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ㅇ),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어디 억울하지 않은 죽음이 있을까 싶지만, 현장에서는 소중한 가족의 죽음에 책임조차 물을 수 없는 이들도 있었다. 5월 가정의 달이라며 귀가한 뒤 가족을 힘껏 안아주면서도 입맛이 썼다.
가족을 떠나보낸 사건이 발생하고 한 차례 취재 열풍이 지나간 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우리 가족은 왜 죽어야 했느냐’ ‘왜 그 죽음에는 책임을 지는 이가 없느냐’고 토하는 유족들의 절규가 있었다.
발단은 2021년 3월 11일 부산 ‘초량지하차도 참사’ 사건 유족의 소송이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안고 지자체와 맞서는 외로운 싸움의 시작이었다. 이는 지난해 7월 23일 폭우로 지하차도가 침수해 3명이 숨진 참사가 발생한 지 8개월여 만이다.
참사 직후 관련 기사가 쏟아졌지만, 유족들의 목소리를 담은 보도는 없었다. 故 김경민(28) 씨와 故 조상철(57) 씨 유족들은 인재(人災)로 꼽힌 참사 발생 이후 보도가 몰아친 뒤, 여태껏 귀 기울여 주는 곳도, 말할 곳도 없었다고 했다. 가족을 잃은 유족, 그들의 가족에 초점을 맞추고 가족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현상을 짚기로 했다. 물에 잠긴 지하차도의 배수용량 등 시설 문제를 넘은 재난, 재해에 대한 공직 사회의 안일한 인식이 시작이었다.
2020년 1월 서울중앙지검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행각에 넘어간 20대 청년 故김후빈(29) 씨의 유족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부산 경찰이 1년여 만에 검사 행세를 한 보이스피싱 일당을 붙잡았다. 전국을 뒤흔든 사건이었지만,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는 사기 혐의 외에는 어떠한 죄도 물을 수 없었다.
유족의 고통은 계속됐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1년이 지나도 그날의 고통이 생생하다고 했다. 아들로 그치길 바랐던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이 아직도 매일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형사들과 형사법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꼽은 보이스피싱 형량 강화 법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였다.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 호텔에서 현수막 설치 작업을 하던 故 손현승(39) 씨가 관리 감독조차 없는 상황에서 리프트에서 추락해 숨진 ‘해운대 호텔 연회장 추락사건’도 있었다. 모두가 잊은 사건 속에서 유족들만이 아픔과 억울함을 떠안고 있었다.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손 씨의 유족은 가족을 떠나보낸 생생한 기분을 다시 느낀다고 한다.
손 씨의 유족은 현재 대기업 호텔 법인과 현수막 업체와의 힘겨운 소송을 진행 중이다.
부산일보는 유족들이 말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조명하기로 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부터 사건을 유족의 시점에서 재구성해 보도하기로 했다. 사건이 종결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사건 발생 당일에 머물러 있었다. 본보는 보도를 통해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 범죄의 경각심을 알리려는 유족 개개인의 노력을 사회 문제로 확장했다.
부산일보는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피해자들의 실명과 생전 모습을 기사에 담았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경각심 제고와 함께 미비한 현행법과 관련 범죄 분석, 사고와 밀접한 사회 시스템 등 전반을 조명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유족들은 모두 현행법의 사각지대와 개선 없이 공회전하는 사회 시스템이 ‘소중한 가족의 죽음’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사고’로 뒤바꾸었다고 지적했다.
본보는 피해자로서가 아닌, 사고로 떠나보낸 가족과 그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이 겪은 일들은 모두 위험성을 예상할 수조차 없었던 일상에서, 누구든지 겪을 일상 속에서 벌어진 억울한 사고들이었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강조했다. 유족들이 차마 하지 못했던, 억울하고 강조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미비한 현행법과 시스템 문제를 다루는 기사에 녹였다.
부산에서 전북 순창까지, 전국에 거주 중인 유족과 만나 2~3차례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족의 시점에서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기사는 크게 개개의 사건마다 유족(가족) 이야기와 해당 사고의 현황과 현행법 등 문제점을 짚었다. △사고 이후 유족의 일상 △떠나보낸 가족에 대한 이야기 △진행 중인 소송 절차(관계 기관의 대응) △사고 관련 개정 법안, 시스템 등 대책 △유족 관점에서 느낀 문제점이 초점이었다.
사건을 바라보는 유족의 시점은 더욱 예리했다. ‘내 가족의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형사법 전문가, 법학 교수, 일선 수사기관 관계자 모두 유족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에 공감하며 대책을 제시했다.
부산일보는 이어 재판부의 양형과 판결, 국민 법 감정 사이의 괴리감을 주제로 비대면 대담을 진행했다. 현직 판사, 로스쿨 원장 등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상식적인 판결’, ‘법 감정에 부합하는 판결’에 대한 화두를 던져 이들의 입장과 생각을 독자에게 전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부산일보는 ‘죽음이 묻다’ 기획을 통해 책임자 처벌이 없는 3건의 사망 사건과 가족을 잃은 유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고 발생 뒤 단순 사건 내용 보도와 향후 재판 내용을 다루는 일반적 기사와 달리, 가정의 달을 맞아 유족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다시 조명하고,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것이 타 매체와의 차이다.
취재진은 사건 이면의 이야기에도 집중했다. 본보 취재진은 유일하게 유족들과 친밀 관계를 맺고 꾸준히 그들을 만났다. 소송에 대한 수십여 장의 서류와 문서를 확인하고, 수십여 장의 가족사진을 볼 수 있었다. 유족과의 관계를 통해 다른 매체에서 보도하지 않았던 사건 전후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룰 수 있었다. 사건 발생 이후 유족들이 직접 사건을 파헤치고, 관계 기관들과 싸우면서 느낀 문제의식을 기사로 담을 수 있었다.
특히 이 사건을 향후 재판의 ‘법 감정’이라는 큰 틀로 묶어 법조계 전문가들이 느끼는 문제점과 개선책을 보도했다. 단순 사건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 유족의 목소리와 감정, 법조계의 공감까지 더한 보도로, 보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보이스피싱 형량 등 현행법과 개정법 문제를 다루는 시민 단체의 활용 자료로도 인용되기도 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본보 보도 이후 금융감독원 부산울산지원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고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업무를 금년 주요 업무로 설정했다. 보이스피싱 유형, 예방을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 등의 시민 예방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이어 부산, 울산경찰청과 공조해 피해 예방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은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 형량 강화 개정안의 통과 필요성을 실감하고 입법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보도된 故 손현승 씨 사망 사건을 포함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연착륙을 위한 활발한 논의를 시작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단순히 사망 사건과 현행법 등의 문제를 보도하는 것을 넘어 유족의 시점으로, 유족의 목소리를 통해 문제점을 짚은 참신한 보도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지역에서 발생한 잊혀가는 사건을 챙겨 다른 시각으로 재조명해 지역 언론의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특이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69회 전체 총평
‘제36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81편이 출품돼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취재보도1부문에 좋은 보도들이 많이 출품됐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CBS의 <이용구 법무부 차관 ‘봐주기 수사’ 의혹> 보도는 전 언론사가 모두 취재에 품을 들이고 의혹 규명에 동참한 사건이기는 했으나 CBS의 단독 보도들이 수사 은폐를 드러내는 데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았다.
SBS의 <국가정보원 국장의 연이은 내부 성범죄> 보도는 국정원이 성범죄를 부인하는 가운데 취재가 매우 어려운 기관을 상대로 취재진이 오랜 기간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정원은 결국 성범죄 가해자에 대해 파면, 정직의 징계를 결정하고 국회에 보고했는데 이는 SBS의 보도가 이끌어낸 성과로 여겨진다.
SBS의 <경찰 고위직 간부 골프접대 의혹> 보도는 자칫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할 수 있는 경찰 비위에 대해 경각심을 환기시킨 보도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감시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보도를 격려함으로써 다른 언론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밖에 한겨레신문의 <23살 노동자 이선호씨 사망 사건 등 산업재해> 보도와 TV조선의 <박준영 해수부장관 부인, 수천만원대 장식품 관세 없이 들여와 불법 판매>도 수상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경쟁했다. 한겨레신문 보도의 경우 연속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이 전국적 이슈로 부각됐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고 TV조선의 보도는 실제 해수부 장관의 낙마로 이어질 만큼 영향력이 컸던 보도로 인정받았지만 아쉽게도 다른 작품들에 밀렸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15편이나 되는 출품작이 몰렸다. 이 중 한국일보의 <농지에 빠진 공복들 외> 보도가 이견 없이 수상작으로 꼽혔다. 고위 공직자 852명의 전국 농지소유 분포를 모두 통계화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등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심층 취재였고 독자 친화적 인터랙티브 페이지 구성이 돋보이는 등 완성도 높은 기획보도로 인정받았다. 오마이뉴스의 <군사법원 성범죄판결 집중분석> 보도는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2월 최초로 열람이 허용된 군사법원 판결문을 발빠르게 분석해 의미를 도출해 낸 보도였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지만 KBS의 <혁명은 실패하는가>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현장 취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한 현지와 연결해 다큐멘터리를 구성한 노력과 미얀마 시위의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 점이 높이 살 만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2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부산일보의 <중금속 범벅 폐광산, 도심 곳곳 방치> 보도는 지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폐광산 문제를 집중 취재하고 이슈화한 점이 우수했다는 평을 받았다. 기호일보의 <평택항 컨테이너 사망사고, ‘人災’ 주장> 보도는 이선호씨 사망사고에 다른 언론들이 주목하지 않을 때 관심을 갖고 보도한 것이 의미가 있다는 심사위원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대전의 <대전역 빠진 트램> 보도가 선정됐다. 오래 묵은 대전 도시철도 사업에 대해 언론이 주도적으로 트램 노선에 대전역이 빠져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결국 노선 수정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