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엉터리 태양광 시공’…“이게 규제자유특구 사업이라고요?”
3월 초, 에너지 기업이 입주한 전남 나주 혁신산업단지의 인도 위 1km 구간에 설치된 대형 태양광 시설이 가로수를 훼손하고 불법 설치됐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현장 확인 결과 태양광 패널 때문에 가로수 수십 그루가 휘고 부러진데다, 심지어 태양광 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녹지까지 침범한 불법 시공이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엉터리로 시공한 인도형 태양광 설비, 알고 보니 개인사업자의 것이 아닌 중소벤처기업부의 ‘에너지신산업 규제자유특구’(이하 에너지 특구) 사업을 위한 전력 실증용 장비였습니다. 그런데 더욱 수상한 점은 태양광이 설치된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조차 규제자유특구 사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겁니다.
‘졸속’에는 이유가 있다!…특구사업자 선정 과정은?
규제자유특구는 민간 기업들이 각종 규제를 피해 신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참여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합니다. 새로운 사업 분야에 도전할 수 있고,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지는 만큼 민간 기업들의 참여 열기가 높습니다.
특히 전남의 에너지 특구는 우리나라 전력 송전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교류‘ 대신 ‘직류’ 전송을 ‘중간 전압’에서 실증하는 국내 최초의 연구개발 사업입니다. 사업비는 3백 30억 원으로 전남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위한 도약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대규모 국가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된 건 상식 밖의 일이었습니다. 어떤 사업자들이 참여했길래 문제가 발생한 건지, 사업 전반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최초 중전압 직류 실증 무산..‘무허가’ 업체가 참여
본격적으로 취재에 들어가자 에너지 특구 사업이 인도형 태양광 이외에 이미 다른 과제도 차질을 빚고 있었던 사실이 확인됩니다. 14개 특구사업자 가운데 전력 공급용 발전사업자로 참여한 태양광과 연료전지 업체가 전력을 생산하지 못했던 겁니다. 애초부터 개발행위허가나 발전사업 허가가 없었습니다. 또 다른 사업자들은 문제가 없었는지 각 사업자들의 법인 등기부등본 확인을 시작으로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전기기술인협회 등 관련 협회와 부처를 상대로 사업자 검증을 이어갔습니다.
면허 없어도 가능..“누구를 위한 특구인가요?”
취재 과정에 또 다른 사실이 확인됩니다. 인도형 태양광 구축을 맡은 특구사업자가 전기공사업 등록 면허조차 없는 상태에서 태양광과 배전망 구축을 맡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됩니다. 또 다른 특구사업자인 설계감리업체는 건설업 면허도 없이 주차타워 구축을 맡았습니다. ‘특구사업자’라는 이유로 국가·지방계약법이 정한 최소한의 계약 규정이 무시된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업체들은 이 같은 사업자 선정 방식을 놓고 상실감을 느낀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자유특구인지” 물었습니다.
보이지 않은 손..‘짬짜미’ 사업자 선정
허가도 자격도 없는 업체들이 어떻게 사업자로 참여하게 됐는지 주관기관인 녹색에너지연구원(이하 녹에연)과 전라남도, 사업 신청 업체 등을 상대로 여러 각도로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탈락 업체들은 향후 불이익을 우려해 지자체에 어떤 불만도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녹에연에 수요조사 전 과정, 최종 사업자 선정 기준에 대한 자료를 수차례 공식 요청했습니다. 초기 수요조사 자료를 확보해 확인한 결과 공고 절차도 없이 ‘아는 업체’에만 공문을 보내 형식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고 사업자를 선정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수요조사 이후 최종 사업자 선정 과정은 공식 자료조차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녹에연은 결국 “평소 관행대로 입맛에 맞는 업체로 사업자를 구성한 것 같다”라는 점을 뒤늦게 비공식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이 같은 취재 과정을 거쳐 이른바 ‘짬짜미’식 사업자 선정이 이뤄졌음을 낱낱이 보도했습니다. 인물관계도 분석..주관기관 전 원장 특구사업체 재취업
특구사업자들과 녹색에너지연구원 관계자들 사이에 결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업체별, 기관별 인물 관계도를 추적하던 중 특구사업을 총괄했던 녹에연 원장이 퇴임 후 면허도 없이 사업자로 선정됐던 문제의 업체에 취업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주관기관과 일부 특구사업자가 긴밀한 관계였음이 확인된 사례였습니다. 해당 원장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을 우려해 퇴사합니다. 그밖에 전남도 퇴직공무원들이 재취업한 업체도 특구사업자로 참여한 사실까지 확인됐습니다.
‘짬짜미’ 못 막는 규제자유특구법..다른 지역은?
다른 지역은 어떤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는지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부산시는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이 모두 참석해 사업계획서를 평가했고, 제주도는 관련 협회에 공문을 보내 사업자 수요조사부터 투명하게 진행하는 등 전남과는 대조적인 면을 분석해 비교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규제자유특구법 자체가 미흡하고 지침이 없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짬짜미’가 가능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달 반 동안 이 같은 취재를 거쳐 4월 19일부터 27일까지 KBS 뉴스7, 4과 뉴스9를 통해 [탐사K] 9건과 후속기사 3건 등 총 12차례 보도했습니다. 4월 28일에는 본사 뉴스9, 4월 29일에는 KBS 디지털 뉴스로 관련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전남 나주시, 전남도, 녹색에너지연구원 등에 10여 건의 정보공개 청구와 자료 협조 공문을 보내 사업자 선정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 개별적으로 접촉해 익명 취재를 요청한 업체들과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취재 내용에 기사로 반영했으며 요청 사항에 반하는 인터뷰나 녹취는 보도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 불법 시공된 태양광 시설의 경우 향후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예상되고, 특구 사업 자체로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각 기관별로 감사 결과도 예정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후속 보도할 계획입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 타 매체의 선행보도 없는 단독 보도였음.
5. 사회에 끼친 영향
회계 감사 착수..중기부 ‘특구사업 전반 점검’
중기부 예산 집행과 사업계획 평가를 맡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특구사업체의 사업비 집행에 대한 회계 감사에 들어갔습니다. 자격 없는 사업자가 특구사업을 맡아 도급과 자재, 인력을 발주 하는 과정에 위법이 있었는지 확인중입니다. 나주시는 인도형 태양광 시설에 대해 사실상 철거를 명령하고, 3차례 이상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경찰에 고발할 방침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국의 규제자유특구를 대상으로 사업계획 수립과 사업자 수요조사 방식에 대한 점검을 벌이고 있으며, 향후 법령이나 지침 개정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발 빼던 전라남도’, 감사 착수
특구사업 신청 주체임에도 사업자 선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던 전남도는 KBS 보도 이후 감사관실을 통해 해당 부서를 상대로 사업자 선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사실관계를 확인중입니다. 특구사업체에 취업했던 녹에연 전 원장에 대해서도 위법 여부를 감사하고 있습니다.
녹색에너지연구원, “환골탈태..사업자 선정 개선안 마련”
녹색에너지연구원은 연구개발 과정에 몰아주기식 사업자 선정 관행을 깨고, 사업자 선정 과정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사업을 ‘공고’를 통해 진행하고, 사업자 선정은 ‘평가위원 인력 풀’을 만들어 업체가 직접 선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이 같은 개선안을 이끌어내고, 여러 업체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만든 중소벤처기업부의 규제자유특구 일부 사업이 ‘무자격’ ‘무면허’ ‘불법’으로 이어져 차질을 빚고 있는 실태를 최초로 보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특구 사업비 집행에 대한 회계 감사로 이어지고 있고, 수백억 원의 예산이 더 이상 눈먼 돈으로 쓰이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전남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수년 동안 누구도 제동을 걸지 못한 기관과 업체의 ‘카르텔’을 들춰내고 이로 인한 문제점을 고발하는 등 공영방송의 감시와 비판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성실하게 실적을 쌓아가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에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편을 이끌어냈고, 규제자유특구법이 가진 한계와 허술한 지침을 드러내 특구 사업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 관계기관은 5월 중순에 연구개발 사업 개편 대책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언론사에 배포할 예정입니다.
회차 심사평
제368회 전체 총평
제368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하나 같이 수상작으로 손색없는 작품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쉽게 탈락한 출품작 중에는 수상작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숙의 과정도 어느 때 보다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TV조선의 <이성윤 중앙지검장,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코트 조사’>, JTBC의 <법무부 교정당국 비리> 두 작품이 선정됐다. TV조선 출품작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임하는 공수처(장)의 편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태도를 특종 보도해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 평가를 받았다. 구조적 비리가 아닌 가십성 기사에 불과하다는 소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시대적 목적과 역할을 돌아보게 한 상징적 결과를 호평한 다수의견에 따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외부와 격리된 교도소 내 범죄 행태와 구조를 드러낸 JTBC의 교정당국 비리 보도는 반론없이 무난하게 수상이 결정됐다. 교도소 수감자의 마약 거래가 가능했던 교정당국의 부조리를 고발해 교정행정의 질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한국일보의 <윤중천·김학의 백서>는 제보 받은 관련 자료를 치밀하게 재구성해 검찰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문제점을 ‘백서’ 형태의 기록물로 남겨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보도의 바탕이 된 자료가 다른 방송사에 동시에 제공됐고, 해당 방송사 또한 자료 재구성 보도를 한 상황에서 독보성을 인정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국민일보 <김한솔 구출작전 등 ‘자유조선’ 크리스토퍼 안 인터뷰> 보도는 ‘인터뷰이(interviewee)’의 일방적 발언에 의지하는 인터뷰 기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조선’의 핵심 인물을 국내 최초로 취재 보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 북한대사관 진입과 김한솔 구출작전 관련 보도를 외신에 의존했던 답답한 상황을 만회한 기자의 노력은 평가받아 마땅했다.
시사IN이 출품한 <미얀마 민주화시위(#WatchingMyanmar 캠페인)는 연속보도 보다 ‘워칭 미얀마 캠페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특히 캠페인을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범적 사례로 보아 수상에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취재보도 부문의 특성에 비추어 미얀마 현지인과 외신에 의존하는 국내 언론의 미얀마 사태 보도양식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데 공감했다. 결국 후속 보도를 기대하는 쪽으로 결론을 모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의 <전자정보 압수수색 시대>를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휴대폰 등 개인 정보기기 압수수색이 일반화된 시대에 압수된 개인정보를 검찰이 제한과 제약 없이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사위원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경향신문의 발제로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문제점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상찬도 나왔다. 경향신문의 선행 보도를 계기로 전자정보 압수 제도의 변화를 위한 언론 전체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SBS의 <군내 코로나19 격리자 부실처우 고발>과 KBS의 <그림자 과로사, 경비원 74명의 죽음>이 경합했다. 24시간 노동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초래한 비극을 전달한 KBS 보도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병영 내에서 벌어진 코로나19 관련 각종 부조리가 사회에 던진 충격이 워낙 컸다. 시의성을 감안해 SBS 출품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지역취재보도 수상작인 강원CBS의 <30년 주민숙원 고속철도, 군수와 군청간부들이 차지한 역세권> 보도는 지역 토착비리의 전형을 가감없이 고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민들의 염원으로 이뤄진 동서고속화철도가 경유하는 역세권 토지는 3선 군수를 지낸 전 군수와 군청 전·현직 간부는 물론 군부대 간부의 먹잇감이었다. 개발 정보를 독점하고 유통할 수 있는 소수 토호세력들이 개발이익을 전유하는 현상은 지금도 전국 지자체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양구 역세권 일대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해 소문을 사실로 확정해 나간 기자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의혹에 그쳤을 토착비리였다. 강원도 감사와 검찰, 경찰의 수사로 기사의 고발이 사정으로 이어진 성과도 컸다.
경기일보의 <특별취재반, 동물방역의 표준을 만들다>는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했다. 취재 동기는 경기도 동물살처분에서 지역기업이 배제된다는 평이한 문제의식이었으나, 살처분 사업을 둘러싼 공무원과 업계의 유착 비리로 이어졌다. 사소한 문제의 배후에 숨겨진 심각한 비리구조를 찾아낸 것이다. 기사의 완결성이 미흡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결과를 초래한 원인에 다다른 취재 열정이 수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