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취재(O)
2. 보도제작경위
첫 단독보도와 취재 방향 설정
부산 대표적 1인 가구 밀집지역인 대연동 일대에서 혼자 살고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 용의자를 추적 중이라는 사실을 평소 알고 지내던 취재원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경찰에 물으니 피의사실 공표를 이유로 정확한 범행 장소를 알려주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을 수소문해 사건이 일어난 정확한 장소를 단독으로 확인했다.
문득 2년 전 인근 지역에서 발생했던 여대생 피살사건이 떠올랐다. 2년 전 피살 지점을 확인해 보니 이번 성폭행 발생 지점과 불과 걸어서 2분 거리였다.
이 점에서 단순 성폭행 사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2년 전 부산을 떠들썩하게 했던 피살사건 후 관계기관이 여러 대책을 내놨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2년 전 사건에 대한 대책이 효과가 없었음을 뜻했다.
이번 보도는 2년 전 대책에 대한 허점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1인 가구 범죄예방을 위한 건축 정책에 전반의 사각지대를 꼬집는 계기가 됐다.
주요 취재 내용
<2년 전 사고 대책, 무용지물>
취재진은 사건이 일어난 1월 말부터 6월까지 초까지 20여 건의 기사를 생산했다. 사건발생 직후 경찰은 ‘피의 사실 공표’를 이유로 단순한 사건 개요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이에 취재진은 3일 동안 사건이 일어난 원룸을 찾아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든 입주자를 붙잡고 사건개요를 물었다. ‘범인이 근처 편의점에서 장갑과 테이프를 사 갔다’ 등 당시 상황에 대한 내용과 침입하기 쉬운 구조의 원룸에 대한 입주자들의 불안감을 들을 수 있었다.
취재과정에서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해당 경찰서 서장이 기본 복무기강을 철저히 하라는 내부지시를 내렸다는 사실도 내부 취재원을 통해 단독 입수했다. 실제로 추후 설치된 cctv가 용의자의 도주 경로를 비추고 있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하고 추적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부 사정도 들었다.
사건 경위를 확인하는 것에서 나아가서 2년 전 여대생 피살사건에 따른 대책과 이번 사건을 연관 짓자 1인 가구 방범 대책의 구조적 허점들이 드러났다. 2년 전 경찰이 대책으로 내놨던 ‘우수원룸인증제’는 건물주에 대한 예산 지원이 전무해 경찰의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로 정책이 시행된 지 2년이 됐지만 부산에서 14곳, 사건이 일어난 남구 지역에는 한 곳도 없었다.
실제로 이번 성폭행 사건을 살펴보면, 피해 여성이 살고 있었던 원룸은 방범창 등 범죄예방시설 설치되지 않아 남성이 건물 옆에 놓인 쓰레기 더미를 밟고 피해자 집 창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만약 2년 전 대책이 제대로 시행됐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임이 확인된 것이다. 취재 도중 해당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원룸 구조와 거의 동일한 동래구 한 원룸에서 마찬가지로 혼자 있던 여성의 집에서 강간 사건이 일어나 1인 가구 범죄대책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1인 가구 범죄예방을 위한 건축 정책 사각지대 보도>
2년 전 대대적으로 부산 16개 지자체가 ‘건축허가 시 건물이 범죄를 예방하는 구조로 지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만들었으나 이마저도 공공건물에만 해당된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범죄예방 디자인을 널리 홍보하기 부산시가 진행하는 공모사업에는 1인 가구 밀집지역이 단 한 번도 선정된 적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한 국토부가 만든 ‘범죄예방건축 기준 고시’에서도 1인 가구가 주로 사는 소규모 공동주택에는 방범디자인 조례 적용이 권고사항이라는 부분도 짚었다. 국회의원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통계를 통해 실제로 2년 전에 비해 부산지역 주거침입 건수가 무려 30%나 늘었다는 사실도 데이터로 입증했다.
<부산 자치경찰제 출범에 따른 1인 가구 대책 제시>
오는 7월 자치경찰제가 부산에 처음으로 전면 도입된다. 이 시점에서 해당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굉장했다.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치안’ 분야가 지자체와 경찰의 공동업무가 되는데, 현재 그에 대한 시스템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연동 성폭행 사건으로 드러난 예산과 인력문제를 자치경찰제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했다. 경찰은 셉테드 인력이 있으나 예산이 없었고, 지자체에는 예산은 있으나 1년 만에 자리를 옮겨버리는 순환직 공무원으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경찰과 지자체의 인력과 예산을 운용하는 범죄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보도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성폭행 사건의 특성상 보도에 따른 2차 가해 여부를 가장 신경 썼다. 2년 전 피살 사건과 연관지어 보도하다 보니 피해자의 거주지가 특정될 우려가 컸다. 2년 전 피살 지점과 이번 사건 지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지만, 이를 지도로 표시하거나 사진으로 담지 않았다. 대신 2년 사건 지점과 ‘2분 거리’ 혹은 ‘150m 거리’ 등으로 최대한 범행 장소가 특정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1인 가구 침입 범죄 문제를 꼬집기 위해서 용의자의 침입경위가 가장 중요했으나, 경찰은 철저히 함구했다. 이에 피해자의 원룸에 사는 모든 입주자를 잡고 사건 경위를 물었고, 피해자와 일면식이 없는 용의자가 방범창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원룸 저층부의 창문으로 피해자의 집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어렵게 확인했다.
피해자의 거주지 건물에 방범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이는 2년 전 허술한 대책에 따른 것이라는 보도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이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2년 전 성폭행 지점과 2분 거리서 또 일어난 성폭행 사건은 부산일보의 최초 보도였으며, 이후 정책의 사각지대 관련 보도들도 사실상 단독보도였다. 이후 경찰, 부산시, 국토부 등 관계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타 매체들의 후속보도도 이어졌다.
<타 매체 보도>
(21.02.19 뉴시스) 부산경찰, 원룸촌 등 주거침입 범죄예방 대책 시행
(21.02.22 KBS) 주거침입 범죄 취약 원룸촌 치안 강화
(21.03.08 SK브로드밴드) 안전 구멍난 대학가 원룸촌...대책 절실
(21.03.03 GM글로벌뉴스통신) 부산 남구, 지역 최초 범죄예방 도시디자인 기본계획 수립
(21.05.28 KBS)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 ‘원룸 거주 여성 표적 성범죄’ 대책 논의
(21.05.28 노컷뉴스) 부산자치경찰위, 전문기관과 성범죄 종합 대책 논의
(21.05.28 서울경제) 부산광역시자치경찰위원회, 범죄취약가구 예방대책 수립과 환경개선에 총력
(21.06.07 연합뉴스) 부산시·부산경찰청 셉테드 특별교부세 2억원 확보
(21.06.07 서울경제) 부산시, 안심원룸 인증제 지원사업 추진···방범창 교체 등 지원
5. 사회에 끼친 영향
1인 가구 방범 정책의 실질적 변화 기록
보도가 이어지자 관계기관이 책상 앞이 아닌 모두 현장으로 나왔다. 부산경찰청장, 남구청장, 부산시, 지역 청년네트워크 심지어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도 사건 발생 지역인 대연동을 찾아 1인 가구 범죄예방 정책을 내놨다.
관심은 실질적 정책 변화로 이어졌다. 국토부는 권고사항에 그쳤던 범죄예방건축기준고시를 의무사항으로 개정하는 방향을 논의 중이다. 지역의 사건이 전국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다. 개정되면 전국 소규모 주택은 반드시 방범창을 설치하고 배관에 가시구조물 등을 설치하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남구청은 낙후된 지역만 도시재생을 한다는 개념을 버리고 과감하게 전국 최초로 1인 가구 위주의 도시재생 뉴딜 계획을 내놨다. 현재 추경을 통해 용역비를 마련했고 내년 초 공모에 신청해 선정되면, 전국 최초로 1인 가구만을 위한 300억대의 도시재생 사업이 부산에 진행된다.
부산 남구 지역뿐만 아니라 부산 전역 1인 가구 범죄예방을 위해 부산 남구와 부산시건축사회가 손을 잡았다. 남구 지역의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만든 1인 가구 범죄예방 건축 모델을 건축사회가 MOU를 맺고 보급하기로 했다.
방범시설 설치 비용을 모두 건물주가 부담해야 하는 정책 탓에 2년 전 대책이 무용지물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행정안전부는 특별교부세 2억 원을 부산시 셉테드 사업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산시는 부산형 ‘제2의 셉테드’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의 셉테드는 CCTV나 방범창 등의 물리적 시설로만 침입을 예방하는 구조인 탓에 한계가 있다. 새로 제시된 제2 셉테드는 물리적인 감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방범망을 촘촘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새로 출범한 부산 자치경찰은 해당 보도를 계기로 1인 가구 침입범죄를 막기 위해 부산시- 경찰- 민간단체-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었다. 현재 해당 협의체를 꾸리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부산시가 입법을 준비 중이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본 보도는 분기에 한번 회사 내 좋은 보도를 뽑는 ‘부일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산일보 기자협회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단순 사건 기사를 2년 전 사건과 연결 지어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끈질기게 문제점을 파헤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대책까지 이끌어낸 ‘모범 기사’다. 특히 1인가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실에서 시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해낸 기사다”라는 심사평을 남겼다.
또한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부산 MBC 라디오에 출연해 본 기사를 ‘언론이 비교적 관심을 두지 않는 단순 성폭행 사건을 어쩔 수 없었다고 넘어가지 않고 2년 전 사건과 연관 지어 구조적 문제까지 드러낸 지역 언론의 모범사례’라고 평가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 피신청사항, 어떤 소송도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69회 전체 총평
‘제36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81편이 출품돼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취재보도1부문에 좋은 보도들이 많이 출품됐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CBS의 <이용구 법무부 차관 ‘봐주기 수사’ 의혹> 보도는 전 언론사가 모두 취재에 품을 들이고 의혹 규명에 동참한 사건이기는 했으나 CBS의 단독 보도들이 수사 은폐를 드러내는 데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았다.
SBS의 <국가정보원 국장의 연이은 내부 성범죄> 보도는 국정원이 성범죄를 부인하는 가운데 취재가 매우 어려운 기관을 상대로 취재진이 오랜 기간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정원은 결국 성범죄 가해자에 대해 파면, 정직의 징계를 결정하고 국회에 보고했는데 이는 SBS의 보도가 이끌어낸 성과로 여겨진다.
SBS의 <경찰 고위직 간부 골프접대 의혹> 보도는 자칫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할 수 있는 경찰 비위에 대해 경각심을 환기시킨 보도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감시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보도를 격려함으로써 다른 언론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밖에 한겨레신문의 <23살 노동자 이선호씨 사망 사건 등 산업재해> 보도와 TV조선의 <박준영 해수부장관 부인, 수천만원대 장식품 관세 없이 들여와 불법 판매>도 수상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경쟁했다. 한겨레신문 보도의 경우 연속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이 전국적 이슈로 부각됐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고 TV조선의 보도는 실제 해수부 장관의 낙마로 이어질 만큼 영향력이 컸던 보도로 인정받았지만 아쉽게도 다른 작품들에 밀렸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15편이나 되는 출품작이 몰렸다. 이 중 한국일보의 <농지에 빠진 공복들 외> 보도가 이견 없이 수상작으로 꼽혔다. 고위 공직자 852명의 전국 농지소유 분포를 모두 통계화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등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심층 취재였고 독자 친화적 인터랙티브 페이지 구성이 돋보이는 등 완성도 높은 기획보도로 인정받았다. 오마이뉴스의 <군사법원 성범죄판결 집중분석> 보도는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2월 최초로 열람이 허용된 군사법원 판결문을 발빠르게 분석해 의미를 도출해 낸 보도였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지만 KBS의 <혁명은 실패하는가>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현장 취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한 현지와 연결해 다큐멘터리를 구성한 노력과 미얀마 시위의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 점이 높이 살 만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2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부산일보의 <중금속 범벅 폐광산, 도심 곳곳 방치> 보도는 지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폐광산 문제를 집중 취재하고 이슈화한 점이 우수했다는 평을 받았다. 기호일보의 <평택항 컨테이너 사망사고, ‘人災’ 주장> 보도는 이선호씨 사망사고에 다른 언론들이 주목하지 않을 때 관심을 갖고 보도한 것이 의미가 있다는 심사위원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대전의 <대전역 빠진 트램> 보도가 선정됐다. 오래 묵은 대전 도시철도 사업에 대해 언론이 주도적으로 트램 노선에 대전역이 빠져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결국 노선 수정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