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故 양수민씨 아버지]
“비정규직 애들이 아니라 경찰이 죽었더라도 이렇게 부실수사를 했을까요? (울음)”
취재를 할까말까 망설이며 유족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을 무렵, 故 양수민 대원의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에 돈도 빽도 없는 집안의 자식들이라 죽어서도 이렇게 홀대받고 억울해서야 되겠느냐는 하소연이었습니다.
그저 흘려 들을법한 말이었지만,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리가 아팠습니다.
학창시절 부모님의 넉넉한 지원으로 사교육을 받으며 나름의 좋은 학교를 나왔고, 현재는 정규직으로 일하는 기자에게 국민들이 따끔하게 지적하는 것만 같아 몹시 아팠습니다. 데스크에게 보고할 거리나 찾기 위해 트레일러 기사의 음주운전 여부에나 관심을 뒀고, 비정규직 청년들의 죽음에 억울함은 없는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때부터 유족들에게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보도 시점까지 한 달간 거의 매일 유족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유족들의 의도치 않은 따끔한 가르침에,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 발품을 팔아가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공영방송 기자로서 우리사회 약자들이 겪는 억울함을 이제라도 헤아려야 한다는 다짐을 반복하며 취재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이번 보도는 자칫 쉽게 지나치거나 외면할 수 있는 단순 교통사고의 내막을 장기간 후속 취재해 발굴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사망자들이 20대 초반의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라는 점에서, 새벽 시간 위험한 고속도로 갓길로 내몰려 참변을 당했다는 점에서 태안 화력발전소 사망자 故 김용균씨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희생자 김 군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사고 한 달간 유족들의 하소연을 들었고,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새벽에도 휴일에도 걸려오는 유족들의 전화를 거르지 않고 받았습니다.
[故 허용원씨 어머니]
“기자님만 저희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셨잖아요. 그래서 감사한거죠.”
[故 허용원씨 매형]
“사고 직후 장례식장을 찾아와 명함을 주고 갔던 그 많은 기자들이 며칠 지나니까 저희 연락을 안받더라고요. 그때는 제가 그냥 억울한 게 있으니 좀 알아봐달라, 도와달라고만 했을 때니까요. 그 기자분들 마음도 이해해요.”
보도가 나간 후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전화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경찰로부터 "뺑소니범 잡았으면 됐지, 왜 경찰을 조사하려 하느냐", "그렇게 진실이 알고 싶으면 죽은 애들한테 가서 확인하라"는 등의 막말을 들었던 유족들은, 보도 후 자신들을 응원하는 수많은 댓글에 깊은 감명과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속 보도는 유족들과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약 3주 간의 취재 끝에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던 지난 11일 오후. 서류를 떼고 있다던 유족으로부터 급하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故 허용원씨 매형]
"기자님! 역과 사고가 있었대요. (역과면.. 2차 사고요?) 네. 교통사고 사실확인원에 그렇게 써있네요. 소름이 끼치고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옵니다. (그런 얘기를 경찰한테는 못들으셨어요?) 당연하죠. 지금 서류 보고 처음 알았다니까요."
곧바로 유족을 만나 서류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 3X다044X호 (SM6), 사고로 인해 튕겨나간 피해자(허용원)를 역과한 차량임.
서류에는 2차 사고 기록이 정말 버젓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취재진은 유족과 함께 더 많은 사고 자료들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족들과 발품을 팔아가며 사고 현장을 비추던 도로공사 CCTV를 어렵게 찾아냈고, 서류에만 남아있던 2차 사고 영상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CCTV에는 졸음운전을 한 25톤 트레일러가 故 허용원 대원을 치고 달아나는 장면과 그로부터 13초 뒤 1차선을 달리던 SM6 승용차의 차체가 '꿀렁'거리면서 한 차례 들렸다 내려오는 장면이 명확히 담겨있었습니다.
취재진은 곧바로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기 시흥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담당 과장은 2차 사고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시흥경찰서 경비교통과장]
"(당시에 2차 사고가 있었다는데...) 무슨 2차 사고요? 난 처음 듣는데? (그 때 SM6 역과 사고가 있었더라고요.) 기자님, 같은 사고건 맞아요? 금시초문인데요. (금시초문이라고요?) 네 금시초문이예요."
조사를 담당했던 팀장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직전 뒤늦게 2차 사고를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신이 일부러 보고를 누락했다고 말했습니다. ‘서류에 남겨놓았으면 됐지 않느냐’는 해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는 2차 사고 가능성을 미리 헤아리지 못한 유족들을 탓했습니다.
[시흥경찰서 교통조사팀장]
"(뒤늦게라도 아셨을 때 유족한테 바로 알렸어야죠.) 유족들이 물어봐야 우리가 알려주죠. 안물어보는데 어떻게 알려줍니까?"
말주변이 없던 유족들은 부들부들 떨기만 했습니다.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 비정상적으로 언성을 높이는 경찰의 모습, 또 대놓고 유족들을 하대(下待)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반드시 이 사안을 보도해 수사 관행이 개선되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 달 여에 걸친 MBC의 끈질긴 취재 끝에 당시 다른 차량에 의한 2차 사고가 있었고, 경찰은 그 사실을 놓친 채 유족에게 시신을 부검없이 화장하라 했으며, 뒤늦게 2차 사고를 알게 된 경찰이 유족에게 이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세상에 드러난 것입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 타 매체 선행보도 : 해당 사항 없음
- 타 매체의 반향
사고 당일인 지난 7월 25일 그저 안타까운 사연으로만 소개했던 주요 매체들도, 지난달 MBC의 연속 보도 직후 속속 기사를 받아 경찰의 부실수사와 2차사고 은폐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특히 시흥경찰서에서 부실수사를 인정하고, 유족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자 거의 대부분의 매체들이 이를 신속하게 보도했습니다. 각종 종편 등에서는 낮 시간대 이 사건을 재구성해 시사프로그램에서 방송했으며, MBC 보도 후 KBS ‘아침이 좋다’와 ‘제보자들’ 등의 프로그램에서도 유족의 사연을 취재해 방송했거나 방송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822176600061?input=1195m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67995&ref=A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869970
https://www.nocutnews.co.kr/news/5200977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90823_0000748733&cID=10803&pID=14000
https://news.joins.com/article/23558353
https://www.nocutnews.co.kr/news/5202105
http://news1.kr/articles/?3700735
http://www.segyelocalnews.com/news/newsview.php?ncode=1065590456077114
https://www.yna.co.kr/view/AKR20190821126200061?input=1179m
4. 사회에 끼친 영향
비정규직 청년들의 억울한 죽음과 부실수사로 덮일 뻔한 2차 사고의 진실.
MBC 보도 후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은 경찰의 부실수사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시청자들은 수사 초기 고속도로 CCTV를 13초만 더 확인했더라면 2차 사고를 확인할 수 있었고, 부검을 통해 사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는데 영원히 사인불명이 돼버린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적반하장 격으로 유족에게 "뺑소니범 잡았으면 됐지, 왜 경찰을 조사하려 하느냐", "그렇게 진실이 알고 싶으면 죽은 애들한테 가서 확인하라"는 등의 막말을 퍼부은 경찰에 분노했습니다.
보도 후 부실수사 논란이 일자 지난 달 21일 결국 시흥경찰서장이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했습니다. 22일에는 부실수사를 인정하고 전면 재수사를 다짐하는 사과문을 배포했습니다.
[오익현/ 경기 시흥경찰서장]
"수사 과정에서 유족에게 2차 사고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사건 당일 '1차 사고'로 예단해 부검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사망과 2차 사고와의 연관성 조사에도 지장을 초래했습니다. 유족들께 사과드립니다."
사과문 배포 직후 신속하게 재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경찰은 현장 검증을 다시 실시했고, 23일에는 2차 사고 차량인 SM6 승용차 아랫 부분에서 혈흔도 발견해 정밀감정에 들어갔습니다.
경찰은 자신들의 잘못으로 부검을 할 수는 없게 됐지만, 이제라도 가능한 최신 수사기법을 총동원해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겠다고 유족들에게 약속했습니다. 현재 전담부서에서 진행 중인 재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경찰은 곧 재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이번 보도는 자칫 쉽게 지나치거나 외면할 수 있는 단순 교통사고의 숨겨진 진실을 장기간 후속 취재해 발굴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사망자들이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하청업체 비정규직 20대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또 새벽 시간 좁고 위험한 고속도로 갓길에서 근무하다 참변을 당했지만, 경찰의 부실수사로 하마터면 죽음의 진실이 묻힐 뻔 했다는 점에서 이번 단독 취재와 보도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보도 이후 유족들은 국민권익위원회는 물론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인천지방경찰청에도 감찰의뢰서를 제출하고 재수사와 내부감사를 공식 요구했습니다.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도 소송을 준비중입니다.
이번 보도는 단순 부실수사를 넘어 경찰의 현장 대응과 초동수사가 얼마나 관습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져있는지 경찰이 일반 서민들을 대할 때 얼마나 고압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안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사고 한 달이 넘었지만 유족들의 억울함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현장에선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안전조치도 취해지지 않았고, 경찰은 고속도로에서 시행 중인 무료 긴급견인서비스도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경찰은 그 기회들을 모두 놓쳤고, 사망자들을 부검도 없이 화장시켜버렸습니다.
경찰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재수사를 시작한 만큼 부실수사로 가려질 뻔했던 진실들이 모두 규명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낯설고 추운 곳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두 비정규직 젊은이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리기를 기원합니다.
"MBC 뉴스가 이제는 사회적 약자의 억울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故 이용마 선배님의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비정규직 도로 순찰원 故 양수민 故 허용원 님의 명복을 빕니다.
회차 심사평
제348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의 제34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출품작 65편 중 총 6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1부문 심사에서 채널A의 <봉천동 탈북모자 아사 사건>과 동아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과정 추적 등 인사 검증>, 한국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장학금> 3편이 수상했다.
<봉천동 탈북모자 아사 사건>은 굶주림과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한 모자가 한국 땅에서 굶어 죽은 충격적인 사건을 알렸다. 탈북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매우 컸다. 외신에까지 대대적으로 소개되는 등 탈북인 복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취재 과정도 돋보였다. 단순 사망 사건으로 처리하기 쉬운 사안이었는데도 1보부터 하나원 동기 등 주변인들의 목소리를 담는 등 보강취재를 해 완벽한 리포트를 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장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향후 정책과 어젠다 세팅을 위한 후속 보도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국 장관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은 조국 장관 사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기사였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바닥부터 검색을 거듭해 흠결 없이 완성한 작품으로,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기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조국 장관 딸의 자기소개서를 인터넷 유료사이트에서 찾아낸 취재팀의 집요함도 돋보였다. 취재팀은 조국 사태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조사를 시작했고, 집요한 취재는 이 사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촉발한 계기가 됐다. <조국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장학금>은 조국 사태에서 여론의 공분을 일으킨 작품이다. 기자가 발로 뛴 좋은 기사다. 조국 장관 임명 후 정치 공방 상황에서 후보 검증의 기준이 된 하나의 팩트가 된 작품이다. 특히 평소 강한 개혁과 공정사회를 주장하던 조국 장관의 평소 발언과 완전히 배치되는 상황이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수면 위로 부각시켰다. 조국이라는 공인의 딸이 낙제점을 받았음에도 6학기 연속으로 장학금을 받았고,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팩트에 독자들은 분노했다. 한편에선 전체의 70% 이상이 장학금을 받는 의전원의 특성상, ‘이 장학금이 꼭 특혜인가’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었으며, 또 검찰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불법성이나 특혜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의 영예는 KBS의 <밀정 2부작>에 돌아갔다. 좀처럼 보기 드문 수작으로, 독립운동가 내부의 암투와 암살 등 숨겨진 사료들을 모아 만들었다. KBS가 3·1운동 100년을 계기로 장기 제작한 이 작품은 영화보다 현실적인 영상, 역동감 있는 장면, 밀도 있는 작품으로 새로운 보도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할만하다. 특히 후손들에겐 예민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절제 있게 표현했다. 최근 유튜브 등 새로운 동영상 분야로 관심이 분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청률과 국민 신뢰가 하락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힘과 저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통 미디어 매체에 시청자들의 눈을 돌리게 하는 시금석 같은 작품이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선 KBS대전 보도국의 <납 기준치 초과 수도계량기 대량 유통>과 전주MBC 취재부의 <2000억원 하수관 사업, 8년 만에 드러난 ‘땅 속 진실’>이 상을 받았다. <납 기준치 초과 수도 계량기 대량 유통>은 거대담론보다 국민의 생활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 취재팀은 먹는 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수도계량기 표본을 확보해 직접 검증했고, 기준을 초과한 충격적인 결과와 함께 일부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수도계량기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납품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대전뿐 아니라 전국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더욱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취재팀은 고발에 그치지 않고 관계 부처의 제도개선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언론의 본령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억원 하수관 사업, 8년 만에 드러난 ‘땅 속 진실’>은 첫 보도는 아니었으나, 타 매체에서 놓친 비리 의혹들을 일일이 취재, 보도했고 이를 입증해낸 노력을 평가받았다. 첫 보도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하수관 비리에 관한 여론도 시민단체의 관심과 열기가 식어갔음에도 전주MBC는 4년 넘도록 홀로 고발 보도를 이어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후보들에게 하수관 사업 의혹을 규명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민관 합동조사를 현실화시켰다. 예산과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