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 땅에 남은 기록, ‘데이터’
결국, 데이터와의 싸움이었습니다. LH 개발 정보로 땅 투기했다는 의혹이 공분을 키워갈 즈음 KBS가 한 일은 TF를 꾸려 데이터를 모으는 일이었습니다. 떠다니는 의혹에 살을 덧대는 수준이 아닌, 직접 실체를 좇아 탐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243> KBS가 분석한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 수입니다. 1천 조각 땅에 기록된 데이터들을 풀어놓자 수천 명의 땅 주인이 쏟아졌고, 면적, 매매가격, 거래일 등 감히 헤아리지 못할 숫자들이 나열됐습니다. KBS는 이 모두를 세고 따져봤습니다. 의미가 흐릿했던 방대한 정보값은 취재진의 손을 거치며 탈락과 잔류를 반복했고, 실체로써 거듭났습니다. 현장으로 가 확인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수고로웠던 이 작업으로 취재진이 얻은 실체적 결과물은 독창적이고 독보적이었습니다. KBS의 기사는 이 결과물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 ‘노온사동’만 있었을까?
투기 의혹이 가열된 광명·시흥지구 7천 필지 가운데, 2017년 이후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역 사람이 매입한 땅은 26만㎡였습니다. 여기서 전북 사람이 사들인 땅을 추리면 7만㎡, 27%나 됐습니다.
LH 전북본부 직원 정 모 씨가 이번 사태 '뿌리'로 꼽힌 배경입니다. 정 씨가 빼낸 내부 정보로 정 씨 주변인까지 나서 땅 투기했다는 의혹인데, KBS는 정 씨를 뿌리로 둔 이들의 수상한 땅 거래가 처음이 아닐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 가설은 매우 주요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나본 이들은 서로의 관계를 부인하며, 무엇보다 우연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이 내세운 “투기 아닌 투자”라는 논리는 단순하지만 공고했습니다. 해명의 진실을 검증하려면, 투기 행위의 ‘반복성’과 ‘계획성’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 마침내 잡은 ‘10년의 고리’
2017년 이후 광명·시흥지구, 그중에서도 '노온사동' 땅 주인이 된 전북 사람은 '48명'였습니다. KBS 취재진은 '48명'의 과거 토지거래 기록을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전북 전주 효천 도시개발사업' 땅 매매 기록에서 마침내 흔적을 잡았습니다.
‘엎어질’ 위기까지 겪었던 효천지구 사업이 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정부 인가를 얻은 건 2012년. 그런데 이보다 1년 전인 2011년부터 이곳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LH 직원 정 씨를 뿌리로 둔 법무사 이 씨와 그의 가족, 고등학교 친구, 대학 후배, 같은 직업, 같은 아파트 사는 이웃까지 모두 12명의 이름을 효천지구 843개 토지대장 분석으로 확인했습니다.
광명 노온사동 땅을 함께 산 이들 그룹은 10년 전 전북 전주에서도 무리 지어 ‘땅 쇼핑’했습니다. 주목할 건 이들의 뿌리로 지목된 LH 직원 정 씨가 당시엔 효천지구 환지 총괄자였다는 점입니다. 정 씨가 광명·시흥지구를 담당할 땐 광명 땅을, 전주 효천지구를 담당할 땐 전주 땅을 산 셈입니다. 정 씨 그룹의 과거 투기 정황을 밝혀낸 건 KBS가 처음이었습니다. 경찰 수사 역시 노온사동만 맴돌 때였습니다.
■ 환지 방정식 풀어보니 '핀셋 투기'
<투기 실체 확인 → 정보 고리 분석 → 구체적 방법 탐구> KBS가 이번 사건을 두고 정한 접근 방식입니다. 끈덕지게 취감하고 분석했습니다. 마지막에 해당하는 <내부 정보를 ‘어떻게’ 돈벌이 삼았나>를 캐는 건 특히 중요한 취재였는데, 답보하는 수사와도 직결된 문제여서입니다.
직원 정 씨 그룹이 사들인 효천지구 땅, 지금은 어떻게 됐나 추적했습니다. 여러 땅이 있었는데 산과 밭, 수로 등 조각 땅 6필지의 '대박' 사례에서 돈벌이 방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각각 따로 산 흩어진 땅들은 효천지구 개발이 진행되면서 한 뭉치 땅으로 ‘환지’ 보상이 이뤄졌는데, 이렇게 받은 땅, 948㎡짜리 상가 부지였습니다.
가족이거나 친구 사이인 한 집단이 서너 명씩, 혹은 혼자서 각각 따로 사들인 조각 땅들이 절묘하게 금싸라기 한 덩어리로 환지된 겁니다. 마치 땅의 미래를 내다본 듯한 '핀셋 투기', 전문가는 ‘환지 계획을 수립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LH 직원 정 씨가 당시 환지 총괄자였습니다.
■ ‘LH’와 ‘정 씨’만 있었을까?
KBS는 ‘내부 정보 투기 의혹’에 대한 취재 시야를 <LH>와 <직원 정 씨>로 가두지 않았습니다. LH보다 좁은 범위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전북개발공사의 2010년 이후 사업을 전수 분석한 이유입니다. 전주시와 전북개발공사가 도시개발을 추진했던 전주 여의지구에서, 취재진은 개발공사 前 임원의 투기 가담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퇴직 전 개발 부서를 이끈 임원은 여의지구 개발 고시 넉 달 전, 길 없는 맹지 3천5백㎡를 8명과 지분을 쪼개 매입했습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방식과 같았습니다. 마침 전라북도는 11곳의 자체 개발지구를 꼽아 의혹을 조사했는데, 투기로 볼만한 사안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KBS가 투기 정황을 밝혀낸 전주 여의지구를 빼놓고 한 허술한 조사였습니다. 기사로 지적했습니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지역 유력 인사의 투기 정황도 캤습니다. 감평사이자 회계사로 전라북도와 전주시 기관, 단체, 각종 위원회에서 감사나 위원을 지낸 그는 LH 투기 의혹이 불거진 땅마다 이름이 발견됐습니다. 특히 전주 도심의 대한방직 터 개발 방안을 정하는 공론화위원회도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형사 입건된 그는 공론화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기사에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의혹 당사자였습니다. 또 일부는 취재 도중 피의자 신분이 됐습니다. KBS가 보도함으로 구하고자 한 건, 투기 행위의 실체적 진실이었을 뿐 인물의 특정 정보 공개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익명 처리 상당성이 있음을 밝히며, 취재원의 실체는 분명하고 증언의 신빙성은 상당함을 밝힙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해당 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 취재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해당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LH ‘반칙 거래’ 10년의 고리> 外 KBS가 3주간 이어간 보도물은 단독취재 결과물입니다. KBS 전주방송총국 ‘부동산 의혹 TF’는 한 달 넘는 취감 활동을 거쳐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정보값을 얻었습니다. 또, 같은 이유로 타 매체가 이런 방대한 내용을 곧바로 다룰 수 없었기에, KBS 단독 보도에 대한 추종 보도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KBS가 ‘광명-전주 투기 고리’를 단독 고발하고 이틀 뒤, LH 투기 사태를 꾸준히 보도해온 국민일보는 1면과 사회면을 할애해 같은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다음은 관련 기사.
▲ LH 투기세력, 광명 땅 사기 전 전주서 ‘한탕’ / 국민일보 4. 15.
▲ LH 신도시 투기 의혹 따라가보니…'의사·고교·아파트' 연결고리 / 시사저널 4. 15.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KBS의 취재와 보도는 사법기관의 수사를 앞서갔습니다. 투기 일당의 과거 행각을 추적해 의혹을 증명하고자 한 건 과감한 시도였습니다. 경찰도, 언론도 논란의 ‘노온사동’만을 좇았기에 투기 일당의 관계를 설명하지 못했고, 투기를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개발을 마치고 차익을 실현한 전주 효천지구 투기 정황 발굴은 그래서 의미가 깊습니다.
KBS의 보도는 지금 경찰의 수사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참고인에 그쳤던 정 씨 주변 인물들은 KBS 보도 이후 공동정범으로 지목돼 정식 형사 입건됐습니다. KBS 보도는 이번 ‘LH 사태’가 단순히 개발 정보만 새어 나간 사건이 아닌, 조직적이고 치밀한 집단 투기 범행임을, 경찰로 하여금 탐구하게 했습니다.
전북개발공사는 임직원 행동강령을 새로이 만들었습니다. 퇴직 후 10년 뒤까지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을 사거나 타인에게 내부 정보를 유출할 경우 형사 고발하기로 한 조치입니다.
전·현직 직원과 가족 6천여 명을 조사하고도 투기 ‘제로’를 결과로 내놓은 전라북도 역시 KBS 보도 이후 여의지구 등 전주시 개발지구로 조사 범위를 넓히기로 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최대한 대변해야 할 개발 방안 공론화위원의 투기 의혹 보도는 감사 위촉 제도 강화의 필요성을 시사했습니다. 그가 감사로 있는 전라북도 기관들은 임시이사회를 열어 그의 해촉을 논의하고 제도 개선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보도 뒤 경찰 수사를 받는 그는 위원직에선 사임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내막과 의혹을 친절히 안내하고 조력할 제보자는 없었습니다. 수천 개 데이터를 손수 추려 실체를 좇았습니다. 손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 언론 열악함 속에서 KBS 전주방송총국은 기꺼이 TF를 꾸려 한 달의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전주방송총국의 연속 단독 보도를 두고 KBS 보도본부는 “끈질기고 깊은 취재가 돋보인 훌륭한 기사”라고 평가했습니다.
KBS는 관련 내용을 취재하고 보도하며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KBS 보도와 관련,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8회 전체 총평
제368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하나 같이 수상작으로 손색없는 작품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쉽게 탈락한 출품작 중에는 수상작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숙의 과정도 어느 때 보다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TV조선의 <이성윤 중앙지검장,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코트 조사’>, JTBC의 <법무부 교정당국 비리> 두 작품이 선정됐다. TV조선 출품작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임하는 공수처(장)의 편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태도를 특종 보도해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 평가를 받았다. 구조적 비리가 아닌 가십성 기사에 불과하다는 소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시대적 목적과 역할을 돌아보게 한 상징적 결과를 호평한 다수의견에 따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외부와 격리된 교도소 내 범죄 행태와 구조를 드러낸 JTBC의 교정당국 비리 보도는 반론없이 무난하게 수상이 결정됐다. 교도소 수감자의 마약 거래가 가능했던 교정당국의 부조리를 고발해 교정행정의 질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한국일보의 <윤중천·김학의 백서>는 제보 받은 관련 자료를 치밀하게 재구성해 검찰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문제점을 ‘백서’ 형태의 기록물로 남겨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보도의 바탕이 된 자료가 다른 방송사에 동시에 제공됐고, 해당 방송사 또한 자료 재구성 보도를 한 상황에서 독보성을 인정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국민일보 <김한솔 구출작전 등 ‘자유조선’ 크리스토퍼 안 인터뷰> 보도는 ‘인터뷰이(interviewee)’의 일방적 발언에 의지하는 인터뷰 기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조선’의 핵심 인물을 국내 최초로 취재 보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 북한대사관 진입과 김한솔 구출작전 관련 보도를 외신에 의존했던 답답한 상황을 만회한 기자의 노력은 평가받아 마땅했다.
시사IN이 출품한 <미얀마 민주화시위(#WatchingMyanmar 캠페인)는 연속보도 보다 ‘워칭 미얀마 캠페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특히 캠페인을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범적 사례로 보아 수상에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취재보도 부문의 특성에 비추어 미얀마 현지인과 외신에 의존하는 국내 언론의 미얀마 사태 보도양식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데 공감했다. 결국 후속 보도를 기대하는 쪽으로 결론을 모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의 <전자정보 압수수색 시대>를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휴대폰 등 개인 정보기기 압수수색이 일반화된 시대에 압수된 개인정보를 검찰이 제한과 제약 없이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사위원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경향신문의 발제로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문제점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상찬도 나왔다. 경향신문의 선행 보도를 계기로 전자정보 압수 제도의 변화를 위한 언론 전체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SBS의 <군내 코로나19 격리자 부실처우 고발>과 KBS의 <그림자 과로사, 경비원 74명의 죽음>이 경합했다. 24시간 노동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초래한 비극을 전달한 KBS 보도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병영 내에서 벌어진 코로나19 관련 각종 부조리가 사회에 던진 충격이 워낙 컸다. 시의성을 감안해 SBS 출품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지역취재보도 수상작인 강원CBS의 <30년 주민숙원 고속철도, 군수와 군청간부들이 차지한 역세권> 보도는 지역 토착비리의 전형을 가감없이 고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민들의 염원으로 이뤄진 동서고속화철도가 경유하는 역세권 토지는 3선 군수를 지낸 전 군수와 군청 전·현직 간부는 물론 군부대 간부의 먹잇감이었다. 개발 정보를 독점하고 유통할 수 있는 소수 토호세력들이 개발이익을 전유하는 현상은 지금도 전국 지자체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양구 역세권 일대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해 소문을 사실로 확정해 나간 기자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의혹에 그쳤을 토착비리였다. 강원도 감사와 검찰, 경찰의 수사로 기사의 고발이 사정으로 이어진 성과도 컸다.
경기일보의 <특별취재반, 동물방역의 표준을 만들다>는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했다. 취재 동기는 경기도 동물살처분에서 지역기업이 배제된다는 평이한 문제의식이었으나, 살처분 사업을 둘러싼 공무원과 업계의 유착 비리로 이어졌다. 사소한 문제의 배후에 숨겨진 심각한 비리구조를 찾아낸 것이다. 기사의 완결성이 미흡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결과를 초래한 원인에 다다른 취재 열정이 수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