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② 단독기획
총 3만 3502자, 원고지 179매 분량이었습니다. CBS가 ‘문파보고서’ 제하 기획보도를 준비하며 정리한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 자칭 ‘문파(文派)’ 당사자 인터뷰는 녹취 길이부터 상당했습니다. 녹취록에 담지 않았던 맥락 없는 하소연이나 적개심 표현, 반복되는 답변까지 포함하면 갑절은 더 될 것입니다. 당사자 외에도 국회의원, 청와대, 문파 카페와 커뮤니티 등으로 진행된 전방위적 취재에 팀원들의 노동을 그야말로 ‘갈아 넣어야’ 했습니다.
이처럼 번거로운 취재에 굳이 착수하게 된 건 기사 서두에도 밝혔듯 문자폭탄이 어느덧 제도권 정치에 주요한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팬덤 정치’로서의 문파는 이전에도 종종 거론돼 왔지만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별 의원이나 당 지도부 의사결정에까지 관여하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CBS는 이 논쟁이 장차 내년 대통령 선거 때까지 정치권의 주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고 연속기획 보도에 뛰어들었습니다.
구상 단계에서는 문자폭탄 발신자와 수신자, 그리고 이들 사이의 메커니즘을 풀어내는 걸 목표로 잡았습니다. 특히 선입견이나 정치적 입장 등을 걷어내고 현상 그 자체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본질을 짚어내면서도, 동시에 누군가를 ‘악마화’하는 방식은 지양하려 했습니다. 화제를 부르긴 쉽겠지만 논점 자체를 더 꼬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고 이를 토대로 분석하는 ‘비효율적’ 취재방식을 채택한 배경입니다.
가장 어려운 대목은 문자폭탄 발신자 접촉이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맨 땅에 헤딩’이었습니다. 무작정 ‘들이 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문파 활동은 주로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고, 이들 대다수가 주변에 자신의 활동을 알리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들끼리도 서로의 연락처를 거의 모른다는 점이 취재팀으로선 답답할 노릇이었습니다. 저희는 다행히 며칠간 곳곳을 수소문한 뒤에야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팀원 5명 전원이 오랜 기간 더불어민주당 취재를 담당하며 나름의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놓은 덕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난관은 이들에게 인터뷰를 끌어내는 데 있었습니다. 다짜고짜 연락해서 한명씩 설득했습니다. 취재 경위와 보도 의의를 설명하고 나서도 기본 20~30분씩은 더 통화를 해야 본격적인 질문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야 그나마 수화기 너머로 속마음을 조금씩 들을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대면 인터뷰로 전환하는 건 이들에게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입장을 전화로는 떠듬떠듬 피력하던 사람들도 직접 찾아가겠다고 하면 거절하기 일쑤였습니다. 문자폭탄 발신자가 대부분 직장에 다니는 40대 여성이었던 터라 낮에는 근무로, 밤에는 육아로 바빴고 신변에 대한 두려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지방으로 인터뷰 약속을 잡아 출발했다가 도중에 취소 통보를 받고서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성사된 대면 인터뷰의 가장 큰 성과는 문자폭탄 발신자들이 너무나 평범한 이웃들이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데 있습니다. 인터뷰 응답자들은 골방 철학자도 뿔 달린 괴물도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 공동체 의사 결정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은데 그럴 만한 창구가 없다는 걸 답답해 할 뿐이었습니다. 다만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감정, 그리고 지금의 정치 지형에 대한 인식이 남달랐습니다. 그 특징은 보도를 통해 정리했습니다.
취재팀은 다른 한쪽에서 문자폭탄 수신자를 접촉했습니다. 주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었습니다. 업무를 원활히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자폭탄에 몸살을 앓는다는 토로가 쏟아지고 있지만 막상 취재가 시작되니 이들 대다수는 입을 꾹 닫았습니다. 문자에는 대중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 가득 담겼다는 점, 그리고 혹여 발신자를 자극해 더 많은 공격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염려했습니다. 피해를 호소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핵심 지지층과 각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항변도 이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뒷짐 지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터. 문자폭탄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려는 국회의원들의 입을 틀어막을 뿐 아니라 민주적 토론 자체를 차단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설명한 뒤에야 각각의 사연을 조심스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육두문자나 공천 협박, 가족의 장애를 언급하는가 하면 여성 의원에게는 신체나 매춘을 뜻하는 성희롱까지. 어린 자녀를 향한 악담도 서슴없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목격한 행태는 상상 이상으로 폭력적이었고 ‘갑질’을 넘어 ‘학대’ 수준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도는 문자 내용의 선정성에 매몰되지 않도록 정제된 글귀로 다듬고 취재원 특정을 피하기 위해 구체적 묘사를 피했습니다.
아울러 동시에 진행했던 온라인 취재는 그들 사이 ‘이너 서클’에 접근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국회의원 연락처를 공유하거나 구성원 간 구체적인 행동을 이끄는 과정이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경우 일부 공개돼 있지만 핵심 정보가 돌지 않고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배타적 채팅방은 단기간 장막을 뚫기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찾아낸 곳이 바로 ‘문파 카페’였습니다. 보도 취지에 공감하는 회원들을 설득해 몇몇 카페 내부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게시판을 취재진이 직접 살펴본 결과 특정 의원에게 ‘좌표’를 찍고 지원군 참전을 요청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여기에 문자 메시지 ‘수신번호 차단’에 대응하기 위해 ‘오프라인 항의’를 조직하는 최신 경향까지 담아서 기사로 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취재 결과를 종합해 최초에는 3부작 연속보도를 편성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한편씩 출고된 뒤 민주당 내부에서 문자폭탄 문제에 관한 논의가 물밑에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원 징계’라는 강경한 카드부터 수용할 수 있는 지점까지 일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온건한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이 계파 불문 제기됐습니다. CBS는 이를 반영해 당내 여러 의견을 소개하는 한편 청와대와 전현직 지도부, 차기 당권 주자들을 추가 취재해 4편 기사를 완성했습니다.
*연속기획 기사목록
① "가족 욕에 멘붕"…與 뒤흔든 '문파' 문자폭탄 : 4월 22일
② '문자폭탄'의 근원지…'문파(文派)' 카페의 작동 원리 : 4월 23일
③ "문자폭탄은 채찍질…故노무현 비극 이번엔 막아야죠" : 4월 26일
④ '문자폭탄' 눈치보는 與 지도부…침묵하는 문 대통령 : 4월 29일
아울러 ‘문파보고서’ 보도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 반응 가운데 일부를 포착해 추가로 기사화했습니다. 민주당 의원이나 신임 지도부, 지지자 가운데 ‘셀럽’으로 꼽히는 인사까지 여러 목소리를 입체적으로 담았습니다.
*별도 기사목록
-황교익 "문자폭탄은 대통령 배반행위"…문파에 당부 : 4월 23일
-조응천 "문파 존경스럽지만, 의원들을 좀 놓아달라" : 4월 28일
-김용민 "문자폭탄 권장해야" VS 조응천 "좀 놓아달라" : 4월 28일
-"문자폭탄 감당" vs "쇄신파 생겨야 희망"…'문파' 두고 신경전 : 4월 29일-'문자폭탄 파열음' 속 친문 주류 역공…밀리는 비주류 : 5월 1일
-文대통령 '문파' 논쟁에 뛰어들었다…'선의' 기반 소통 강조 : 5월 3일
-송영길 “다양한 정보 수렴…의견 존중하고 상처주지 말아야” : 5월 3일
-깊어지는 '문파' 문자폭탄 내홍…SNS 윤리강령 탄력받나 : 5월 4일
-송영길 “문자폭탄 대책, 의견 수렴하겠다” : 5월 5일
-김부겸 "문자폭탄, 민주주의적 방식 아니다" : 5월 6일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문자폭탄 발신자는 대부분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실명을 공개할 만큼 책임질 만한 직위에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신분 노출에 대한 당사자의 두려움을 고려한 조처였습니다. 대신 ‘경기 평택 거주 40대 직장맘’ 정도로 취재원의 특성을 설명했습니다. 일부는 성(姓)이나 나이, 실명을 적시한 경우도 있었는데 기사 출고 직전까지 당사자들과 표기 수준을 조율했습니다.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신경 썼습니다. 수신자인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직무와 관계없는 사생활이 드러나거나 추가 공격 대상에 오르지 않도록 익명성을 지켰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제보로 시작한 취재가 아닙니다. 어떠한 이해관계도 얽혀있지 않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 여하
모든 취재는 바이라인에 이름을 올린 취재기자들이 직접 담당했습니다. 다만 사진 편집, 그래픽 제작의 경우 회사 내 다른 부서에서 맡았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문자폭탄 발신자 ‘문파(文派)’를 연속기획으로 집중보도한 경우는 근래에 없었습니다. 과거 기사 중에도 이처럼 당사자 여러 명을 접촉하고 분석한 사례는 찾지 못했습니다. 문자폭탄이 특정 시점에서 당내 선거나 정책방향에 영향을 끼쳤다는 단건 기사는 이따금 있어왔으나 생생한 실태와 구조, 앞으로의 전망까지 종합적으로 짚어낸 기획보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반면 CBS ‘문파보고서’ 보도가 여의도 정치권과 세간의 화제에 오른 뒤 타 매체에서도 문파, 그리고 문자폭탄 관련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문파 당사자를 직접 만나는 식으로 CBS 보도를 벤치마킹하거나, 문자폭탄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논쟁을 다룬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후속보도는 일간지나 방송, 통신 등 매체 속성을 가리지 않았으며 해당 매체 기자들은 “CBS 문파보고서가 취재의 계기가 됐다”고 귀띔했습니다. (※ 타 매체 보도 목록은 별첨)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문파’라는 명칭이 이번 보도로 본격적으로 정립됐다는 대목입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치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그 실체나 성격에 대해서는 그동안 누구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했었습니다. 때문에 그동안 ‘지지자’라는 단어 앞에 ‘열성’, ‘강성’, ‘극성’, ‘과격’과 같은 주관적 수식어를 동반하거나 ‘문빠’, ‘대깨문’과 같은 멸칭을 차용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CBS는 비교적 가치중립적이면서도 그들 스스로 자신들을 규정하는 ‘문파’라는 명칭을 끄집어냈고, 이후 정치권이나 다른 언론에서도 따라 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용어 설정 과정에서부터 데스크와 취재 기자가 세심하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결과입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민주당 의원들이었습니다. 문제를 알면서도 그동안 쉬쉬하던 이들은 CBS 기획보도로 사태가 표면화한 뒤 꿈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초선 의원 대다수가 접속한 메신저 채팅방에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오늘까지 보도된 CBS의 문파보고서 시리즈입니다. 최근 문자폭탄 등의 상황이 있었는데, 민감한 이슈라는 이유로 의원들 사이에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번 기사처럼, 이 상황을 차분하게 독해하고 알아가려는 시도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재선 조응천 의원의 경우 “문파보고서를 읽고”라는 제목의 글을 CBS 기사 링크와 함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이때부터 잇달아 올린 공개 게시글에서 ‘문파보고서’에 인용된 문파 당사자 인터뷰를 반박하고 당 일원과 지도부에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문자폭탄 문제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막판 ‘핵심 변수’로 작용했고 전당대회 이후에도 당내 주요 의제 하나로 꼽히게 됐습니다. 민주당 신임 지도부는 ‘SNS 윤리강령’ 신설을 추진하고 나섰으며 송영길 당대표는 최근 소속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원 징계’나 ‘당 차원의 기준 설정’ 등이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개최 예정인 민주당 소속 의원 오프라인 워크숍에서 논의될 전망입니다. 명확한 기준이 제시될 경우 일부 당원들의 문자폭탄 문제는 장차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CBS 기획보도의 가장 긍정적인 성과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문자폭탄 사례가 최근 급감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발신자들 사이에서도 당분간 조심하자는 반응이 흘러나옵니다. 특히 욕설이나 성희롱 등 보도에서 지적된 지나친 표현방식은 서로 자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적 관심과 지탄,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지지대상인 문재인 대통령 본인의 언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전당대회 축사를 통해 당원들에게 “서로 배제하고 상처 주는 토론이 아니라 포용하고 배려하는 토론이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당 안팎에서 가열되던 ‘문파 논쟁’에 직접 뛰어든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지지자들에게 ‘자제’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던 배경에는 CBS 보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실제 청와대에서는 CBS 보도 직후 문파, 문자폭탄과 관련한 긴급 참모회의가 열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4년 전 대선 과정에서 나왔던 ‘양념 발언’ 수준에 머무르며 침묵하던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상의 끝에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팀이 ‘시대의 나침반’으로서의 역할에 보람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CBS의 ‘문파보고서’ 기획보도는 독자들이 선입견이나 정치적 프레임을 걷어내고 현상 자체를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고 자부합니다. ‘공정보도’와 ‘갈등해소’를 내세운 언론윤리헌장 2조와 6조를 특히 되새기며 팔을 걷어붙인 결과입니다. 수십 명의 취재원을 만나고 관련 자료를 꼼꼼히 살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이나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 일체 없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신청 건도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8회 전체 총평
제368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하나 같이 수상작으로 손색없는 작품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쉽게 탈락한 출품작 중에는 수상작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숙의 과정도 어느 때 보다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TV조선의 <이성윤 중앙지검장,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코트 조사’>, JTBC의 <법무부 교정당국 비리> 두 작품이 선정됐다. TV조선 출품작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임하는 공수처(장)의 편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태도를 특종 보도해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 평가를 받았다. 구조적 비리가 아닌 가십성 기사에 불과하다는 소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시대적 목적과 역할을 돌아보게 한 상징적 결과를 호평한 다수의견에 따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외부와 격리된 교도소 내 범죄 행태와 구조를 드러낸 JTBC의 교정당국 비리 보도는 반론없이 무난하게 수상이 결정됐다. 교도소 수감자의 마약 거래가 가능했던 교정당국의 부조리를 고발해 교정행정의 질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한국일보의 <윤중천·김학의 백서>는 제보 받은 관련 자료를 치밀하게 재구성해 검찰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문제점을 ‘백서’ 형태의 기록물로 남겨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보도의 바탕이 된 자료가 다른 방송사에 동시에 제공됐고, 해당 방송사 또한 자료 재구성 보도를 한 상황에서 독보성을 인정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국민일보 <김한솔 구출작전 등 ‘자유조선’ 크리스토퍼 안 인터뷰> 보도는 ‘인터뷰이(interviewee)’의 일방적 발언에 의지하는 인터뷰 기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조선’의 핵심 인물을 국내 최초로 취재 보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 북한대사관 진입과 김한솔 구출작전 관련 보도를 외신에 의존했던 답답한 상황을 만회한 기자의 노력은 평가받아 마땅했다.
시사IN이 출품한 <미얀마 민주화시위(#WatchingMyanmar 캠페인)는 연속보도 보다 ‘워칭 미얀마 캠페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특히 캠페인을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범적 사례로 보아 수상에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취재보도 부문의 특성에 비추어 미얀마 현지인과 외신에 의존하는 국내 언론의 미얀마 사태 보도양식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데 공감했다. 결국 후속 보도를 기대하는 쪽으로 결론을 모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의 <전자정보 압수수색 시대>를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휴대폰 등 개인 정보기기 압수수색이 일반화된 시대에 압수된 개인정보를 검찰이 제한과 제약 없이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사위원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경향신문의 발제로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문제점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상찬도 나왔다. 경향신문의 선행 보도를 계기로 전자정보 압수 제도의 변화를 위한 언론 전체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SBS의 <군내 코로나19 격리자 부실처우 고발>과 KBS의 <그림자 과로사, 경비원 74명의 죽음>이 경합했다. 24시간 노동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초래한 비극을 전달한 KBS 보도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병영 내에서 벌어진 코로나19 관련 각종 부조리가 사회에 던진 충격이 워낙 컸다. 시의성을 감안해 SBS 출품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지역취재보도 수상작인 강원CBS의 <30년 주민숙원 고속철도, 군수와 군청간부들이 차지한 역세권> 보도는 지역 토착비리의 전형을 가감없이 고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민들의 염원으로 이뤄진 동서고속화철도가 경유하는 역세권 토지는 3선 군수를 지낸 전 군수와 군청 전·현직 간부는 물론 군부대 간부의 먹잇감이었다. 개발 정보를 독점하고 유통할 수 있는 소수 토호세력들이 개발이익을 전유하는 현상은 지금도 전국 지자체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양구 역세권 일대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해 소문을 사실로 확정해 나간 기자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의혹에 그쳤을 토착비리였다. 강원도 감사와 검찰, 경찰의 수사로 기사의 고발이 사정으로 이어진 성과도 컸다.
경기일보의 <특별취재반, 동물방역의 표준을 만들다>는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했다. 취재 동기는 경기도 동물살처분에서 지역기업이 배제된다는 평이한 문제의식이었으나, 살처분 사업을 둘러싼 공무원과 업계의 유착 비리로 이어졌다. 사소한 문제의 배후에 숨겨진 심각한 비리구조를 찾아낸 것이다. 기사의 완결성이 미흡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결과를 초래한 원인에 다다른 취재 열정이 수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