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아직도 여학생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가던 군인의 모습이 잊히지 않아요. 60이 넘은 나이에도 군홧발 소리를 듣거나 군인들이 지나가면, 가슴이 쿵쾅쿵쾅 뜁니다.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전혀 보지를 못하죠.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경기도 수원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평범한 사장님 임재성(62) 씨에게서 1980년 오월 이후의 광주 이야기를 듣는 과정은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힘들었다.
40년 전엔 20대였던 그는 단지 광주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이유로, 혹은 유신체제의 국가가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깨닫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이유로 그의 인생에서 3년을 지옥 같은 곳에서 보냈다. 그 기간 그의 이름은 ‘빨갱이’였거나 ‘깽깽이(군대에서 전라도 낮춰 부르는 말)’였다. 특히 광주 출신 청년들은 ‘폭도’라 불리거나 선임들에게 “광주놈들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느냐”며 이른바 ‘왕따’를 당했다.
전남일보의 5‧18 민주화운동 41주년 특집의 첫 번째 기획인 ‘강‧녹‧선이라고 부르던 지옥’은 지난 2020년 12월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강제징집, 녹화, 선도공작’ 사업은 전두환 정권이 운동권 학생들을 사회와 분리하기 위해 교도소 대신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군대로 강제징집한 또 다른 국가폭력이다.
2019년 12월 ‘진실규명 추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전국 피해자들이 모이면서 강녹선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이후 2020년 6월 전두환 씨가 고 조비오 신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에 재판을 받으러 왔을 때, 피해자 선생님들이 ‘강제징집 번호’를 들고 기자회견을 하시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녹선 사건 피해자들이 광주, 전남에도 이렇게 많을지는 상상을 못 했다.
나중에 광주 트라우마센터를 출입하고 심리상담사에게 강녹선 피해자들은 여전히 악몽, 분노조절 장애 등의 트라우마 증상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시작일 뿐, 신군부 정권이 저지른 또 다른 국가폭력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규명 추진위원회를 통해 광주, 전남의 한 피해자 연락처를 얻어 먼저 만나게 되었다. 피해자 명단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라, 피해자 한분 한분을 연결을 부탁해 인터뷰 대상자를 찾았다. 그렇게 518민주화운동 직후 강제징집된 피해자를 시작으로 4명의 피해자를 만났다. 그들은 모두 경찰서, 상무대에서 하루아침에 군대로 끌려갔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일부러 군대의 기억을 묻고 살았기에 고문의 방식이나 그곳에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물었던 일이 지금도 송구스럽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한 날 피해자들이 다시금 악몽을 헤매지는 않을지 걱정을 했다. 기획이 보도되는 와중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나도 강녹선 피해자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날은 조금 마음이 편한 밤을 보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인터뷰로 만났던 한 취재원에게 피해자 명단을 받았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피해 현황을 뛰어넘는 숫자였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으로 5·18민주화운동 가담혐의로 강제징집됐다고 명시된 9명의 이름이었다.
확인된 것만 강녹선 사건의 피해자는 2000여 명이 넘는다. 국가가 이렇게 대규모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행정기관이 총동원됐기 때문이다. 대학, 경찰, 군대…. 피해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대학기관이 운동권 학생을 군대에 보내기 위해 종용하고 명단을 작성해 관리했다는 점이다.
강녹선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발생한 서울대는 지난해 개교 기념식에서 총장이 공식 사과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당시 대학은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광주·전남 피해자들은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전남대 또한 공식 사과를 바라고 있다. 전남일보의 보도를 통해 당시 행정기관들의 직접적인 사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기획은 전남일보의 2021년 단독 기획이다. 그동안 광주에서 언론은 1980년 5월 당시만을 조명했다. 이에 전남일보는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아 첫 기획으로 강녹선 사건의 보도를 시작했다. 이는 당시 정권이 5·18민주화운동으로만 희생을 끝내지 않고 민주화 세력을 조직적으로 말살시켰다는 점에서 기록의 가치가 있다. 518의 과제는 여전히 많다. 따라서 광주의 참극은 ‘전두환이 정권에서 물러난 1987년까지 이어져 있다’고 장기적 안목을 짚었다는 점이 이번 기획의 핵심이다.
또한, 여러 피해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입수한 피해자 명단을 통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광주·전남의 피해자보다 2배가 많은 수치를 적시했다는 점에서 사건의 진상규명에 진보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강녹선 사건이 워낙 알려지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피해 규모와는 상관없이 광주·전남에서 보도된 적이 없다. 그 첫 물꼬를 전남일보가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군사정권에 의해 군대에서 프락치를 활용되었다는 수치심 때문에 군대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지 않았던 피해자들을 세상에 보인 점도 진상규명의 첫걸음이라 생각된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전남일보 내부에서 소수의 기자가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현장인터뷰를 하면서 풀어가는 서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특히 사회부장과 사건기자, 두명의 호흡으로 7회에 걸쳐 이끌어가는 방식은 최근 소규모화되는 기획 취재의 형태에 어울린다는 평가였다.
이 기획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해서 제작됐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 등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8회 전체 총평
제368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하나 같이 수상작으로 손색없는 작품들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쉽게 탈락한 출품작 중에는 수상작에 버금가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숙의 과정도 어느 때 보다 치열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TV조선의 <이성윤 중앙지검장,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코트 조사’>, JTBC의 <법무부 교정당국 비리> 두 작품이 선정됐다. TV조선 출품작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임하는 공수처(장)의 편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태도를 특종 보도해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이 평가를 받았다. 구조적 비리가 아닌 가십성 기사에 불과하다는 소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의 시대적 목적과 역할을 돌아보게 한 상징적 결과를 호평한 다수의견에 따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외부와 격리된 교도소 내 범죄 행태와 구조를 드러낸 JTBC의 교정당국 비리 보도는 반론없이 무난하게 수상이 결정됐다. 교도소 수감자의 마약 거래가 가능했던 교정당국의 부조리를 고발해 교정행정의 질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한국일보의 <윤중천·김학의 백서>는 제보 받은 관련 자료를 치밀하게 재구성해 검찰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문제점을 ‘백서’ 형태의 기록물로 남겨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보도의 바탕이 된 자료가 다른 방송사에 동시에 제공됐고, 해당 방송사 또한 자료 재구성 보도를 한 상황에서 독보성을 인정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국민일보 <김한솔 구출작전 등 ‘자유조선’ 크리스토퍼 안 인터뷰> 보도는 ‘인터뷰이(interviewee)’의 일방적 발언에 의지하는 인터뷰 기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조선’의 핵심 인물을 국내 최초로 취재 보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 북한대사관 진입과 김한솔 구출작전 관련 보도를 외신에 의존했던 답답한 상황을 만회한 기자의 노력은 평가받아 마땅했다.
시사IN이 출품한 <미얀마 민주화시위(#WatchingMyanmar 캠페인)는 연속보도 보다 ‘워칭 미얀마 캠페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특히 캠페인을 솔루션 저널리즘의 모범적 사례로 보아 수상에 부족함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취재보도 부문의 특성에 비추어 미얀마 현지인과 외신에 의존하는 국내 언론의 미얀마 사태 보도양식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데 공감했다. 결국 후속 보도를 기대하는 쪽으로 결론을 모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경향신문의 <전자정보 압수수색 시대>를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휴대폰 등 개인 정보기기 압수수색이 일반화된 시대에 압수된 개인정보를 검찰이 제한과 제약 없이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심사위원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경향신문의 발제로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문제점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상찬도 나왔다. 경향신문의 선행 보도를 계기로 전자정보 압수 제도의 변화를 위한 언론 전체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SBS의 <군내 코로나19 격리자 부실처우 고발>과 KBS의 <그림자 과로사, 경비원 74명의 죽음>이 경합했다. 24시간 노동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초래한 비극을 전달한 KBS 보도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병영 내에서 벌어진 코로나19 관련 각종 부조리가 사회에 던진 충격이 워낙 컸다. 시의성을 감안해 SBS 출품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지역취재보도 수상작인 강원CBS의 <30년 주민숙원 고속철도, 군수와 군청간부들이 차지한 역세권> 보도는 지역 토착비리의 전형을 가감없이 고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민들의 염원으로 이뤄진 동서고속화철도가 경유하는 역세권 토지는 3선 군수를 지낸 전 군수와 군청 전·현직 간부는 물론 군부대 간부의 먹잇감이었다. 개발 정보를 독점하고 유통할 수 있는 소수 토호세력들이 개발이익을 전유하는 현상은 지금도 전국 지자체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양구 역세권 일대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해 소문을 사실로 확정해 나간 기자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의혹에 그쳤을 토착비리였다. 강원도 감사와 검찰, 경찰의 수사로 기사의 고발이 사정으로 이어진 성과도 컸다.
경기일보의 <특별취재반, 동물방역의 표준을 만들다>는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했다. 취재 동기는 경기도 동물살처분에서 지역기업이 배제된다는 평이한 문제의식이었으나, 살처분 사업을 둘러싼 공무원과 업계의 유착 비리로 이어졌다. 사소한 문제의 배후에 숨겨진 심각한 비리구조를 찾아낸 것이다. 기사의 완결성이 미흡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결과를 초래한 원인에 다다른 취재 열정이 수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