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3살 청년 노동자 이선호씨의 죽음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5월5일 밤 선호씨의 친구 김벼리씨의 페이스북을 통해서였습니다. 선호씨가 평택항에서 일하다 300kg 무게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지 13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때까지 선호씨의 죽음은 짧은 단신으로 지역지 두어곳에서 보도된 상태여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신다은 기자는 이 페이스북 소식을 접하자마자 김벼리씨에게 연락해 기초 취재를 했고, 이튿날인 6일 오전 바로 평택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신다은 기자는 6일 하루 동안 평택에서 열린 선호씨 죽음 관련 기자회견 현장, 선호씨를 안치한 채 14일째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던 평택 안중 백병원장례식장, 평택항 사고 현장 등을 취재하고 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와 사고 당시 함께 일한데다 선호씨 사고 직후 수습에 나섰던 이주노동자, 원청회사 동방 등의 이야기를 추가로 들어 사고 당시 상황을 세밀하게 보도했습니다. 5월7일치 종합일간지 가운데 유일한 1면 보도였습니다.
박준용 기자는 다음날인 8일치 1면 머리 기사로 선호씨를 덮친 개방형 컨테이너가 사고 발생 8일 전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사실을 발굴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부실한 컨테이너 관리 시스템이 사고를 낳은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고발한 보도였습니다. 평택동방아이포트 터미널 정보시스템을 종일 뒤진 뒤 복잡한 컨테이너 관리 시스템을 여기저기 취재해 찾아낸 단독 팩트였습니다.
두 기자는 쉬지 않고 산재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10일치 3면에는 현대중공업 추락사와 현대제철 끼임사 등 대규모 사업장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산재 상황을 파악해 보도했고, 같은 지면에 선호씨 누나 인터뷰를 통해 선호씨의 생전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습니다. 다른 언론사들이 선호씨 누나가 올린 댓글을 그대로 옮기는 기사를 쏟아낼 때, 신다은 기자는 슬픔에 빠진 상태인 선호씨 누나에게 정중히 인터뷰를 부탁했고, 따로 시간을 내어 절절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호씨 누나의 첫 언론 인터뷰였습니다.
사연 보도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13일치 6면에서 두 기자는 선호씨의 원청 회사가 선호씨가 소속된 인력파견 회사와 불법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하도급은 원청업체가 맡기는 일감을 하청업체가 자기 책임 아래 마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기에 원청이 하청 노동자를 파견 직원처럼 지휘하고 감독하는 건 불법인데다, 원청과 하청이 하도급 계약이 아니라 단순 인력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 역시 불법이었습니다. 두 기자는 동방과 우리인력 사이의 계약서까지 입수해 이런 사실을 생생하게 고발했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두 기자는 현대중공업에서 추락사한 노동자의 소속 하도급 업체와 현대중공업의 계약서를 단독 입수해, 사망한 노동자가 한달짜리 용접.취부 계약을 맺고 ‘설계 변경 등으로 공사를 계속할 수 없거나 을(노동자 당사자)이 담당하는 해당 공정이 종료된 때, 도급계약이 해지될 때’ 계약이 만료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원청의 계약 종료로 사망 노동자가 언제든 일을 그만둘 수 있는 불안정 신분이어서 위험 업무를 하면서도 안전 조처를 요구할 수 없는 신분이라는 뜻이 됩니다.
아울러 6월1일치 1면에는 선호씨 참사 발생 40일이나 지났지만, 평택항에 100여개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개방형 컨테이너가 정부의 관할 등 구조적인 문제에 의해 점검조차 없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역시 단독으로 발굴해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평택항 사망사고 관계기관 합동 TF’까지 꾸린 해양수산부와 노동부는 평택항의 개방형 컨테이너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안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한 결과입니다.
선호씨 산재뿐만 아닙니다. 20일치 10면에는 50대 중국동포가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끼임사했는데, 회사가 노동자 탓한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22일에는 8면에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와 전남 광양의 철강업체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랐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삼성중공업 조선소 사례는 단독 보도인데, 특히 조선소 현장에선 5.1m 높이에서 일하던 노동자를 위한 추락 방지 시설도 엉성하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29일치 1면에는 300kg 무게의 파지에 깔려 숨진 화물차 노동자의 사연을 역시 화성 현장 취재를 더해 어느 매체보다 생생하게 보도했습니다. 이후 31일치 1면에는 화물차 노동자가 파지에 깔린 지 28분만에 현장에서 작업이 재개된 비현실적인 상황도 포착해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이 역시 다른 언론에서는 이튿날에야 따라오는 보도를 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이선호씨 사건과 관련해서는, 사건 현장과 빈소에서 아버지 이재훈씨를 만난 뒤 실명 게재 허락을 받고 실명으로 지사를 작성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산재 사망사고들에선 유족의 요구 등에 의해 피치 못하게 익명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겨레 보도 전 경기일보에서 사고 당일 ‘평택항서 20대 근로자 철재구조물 머리 맞아 숨져’라는 제목으로 3줄 단신 기사를 썼고, 기호일보와 중부일보에서 사고 다음날 역시 단신 기사를 썼습니다. 기호일보는 사고 사흘 뒤 ‘역시나 안전불감증’이라는 추가 보도도 했습니다. 이후 관련 보도가 없다가, 한겨레가 처음 상세 보도를 하고 나섰습니다. 한겨레 보도 당일 단신 보도를 하던 언론들도, 1면 보도 이후 심층 보도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나섰습니다. 아울러 선호씨 사건 뿐만 아니라 산재와 관련한 보도들도 두 기자가 선제적으로 전면 보도하고 나서면서, 다시 일상이 아니라 특수한 사건이 되어 관련 보도가 비중있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한겨레가 일정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두 기자의 전면 보도는 이선호씨 산재 사망 사건을 사회에 공론화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는 한겨레 기사를 공유하며 이씨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사회학자 조형근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손정민씨 사건과 이선호씨 사건에 대한 보도를 견주며 “특히 평택 현지에서 취재하면서 심층기사를 계속 내고 있는 박준용, 신다은 기자의 분투가 인상적”이라며 “한겨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위한 기획연재도 계속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도 5월31일 ‘한겨레 벗’ 인터뷰에서 “최근에 이선호씨 산재 사고를 1면에 다룬 거 잘 봤다. 유일하게 한겨레가 1면에 크게 다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역시 한겨레’라고 생각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추모 물결이 일면서 정치인들의 반응도 뜨거워졌습니다. 민주당 등에서는 지난 1월 발의안보다 대폭 후퇴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재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선호씨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직접 위로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대통령이 현장에 간 건 한겨레에서 보도한 뒤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한겨레 보도 뒤에야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 방문 등이 진행된 것”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한겨레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직접 설명해준 내용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지켰으며 현재 사내 특종상을 상신한 상황입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의 지원,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 모두 없었습니다. (2021년 6월 4일 기준)
회차 심사평
제369회 전체 총평
‘제36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81편이 출품돼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취재보도1부문에 좋은 보도들이 많이 출품됐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CBS의 <이용구 법무부 차관 ‘봐주기 수사’ 의혹> 보도는 전 언론사가 모두 취재에 품을 들이고 의혹 규명에 동참한 사건이기는 했으나 CBS의 단독 보도들이 수사 은폐를 드러내는 데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았다.
SBS의 <국가정보원 국장의 연이은 내부 성범죄> 보도는 국정원이 성범죄를 부인하는 가운데 취재가 매우 어려운 기관을 상대로 취재진이 오랜 기간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정원은 결국 성범죄 가해자에 대해 파면, 정직의 징계를 결정하고 국회에 보고했는데 이는 SBS의 보도가 이끌어낸 성과로 여겨진다.
SBS의 <경찰 고위직 간부 골프접대 의혹> 보도는 자칫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할 수 있는 경찰 비위에 대해 경각심을 환기시킨 보도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감시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보도를 격려함으로써 다른 언론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밖에 한겨레신문의 <23살 노동자 이선호씨 사망 사건 등 산업재해> 보도와 TV조선의 <박준영 해수부장관 부인, 수천만원대 장식품 관세 없이 들여와 불법 판매>도 수상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경쟁했다. 한겨레신문 보도의 경우 연속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이 전국적 이슈로 부각됐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고 TV조선의 보도는 실제 해수부 장관의 낙마로 이어질 만큼 영향력이 컸던 보도로 인정받았지만 아쉽게도 다른 작품들에 밀렸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15편이나 되는 출품작이 몰렸다. 이 중 한국일보의 <농지에 빠진 공복들 외> 보도가 이견 없이 수상작으로 꼽혔다. 고위 공직자 852명의 전국 농지소유 분포를 모두 통계화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등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심층 취재였고 독자 친화적 인터랙티브 페이지 구성이 돋보이는 등 완성도 높은 기획보도로 인정받았다. 오마이뉴스의 <군사법원 성범죄판결 집중분석> 보도는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2월 최초로 열람이 허용된 군사법원 판결문을 발빠르게 분석해 의미를 도출해 낸 보도였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지만 KBS의 <혁명은 실패하는가>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현장 취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한 현지와 연결해 다큐멘터리를 구성한 노력과 미얀마 시위의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 점이 높이 살 만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2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부산일보의 <중금속 범벅 폐광산, 도심 곳곳 방치> 보도는 지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폐광산 문제를 집중 취재하고 이슈화한 점이 우수했다는 평을 받았다. 기호일보의 <평택항 컨테이너 사망사고, ‘人災’ 주장> 보도는 이선호씨 사망사고에 다른 언론들이 주목하지 않을 때 관심을 갖고 보도한 것이 의미가 있다는 심사위원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대전의 <대전역 빠진 트램> 보도가 선정됐다. 오래 묵은 대전 도시철도 사업에 대해 언론이 주도적으로 트램 노선에 대전역이 빠져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결국 노선 수정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