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이성윤 중앙지검장,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
이성윤 중앙지검장,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코트 조사’
TV조선 이채현 기자
제보를 듣고 과천 일대를 돌아다니던 중, 허름한 공사장 옆 일방통행 도로. 한 건물에 매달려 있는 먼지가 쌓인 구형 CCTV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뜻 봤을 때 조명처럼 보였고 제대로 작동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희미한 흑백 CCTV 화면 속에서 두 대의 승용차가 접선하는 듯한 수상한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곧이어 한 남성이 내려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빠르게 차를 갈아탔습니다.
반사적으로 영상의 정지 버튼을 누르고 살펴보니,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비슷한 실루엣이었습니다. 대학 시절이나 수습 시절 늘 배웠던 “현장에 답이 있다”는 단순한 말이 머리에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중간에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쪽 방향으로 한 번 더 가서 물어보라”, “다른 CCTV를 또 구해서 차량 번호를 한 번 더 확인하라”는 세세하고 끈질긴 취재 지시를 내려준 배태호 사회부장과 류병수 법조팀장. 또 꼼꼼하게 팩트를 재확인해준 뛰어난 법조팀원들이 없었다면, CCTV는 며칠 뒤 지워졌을 것이고, 이 일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물론 그랬다면 세상은 좀 더 조용히 흘러갔을 것입니다. 공수처와 이성윤 지검장도 지금보다는 편안한 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다시금 저널리즘의 핵심 임무가 권력에 대한 ‘감시견 기능’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며 정진해나가고자 합니다. 귀한 상으로 용기를 준 한국기자협회에 감사합니다.
법무부 교정당국 비리 JTBC
법무부 교정당국 비리
JTBC 이상엽 기자
지난 1월부터 제보자와 주고받은 편지만 50여장에 이릅니다. 처음엔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취재를 거듭할수록 현실이 상상을 압도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보자의 주장을 검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먼저 출소자 여러 명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의혹을 구체화하는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제보자와 출소자, 교정당국의 말이 하나로 맞춰졌습니다.
한 재소자가 기자에게 보낸 옥중편지엔 믿을 수 없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교도소 안에서 마약성 진통제가 유통돼왔고, 이 약들이 영치금 거래로 이어진 건 취재 결과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일단 법무부 조사로 사건은 끝이 났습니다. 일부 재소자의 잘못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는 잘 고쳐지지 않을 겁니다.
또 다른 재소자는 교도소 안에서 특혜를 받아왔습니다. 규정을 어겨가며 교정 밖과 쉽게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도관이었습니다. 교도관은 재소자의 지인으로부터 여러 번 고급선물을 받아왔습니다. 상납의 대가는 특혜였습니다. 교도관은 직무에서 배제됐습니다.
보도 이후 한 교도관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1만6000여명 교정공무원들은 최후의 일선에서 열악한 시설과 복지에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일부 재소자와 교도관의 문제라는 점에서 동의합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모든 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더 나은 교정당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한솔 구출작전 등 ‘자유조선’ 크리스토퍼 안 인…
김한솔 구출작전 등 ‘자유조선’ 크리스토퍼 안 인터뷰
국민일보 하윤해 기자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자유조선’을 ‘미스터리한 단체’라고 표현했습니다. 펼쳤던 작전들도 기상천외합니다. 피살된 북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구출작전과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 진입 사건을 통해 자유조선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해결책을 찾기 힘든 문제가 ‘외신 받아쓰기’입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미국 언론에 중요한 정보를 먼저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자유조선 사건이 터졌습니다. ‘김한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습니다. 한국 언론도 이를 직접 보도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오기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자유조선이 매우 논쟁적인 단체라는 점도 유념했습니다. 다만, 김정남이 사망한 직후 김한솔과 그 가족이 사라지기 직전, 타이페이 공항에서 유일하게 만났던 사람이 크리스토퍼 안이었습니다. 그는 또 스페인 북한대사관에 진입했던 10명 중 한 명이었습니다. 베일에 싸인 두 사건의 유일한 교집합인 셈입니다. 그의 주장을 직접 확인하고, 그 육성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뷰를 처음 기획했을 때, 그 막막함을 잊을 수 없습니다. ‘포기하지 마라’는 말의 힘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심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임기 3년을 마치고, 올 여름 복귀합니다. 이번 수상은 코로나19와 트럼프로 점철됐던 특파원 생활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위안의 목소리입니다. 워싱턴에 있는 동안, 먼 곳으로 떠나신 정병덕·정재호 선배와 이현우 기자의 영전에 이 상을 올립니다.
전자정보 압수수색 시대 경향신문
전자정보 압수수색 시대
경향신문 이범준 기자
근대 이후 국가의 역사는 법에 따라서만 처벌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절차의 역사’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이라는 수사기관의 호소는 이를 곧잘 무너뜨렸습니다.
“이것만은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시대마다 있기도 했습니다. 압수수색 대상이 전자정보가 되면서 차원을 달리하는 상황이 됐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어디까지 묵인이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전자정보 압수수색이라는 현상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이제는 범죄의 주요한 수단이 전자정보인데 전자정보를 압수하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반론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전자정보가 흉기와 같은 물건이 아니라 거부권이 있는 진술에 가깝지 않냐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상론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도 살폈습니다. 외국에서는 아동 포르노와 도심 테러 상황에서도 전자정보 압수를 제한하는 것을 파악했고, 독자에게 소개했습니다.
이 밖에 대검찰청에 압수한 개인정보를 무기한 저장하는 전국디지털수사망(D-NET)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취재했고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2012년 D-NET 구축 이후 전자정보 데이터 14만1739건을 저장했고, 이 중 35.2%인 4만9942건은 여전히 서버에 남아 있다는 것, 9년 전 처음 저장한 전자정보도 439건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등을 밝혀냈습니다. 취재를 도와준 많은 분과 부족한 기사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군 내 코로나19 격리자 부실 처우 고발 SBS
군 내 코로나19 격리자 부실 처우 고발
SBS 한소희 기자
강추위에 난방도 제대로 안 되는 폐건물에 아픈 병사들이 격리됐습니다. 상수도관이 다 터져 온 건물이 얼음바닥인 곳에서 화장실도 없어 양동이에 볼일을 봤던 겁니다. 병사들은 자신들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하는 건지, 코로나보다 군의 태도가 자신들을 더 힘들게 했다고 호소했습니다.
당장이라도 기사를 쓰고 싶었지만, 병사는 가해질 불이익이 걱정돼 보도엔 주저했고, 바로 기사를 쓸 수 없었습니다. 병사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수차례 설득하고 여러 곳에 자문을 구하는 과정을 거쳐 석 달이 지나서야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군 내 코로나19 격리자 부실 처우 고발 연속보도> 이후, 군 당국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실태 파악과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방역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하고,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군의 태도가 보도로 달라진 겁니다. 사회엔 ‘방역과 인권 사이’ 고민이 필요하다는 화두가 던져졌습니다.
코로나 국면, 방역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인권이라는 가치를 상기시킨 건 문제를 알린 공군과 육군 두 병사입니다. 당장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내가 겪은 일을 다른 군인들은 겪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선의가 더 컸기에 가능했던 보도였습니다.
병사들의 용기로 만든 보도에 이름을 얹는 빚을 졌습니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용기 내준 공군과 육군 두 병사에게 이 자릴 빌어 다시 한번 감사하단 말씀드립니다. 군 장병들과 용기 있는 제보자들이 언제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기자, SBS가 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30년 주민숙원 고속철도, 군수와 군청간부들이 차지…
30년 주민숙원 고속철도, 군수와 군청간부들이 차지한 역세권
강원CBS 진유정 기자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는 1987년 대선 공약으로 등장한 이후 강원도 접경지 주민들의 대표 숙원사업이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순수한 염원으로 이뤄낸 동서고속화철도, 하지만 철도가 지나는 지역 곳곳에서는 사업 성사를 전후해 지역 ‘유지’들의 역세권 토지 매입 소문이 때마다 반복돼 왔습니다.
여러 이슈 속에 수면 아래로 내려간 심증과 풍문은 ‘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4년 특정 정당 소속 군수들이 두 차례 3선을 연임했던 강원도 양구에서는 ‘전 군수와 전·현직 군청 간부, 지역 사단장을 지낸 군 장성까지 역세권 토지를 사들였다’는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취재를 망설였습니다. 정확한 지번과 소유자가 빠진 막연한 제보에다 역세권 수백 필지 토지 중에서 거론된 당사자들의 토지 소유 여부 자체를 찾는 것은 그야말로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일과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소문이 무성했던 지도층들의 부적절한 토지 거래 행위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시간의 흐름 속에 해당 사안은 그대로 영원히 묻힐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소문의 사실 여부를 밝혀내자는 기자 본연의 취재 정신도 발동했습니다.
취재 방식은 그야말로 발품을 팔고 오랜 시간 등기부등본을 발급해 수작업과 재확인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수십일 동안 밤낮으로 이뤄진 분석 작업 끝에 ‘빙산의 일각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강원도 접경지 주민들이 지역의 미래를 바꿔보고자 30년간 외쳐왔던 ‘호소의 결실’을 공명정대하게 앞장서 일을 해야 할 공직사회와 지역 지도층들이 독차지하고 있었던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사자들의 반론과 재확인까지 거쳐 ‘풍문’을 ‘사실’로 확인해낸 보도가 시작됐습니다. 강원CBS 보도 이후 각 정당과 시민단체에서는 강원도 감사위원회 조사와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됐습니다.
보도 이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전직 양구군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됐습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중 첫 구속사례였습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전국 각 지자체와 경찰의 조사와 수사는 물론 지역의 기자들도 이들을 견제 감시해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해소되길 소망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취재를 위해 힘써주신 강원CBS 최원순 보도국장을 비롯한 보도국 선배 모두에게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특별취재반, 동물방역의 표준을 만들다 경기일보
특별취재반, 동물방역의 표준을 만들다
경기일보 채태병 기자
‘성화요원(星火燎原)’이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작은 불씨가 퍼지면 넓은 들마저 태운다는 뜻으로, 이번 취재 과정을 표현하기 가장 적절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작은 경기지역 한 업체 관계자의 투덜거림이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가축전염병이 경기도에서 발생하는데 정작 지역의 업체가 일감을 따내지 못하는 등 소외받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취재가 시작되고 여러 관계자와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업계에서 일부 공직사회와 타 지역 업체 간 ‘검은 유착’ 의혹이 떠도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의혹의 근거를 찾기 위해 취재력을 집중했고 타 지역 업체가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일감을 수주한 사례, 과거 경기도 감사에서 공무원이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자 고의적으로 사업을 쪼개기 발주한 사례 등을 찾아냈습니다.
가축전염병 발생 시 농가에선 자식처럼 애지중지 길러온 가축을 피눈물을 흘리며 살처분합니다. 정부는 확산 방지를 위해 가축전염병을 국가적 재난으로 지정하고 방역대 유지에 사활을 겁니다.
일부 공직사회와 업체 간 유착으로 인해 이 같은 농가의 슬픔과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선 안 된다고 판단, 기획보도에 나서게 됐습니다. 보도 이후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살처분 및 매몰지 복원 관련 불공정 관행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부정부패 사례 확인을 위한 전수조사 및 특정감사 추진에 나섰습니다. 도의 종합대책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또 다른 ‘검은 유착’ 의혹이 생겨나지 않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