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0 )
MBC 기획취재팀은 넉 달 전, 이상직 의원의 거짓말을 밝혀낸 적이 있습니다. "창업주일 뿐, 경영에 관연한 적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차명주주를 찾아냈고 친인척, 전현직 임직원들의 증언도 확보해 보도했습니다. “대회의실에 회장님 의자가 따로 있을 정도로 존재감은 대단했고 단 한번도 경영에서 손을 뗀 적이 없다”는 게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었습니다. ‘불사조’로 불리던 이상직 의원은 얼마전 ‘헌정사상 5번째 체포동의안 통과’라는 불명예를 안고 구속됐습니다.
지원자 이름 옆에 ‘의원님’..이스타항공 특혜 채용 의혹
지난 취재에서 확보한 게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와 승무원 채용과정이 담긴 문건이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확인된 것만 23번의 채용을 했는데 이 가운데 7번의 채용과정을 담긴 서류 뭉치였습니다. 놀라운 건 합격자 명단 옆에는 누가 청탁을 했는지, 누굴 통해 전달됐는지가 빼곡히 적혀 있었던 겁니다.
“서류는 붙여주기로 했단 말이야”한마디에 모두 합격
이상직 의원의 ‘수족’으로 불리던 최종구 전 대표의 녹취도 확보했습니다. 인사팀 직원에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출신학교까지 써주며 “서류 정도는 합격시켜주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의원님, 그러니까 이상직 의원이 준 명단도 어마어마했다고도 했습니다. 보통 한 번에 27명 정도를 뽑는데 많을 때는 9천 명 넘게 지원할 때도 있었고 경쟁률은 340대 1이 넘었습니다. 매번 수천 명이 이유도 모른 채 서류전형에서 조차 떨어졌습니다.
사실로 확인된 채용청탁 문건..“청탁인원이 채용인원보다 더 많았다”
문건과 녹취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부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인사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전·현직 고위임원과 팀장 등 약 20명을 접촉했고 채용 청탁명단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자신이 작성했다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명단에 나와 있는 응시자와 청탁자, 중간연결고리가 되는 사람들을 일일이 접촉해 청탁과정과 해명도 최대한 들었습니다. 두 달 가까이 매일 확인을 하는게 일이었습니다. 확보한 문건 중 이상직 의원 관련자만 적어도 78명, 청탁이 오간 것으로 보이는 지원자만 138명이었습니다.
1·2등 빼고 모두 뒤바뀐 순위..탈락도 면접 거치고 합격자로 둔갑
충격적인 증언도 나왔습니다. 한번은 27명 뽑는데 청탁을 받고 뽑아줘야 하는 인원이 더 훨씬 많아서 1·2등만 남겨놓고 나머지 등수를 모두 바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뽑힐 만한 사람들이었는지 면면히 살펴봤습니다. 내부기준이던 키 165㎝가 안돼도 합격, 영어 토익점수를 안 냈는데도 합격이었습니다. 1차 필기시험에서 89명 중 82등으로 탈락권이던 한 조종사는 면접에서 후한 점수를 받아 최종합격을 합니다. 만약 같은 시험에 응시했던 수험생들이 이 과정을 알았다면 쉽게 이해가 가질 않았을 겁니다.
의원*외교관*장군도 줄줄이 청탁..토익 없어도 '합격'
채용 청탁자 명단에는 여당 중진 의원에서부터 언론사 간부, 중견기업 회장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국회의원만 전·현직 5명이 등장합니다. 상당수는 모른척하거나 반복된 취재에 연락이 끊겼습니다. 알아도 모른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인정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 유력 방송국 보도본부장 출신 언론인은 청탁사실이 맞고 부탁을 해서 채용은 됐지만 “실력이 안 돼서 쫓겨났다”고 했습니다. 취재를 해 보니 이런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습니다. 이 역시 다른 응시자가 봤다면 이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국토부 공무원도 등장...민원창구로 전락한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청탁 문건에는 국토교통부 공무원을 비롯해 공무원도 유독 자주 등장합니다. 직원들은 항공사 입장에서 주무 부처인 국토부를 비롯한 유력 인사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문건에는 ‘고위공무원 자녀’나 ‘지식경제부 과장 조카’도 있습니다. 이상직 의원이 이들을 방패막이 삼아 사업을 키우려 했다는 게 전·현직 임직원들의 말이었습니다. 또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인데 응시자 가운데 유독 전주지역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이상직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합니다. “1명을 뽑으면 300표가 확보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게 전직 고위 임원의 말이었습니다.
도돌이표 같은 이상직 의원의 답변
이상직 의원은 특혜 채용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난 경영을 한 적이 없다”며 책임 떠넘겼습니다. 이스타항공의 전·현직 대표이자 이상직 의원의 최측근이었던 김유상 전 보좌관과 최종구 전 부사장도 여러번 묻고 찾아가 봤지만 명쾌한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수사에서 채용비리가 사실로 확인되면 이상직 의원은 횡령·배임혐의에 이어 업무방해 혐의로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익명 취재원의 증언은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 대면 인터뷰를 통해 확보했습니다. 증언의 사실관계를 따져보기 위해 다수에 전·현직 임직원, 채용 당사자, 청탁자, 전달자와 인터뷰 등을 진행했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② 취재 이외의 제보자와의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③ 모든 취재와 자료조사는 MBC 기획취재팀이 담당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의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보도가 나간 직후 연합뉴스를 비롯해 주요일간지에서도 녹취와 문건을 소개하며 이스타항공의 특혜 채용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세계일보에서는 사설을 통해 엄중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만 수십 건에 달합니다.
[연합뉴스] 20210420
제목 : '횡령 혐의' 이상직, 이스타항공 승무원 부정 채용 의혹
링크 : https://www.yna.co.kr/view/AKR20210420175200003?section=search
[뉴스1]
제목 : 이상직 '의원·고위공무원' 청탁 받았나...‘채용 비리 의혹’
링크 : https://www.news1.kr/articles/?4281227 외 다수
[서울신문] 20210421
제목 : ‘횡령 혐의’ 이상직, 이스타항공 승무원 수십명 부정 채용 의혹
링크 :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421500002&wlog_tag3=naver
[중앙일보]
제목 : 홍준표, 이상직 채용 비리 의혹에 ”야당 아들 취업은 막더니”
링크 : https://news.joins.com/article/24040200 외 다수
[KBS], [SBS] , [JTBC] 20210429
제목 : ‘구속’ 이상직 의원, 이스타항공 부정채용 의혹도 수사
링크 :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75631&ref=A 외 다수
4.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가 나간 직후 한 시민단체는 이상직 의원을 비롯한 이스타항공의 전현직 대표들을 대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검찰은 곧 서울 남부지검의 공공수사*반부패 전담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 착수했습니다. 정의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기존의 횡령*배임 혐의 말고도 채용청탁 비리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현재 수사가 진행인 만큼 MBC 기획취재팀은 후속보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내부 편집회의에서는 채용비리의 의혹이 담긴 녹취와 자료를 시청자들에게 충실히 잘 전달해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MBC는 사실만을 확인해 보도했고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피신청 사항도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8회 전체 총평
제368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하나 같이 수상작으로 손색없는 작품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쉽게 탈락한 출품작 중에는 수상작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숙의 과정도 어느 때 보다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TV조선의 <이성윤 중앙지검장,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코트 조사’>, JTBC의 <법무부 교정당국 비리> 두 작품이 선정됐다. TV조선 출품작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임하는 공수처(장)의 편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태도를 특종 보도해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 평가를 받았다. 구조적 비리가 아닌 가십성 기사에 불과하다는 소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시대적 목적과 역할을 돌아보게 한 상징적 결과를 호평한 다수의견에 따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외부와 격리된 교도소 내 범죄 행태와 구조를 드러낸 JTBC의 교정당국 비리 보도는 반론없이 무난하게 수상이 결정됐다. 교도소 수감자의 마약 거래가 가능했던 교정당국의 부조리를 고발해 교정행정의 질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한국일보의 <윤중천·김학의 백서>는 제보 받은 관련 자료를 치밀하게 재구성해 검찰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문제점을 ‘백서’ 형태의 기록물로 남겨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보도의 바탕이 된 자료가 다른 방송사에 동시에 제공됐고, 해당 방송사 또한 자료 재구성 보도를 한 상황에서 독보성을 인정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국민일보 <김한솔 구출작전 등 ‘자유조선’ 크리스토퍼 안 인터뷰> 보도는 ‘인터뷰이(interviewee)’의 일방적 발언에 의지하는 인터뷰 기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조선’의 핵심 인물을 국내 최초로 취재 보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 북한대사관 진입과 김한솔 구출작전 관련 보도를 외신에 의존했던 답답한 상황을 만회한 기자의 노력은 평가받아 마땅했다.
시사IN이 출품한 <미얀마 민주화시위(#WatchingMyanmar 캠페인)는 연속보도 보다 ‘워칭 미얀마 캠페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특히 캠페인을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범적 사례로 보아 수상에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취재보도 부문의 특성에 비추어 미얀마 현지인과 외신에 의존하는 국내 언론의 미얀마 사태 보도양식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데 공감했다. 결국 후속 보도를 기대하는 쪽으로 결론을 모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의 <전자정보 압수수색 시대>를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휴대폰 등 개인 정보기기 압수수색이 일반화된 시대에 압수된 개인정보를 검찰이 제한과 제약 없이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사위원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경향신문의 발제로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문제점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상찬도 나왔다. 경향신문의 선행 보도를 계기로 전자정보 압수 제도의 변화를 위한 언론 전체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SBS의 <군내 코로나19 격리자 부실처우 고발>과 KBS의 <그림자 과로사, 경비원 74명의 죽음>이 경합했다. 24시간 노동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초래한 비극을 전달한 KBS 보도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병영 내에서 벌어진 코로나19 관련 각종 부조리가 사회에 던진 충격이 워낙 컸다. 시의성을 감안해 SBS 출품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지역취재보도 수상작인 강원CBS의 <30년 주민숙원 고속철도, 군수와 군청간부들이 차지한 역세권> 보도는 지역 토착비리의 전형을 가감없이 고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민들의 염원으로 이뤄진 동서고속화철도가 경유하는 역세권 토지는 3선 군수를 지낸 전 군수와 군청 전·현직 간부는 물론 군부대 간부의 먹잇감이었다. 개발 정보를 독점하고 유통할 수 있는 소수 토호세력들이 개발이익을 전유하는 현상은 지금도 전국 지자체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양구 역세권 일대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해 소문을 사실로 확정해 나간 기자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의혹에 그쳤을 토착비리였다. 강원도 감사와 검찰, 경찰의 수사로 기사의 고발이 사정으로 이어진 성과도 컸다.
경기일보의 <특별취재반, 동물방역의 표준을 만들다>는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했다. 취재 동기는 경기도 동물살처분에서 지역기업이 배제된다는 평이한 문제의식이었으나, 살처분 사업을 둘러싼 공무원과 업계의 유착 비리로 이어졌다. 사소한 문제의 배후에 숨겨진 심각한 비리구조를 찾아낸 것이다. 기사의 완결성이 미흡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결과를 초래한 원인에 다다른 취재 열정이 수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