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이용구 법무부 차관 ‘봐주기 수사’ 의혹 CBS
이용구 법무부 차관 ‘봐주기 수사’ 의혹
CBS 김구연 기자
“단순 변호사로만 알았고 구체적인 경력은 전혀 몰랐다.” 지난해 12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직후 경찰이 내놓은 해명입니다. 사건에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이 아닌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한 배경에 이 차관의 지위는 고려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설명입니다. 한마디로 ‘봐주기는 없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5개월이 지난 뒤 CBS 취재로 확인된 사실들은 기존 경찰과의 해명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서초경찰서 간부 다수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라는 사실을 미리 인지했고, 이 같은 사실을 당시 상급기관인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계에도 전파했다는 게 취재로 파악한 핵심 내용들이었습니다. 이번 보도로 경찰 수사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수사가 봐주기 식으로 진행됐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고, 애초 이 전 차관이 유력인사인지 몰랐다는 경찰의 해명도 결과적으로 거짓임이 밝혀지는 매 순간마다 씁쓸함이 컸습니다.
민생현장에서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법을 집행하는 경찰에게 중요한 덕목은 공정일 것입니다. 특히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거치면서 더욱 더 강력한 권력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그 책임이 이전보다 막중해졌습니다. 이번 논란이 경찰의 그 ‘책임’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되길 희망합니다.
우리 취재팀 구성원들도 이번 취재 과정을 통해 언론 본연의 역할이 견제와 감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깊은 취재, 정확한 보도로 맡은 바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어려운 취재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과 보도국 선후배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국가정보원 국장의 연이은 내부 성범죄 SBS
국가정보원 국장의 연이은 내부 성범죄
SBS 정치부 한세현 기자
취재는 한 통의 ‘손 편지’ 제보에서 시작됐다.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손 편지’, 그것은 신분을 감추려는 내부 제보자의 노력이었다. 글씨는 삐뚤빼뚤했다. 하지만 내용은 선명했다. 그리고 충격적이었다. 국가정보원 국장이 같은 부서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5급 직원도 피해 여직원을 다시 성추행했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취재는 쉽지 않았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 보안이 철저했다. 더욱이 가해자 중 2급 국장은 현 정권 핵심 현직 고위관계자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입단속이 철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은밀하고 힘든 취재는 그렇게 두 달가량 이어졌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서 이런 사실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SBS 보도가 나간 뒤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감찰조사를 벌여 가해 국장은 파면하고 5급 직원도 징계했다. 보도가 없었더라도 가해자들인 이런 중징계를 받았을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앞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자신의 언론관을 이렇게 밝혔다. “언론인을 만나면 평균 도덕적인 감을 유지케 하는 방부제 역할을 해주어 항상 언행을 스스로 점검하게 된다.” 국정원처럼 언론의 눈길이 쉽게 닿기 어려운 곳일수록 언론의 방부제 같은 역할은 더 철저해야 한다.
이번 취재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국정원 내부 감찰 시스템에 대한 취재를 이어갈 것이다. 이번 제369회 이달의 기자상 역시, 감시견(WATCH DOG)으로서 그 노력을 멈추지 말라고 전하는 격려의 메시지일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감시견의 역할에 충실한 모든 언론인 선후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린다.
경찰 고위직 간부 골프접대 의혹 SBS
경찰 고위직 간부 골프접대 의혹
SBS 사회부 홍영재 기자
‘10년된 친한 지인 사이고 가족끼리도 만나다보니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취재 대상자의 볼멘소리에 저도 처음엔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몇 년 전 또다른 고위공직자에 대한 판결문에서 언급된 ‘지음 관계’라는 말도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1박 120만원에 달하는 고급 리조트에 함께 1박2일 골프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현재 직위를 생각해봤을 때 단순한 사적 모임으로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재는 상당한 시일이 걸렸습니다. 보안도 유지해야했고 소통의 과정도 험난했습니다. 그리고 당사자들에 대한 반론 취재는 한 템포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했습니다. 보도를 되돌아보니 결론적으로 SBS 시민사회팀 일원들이 말 그대로 팀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취재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올해 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말 그대로 대부분의 민생사건을 ‘알아서 수사하고 처리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불기소 의견이면 과거와 달리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가수사본부라는 대규모 수사기구도 새로 생겼습니다. 경찰 권한이 커진만큼 국가수사본부 범죄첩보계장과 치안감, 서울청 광수대 등 경찰 중요수사에서 핵심 지휘부였던 총경이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은 감시와 견제의 의무를 가진 언론사가 반드시 달려들었어야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치열한 취재 과정을 함께 겪고 지휘, 조언, 격려를 보내주신 선배와 후배 기자분들께 감사합니다. 고난을 겪을수록 좋은 기사에 가까워진다는 걸 가슴 깊이 배웠습니다.
농지에 빠진 공복들 외 한국일보
농지에 빠진 공복들 외
한국일보 윤태석 기자
고위공직자 10명 중 4명이 농지 소유, ‘가짜 농부’ 판 치는 나라. 이런 기사가 등장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느낍니다. 농지법 위반은 국회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뿐인 듯합니다. 불법적으로 농지를 가진 공직자들이 자신의 잘못에 책임지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들이 왜 농지를 갖고 있는 지, 어떤 방식으로 소유하게 된 것인지, 이를 통해 어떤 이득을 얻은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농지에 빠진 공복들’을 비롯해 3월부터 두 달 간 농지 투기 관련 기사를 연속 보도하게 된 배경입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농지 투기가 고착화된 구조를 얼마나 심도 있게 파헤쳤는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감시의 눈초리를 거둬서는 안 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한 손엔 등기부등본, 다른 한 손엔 지도 어플리케이션이 있는 스마트폰을 들고 전국의 농지를 찾아 헤매던 때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지도 어플리케이션으로 보던 모습과 실제 농지는 너무 달랐습니다. 그 땅이 그 땅 같아 보여 낭패감이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직접 농사를 짓고 계신 ‘진짜 농부’들의 상세한 도움과 설명, 저희의 문제 의식에 공감하고 동행 취재에 선뜻 응해주신 시민단체, 전문가 분들이 아니었다면 훨씬 큰시행착오를 겪었을 겁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아울러 함께 열심히 뛰어준 탐사팀 윤현종, 김영훈 기자에게도 우정을 전합니다.
중금속 범벅 폐광산, 도심 곳곳 방치 부산일보
중금속 범벅 폐광산, 도심 곳곳 방치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 남형욱 기자
부산 시민이 밀집해 있고, 즐겨 찾는 도심 속 산들에 폐광이 수십 곳이나 산재해 있으리라곤 취재진을 포함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부산일보> 온라인 콘텐츠 ‘날라-리’(부산 ‘미스터리’ 사건 수사대) 취재 도중 ‘금련산 폐광산’을 발견했다. 일제강점기 자원약탈을 위해 뚫린 구리광산으로 하루에도 수십 명이 오가는 ‘동굴법당’으로 쓰였다. 폐광산 안에 고인 채 발견된 ‘갱내수’는 침전물 산화로 푸른 색을 띠었다. 이 물은 민가 인근 계곡으로 흘렀다.
광산 주변 토양과 갱내수를 채취,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토양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구리, 납, 아연 성분이 검출됐다. 구리는 무려 기준치 4배를 넘었다. 갱내수에서도 카드뮴, 구리, 아연 등 중금속 성분이 나왔다.
해당 광산은 폐광 절차를 밟지 않은 ‘위험 광산’이었다. 취재를 통해 이런 광산이 부산에는 44개가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산은 ‘폐광산 도시’였다. 특히 한 폐광산 주변은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힐링숲’으로 조성돼 있었다. 구청은 오염 실태도 파악하지 못했다. ‘안전불감증’ ‘무개념’ 행정을 지적하는 속보를 이어갔다.
폐광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관련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대책을 이끌어 냈다. 폐광산 일대는 출입이 통제됐고 부산 광산 전수조사도 실시됐다. 연 1회 오염도 조사를 연 2회 정밀조사로 강화했고, 부산시 자체적으로 주민 건강영향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끝으로 기사가 방향을 잃을 때마다 길잡이가 되어주신 이대진 팀장과 박진국 부장, 그리고 항상 기자들을 믿고 응원해주시는 손영신 국장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한 선배의 축하가 기억난다. “광산만 죽어라 파더니 결실을 맺었다. 역시 기자는 끝까지 파야 한다”고.
평택항 컨테이너 사망사고 ‘人災’ 주장 기호일보
평택항 컨테이너 사망사고 ‘人災’ 주장
기호일보 지역사회부 김재구 기자
지난 4월22일 평택항의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20대 초반의 꽃다운 청년 故이선호군이 피어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한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현장 취재를 시작했을 당시 항만 근로자들은 마치 ‘곪았던 환부가 터졌다’며 입을 모으고 있었으며, 그 결과는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人災’ 사고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사고 발생의 문제점에 대해 중점적으로 취재했습니다.
취재 결과 사고의 본질은 FR컨테이너 양쪽 벽체에 장착돼 있는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에서 국외선사 컨테이너는 국내법을 적용하지 못해 관리감독 권한 없이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기사를 작성할 당시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안전장치도 작동하지 않는 불량컨테이너를 점검하지 못한다면, 같은 사고는 시간문제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 등은 항만 안전에 대한 특별점검을 통해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또 중대재해처벌법의 미흡한 부분을 정치권이 나서 정비하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59일만에 세상을 떠난 이군의 죽음은 헛된 것이 아닌 ‘항만 노동계’에 엄청나게 큰 울림을 남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시 소중한 생명이 예고없이 가족을 떠나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취재를 이어가겠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9809)
대전역 빠진 트램 KBS대전
대전역 빠진 트램
KBS대전 보도국 이정은 기자
앞으로 6년 뒤면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개통합니다. ‘대전의 관문’인 대전역에 서면 눈앞에서 달리는 트램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대전의 명물이 될 트램을, 환승없이, 대전역에서 곧바로 타고 목적지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저희 보도로 바뀐 대전시의 미래 모습입니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노선은 25년 전인 1996년 확정됐습니다. 그동안 2호선 기종은 지하철에서 모노레일,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수차례 바뀌었지만, 노선만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노선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두려워 지역 정치권이나 지자체는 문제를 알면서도 ‘쉬쉬’했습니다.
대전에서 가장 교통수요가 많은 대전역을 비롯해 주요 터미널이 모두 노선에서 빠져있어 이대로 건설된다면 이용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2019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제대로 된 교통수요 조사도 없이 2호선 사업은 본격 추진됐습니다.
“노선을 일부라도 수정하면 주민 반발로 사업이 좌초할 것”이라며 펄쩍 뛰던 대전시가 사실은 자체적으로도 노선 수정안을 검토했다 민원을 우려해 폐기한 사실을 단독보도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뒤 해외취재와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 노선 분석까지.... 지난 1년 동안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KBS대전총국의 연속보도로 결국 트램 노선은 바뀌었고, 대전의 대중교통 역사 또한 새로운 변곡점을 맞게 됐습니다. 그동안 대전 트램이 ‘제대로’ 건설되기를 바라며 마음을 모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