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정부보고서에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없다.
6.25 전쟁 발발 직후 대전시 낭월동 13번지, 이른바 ‘산내 골령골’이라 부르는 이 골짜기에서 7천여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국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학살 사건이 벌어진 지 70년이 지난 지난해부터 정부 차원의 대규모 발굴이 시작됐습니다.
취재는 유해 발굴 사업이 토지보상 문제로 지연된다는 리포트를 제작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습니다.
토지보상 문제에 대한 다툼을 보도하던 지난해 6월,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2010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간한 조사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피해자부터 살아남은 유족까지 수백여 여명의 이름은 모두 실명으로 적혀있었는데, 가해자들의 이름은 모두 익명으로 감춰져 있던 겁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감춰진 이름, 누가 왜 밝히지 못했나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에 있어 2010년 정부가 작성한 공식보고서에 가해자는 없었습니다.
가해세력으로 적혀있는 이들은 모두 신ㅇㅇ, 송ㅇㅇ, 정ㅇㅇ 등 익명으로 처리돼 가해자에 대한 추적이 요원해졌습니다.
취재를 위해 만났던 산내 골령골 유족회에서도 같은 말이 나왔습니다.
산내유족회장은 “여기서 죽은 사람이 수천 명인데, 왜 죽인 사람은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산내 골령골의 가해자의 추적은 대략 10여년 전 일부 언론에서 파편적으로 다뤘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파편같은 자료를 토대로 몇몇 가해자들을 밝혀냈지만, 모두를 밝혀내거나 가해체계를 정리한 적은 없었습니다.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이미 해산해 사라지고 없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추가 자료를 찾아야 했습니다.
국가기록원 성남 나라기록관에 자료를 보관 중이지만,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기록원이 분류를 제대로 해놓지 않은 상황이기에 진실화해위원회가 남긴 방대한 조사보고서와 녹취자료가 모두 뒤엉킨 채 검색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행정안전부 과거사업무지원단을 통해 과거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들의 명부를 찾아내 역추적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부터 사무처장, 조사팀장, 조사관 등 산내 골령골과 얽힌 이들을 만나 가해자가 익명으로 처리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과거사 정리법의 한계
1기 진실화해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과거사 정리법에 가해를 밝히는 규정이 없었고, 설사 직권으로 조사해 가해를 밝히더라도 정치권과 군, 검, 경에서 상당한 방해가 있었다는 겁니다.
가해세력 대부분은 정부기관의 요직을 맡았고, 또 군인과 검찰, 경찰이 상당수였습니다.
실제로 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당시 국방부와 검찰청은 자료제공을 대놓고 거부하거나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등 상당한 마찰이 벌어졌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익명의 가해자를 찾기 위해 3개월여의 사전취재와 수소문 끝에 정부기관 출신의 한 취재원으로부터 비공개 정부 공식문서를 입수했습니다.
*의안번호 제10-177호 비공개 심의의결서.
극비로 입수한 비공개 정부 공식문서는 진실화해위원회 제2소위원회가 작성한 ‘진실규명결정 심의·의결 대전·충청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입니다.
394쪽에 달하는 이 방대한 심의의결서에 감춰진 이름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찾아내고도 밝히지 못한 가해세력의 정체가 드러난 겁니다.
*가해자는 감춰진 채 ‘권세’를 누렸다.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가해자를 추적하는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먼저 학살의 현장책임자였던 육군 제2사단 헌병대 제4과장 심용현 중위. 앞서 그의 행적은 지난 2019년 군 자력기록표를 통해 일부가 밝혀진 상태였습니다.
그는 학살의 행적이 감춰진 채 교육자로 탈바꿈했고, 성신여자대학교 학교법인 성신학원의 이사장까지 역임했습니다. 학교에는 그의 호를 딴 건물이 있었고, 흉상도 제작돼 학교에 설치됐습니다. 그리고 학살행적이 밝혀진 이후 그의 흉상은 철거됐고, 학교는 공식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가해자, 헌병사령관 송요찬 대령.
송요찬 대령은 전쟁 후 육군참모총장의 자리까지 오른 뒤 현재의 국무총리급인 내각수반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진실화해위원회가 2010년 가해자 중 1명인 송요찬 대령의 이름을 익명으로 감춘 후에는 그를 성역화하는 사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게 됐습니다.
전쟁기념관은 2013년 송요찬 장군을 호국영웅으로 선정했고, 청양군은 2016년 송요찬 장군의 생가와 장군묘 등을 기반으로 관광사업, 추모공원 설립을 위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에 국가보훈처 국비까지 가세했습니다.
가해자가 영웅으로 탈바꿈한 겁니다.
학살의 지시를 내린 대전지방검찰청 제3대 지검장 정재환 검사 또한 심 중위와 마찬가지로 교육자로 탈바꿈합니다.
정 검사장은 부산 동아대의 설립자가 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동아대 학교법인 동아학숙의 이사장은 그의 아들이 맡고 있었습니다.
이 3명의 인물을 포함해 정부가 밝혀지지 못한 가해자 35명의 명단을 특별기획 ‘감춰진 이름들’을 통해 언론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이우익 법무부 장관, 장도영 육군본부 정보국 국장, 이형근 충청남북도 위수사령관 준장, 원택연 법무부 형정국장, 이선근 국방부 정훈국장, 백원교 육군형무소 소장, 김창룡 육군본부 정보국 중령 등 감춰진 이름들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진실을 밝히지 못한 진실규명
진실화해위원회가 밝히지 못한 채 비공개로 감춰졌던 가해자들을 추적하며 이들 대부분이 사회지도층, 교육인, 정부요직을 맡은 점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가해세력 중 학살의 집행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군의 경우 대부분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었습니다.
유족회는 가해자들이 현충원에서 ‘호국영령’으로 대접을 받고 있을 때 본인들의 아버지, 삼촌, 형제들의 유해는 아직도 차가운 골령골 한 귀퉁이에서 뒤엉켜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KBS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냉전과 전쟁으로 인한 갈등의 근본을 치유하기 위해선 이 사건의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특집기획 ‘감춰진 이름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가급적 실명과 함께 당시 직함, 현 직함을 기재했습니다.
부득이 방송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1명의 경우 모자이크와 음성변조 처리를 했지만, 상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송시 문중 종친회장’이라는 직함을 표기했습니다.
모든 촬영현장에는 담당 기자가 직접 취재와 인터뷰를 진행 했으며, 기타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춰진 이름을 밝히는 핵심, 정부 비공개 보고서인 ‘심의의결서’는 KBS대전 특별기획을 통해 최초로 공개됐으며, 타 매체의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특별기획 방영 이후 보도국으로 추가 제보전화와 문의 이메일이 상당수 이어졌습니다.
KBS1TV 대전, 세종, 충남지역에만 송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라북도와 경상북도 등 타 지역에 사시는 분들의 문의도 있었습니다.
보도연맹원 실종자부터 골령골에서 가족을 잃은 시민들까지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에 미치지 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또, 비교적 세간에 알려진 제주4.3사건,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에 비해 잘 알려지지 못한 산내 골령골 사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골령골 묻혀버린 진실, 감춰진 이름은 지역 최초로 4K UHD 자체 송출 방송입니다.
방송 속 영상과 풍경 등 장면들은 4K 촬영장비로 제작한 뒤 초고화질 화면으로 송출돼 지역민에게 생생하고 선명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정부 비공개 문서를 발굴해 최초로 공개하고, 촘촘한 스토리텔링을 적용해 사건의 이해도를 높이고 실체를 쉽게 파악하는데 노력했습니다.
해당 방송을 제작하며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하였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방송은 자체 예산으로 제작되었으며, 외부 지원은 없었습니다.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을 비롯해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 또한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0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 제37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 7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2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숫자로 보면 12대1의 경쟁률이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 1’ 부문에서는 MBC의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와 SBS의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영상 및 거짓증언 요구정황> 보도가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MBC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보도는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를 낱낱이 파헤치면서도, 인권 차원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배제하는 취재윤리가 돋보였다. SBS <법무차관 폭행영상 요구정황>은 영상 보도가 바로 사표 제출로 이어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6편이 출품된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두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농민신문의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보도는 잊혀져가는 농업고등학교의 가치와 미래를 재조명하며 농업전문 언론사의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민일보의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보도는 14년 동안의 방대한 자료를 섬세하고 끈기 있게 분석했다는 점이 부각됐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후보작은 17편으로, 이번 출품 부문 중 가장 많았다. G1 강원민방의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와 KBS춘천의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 두 수상작 모두 강원도 기자들이 이뤄낸 성과다.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보도는 성매매를 당한 여성이 중고교 재학생이라는 점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도록 한 경찰 내부규정이 피해를 확산시켰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 호평을 받았다.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보도는 6개월에 걸친 피해자 설득과 경찰청이 직접 경찰관 12명을 징계하는 데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2021년 8월 ‘기레기’라는 비판을 넘어 ‘기더기’라는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의 인권과 진실을 향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는 몇 달째 출품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역시 출품작이 한두 편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 기자상을 받은 한 기자는 수습 시절 이렇게 말했다. “기자 이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때론 힘에 부칠 때가 있는 기자들이 기자상을 통해 다시 뛸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