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④ 제보( O )
지난해 말, 취재진은 강원도 태백경찰서의 경찰관들 사이에서 성희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는 제보를 접했습니다.
“경찰관이 동료 여경의 사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모텔의 CCTV를 불법으로 열람했다”, “여경에게 간부급 경찰관이 순찰차에서 안전띠를 매달라고 부탁했다”, “남성 경찰관이 여성 휴게실에 몰래 들어가 속옷 사이에 꽃을 두고 갔다”, “이런 일이 2년 가까이 반복됐다.” 취재진이 확인한 한 신입 여성 경찰관의 피해 내용입니다.
민생치안의 최일선에서 시민의 안녕을 위해 일하고, 인권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경찰관이 조직적으로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제보가 사실이라면, 반드시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피해 여경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사전취재를 통해 경찰의 조직적 비위에 대해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바로 보도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피해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떠올리기 힘든 기억을 수면 위로 꺼낸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요청을 하고 기다렸습니다. 대신 차근차근 근거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두 달 뒤 마침내 피해 여경이 용기를 냈습니다. 무엇보다 최대한 부담을 덜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만나기로 약속을 하기 전부터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며, 친밀감을 쌓았습니다. 성폭력 상담소장에게 자문하며 성희롱이나 성추행 피해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우고, 이를 취재에 적용했습니다.
피해 여경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제대로 된 진술을 할 수 있도록 인터뷰 촬영만 이틀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피해 여경은 현직 경찰관이 실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울분에 찬 표정으로 털어놨습니다.
사회 초년병에, 갓 20살을 넘긴 젊은 여성이 감당하기엔 경찰이란 조직은 너무 무서웠습니다. 정의를 수호하고 자신을 지켜달라며, 조직 내부에 도움을 청했지만 돌아온 건 침묵과 조롱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성희롱 신고를 한 뒤에도 피해 여경은 가해자로 지목된 경찰관들과 같은 경찰서에서 계속 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무려 2년 동안 지속했습니다. 그러다 민원을 계속 제기하자 경찰이 취한 조치는 더 황당했습니다. 가해자들이 아니라, 피해 여경을 다른 경찰서로 발령낸 겁니다.
사건이 일어난 태백경찰서와 관내 지구대도 찾아갔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경찰관은 모두 8명. 한 명씩 모두 만나 반론을 들었습니다. CCTV 열람 등 경찰관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고 인정한 경찰관도 있었습니다.
피해 여경은 KBS와 단독 인터뷰로 용기를 낸 뒤, 자신의 심경을 경찰 내부망 '폴넷'에도 올렸습니다. 12만 경찰관 중에 7만여 명이 해당 글을 읽었고, 천 개가 넘는 응원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청에서도 해당 사안을 엄중하게 조사해 조치하겠다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하지만 글 게시 이틀 뒤, 같은 통신망에 '태백경찰서 직장협의회' 명의로 정반대의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글에는 ‘남녀가 사귀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분’, ‘유실물 감찰을 회피하기 위해 방송과 전국 동료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피해 여경을 오히려 공격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2차 가해 논란이 일었고, 전문가 조언을 통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후속 보도를 이어나갔습니다. 이러한 ‘2차 가해’가 직장 내 성희롱을 해결하지 못하도록 폐쇄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도 이후, 경찰청 본청이 직접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조사 3개월 만에 집단 성희롱 의혹이 대부분 사실이었고, 성희롱 발언뿐만 아니라 2차 가해까지, 연루된 경찰관만 16명이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강원도의 대표적인 오지이자, 폐광도시인 태백경찰서에서 벌어진 집단 성희롱의 실체가 드러난 겁니다. 16명 가운데 12명은 징계 지시가 내려졌고, 태백경찰서장을 비롯한 10명은 문책성 인사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 수위 결정만 앞두고 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피해 여경은 이미 인터뷰 전 세 차례나 자살을 시도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리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를 안정시키기 위해 꾸준히 연락했습니다. 보도 시점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밥은 잘 먹는지, 조사받으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살폈습니다. 말동무해주고, 이 세상에서 혼자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힘이 돼주었습니다.
본 보도가 나가고 반년 뒤,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게 됐습니다. 혼인신고 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를 지속해서 호소해왔지만, 되돌아오는 건 조직적인 회유뿐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사건 은폐 의혹까지 일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두 사건은 그 진행 과정과 배경이 비슷합니다. 남성이 비율이 더 높은 조직부터 폐쇄적인 계급 문화, 고통을 묵살하고 회유하려는 해결방식까지… 본 보도가 처음 시작됐을 때, 군인과 경찰 같은 계급사회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이 보도는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강원도 태백이라는 작은 동네, 작은 경찰서 지구대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에 대해 세상은 놀라우리만치 무감각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청 본청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달라졌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전국의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일제히 수십 건의 관련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상당수의 언론사들이 지금도 속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① 본 보도 이후, 경찰청 본청이 직접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습니다. 피해 여경의 주장 대부분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3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였습니다. 태백경찰서장을 포함해 연루된 경찰관만 16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12명이 징계를 받았고, 10명은 인사 조치됐습니다.
② 피해 여경의 삶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여경은 많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울면서 나눴던 대화는 어느새 미소와 함께 이어졌습니다. 피해 여경은 지금도 “보도 덕분에 오히려 살고 싶어졌고, 삶도 달라졌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건네고 있습니다.
③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등 후속 보도도 10건 이상 이어졌습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폐쇄된 조직문화 개선와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요구했습니다.
④ 본 보도로 경찰 성희롱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받은 상처가 완벽하게 치유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남을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그 흉터마저 희미하게 만들어줄 수 있도록 후속 보도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본 보도는 강원도 산간벽지 태백에 있는 한 경찰서에서 벌어진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을 다뤘습니다. 하지만, 계급사회의 특성상, 이 여경의 절규는 철저히 외면받았습니다. 그러다 6개월여에 걸친 취재진의 끈질긴 피해자 설득과 현지 취재를 통해, 조직범죄나 다름없었던 이 사건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또,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단순 발생 기사 처리에 그치지 않고, 2차 가해를 비롯한 폐쇄적인 조직 문화도 고발했습니다.
경찰청은 사안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하고 보도 이후 본청 차원에서 직접 석 달 동안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보도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태백경찰서장을 포함해 경찰관 16명이 징계를 받거나 문책성 인사 발령을 받았습니다. 사건 가해자는 물론이고, 피해 여경의 호소를 묵살했던 상관들에게까지 일벌백계의 조치가 내려진 것입니다.
본 보도는 성폭력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않고, 6개월 넘게 피해 여경과 호흡해 온 기자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기사입니다. 취재진은 무엇보다 피해 여경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기며 때로는 친구처럼 소통하며 사건의 실체를 밝혀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취재와 보도에 대한 어떤 이의제기도 없었습니다.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피신청사항도 없었습니다.
취재후기
(370회)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 KBS춘천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KBS춘천 보도국 박성은 기자
전에 교제했던 남자친구를 비롯해 주변 선배·동료 경찰관들에게 성추행과 희롱을 받아 왔다는 여성 경찰관. 이 경찰관의 이야기가 취재기자에게 처음으로 전해진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보도된 것처럼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취재 요청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직접 요청은 지양했고, 이후 석 달 정도가 지난 3월 초가 돼서야 인터뷰에 나서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 사이 이 경찰관에겐 가족의 사망과 상급자의 회유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큰 용기를 낸 이 경찰관은 자신이 당한 성폭력 피해를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울먹이며 기자에게 털어놨다. 보도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피해사례가 드러났다. 당연히, 파급은 엄청났다. 그 와중에도 이 경찰관의 심리는 지극히 불안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까지 남기면서 해당 경찰서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낮과 밤 가릴 것 없이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마음을 잡아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오히려 취재 과정보다 더 어려웠다.
잇따른 후속 보도와 공론화를 통해 사건이 일어난 태백경찰서에서는 전체 직원 140여명 가운데 10%가 넘는 16명이 징계위에 회부되거나 문책성 인사 조치를 받았다. 이 중에는 제주도로 자리를 옮기게 된 당시 태백경찰서장도 포함됐다. 최근 징계위원회가 열렸는데, 2명에게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 정직과 강등 처분이 결정된 사람을 합하면 중징계가 내려진 경찰관만 5명이다. 사필귀정이다.
가장 고무적인 건 이 경찰관이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는 점이다. 웃음도 찾았다. 이 경찰관은 취재진에게 더 없는 찬사를 보냈다. “기자님. 보도 덕분에 살고 싶어졌고, 삶도 달라졌습니다. 고맙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0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7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7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숫자로 보면 12대1의 경쟁률이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 1’ 부문에서는 MBC의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와 SBS의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영상 및 거짓증언 요구정황> 보도가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MBC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는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를 낱낱이 파헤치면서도, 인권 차원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배제하는 취재윤리가 돋보였다. SBS <법무차관 폭행영상 요구정황>은 영상 보도가 바로 사표 제출로 이어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6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농민신문의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보도는 잊혀져가는 농업고등학교의 가치와 미래를 재조명하며 농업전문 언론사의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민일보의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보도는 14년 동안의 방대한 자료를 섬세하고 끈기 있게 분석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후보작은 17편으로, 이번 출품 부문 중 가장 많았다. G1 강원민방의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와 KBS춘천의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 두 수상작 모두 강원도 기자들이 이뤄낸 성과다.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는 성매매를 당한 여성이 중고교 재학생이라는 점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도록 한 경찰 내부규정이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 호평을 받았다.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는 6개월에 걸친 피해자 설득과 경찰청이 직접 경찰관 12명을 징계하는 데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2021년 8월 ‘기레기’라는 비판을 넘어 ‘기더기’라는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의 인권과 진실을 향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는 몇 달째 출품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역시 출품작이 한두 편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 기자상을 받은 한 기자는 수습 시절 이렇게 말했다. “기자 이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때론 힘에 부칠 때가 있는 기자들이 기자상을 통해 다시 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