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ㅇ),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지난 2월부터 국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당시는 정부의 백신 확보 실패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백신 부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던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정부는 백신 접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최소잔여형(LDS) 주사기’가 국내 기업들에 의해 개발됐다고 대대적으로 알렸습니다. ‘K방역의 쾌거’라고 평가하며 이 주사기를 화이자 등 백신 확보의 지렛대로 활용도 했습니다.
저희 조선일보 사회부 기획취재팀은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를 통해 LDS 주사기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듣게 됐습니다. 첫째 국내 백신 접종에 쓰인 LDS 주사기에서 이물질이 나와 보건당국이 전량 회수했는데도 4·7 보궐선거와 맞물려 쉬쉬하고 지나갔다, 둘째 국내 접종에는 영세 업체들이 만든 싸구려 제품이 쓰였다, 셋째 정부가 국민들에게 홍보했던 LDS 주사기는 단가가 비싸서 수출만 할 뿐, 정작 국내 접종에는 못썼다 등이었습니다.
주사기의 이물질 사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고, 정부가 홍보한 LDS 주사기가 실제 우리 국민들에 쓰이지 않았다는 의혹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특히 이런 감춰진 이면은 세계 각국에 알린 ‘K-방역’의 우수성과 신뢰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 곧바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먼저 국내 접종에 쓰인 ‘이물질 주사기’의 양과 종류 등을 파악해 나갔습니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회 등을 통해 국내 접종용 LDS 주사기의 정부 계약 현황 자료를 확보했고, 당국에 신고된 이물질 신고의 시기와 내용, 횟수 등을 차근차근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물질 신고가 무더기로 쏟아진 주사기 생산업체를 특정했고, 이 업체의 관계자를 접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실제 생산에 참여했던 이 업체 내부 관계자를 통해 이물질 사태의 규모와 실태를 확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접종 이튿날부터 이물질 신고가 잇따라 전국 보건소에서 회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업체는 정부에 주사기 120만개를 납품했고, 이중 50만개가 이미 접종에 사용된 상태였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쉬쉬 하면서 아직 사용하지 않은 이 업체 주사기 70만개를 회수하는 중이었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이물질의 심각성에 주목했습니다. 해당 업체 관계자의 “정부가 납품을 독촉하는 바람에 24시간 2교대로 막 찍어내다보니 제품 불량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증언 때문이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수십만개가 접종에 쓰여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며 “저희 가족에게도 접종을 미루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식약처 등에 신고된 이물질 성분은 생산 직원들의 옷에서 떨어진 실밥이나 먼지 등인 것으로 확인됐고, 질병관리청과 식약처는 “이물질 주사기에 의한 이상반응 신고는 없었다” “접종 전에 발견됐기 때문에 인체에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감염의학과 등 의료진을 통해 “주사기 내 이물질은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알 수 없는 화학반응 등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들어 ‘인체 유해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다음 취재는 ‘정부는 왜 이런 업체 제품을 썼을까’에 집중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우리 국민들에게 맞힌 주사기는 대통령이 나와서 홍보하던 ‘K주사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파다했습니다. “백신 부족에 따른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이른바 ‘홍보 쇼’였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실제 정부의 LDS 주사기 조달 계약 현황 등을 파악해보니 국내 접종용으로 납품된 주사기 단가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물질이 나와 회수 조치를 당한 업체는 1개당 98원, 또 다른 업체는 1개당 88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전자 등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통령, 국무총리 등이 줄줄이 방문해 홍보를 했던 업체 제품은 개당 단가가 최소 700원에서 1200원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는 “거기 제품은 비싸서 계약할 엄두도 못냈다”고 했습니다.
백신 확보 실패로 불안감이 극에 달해 있던 국민들을 잠시나마 안심시켰던 ‘K주사기’는 실제 우리 국민들은 구경도 못한 셈이었습니다. 이에 저희 취재진은 ‘K주사기’의 과도한 정부 홍보 뒤에 숨겨진 LDS 주사기의 실태를 ‘이물질 사태’를 통해 특종 보도로 알렸습니다.
이후 조선일보는 보건·복지 담당 기자들이 달라붙어 후속보도를 이어갔고, 4월 20일자에는 사설을 통해 ‘K 방역' 등 헛된 정치적 구호를 지키려고 국민을 속이려 하지 말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물질 주사기’ 한달 가까이 숨긴 식약처
https://www.chosun.com/national/welfare-medical/2021/04/19/2EXOTGQFRJBNBH3SCJWVYJ7CO4/
[사설] 불량 주사기, 백신 이상반응 국민 속이려 말라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1/04/20/X57KMTSUOFCA7FLX7CJYS2GZ5E/
주사기 한달 20만개 생산 회사에 하루 20만개 주문한 정부
https://www.chosun.com/politics/assembly/2021/04/23/FIEAAYTZ25H2HPQTPJXT3KXZVQ/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저희 취재진은 이물질 사태를 야기한 업체의 이름을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A사’로 익명 보도했습니다. 이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보도 후 정부나 당국으로부터 책임전가의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30여년 전부터 LDS 주사기를 생산해 왔으나 최근 수요가 적어 사실상 기계를 놀리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갑자기 주목받게 됐고, 계약물량이 급증했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납품 독촉 등이 겹쳐 이물질 사태까지 맞게 된 것입니다. 이 업체는 현재 노후 기계 운용을 중단하고, 신규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이 업체의 기술과 노하우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익명 보도를 하게 됐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제보자 혹은 업체 관계자와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저희 취재팀이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모든 취재 과정에서 다각적인 사실관계 파악과 검증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해당 업체는 물론 관리책임이 있는 식약처와 질병청 등의 입장도 충분히 반영했습니다. 그렇다보니 기사의 주요 당사자가 본지 보도와 관련해 정정 보도를 요청하거나 항의를 한 사례가 한건도 없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본지 보도가 나가자 타 매체들의 반향은 매우 컸습니다. 보도 당일부터 방송과 인터넷, 신문 등 대부분 매체는 LDS 주사기 이물질 사태를 주요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공중파와 종편 등 방송사들은 본지 보도 당일 헤드라인 뉴스로 다뤘고, 각 인터넷매체들도 톱 뉴스로 이어갔습니다. 이후 본지를 비롯해 타 매체들은 후속 취재를 통해 주사기에 발견된 이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정부가 첫 이물질 신고 20일 후에야 사용 중지 조치를 한 사실, 청와대가 보궐선거 이전에 이 사안을 보고받고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밝혀내 보도했습니다.
주요 후속보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KBS, <‘이물 발견’ 최소잔여형 주사기 70만개 수거…보건당국 “사용 가능성 매우 낮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65035
2. SBS, <‘K-주사기’에서 이물질 발견…70만 개 긴급 회수>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286203&plink=THUMB&cooper=SBSNEWSPROGRAM
3. 중앙일보, <‘K주사기’에서 이물질…이미 50만 명 맞았는데 70만개 긴급 수거>
https://news.joins.com/article/24037296
4. 동아일보, <백신주사기 일부서 이물 발견…방역당국 “70만개 수거 중”>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417/106456281/2
5. 한겨레, <‘이물 발견’ 최소잔여형 주사기 70만개 수거…조처 한달 뒤 알려>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991489.html
기타 타 매체 후속보도 목록은 별첨하겠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본지 보도 후 식약처는 LDS 주사기 생산시설에 대한 긴급 현장 실태 점검에 나섰습니다. 또 이물질의 인체 위해성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습니다. 식약처는 “이물질이 인체에 유입되거나 백신을 오염시킬 가능성은 낮으나, 국민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만일의 가능성까지 고려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제조 작업 환경, 오염 관리, 육안 검사 등에 대한 관리 강화 및 예방 조치를 마련했습니다. 이어 식약처는 백신 주사기에서 이물질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신고 건수와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특히 식약처는 이물질 주사기 사태 이후 해외로 수출되는 LDS 주사기 제품들에 대해 검사 과정을 더욱 정밀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국내 LDS 주사기를 수입하는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고, 국내 제품의 우수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물질 주사기 사태’ 보도는 그동안 쌓아온 K-방역, 즉 방역 우수국(國)의 명성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를 수 있는 위험을 조기에 찾아내 경고를 보내고 시정(是正)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K-방역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물론, 국민 건강과 코로나 사태 종식을 위해 일선에서 뛰고 있는 정부 당국에게도 원칙과 절차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일깨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느 작은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는 원칙하에 저희 취재팀은 지금도 추적 취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물론 앞으로도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하며 취재, 보도하도록 하겠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상신일 현재까지, 보도 당사자로부터 어떠한 반론 신청이나 정정보도 요청 등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8회 전체 총평
제368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하나 같이 수상작으로 손색없는 작품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쉽게 탈락한 출품작 중에는 수상작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숙의 과정도 어느 때 보다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TV조선의 <이성윤 중앙지검장,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코트 조사’>, JTBC의 <법무부 교정당국 비리> 두 작품이 선정됐다. TV조선 출품작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임하는 공수처(장)의 편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태도를 특종 보도해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 평가를 받았다. 구조적 비리가 아닌 가십성 기사에 불과하다는 소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시대적 목적과 역할을 돌아보게 한 상징적 결과를 호평한 다수의견에 따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외부와 격리된 교도소 내 범죄 행태와 구조를 드러낸 JTBC의 교정당국 비리 보도는 반론없이 무난하게 수상이 결정됐다. 교도소 수감자의 마약 거래가 가능했던 교정당국의 부조리를 고발해 교정행정의 질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한국일보의 <윤중천·김학의 백서>는 제보 받은 관련 자료를 치밀하게 재구성해 검찰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문제점을 ‘백서’ 형태의 기록물로 남겨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보도의 바탕이 된 자료가 다른 방송사에 동시에 제공됐고, 해당 방송사 또한 자료 재구성 보도를 한 상황에서 독보성을 인정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국민일보 <김한솔 구출작전 등 ‘자유조선’ 크리스토퍼 안 인터뷰> 보도는 ‘인터뷰이(interviewee)’의 일방적 발언에 의지하는 인터뷰 기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조선’의 핵심 인물을 국내 최초로 취재 보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 북한대사관 진입과 김한솔 구출작전 관련 보도를 외신에 의존했던 답답한 상황을 만회한 기자의 노력은 평가받아 마땅했다.
시사IN이 출품한 <미얀마 민주화시위(#WatchingMyanmar 캠페인)는 연속보도 보다 ‘워칭 미얀마 캠페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특히 캠페인을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범적 사례로 보아 수상에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취재보도 부문의 특성에 비추어 미얀마 현지인과 외신에 의존하는 국내 언론의 미얀마 사태 보도양식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데 공감했다. 결국 후속 보도를 기대하는 쪽으로 결론을 모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의 <전자정보 압수수색 시대>를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휴대폰 등 개인 정보기기 압수수색이 일반화된 시대에 압수된 개인정보를 검찰이 제한과 제약 없이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사위원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경향신문의 발제로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문제점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상찬도 나왔다. 경향신문의 선행 보도를 계기로 전자정보 압수 제도의 변화를 위한 언론 전체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SBS의 <군내 코로나19 격리자 부실처우 고발>과 KBS의 <그림자 과로사, 경비원 74명의 죽음>이 경합했다. 24시간 노동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초래한 비극을 전달한 KBS 보도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병영 내에서 벌어진 코로나19 관련 각종 부조리가 사회에 던진 충격이 워낙 컸다. 시의성을 감안해 SBS 출품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지역취재보도 수상작인 강원CBS의 <30년 주민숙원 고속철도, 군수와 군청간부들이 차지한 역세권> 보도는 지역 토착비리의 전형을 가감없이 고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민들의 염원으로 이뤄진 동서고속화철도가 경유하는 역세권 토지는 3선 군수를 지낸 전 군수와 군청 전·현직 간부는 물론 군부대 간부의 먹잇감이었다. 개발 정보를 독점하고 유통할 수 있는 소수 토호세력들이 개발이익을 전유하는 현상은 지금도 전국 지자체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양구 역세권 일대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해 소문을 사실로 확정해 나간 기자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의혹에 그쳤을 토착비리였다. 강원도 감사와 검찰, 경찰의 수사로 기사의 고발이 사정으로 이어진 성과도 컸다.
경기일보의 <특별취재반, 동물방역의 표준을 만들다>는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했다. 취재 동기는 경기도 동물살처분에서 지역기업이 배제된다는 평이한 문제의식이었으나, 살처분 사업을 둘러싼 공무원과 업계의 유착 비리로 이어졌다. 사소한 문제의 배후에 숨겨진 심각한 비리구조를 찾아낸 것이다. 기사의 완결성이 미흡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결과를 초래한 원인에 다다른 취재 열정이 수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