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② 단독기획(O)
지난해 8월 국회 취재 중 우연히 ‘경비원 과로사’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노무사 출신 국회 비서관이 들려준 이야기였습니다. 과로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경비원들이 과로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로 돌아와 ‘경비원 과로사’를 검색해봤습니다. 관련 기사는 없었지만, 경비원 과로사 사건 유치에 나선 노무법인 광고 글은 가득했습니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경비원 과로사는 일종의 시장까지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모두 경비원 과로사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기초적인 통계자료조차 없었습니다. 문제의식이 없으니 대책이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지난해 5월 최희석 경비원 사망 사건 이후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내놓은 경비원 근로여건 개선 대책은 갑질 예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고령 임시계약직 노동자의 과로사는 관심 밖의 대상이었습니다.
일상 속 우리 이웃의 문제도 탐사보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취재를 결정했습니다. 당시 진행 중이던 취재를 마치고 지난해 12월부터 해당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경비원 과로사의 규모 확인을 위해 자료 취합부터 시작했습니다. 국회를 통해 경비원과 연관된 과로사 업무상 질병판정서 전체를 확보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제출한 자료에는 관리사무소 직원, 청소부, 정비기사 같은 직업 자료까지 섞여 있었습니다. 경비원 자료만 별도로 분류해야 했습니다.
확보한 자료는 노무법인과 공동으로 분석했습니다. 분석 정확도를 높이고 결과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결과 3년간 경비원 74명이 과로사로 인정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비원 과로사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처음으로 파악한 겁니다.
경비원들은 편하고 쉬운 일을 한다는 이유로 감시적 근로자로 분류돼 근로시간, 휴일, 휴게 관련 근로기준법 적용받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비원들이 정작 과로사 발생 순위는 전체 직업군 가운데 두 번째를 차지한 겁니다.
분석 결과 과로성 질환(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경비원도 최근 3년간 173명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선 과로사 경비원 74명까지 포함하면 한 해 평균 80여 명의 경비원이 과로로 죽거나 쓰러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취재진은 업무상질병판정서를 기반으로 경비원 과로사 이유도 분석했습니다. 과로사 경비원, 특히 80%를 차지하는 아파트 경비원들은 공통적으로 ‘24시간 교대제’ 형태로 근무했습니다. 이들은 감시적 근로자라는 이유로 ‘24시간 교대제’가 허용됐는데 단순 업무와 장시간 휴게시간이 보장되는 감시적 근로 취지와 현실은 달랐습니다. 과로사한 경비원들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7.47시간인데 반해 휴게시간은 3.04 시간, 수면시간은 2.84시간에 불과했습니다. 방범 업무 외 분리수거, 택배 물품 관리 심지어 대리 주차같은 수많은 잡무도 해야만 했습니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24시간 동행 취재를 해보니 분석 결과와 비슷한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구축 아파트의 경우 경비원 휴게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아파트가 마련한 휴게공간은 다수가 지하 있어 곰팡이와 석면으로 가득했습니다. 이마저도 없는 곳은 경비원들이 초소에서 쪽잠을 자야 했습니다. ‘24시간 교대제’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휴식’이 경비원 과로사의 핵심 원인으로 드러났습니다.
취재진은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24시간 교대제의 심각성을 입증하기 위해 서울대학병원 도움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24시간 교대제를 하는 경비원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 반까지 일하는 차량 정비공의 24시간 혈압 변화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경비원은 몸에 반드시 필요한 야간 혈압 하강기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한 뒤 휴무일에도 몸의 긴장이 남아 야간 혈압 하강기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가 경비원 과로사 이후 근로감독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노동청은 관련 규정이 없어 근로감독을 하지 못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심지어 한 지방 노동청은 자신의 관활 지역에서 경비원 과로사가 발생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정부의 부실 감독을 고발함을 통해 과로사 이후에도 경비원들의 근로 여건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를 밝혀냈습니다.
아울러 경비원 과로사 분석 과정에서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지난해 경비원 과로사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주민 갑질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분신하고, 경비원들이 임금 체불로 소송까지 제기했던 초고가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과로사가 발생한 겁니다. 심지어 취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이 갑자기 사망한 일도 있었습니다. 취재를 진행하고 있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입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거래 가격만 주목하던 상황에서 그 그늘에서 벌어진 경비원 과로사의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 과정에서 현업에서 일하는 경비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유의했습니다. 24시간 동행 취재를 비롯해 현장 취재 과정에서 취재진이 주민들이나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소형 카메라를 사용하는 등 각별히 조심했습니다. 아울러 경비원들에게 취재에 앞서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제도 변화가 자칫 고령 경비원들을 일터에서 몰아내는 결과로 이어져서 안된다는 목소리도 시사기획 창에 함께 담았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경비원 과로사에 대한 최초의 기획보도였습니다. 방송 보도 직후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KBS 보도 내용을 전했습니다. 특히 시사기획 창 방영 다음날인 4월 19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경비원 과로사 방지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KBS 경비원 과로사 분석에 참여한 유상철 노무사가 분석 내용을 발표했는데 해당 내용 중심으로 타사 보도가 이뤄졌습니다. 한 인터넷 매체는 취재진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인터뷰 내용이 온라인 기사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경기도는 4월 22일 KBS 보도 내용을 토대로 경비원 과로사 예방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올해부터 ‘경비노동자 모니터링단’을 만들어 15개 시·군 공동주택과 관리사무소를 대상으로 노동시간, 갑질 피해, 휴게시설 여부 등에 대한 대규모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또 올해 7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도내 121개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휴게실 개선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장시간 노동 해결을 위해‘근무제 개편 컨설팅’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경비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마을 노무사를 무료로 선임해 산재신청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실은 경비원 과로사 방지를 위한 법안 마련을 현재 진행 중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은 4월 19일 청소·경비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와 구체적 설치기준 마련을 위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의원입법 진행에 맞춰 대책 마련을 진행 중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경비원 과로사의 구조적 원인을 찾기 위해 5개월 동안 심층취재를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경비원 업무가 쉽지 않으니 배려가 필요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다수의 과로사가 발생할 정도로 근무 여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취재를 집중했습니다. 노무법인과 서울대학병원 등 보도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기관과 협업도 적극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아울러 이를 통해 확인한 경비원 과로사의 구조적 문제점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다루려고 노력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오는 10월까지 아파트 경비원이 맡을 수 있는 부가적 업무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경비원 잡무의 합법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비원 과로사라는 숨겨진 문제점을 드러낸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 자료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을 통해 정식 절차를 거쳐 입수했습니다. 보도와 관련해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8회 전체 총평
제368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하나 같이 수상작으로 손색없는 작품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쉽게 탈락한 출품작 중에는 수상작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숙의 과정도 어느 때 보다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TV조선의 <이성윤 중앙지검장,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코트 조사’>, JTBC의 <법무부 교정당국 비리> 두 작품이 선정됐다. TV조선 출품작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임하는 공수처(장)의 편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태도를 특종 보도해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 평가를 받았다. 구조적 비리가 아닌 가십성 기사에 불과하다는 소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시대적 목적과 역할을 돌아보게 한 상징적 결과를 호평한 다수의견에 따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외부와 격리된 교도소 내 범죄 행태와 구조를 드러낸 JTBC의 교정당국 비리 보도는 반론없이 무난하게 수상이 결정됐다. 교도소 수감자의 마약 거래가 가능했던 교정당국의 부조리를 고발해 교정행정의 질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한국일보의 <윤중천·김학의 백서>는 제보 받은 관련 자료를 치밀하게 재구성해 검찰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문제점을 ‘백서’ 형태의 기록물로 남겨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보도의 바탕이 된 자료가 다른 방송사에 동시에 제공됐고, 해당 방송사 또한 자료 재구성 보도를 한 상황에서 독보성을 인정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국민일보 <김한솔 구출작전 등 ‘자유조선’ 크리스토퍼 안 인터뷰> 보도는 ‘인터뷰이(interviewee)’의 일방적 발언에 의지하는 인터뷰 기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조선’의 핵심 인물을 국내 최초로 취재 보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 북한대사관 진입과 김한솔 구출작전 관련 보도를 외신에 의존했던 답답한 상황을 만회한 기자의 노력은 평가받아 마땅했다.
시사IN이 출품한 <미얀마 민주화시위(#WatchingMyanmar 캠페인)는 연속보도 보다 ‘워칭 미얀마 캠페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특히 캠페인을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범적 사례로 보아 수상에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취재보도 부문의 특성에 비추어 미얀마 현지인과 외신에 의존하는 국내 언론의 미얀마 사태 보도양식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데 공감했다. 결국 후속 보도를 기대하는 쪽으로 결론을 모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의 <전자정보 압수수색 시대>를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휴대폰 등 개인 정보기기 압수수색이 일반화된 시대에 압수된 개인정보를 검찰이 제한과 제약 없이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사위원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경향신문의 발제로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문제점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상찬도 나왔다. 경향신문의 선행 보도를 계기로 전자정보 압수 제도의 변화를 위한 언론 전체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SBS의 <군내 코로나19 격리자 부실처우 고발>과 KBS의 <그림자 과로사, 경비원 74명의 죽음>이 경합했다. 24시간 노동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초래한 비극을 전달한 KBS 보도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병영 내에서 벌어진 코로나19 관련 각종 부조리가 사회에 던진 충격이 워낙 컸다. 시의성을 감안해 SBS 출품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지역취재보도 수상작인 강원CBS의 <30년 주민숙원 고속철도, 군수와 군청간부들이 차지한 역세권> 보도는 지역 토착비리의 전형을 가감없이 고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민들의 염원으로 이뤄진 동서고속화철도가 경유하는 역세권 토지는 3선 군수를 지낸 전 군수와 군청 전·현직 간부는 물론 군부대 간부의 먹잇감이었다. 개발 정보를 독점하고 유통할 수 있는 소수 토호세력들이 개발이익을 전유하는 현상은 지금도 전국 지자체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양구 역세권 일대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해 소문을 사실로 확정해 나간 기자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의혹에 그쳤을 토착비리였다. 강원도 감사와 검찰, 경찰의 수사로 기사의 고발이 사정으로 이어진 성과도 컸다.
경기일보의 <특별취재반, 동물방역의 표준을 만들다>는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했다. 취재 동기는 경기도 동물살처분에서 지역기업이 배제된다는 평이한 문제의식이었으나, 살처분 사업을 둘러싼 공무원과 업계의 유착 비리로 이어졌다. 사소한 문제의 배후에 숨겨진 심각한 비리구조를 찾아낸 것이다. 기사의 완결성이 미흡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결과를 초래한 원인에 다다른 취재 열정이 수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