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0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19조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입니다. 그런데 동법 39조에는 ‘국방의 의무’가 명시돼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헌법19조와 39조의 경계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양심과 신념에 따라 ‘집총’을 거부한 이들입니다. 한국 사회는 폭력에 저항한 이들에게 폭력으로 대응해왔습니다. 20년 전 한겨레신문사의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보도에서 촉발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오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대체복무라는 사회적 대안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특정 종교가 아닌, 개인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여전히 감옥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특정 종교 신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개인의 평화주의적 신념이나 철학이 부정당해야만 할까.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기획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인 정시우씨와 인터뷰를 시작으로 모두 7명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심층인터뷰하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과 이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세밀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을 접촉하고 관련된 법과 제도적 상황을 취재해보니 그동안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그늘이 드러났습니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병역종류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기 전 재판에 넘겨졌다는 이유로 지난 4월 기준 여호와의 증인 신자를 포함한 92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여전히 형사재판을 받으며 고통을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수사, 재판, 수형생활로 이어지는 고통뿐만 아니라 이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받고 이는 부당하고 폭력적인 대우도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였습니다. 일제강점기나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가치평가를 강요당하거나,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채 ‘이래도 총을 들지 않을 것이냐’며 함정·유도성 질문이 그들을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이에 <한겨레> 조윤영, 신민정 기자는 이들의 이야기와 법적, 제도적 문제를 담은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기획을 2021년 6월 23일~24일 1면과 8,9면에 걸쳐 연속 보도됐습니다. 상편에선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병역을 거부할 수밖에 없던 삶의 여정을 펼쳐 보여줬습니다. 경찰과 검찰, 판사의 함정·유도성 질문과 국민 정체성까지 의심하는 질문에 ‘병역을 거부한 양심과 신념을 설명할 수 있는 질문을 해달라’,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질문은 그만해달라’는 병역거부자들의 절규가 생생하게 적힌 검찰 피고인신문 조서를 두고 “신문을 가장한 괴롭힘”이라고 비판한 전문가들의 내용 분석을 보도했습니다.
하편에선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 뒤 최근 2년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된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11명의 판결문을 분석하고, 통화·문자메시지 내역부터 총 쏘는 게임 가입 여부까지 병역거부자들의 개인정보를 터는 검찰의 과도한 사실조회 신청을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지난해 6월 출범 직후 형사재판을 받는 병역거부자들이 법원과 대체역 심사위원회에서 이중 심사를 받지 않게 법무부에 검찰이 1심 전이나 무죄판결 받은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소를 포기해달라는 내용의 검토서를 전달했지만 법무부가 “일괄적으로 결정하지 못 한다”는 취지로 거부한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또 지난해 6월 출범 초기 형벌을 전제로 양심의 진정성을 심사하는 형사재판의 판단 기준과 상당부분 유사했지만 내부적인 자성을 거쳐 함정·유도성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고, 병역거부자가 제출한 진술서를 중심으로 인권친화적인 심사로 개선해가는 대체역 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 전 기소된 사람의 재판을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들에게 모두 사전 동의를 받고 실명보도를 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와 관련해 사회운동을 하는 두명은 활동명으로 표기해 줄 것을 요청해 실명 대신 활동명으로 기사에 담았습니다.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고 심층적으로 해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그들의 변호사들에게서 수사와 재판기록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병무청이 2011년부터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2018년 6월까지 집계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아닌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전체 병역거부자 4001명 가운데 26명(0.6%)에 불과했습니다. 예비군 훈련 거부자까지 포함하면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수는 다소 늘겠지만 소수자였던 이들이 지금까지 법적, 제도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던 이유였습니다. 이들은 주로 혼자서 재판을 치르거나, 국선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을 받는 탓에 취재 초기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접촉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력 끝에 그들 가운데 일부를 접촉할 수 있었고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와 관련해 판결문, 검찰·경찰 피고인신문조서, 의견서 등 1140쪽에 이르는 재판기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전문적·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변호사, 교수, 사회단체 등에서 교차 추천을 받은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 교수와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백승덕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을 섭외했습니다. 세사람에게 4~5월 두달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재판기록 등에 대한 내용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5~6월 두달간 양심적 병역거부자 일곱명을 인터뷰했고, 이 가운데 이미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두명과는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기획과 관련해 타매체 선행보도는 없습니다. 또한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기획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대법원 출입 기자단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 정시우씨의 상고심 선고 당일 기사화를 할 수 있게 ‘즉시 처리’ 요청을 했습니다. 통상 즉시 처리가 아닌 사건은 2주간의 엠바고가 걸립니다. 당시 즉시 처리 여부를 정하기 위해 대법원에서 출입 기자단에 취재 편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주요 선고 예정 목록에도 시우씨의 사건은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매체에선 정씨의 상고심 선고 여부를 알지 못했습니다. 대법원 출입 기자단 내부에서 즉시 처리 요청을 하지 않은 사건은 대법원 선고 당일 기사화를 할 수 없었지만, 한겨레의 사전 요청에 따라 정씨의 상고심 선고 직후 기사화를 할 수 있게 대법원 출입 기자단 내부에서 결정됐습니다.
<한겨레>의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기획이 보도된 다음 날 정씨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아닌 현역 병역 거부자 가운데 첫 무죄 확정판결이었습니다. 시우씨의 무죄 판결 직후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 <KBS>, <MBC>, <SBS>, <YTN> 등 10여개의 매체들이 잇달아 비여호와의 증인 입대 거부자의 첫 무죄 확정 판결을 보도했습니다.
‘신념 따른 병역거부도 무죄... 재판 계류자 구제책 시급’ 제목의 <한국일보> 사설에서는 “문제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전에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다. 100명가량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아직 재판 계류 중인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유도성 질문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는 증언이 속출하고 있다. 병역을 거부할 정당한 양심과 신념인지를 확인하겠다며 재판부나 검찰이 ‘전쟁이 터져 가족 중 한 명이 입대할 상황인데도 거부할 것이냐’라며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붙인다는 것이다. (중략) 최소 4년가량의 재판 과정에서 심문을 가장한 괴롭힘에 시달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구제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며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기획 기사를 일부 인용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재판 중지 등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겨레>의 보도는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열었다고 자부합니다. 보도 뒤 이뤄진 대법원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정시우씨에 대한 무죄 판결에도 아주 작은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특히 이번 보도로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들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번 기획이 최종 마무리 보도되고 대법원에서 정씨에 대한 무죄 확정 판결이 이뤄진 날, 시민사회단체인 ‘전쟁 없는 세상’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92명의 병역거부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부가 재판을 중단하고 이들이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대체복무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이를 통해 병역거부자들이 법정에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받는 질문을 받을 게 아니라 대체역 심사위원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 뒤 총을 들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평화와 국가 안보에 기여하는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폭력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임진광씨도 기자회견에 나와 “세상이 바뀌어도 재판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재판이 아니라 대체복무 기회를!’ ‘병역거부자들은 왜 아직도 재판을 받는 거죠’ ‘감옥에 수감 중인 모든 병역거부자를 석방하라’라는 내용이 적힌 손 팻말을 흔들었습니다.
<한겨레> 보도 이튿날 진보당에서는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신념과 양심에는 과도한 검증과 인권 침해적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병역거부자는 2019년 검찰이 신문 과정에서 '5.18 민주화 운동에서의 집총 행위'를 언급하며 유죄 판단의 근거로 '총을 들 것이다'라는 답을 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중략) 헌법불합치 결정 이전에 기소된 이들은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거나 형이 확정되어 수감되어 있기도 하다. 이번 24일 판결을 시작으로 더 폭넓은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인정과 함께,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에게는 사면과 특별재심 등의 기회가 보장되길 바란다”며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기획 취지를 지지하는 취지의 환영 논평을 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하였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안은 <한겨레21>에서 2001년 2월 “차마 총을 들 수가 없어요”(345호)라는 제목의 기사로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의 양심적 병역 거부를 최초 보도하며 공론화한 한겨레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 기획 보도 뒤 양심적 병역거부 사안에 대한 보도 지평을 넓혔다는 내부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보도와 관련해 외부 지원,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중위 피신청사항이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0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7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7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숫자로 보면 12대1의 경쟁률이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 1’ 부문에서는 MBC의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와 SBS의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영상 및 거짓증언 요구정황> 보도가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MBC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는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를 낱낱이 파헤치면서도, 인권 차원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배제하는 취재윤리가 돋보였다. SBS <법무차관 폭행영상 요구정황>은 영상 보도가 바로 사표 제출로 이어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6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농민신문의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보도는 잊혀져가는 농업고등학교의 가치와 미래를 재조명하며 농업전문 언론사의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민일보의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보도는 14년 동안의 방대한 자료를 섬세하고 끈기 있게 분석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후보작은 17편으로, 이번 출품 부문 중 가장 많았다. G1 강원민방의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와 KBS춘천의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 두 수상작 모두 강원도 기자들이 이뤄낸 성과다.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는 성매매를 당한 여성이 중고교 재학생이라는 점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도록 한 경찰 내부규정이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 호평을 받았다.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는 6개월에 걸친 피해자 설득과 경찰청이 직접 경찰관 12명을 징계하는 데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2021년 8월 ‘기레기’라는 비판을 넘어 ‘기더기’라는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의 인권과 진실을 향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는 몇 달째 출품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역시 출품작이 한두 편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 기자상을 받은 한 기자는 수습 시절 이렇게 말했다. “기자 이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때론 힘에 부칠 때가 있는 기자들이 기자상을 통해 다시 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