준비하며 목표했던 바입니다. 단지 단발성 보도로 그치는 것이 아닌 ‘solution’을 고민하고자 했습니다. 지역 언론사들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바로 ‘solution journalism’ 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기획 보도로 일선 지자체가 움직였습니다. 문제로 지적했던 편의점에 치중된 가맹점, 알기 힘든 가맹점 위치 등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외식업중앙회와 MOU를 맺고, 가맹 스티커를 제작해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꾸민 겁니다. 이후 다른 구에서도 함께하고 싶다며 의사를 표시해, 변화의 움직임은 보다 확산될 전망입니다.
대전시도 급식카드 개선 방향을 놓고 다양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 달에 쓰지 못한 금액들은 소멸되어 지난해 10억 원의 예산이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대전시는 이 금액들을 그 다음 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이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카드 사용에 있어 ‘급식카드 낙인감’을 받지 않도록 카드를 IC 칩으로 교체하는 방안, 대전형 지역 화폐인 온통대전으로 바꾸는 방법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TJB 시청자위원회는 이번 급식카드 기획 보도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선한 뜻을 가진 업주들의 현장의 목소리 잘 담아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보도는 마치 현미경 같은데요. 세세하게 관심 있게 지켜보고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복지의 한계 같은 것들을 조명해준 거 같습니다. 아직도 미숙한 급식카드, 그러나 어떤 아이들에게는 너무 절실한 한 끼를 어떻게 하면 더 활용할 수 있는지 이곳저곳 엉성한 부분이 카메라와 인터뷰로 잘 설명됐습니다. 앞으로의 대안도 함께 소개돼 문제 제기로만 끝나지 않은 점도 공익적이었습니다.> 시청자위원회, 모니터 내용 일부 발췌
특히 타 지자체 등 다양한 사례를 비교해 구체적인 대안 제시뿐만 아니라 수치와 지도를 통해 자세히 문제를 짚어준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보도 이후 지역 맘 카페 등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번 기회에 급식카드에 대해 알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고 싶다는 선한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언론 윤리 위반 관련 제소 사항은 없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급식카드를 지급받은 아이들은 급식카드 가맹점을 통해 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맹점 이외에도 자발적으로 급식카드 소지 아동들에게 식사 등을 제공하는 <선한영향력가게> 등을 통해서도 따뜻한 밥 한 끼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들이 이러한 내용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금액을 지원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돕는 건 우리 어른들의 몫이지만 아이들의 시각이 아닌 어른들의 시각에서만 추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하게 됩니다. 관련 담당자들이 책상에서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점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실제 아이들을 섭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의 진심이 아이들에게 전달됐고 결국 아이들 마음의 문을 열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아이들의 필요한 점을 제대로 듣고 고민하고 분석했던 점들이 지자체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이번 기획보도는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한 데이터 분석으로 질적, 양적 조사를 함께 진행해 더 의미가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자체 조사한 데이터는 TJB 홈페이지에 게재해 아이들이 쉽게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향후에는 지자체와 함께 앱을 개발하거나 <급식카드>지도를 만들어 배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TJB는 계속해서 사회의 약자들을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현미경처럼 세세하게 비추겠습니다. 단지 조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늘 귀 기울이고 고민하겠습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아이들에게 그저 배를 채우는 밥 한 끼가 아닌
마음을 채우는 따뜻한 밥 한 끼를 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70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7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7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숫자로 보면 12대1의 경쟁률이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 1’ 부문에서는 MBC의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와 SBS의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영상 및 거짓증언 요구정황> 보도가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MBC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는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를 낱낱이 파헤치면서도, 인권 차원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배제하는 취재윤리가 돋보였다. SBS <법무차관 폭행영상 요구정황>은 영상 보도가 바로 사표 제출로 이어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6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농민신문의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보도는 잊혀져가는 농업고등학교의 가치와 미래를 재조명하며 농업전문 언론사의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민일보의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보도는 14년 동안의 방대한 자료를 섬세하고 끈기 있게 분석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후보작은 17편으로, 이번 출품 부문 중 가장 많았다. G1 강원민방의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와 KBS춘천의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 두 수상작 모두 강원도 기자들이 이뤄낸 성과다.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는 성매매를 당한 여성이 중고교 재학생이라는 점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도록 한 경찰 내부규정이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 호평을 받았다.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는 6개월에 걸친 피해자 설득과 경찰청이 직접 경찰관 12명을 징계하는 데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2021년 8월 ‘기레기’라는 비판을 넘어 ‘기더기’라는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의 인권과 진실을 향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는 몇 달째 출품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역시 출품작이 한두 편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 기자상을 받은 한 기자는 수습 시절 이렇게 말했다. “기자 이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때론 힘에 부칠 때가 있는 기자들이 기자상을 통해 다시 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