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친환경 농산물에 농약을?!”
친환경 농산물에 대놓고 농약을 뿌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땐 귀를 의심했습니다. 화학 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몸과 환경에 더 건강하다고 믿었는데 농약이라니. 놀라움 뒤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친환경 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습니다. 단순히 친환경 농업을 제대로 몰라 생긴 해프닝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친환경 단지를 돌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농약 치는 유기농자재 유통업자”
친환경으로 벼농사를 짓는 경우 인근 농가들이 모여 단지를 이루거나, 작목반을 구성해 일 년 농사를 함께 짓습니다. 병해충 예방을 위해 방제도 함께 하는데 최근에는 대부분 유기농자재를 구매한 유통업자가 드론이나 헬기를 이용해 살포를 대신합니다. 친환경 농업 단지 방제를 위탁받은 유기농자재 유통업자 열에 예닐곱은 유기농자재에 농약을 섞어 뿌렸습니다. 유기농자재의 반값도 안 되는 농약을 섞으면 차액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제철만 되면 유통업자들은 농가를 찾아 영업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뒷돈이 오가기도 한다는 증언이 잇따랐습니다. 말도 안 되는 싼값을 제시하며 농가들을 현혹해 판매 계약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 친환경 단지에서는 유통업자 선정 문제를 놓고 농가들끼리 다투다 단지가 세 개로 쪼개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줄줄 새는 유기농자재 구입 지원비”
유통업자들은 허술한 구조를 이용해 지원금을 착복했습니다. 전라남도는 친환경 농가들에게 유기농자재 구입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농가가 각 시. 군에 영수증만 제출하면 지자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영수증에 적힌 금액의 절반을 현금으로 지급합니다. 유기농자재를 판매한 유통업자가 농가에 절반 가격만 받은 뒤 지원금을 신청할 수도 있는데, 이때도 영수증의 진위 여부는 확인하지 않습니다. 자재를 살포할 때 지켜보지 않아 확인이 불가하다는 게 이유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짓 영수증을 꾸며 제출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실제로는 훨씬 적은 양을 사용해놓고선 지원금을 챙기기 위해 많이 쓴 것처럼 영수증을 만드는 겁니다.
실제로 유기농자재 구입비 정산이 끝나는 11월이 되면 유통업자들은 구입한 자재를 다시 반품했습니다. 한 유기농자재 생산 업체의 장부를 들여다봤습니다. 분명 각 유통업자들이 담당한 친환경 단지 면적을 고려해 판매했는데 많게는 절반 가까이 반품이 들어왔습니다. 친환경 농가가 사용하는 유기농자재의 경우 자연에서 나온 재료로만 만들기 때문에 화학 성분인 농약에 비해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사용법보다 적은 양을 사용했는데도 효과가 충분했다며 유통업자들은 반품을 요청했습니다. 유기농자재를 구입해 사용했다고 장부를 꾸민 뒤 지원금을 타면 다시 자재를 반품해 이익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이들을 제재하지 않았습니다. 유기농자재 유통업은 등록제도 허가제도 아닙니다. 관련 경력이나, 약사 자격증이 필요한 농약사와 다릅니다. 친환경 단지에 농약을 뿌리다 적발돼도 벌금만 내면 그만인 겁니다. 지난해 유기농자재에 농약을 섞어 친환경 농산물에 뿌리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적발된 업체는 모두 4곳. 농민들은 ‘재수가 없어 걸렸다’며 ‘걸리지 않은 곳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걸리면 그만”
농민들도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인증에는 문제가 없으니 눈을 감았습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잔류농약 검사를 통해 320여 개 농약 성분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이 외 성분은 화학 성분이라도 분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검출이 돼도 검사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악용하는 농가도 있었습니다. ‘걸리지 않는 농약’ 3-4개는 농가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농가들은 취재진에게 잔류농약 검사에서 걸리지 않는 성분을 알고 ‘걸리지 않는 농약’을 살포했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을 위해”
전라남도는 전국 친환경 인증 면적의 5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친환경 농산물의 절반 이상이 전남에서 자란 농산물입니다. 소비자들은 농약 없이 기른 농산물이라고 믿고 이를 구매합니다. 하지만 유기농자재 유통업자와 일부 친환경 농가는 ‘안 걸리면 그만’이라며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전국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친환경 농산물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보도해야 올해 친환경 농산물은 제대로 기를 수 있다고 믿고 곧장 제작에 돌입했습니다.
취재팀은 먼저 리포트 두 개로 친환경 농산물에 농약이 쓰이는 현실과 구조적 문제를 짚었습니다. 다음 날, 전라남도가 곧장 대책을 발표했고 이를 후속 리포트와 단신으로 다뤘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일부 농민과 업자들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가 숨어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을 어떤 기관이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살폈습니다. 친환경 농업 현장의 생생한 증언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친환경 단지를 찾았을 때, 농민과 농약사 모두 한사코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기사가 방송되면 친환경 농산물 판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긴 시간 그들을 설득했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을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양심적으로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가를 위해 함께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마음을 얻은 끝에 관계자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신분 노출을 원하지 않는 취재원은 신원을 밝히지 않았고, 인터뷰와 싱크는 모두 동의를 받고 진행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kbc광주방송의 기획 보도 이후 전라남도가 대책 마련에 나서자 연합뉴스, 전남매일과 광남일보, 아시아경제 등에서 이를 보도했습니다. (첨부파일 참조)
5.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직후 전라남도가 제도 개선에 나섰습니다. 먼저 ‘공동방제 사전 신고제’를 도입했습니다. 공동방제를 위탁받은 사업자는 공동방제 날짜, 유기농업 자재와 사용량 등이 포함된 공동방제 확인서를 방제 전 시·군에 제출해야 합니다. 시. 군은 방제 날짜에 농촌 관리사 등을 파견해 유기농자재가 사용되는지, 합성 농약을 혼합하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사후 관리도 강화했습니다. 320가지였던 잔류농약 검사 대상 성분 수는 511가지로 늘어나고 친환경농산물 인증 취소 농가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습니다. 인증 취소 농가는 보조금 회수와 함께 1회 인증 취소 시 3년간, 2회 취소 시 5년간 친환경농업 관련 도비 보조사업 지원을 제한할 예정입니다. 유기농자재 유통업자가 농약을 섞다 적발되면 친환경농업 분야 사업 참여를 영구히 제한할 방침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 요강을 숙지하고 취재, 보도 과정에서 이를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이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8회 전체 총평
제368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하나 같이 수상작으로 손색없는 작품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쉽게 탈락한 출품작 중에는 수상작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숙의 과정도 어느 때 보다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TV조선의 <이성윤 중앙지검장,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코트 조사’>, JTBC의 <법무부 교정당국 비리> 두 작품이 선정됐다. TV조선 출품작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임하는 공수처(장)의 편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태도를 특종 보도해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 평가를 받았다. 구조적 비리가 아닌 가십성 기사에 불과하다는 소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시대적 목적과 역할을 돌아보게 한 상징적 결과를 호평한 다수의견에 따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외부와 격리된 교도소 내 범죄 행태와 구조를 드러낸 JTBC의 교정당국 비리 보도는 반론없이 무난하게 수상이 결정됐다. 교도소 수감자의 마약 거래가 가능했던 교정당국의 부조리를 고발해 교정행정의 질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한국일보의 <윤중천·김학의 백서>는 제보 받은 관련 자료를 치밀하게 재구성해 검찰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문제점을 ‘백서’ 형태의 기록물로 남겨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보도의 바탕이 된 자료가 다른 방송사에 동시에 제공됐고, 해당 방송사 또한 자료 재구성 보도를 한 상황에서 독보성을 인정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국민일보 <김한솔 구출작전 등 ‘자유조선’ 크리스토퍼 안 인터뷰> 보도는 ‘인터뷰이(interviewee)’의 일방적 발언에 의지하는 인터뷰 기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조선’의 핵심 인물을 국내 최초로 취재 보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 북한대사관 진입과 김한솔 구출작전 관련 보도를 외신에 의존했던 답답한 상황을 만회한 기자의 노력은 평가받아 마땅했다.
시사IN이 출품한 <미얀마 민주화시위(#WatchingMyanmar 캠페인)는 연속보도 보다 ‘워칭 미얀마 캠페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특히 캠페인을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범적 사례로 보아 수상에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취재보도 부문의 특성에 비추어 미얀마 현지인과 외신에 의존하는 국내 언론의 미얀마 사태 보도양식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데 공감했다. 결국 후속 보도를 기대하는 쪽으로 결론을 모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의 <전자정보 압수수색 시대>를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휴대폰 등 개인 정보기기 압수수색이 일반화된 시대에 압수된 개인정보를 검찰이 제한과 제약 없이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사위원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경향신문의 발제로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문제점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상찬도 나왔다. 경향신문의 선행 보도를 계기로 전자정보 압수 제도의 변화를 위한 언론 전체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SBS의 <군내 코로나19 격리자 부실처우 고발>과 KBS의 <그림자 과로사, 경비원 74명의 죽음>이 경합했다. 24시간 노동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초래한 비극을 전달한 KBS 보도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병영 내에서 벌어진 코로나19 관련 각종 부조리가 사회에 던진 충격이 워낙 컸다. 시의성을 감안해 SBS 출품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지역취재보도 수상작인 강원CBS의 <30년 주민숙원 고속철도, 군수와 군청간부들이 차지한 역세권> 보도는 지역 토착비리의 전형을 가감없이 고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민들의 염원으로 이뤄진 동서고속화철도가 경유하는 역세권 토지는 3선 군수를 지낸 전 군수와 군청 전·현직 간부는 물론 군부대 간부의 먹잇감이었다. 개발 정보를 독점하고 유통할 수 있는 소수 토호세력들이 개발이익을 전유하는 현상은 지금도 전국 지자체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양구 역세권 일대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해 소문을 사실로 확정해 나간 기자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의혹에 그쳤을 토착비리였다. 강원도 감사와 검찰, 경찰의 수사로 기사의 고발이 사정으로 이어진 성과도 컸다.
경기일보의 <특별취재반, 동물방역의 표준을 만들다>는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했다. 취재 동기는 경기도 동물살처분에서 지역기업이 배제된다는 평이한 문제의식이었으나, 살처분 사업을 둘러싼 공무원과 업계의 유착 비리로 이어졌다. 사소한 문제의 배후에 숨겨진 심각한 비리구조를 찾아낸 것이다. 기사의 완결성이 미흡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결과를 초래한 원인에 다다른 취재 열정이 수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