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V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2019년 이춘재 자백으로 화성 일대 미제 연쇄살인 진범이 드러났습니다. 당초 경찰이 (미제)살인으로 분류했던 9건보다 5건 더 많은 살인이 밝혀졌고, 추가로 확인된 희생자 가운데 8살 김현정양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이춘재 자백 전까지 실종으로 분류돼 있었고, 경찰이 30년 전 현정양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이 1989년 현정양 시신 발견 뒤 은폐한 탓에 유족들은 30년간 딸을 찾아다녔던 겁니다.
다른 연쇄살인과 달리 이춘재도, 경찰 즉 국가도 가해자인 사건으로, 끝까지판타팀이 지속적으로 취재한 이윱니다. 경찰이 30년간 자행한 범죄를 경찰이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또 국가는 제대로 책임을 질까. 이 점에 주목해 차곡차곡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비공개된 수사기록도 입수해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경찰의 최종 수사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애써 경찰이 축소하려한) 진실에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최소 10명 이상, 인근 파출소 경찰까지 알고 있었던 시신은폐..조직적 은폐”
2020년 7월 경찰은 이춘재 연쇄살인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30년 전 수사팀의 현정양 시신은폐 사실을 간단하게 발표했습니다. 시신은폐에 개입한 형사계장 등 2명을 입건했지만, 공소시효가 도과했다는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끝까지판다팀이 입수한 수사기록과 추적 끝에 만난 전현직 경찰관을 상대로 탐문 취재한 결과, 드러난 사실보다 은폐된 진실이 더 많았습니다.
30년 전 수사팀 순경은 “또 다른 살인 희생자 현장 점검에 나갔는데 한 동료가 아래쪽 산을 가르치며 현정이가 저기 잠들어있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외 다수 경찰들은 검찰 조사에서 시신 은페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취재진이 추적해 만난 경찰도 “수사팀 다수가 현정양 살인을 실종으로 덮은 사실과 시신이 은폐된 걸 알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은폐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경찰만 무려 10명 이상인 것으로 취재결과 파악됐습니다. 여기엔 수사팀이 아닌 파출소 소속 경찰도 포함돼 있었는데, 경찰관 그 누구하나 30년간 딸을 찾아다닌 유족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현정양 시신 은폐가 형사계장 등 2명만의 문제가 아닌 경찰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현장 증거까지 조작...이춘재 대신 살인 은폐시킨 경찰
끝까지판다팀은 살인이 실종으로 둔갑돼 30년간 은폐될 수 있었던 원인을 계속 추적했습니다. 단순히 수사팀의 침묵만으론 오랜 기간 은폐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30년 전 수사팀이 살인 사건을 실종으로 덮어버리기 위해 현장 증거까지 조작한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습니다. 1989년 7월 사라진 현정양은 7개월 뒤인 12월 야산에서 시신과 유류품이 발견됐는데, 취재진이 입수한 당시 경찰 보고서엔 ‘가출인의 옷이 (중략) 신발주머니에 정리돼 있어 단순 가출로 사료됨’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춘재는 ‘현정양 살해 후 옷가지를 주변에 던졌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취재됐습니다. 끝까지판다팀은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추적했고, 이들로부터 ‘속옷 등이 나무에 걸려 있었고, 명찰에도 현정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살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는 증언을 받아냈습니다. 이춘재의 검찰 진술과 일치한 것으로, 30년 전 경찰이 살인을 실종으로 뒤바꾸기 위해 범인 대신 증거까지 은폐 조작해준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취재진은 30년 전 수사 과정 전반을 파악하기 위해 1989년 국과수 의뢰서까지 입수했습니다. 여기서 경찰은 증거를 조작한 탓에 이춘재가 사용한 범행도구조차 의뢰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일련의 내용들은 지난해 경찰 수사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들로, 끝까지판다팀의 보도가 없었다면 지금도 묻혀있을 것입니다.
"수사 재개하려 했다" 과거 잘못 옹호하는 경찰”
조직적 은폐와 묵인, 유류품 폐기, 증거조작. 30년 전 경찰의 잔혹한 범행 탓에 유족들은 현정양의 시신도, 유품도 아예 찾을 수 없게 됐습니다. 딸의 생존을 믿는 유족의 희망을 30년 동안 악용한 범죄였지만, 경찰은 당시 수사팀 형사계장 등 2명만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며 비공개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해당 의견서에서 경찰의 속내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시체 은닉을 영구히 감추려 한 것보단 일시적인 수사업무 부담감에서 벗어난 뒤 추후 용의자가 특정되면 수사를 재개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춘재 자백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은폐했을 게 명백한데도, 비상식적 논리로 과거 경찰의 범죄를 옹호한 겁니다. 경찰청장이 공개 사과를 했지만, 뒤로는 이 사건의 본질과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축소하려 했다는 사실을 꼼꼼한 취재로 세상에 알렸습니다.
“미제 살인 사건인 줄 알고 자백”
현정양 피해사실은 물론, 기타 살인 사건은 이춘재 자백으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왜 이춘재가 자백하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기술발전으로 미제 2건에서 확보된 DNA를 토대로 이춘재를 추궁한 끝에 자백하게 됐다는 게 지금까지 경찰의 설명이었습니다. 이 부족한 설명을 확인하기 위해 취재진은 어렵게 이춘재의 자백 경위 진술서를 입수했습니다. 경찰 수사결과 발표 뒤인 지난해 11월 이춘재가 검찰에 출석해 밝힌 진술입니다.
이춘재는 “현정양 사건도 당연히 미제 살인 사건으로 분류돼 있는 줄 알고 진술했고, 경찰은 당초 9건만 시인 받으려 했다. 경찰에게 지시해 화성 일대 미제 사건을 다 가지고 오게 한 다음에 설명해준 것으로, 경찰이 먼저 물어보지도 않았다”는 취지였습니다. 30년 전 총체적 부실 수사 탓에 경찰이 이춘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가 드러난 겁니다.
“시효 지나 처벌도, 배상도 못한다”..피해자에게 책임 떠넘기는 정부
경찰 조직의 범죄로 현정양 유족은 국가폭력 피해자가 됐습니다. 2년 전 은폐 사실이 드러났을 때 경찰 수장은 사과를 했고, 모든 조취를 취한다고 약속했습니다. 국민적 분노가 높을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이는 게 권력기관의 속성입니다.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현재 국가가 피해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끝까지 추적한 이윱니다.
역시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역대 정부가 그랬듯 국가폭력 피해자는 영원히 피해자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구체적 증거와 자료로 반박 불가능하게 보도했습니다. 현정양 유족들은 적극적 수사를 위해 공소시효 기산점을 늘일 수 있는 판례를 근거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1년간 수사를 끈 검찰은 유족의 이런 주장에 대해 짧은 설명이나 불수용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공소시효 완성’이라고만 적힌 짧은 불기소 결정문만 보냈습니다. 국가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고서 국가기관의 권위만 내세우는 행태를 보인 겁니다.
국가폭력 배상 사건에서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배척돼 왔고, 국가의 이런 주장은 ‘권리남용’이라는 대법원 판례가 공공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정부는 과거 정부의 이런 주장을 비판했고, 대신 국가폭력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대책으로 발표(법무부)까지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론 이런 대책은 지켜지지 않았고, 판례까지 부정해가며 정반대의 행동을 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끝까지판다팀이 입수한 정부 답변서 및 의견서(법원 제출용)에서 법무부는 ‘정부 책임은 없고, 소송비용도 유족이 부담해야 한다. 설사 1989년 위법사안이 있어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겼습니다.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또 다시 국가가 가해를 한 겁니다.
국가폭력 사건은 정부가 가해자라는 특성상 진실 규명이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끝까지판다팀이 오랜 기간 설득을 통해 어렵게 자료를 입수하고 관련자들을 전방위적으로 취재한 이유입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실상과 국가의 지속된 가해 행위를 끝까지 취재하고, 나아가 시효(공소시효 소멸시효)의 개선점, 피해자 구제 방법 등 대안까지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국가의 오류는 반복돼 왔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취재 내용을 다양한 경로로 보도하기 위해 콘텐츠 유통에 신경을 쓴 이윱니다. 8시 메인뉴스 콘텐츠 외에도 사건의 전말을 상세하게 담은 텍스트용 취재파일과 함께 별도의 동영상 제작물을 만들어 다양한 플랫폼으로 유통했습니다. 오랜 시간 취재 과정에서 취득한 자료와 내용 가운데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내용은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본질적 내용에 집중해 보도하며 저널리즘 원칙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언론윤리강령에 입각해 취재를 했고, 기타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2년 전 이춘재 자백 당시 현정양 시신은폐 사실 등만 보도됐을 뿐, 끝까지판다팀이 새롭게 취재한 내용이 보도된 바는 없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보도가 나간 직후, 관련 기사에 댓글이 수 천 개 이상 달리는 등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공론의 장이 형성되면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와 함께 시효 등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유족이 제기한 국가 상대 손배 소송이 진행 중에 있고,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상 규명 절차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내부 기준은 물론 언론윤리강령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9회 전체 총평
‘제36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81편이 출품돼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취재보도1부문에 좋은 보도들이 많이 출품됐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CBS의 <이용구 법무부 차관 ‘봐주기 수사’ 의혹> 보도는 전 언론사가 모두 취재에 품을 들이고 의혹 규명에 동참한 사건이기는 했으나 CBS의 단독 보도들이 수사 은폐를 드러내는 데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았다.
SBS의 <국가정보원 국장의 연이은 내부 성범죄> 보도는 국정원이 성범죄를 부인하는 가운데 취재가 매우 어려운 기관을 상대로 취재진이 오랜 기간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정원은 결국 성범죄 가해자에 대해 파면, 정직의 징계를 결정하고 국회에 보고했는데 이는 SBS의 보도가 이끌어낸 성과로 여겨진다.
SBS의 <경찰 고위직 간부 골프접대 의혹> 보도는 자칫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할 수 있는 경찰 비위에 대해 경각심을 환기시킨 보도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감시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보도를 격려함으로써 다른 언론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밖에 한겨레신문의 <23살 노동자 이선호씨 사망 사건 등 산업재해> 보도와 TV조선의 <박준영 해수부장관 부인, 수천만원대 장식품 관세 없이 들여와 불법 판매>도 수상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경쟁했다. 한겨레신문 보도의 경우 연속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이 전국적 이슈로 부각됐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고 TV조선의 보도는 실제 해수부 장관의 낙마로 이어질 만큼 영향력이 컸던 보도로 인정받았지만 아쉽게도 다른 작품들에 밀렸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15편이나 되는 출품작이 몰렸다. 이 중 한국일보의 <농지에 빠진 공복들 외> 보도가 이견 없이 수상작으로 꼽혔다. 고위 공직자 852명의 전국 농지소유 분포를 모두 통계화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등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심층 취재였고 독자 친화적 인터랙티브 페이지 구성이 돋보이는 등 완성도 높은 기획보도로 인정받았다. 오마이뉴스의 <군사법원 성범죄판결 집중분석> 보도는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2월 최초로 열람이 허용된 군사법원 판결문을 발빠르게 분석해 의미를 도출해 낸 보도였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지만 KBS의 <혁명은 실패하는가>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현장 취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한 현지와 연결해 다큐멘터리를 구성한 노력과 미얀마 시위의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 점이 높이 살 만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2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부산일보의 <중금속 범벅 폐광산, 도심 곳곳 방치> 보도는 지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폐광산 문제를 집중 취재하고 이슈화한 점이 우수했다는 평을 받았다. 기호일보의 <평택항 컨테이너 사망사고, ‘人災’ 주장> 보도는 이선호씨 사망사고에 다른 언론들이 주목하지 않을 때 관심을 갖고 보도한 것이 의미가 있다는 심사위원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대전의 <대전역 빠진 트램> 보도가 선정됐다. 오래 묵은 대전 도시철도 사업에 대해 언론이 주도적으로 트램 노선에 대전역이 빠져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결국 노선 수정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