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0), ② 단독기획(0)
취재 구상은 지난해 여름부터였습니다.
20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탐사보도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은 수년 전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밀정’을 탐구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밀정’은 비단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서조차도 일종의 ‘공백’ 상태였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자료가 극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본 기밀문서 가운데 ‘밀정’이라는 제목이 박힌 두꺼운 책자 같은 게 덩어리로 존재할 리 만무합니다. 여기저기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한데 모으는 것만도 시간과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둘째 이유는, 예산과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숨겨진 독립운동가를 발굴해 상찬하는 일도 버거운데 ‘우리 안의 어두운 이야기’를 꺼내는 게 학자로서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취재진은 기존 다큐멘터리와 차별점을 갖고 싶었고 밀정이라는 어두운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100주년의 의미, 그러니까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뜻을 더욱 기릴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취재진과 △사료 발굴 전문가, △학계 자문단, △번역가와 리서처 등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구성했습니다. 대략 8개월의 취재 기간이 걸렸습니다. 일본 외무성, 방위성, 국회도서관, 중국 공문서 등에서 모두 5만 장의 문서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밀정 관련 조각 정보를 끌어 모아 정밀한 번역 작업을 거쳤고, 이를 통해 일제 강점기 한국인 밀정 혐의자 895명을 특정했습니다. 이들의 이름을 <밀정 1부 – 배신의 기록>에서 공개했습니다. 밀정에 대한 심층적 탐구가 진행된 것은 언론계와 학계 통틀어 처음이며, 이렇게 많은 밀정 혐의자들이 특정된 것도 처음입니다.
한정된 방송 시간에서 895명 전체를 하나하나 조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취재진은 이들 가운데 현재 건국훈장을 받고 독립유공자로 분류된 사람들을 집중 취재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다큐멘터리의 서사를 구성했습니다. 훈장을 받았다는 것은 국가가 공인해준 사람이라는 뜻이고, 그만큼 더욱 엄밀한 잣대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게 취재진의 생각이었습니다.
안중근의 거사 동지, 김좌진 장군의 비서, 김원봉 의열단장의 부하 등 현재 독립유공자로 분류돼 현충원에 안치돼 있는 사람들이 사실상 그 정체가 밀정이었다는 것을, 취재진이 단독 입수한 기밀문서를 통해 고발했습니다. 취재진의 자의적 판단으로 고발한 것이 아니라, 입수한 자료를 다수의 학계 전문가들에게 넘겨서 충분한 검토를 거쳤고, 그들의 진단과 논평을 충실히 담았습니다. 말하자면 학계의 공인을 받은 셈입니다. 취재진이 섭외한 전문가들은 해당 인물과 지역에 대해 가장 전문적인 연구자들로 평가받는 전공자들입니다.
취재진은 단지 기사의 단독성에만 집중하지 않고, 재미와 몰입도를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생각했습니다. 기존 역사 다큐멘터리의 전형성에서 탈피하고자 했고, 젊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었습니다. 영화적 느낌을 주기 위해 촬영 장비 세트를 새로 구비했고, 촬영기자가 2명 배치됐음에도 현장에서 촬영시간이 평소보다 2~3배 소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편집, 음악, 컴퓨터그래픽 등 모든 항목에서 기존 역사 다큐멘터리의 고루함을 벗고, 젊고 신선한 감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취재진은 다큐멘터리 2부작으로만 그친 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의 출연 요청을 받아 <뉴스9>, <오늘밤 김제동>,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용민 라이브>, <오태훈의 시사본부> 등에서도 단독 보도 내용을 전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보도 없습니다. 이번 <밀정 2부작>은 1부와 2부 합쳐 총 100분 분량으로 이 가운데 80% 이상은 취재진의 단독 보도 내용들로만 채워졌고 나머지 부분만 다큐멘터리 서사 진행의 매끄러움을 위해 기존에 알려진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매우 이례적으로 시청률 6.9%를 기록해 동시간대 시청률이 예능과 드라마 통틀어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이례적 현상 자체가 인터넷 연예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밀정, 동시간대 전체 1위 차지...월화드라마 예능 제쳐”/뉴스워커 등)
밀정 2부작의 유투브 조회수는 9월 1일 현재 50만 회를 넘어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호의적 댓글이 수천 개 달리는 등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일련의 분위기가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독립운동가를 상찬하고 밀정에 대한 분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재적 의미의 밀정은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취재진이 의도했건 안 했건 그런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완성도 자체를 높이 평가하는 댓글도 많았습니다.
타사의 인용보도와 전문가들의 칼럼이 잇따랐습니다. 밀정 1부가 방송되고 이틀 뒤 광복절을 맞아, ‘채널A’에서는 7분 분량으로 취재 내용을 요약해 인용 보도를 했고, 인용 보도 영상의 유투브 조회수가 20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밀정 2부작은 공영방송이 할 수 있는 아젠다와 노력, 화제성을 동시에 잡은 수작”(오마이뉴스)
“KBS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정부는 이런 역사적 과오가 방치된 것에 대해 즉각 국민에게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프레시안)
“독립운동가들의 치명적 정보를 일제에 밀고했던 밀정 중에는 후에 독립유공자로 추서된 이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중앙일보)
“KBS가 찾아낸 자료에는 우덕순이 일제에 첩보활동비를 청구한 문서와 다달이 받은 월급 명세, 독립운동가들의 동태를 파악한 정보보고서 등이 포함됐다”(파이낸셜뉴스)
“독립유공자들로 둔갑한 밀정들의 서훈을 박탈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브레이크뉴스)
4. 사회에 끼친 영향
이번 보도는 100주년을 맞아 그동안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다시 한 번 환기했으며, 서훈 심사가 부실했다는 점도 명확하게 드러냈습니다. 취재진이 자문단으로 접촉한 학계 전문가들 가운데에는 국가보훈처 서훈 심사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분들이 대다수인데, 이들은 KBS의 이번 보도가 밀정에 대한 사실상 첫 번째 탐구였다고 평가하고, 앞으로의 서훈 심사가 전면적으로 재검토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취재진이 집중적으로 고발한 몇몇 독립유공자들의 경우, 그 근거 자료가 워낙 구체적이어서 서훈 재심사와 취소가 불가피할 거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무위와 행안위 소속 국회의원실 3~4곳에서 올해 국정감사 기간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싶다며 자료 공유 및 협조를 요청해 왔습니다. 국가보훈처의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출판계에서도 출간 제의가 잇따라 들어와, 올해 안에 방송에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을 포함해 서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특이사항 없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취재후기
(348회) 밀정 2부작 / KBS
밀정 2부작
이세중 KBS 탐사보도부 기자
3·1운동 및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취재진은 밀정이란 주제로 특별 기획을 준비했다. 이미 알려진 친일파를 다루는 것보다 영화 ‘밀정’으로 친숙할 뿐 아니라 은밀히 암약하는 밀정의 속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관련 논문이 몇 편 없을 정도로 학계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일본 방위성, 국회도서관 등 관련 기관을 수없이 방문해 자료를 모았다. 예상보다 밀정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문서에 보면 대부분 밀정 이름이 나와 있지 않거나 가명을 사용했다. 정보들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었다.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소모됐다. 다행히 이 부분을 회사에서 감당해줬고, 8개월여의 취재 끝에 조각들을 맞출 수 있었다.
일본과 중국 문서 5만여장을 분석해 밀정 혐의자 895명의 명단을 작성했다. 특히 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들의 밀정 혐의를 고발할 수 있었다. 밀정은 동지를 팔았을 뿐 아니라 민족을 안에서부터 분열시켰다는 점에서 친일파보다 더 악랄하다고 평가받는다. 밀정들의 암약을 취재할수록 변절하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가 더욱 깊게 다가왔다.
국가보훈처는 별도의 위원회를 꾸려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들의 공훈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취재진이 고발한 인물에 대해서도 우선으로 조사 중이라고 전해왔다. 학자들은 일제강점기 활동한 밀정의 수를 수만 명 규모로 예측한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밀정은 수십 명 남짓이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밀정 분야 연구가 물꼬를 트길 기대해 본다.
회차 심사평
제348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의 제34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출품작 65편 중 총 6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1부문 심사에서 채널A의 <봉천동 탈북모자 아사 사건>과 동아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과정 추적 등 인사 검증>, 한국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장학금> 3편이 수상했다.
<봉천동 탈북모자 아사 사건>은 굶주림과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한 모자가 한국 땅에서 굶어 죽은 충격적인 사건을 알렸다. 탈북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매우 컸다. 외신에까지 대대적으로 소개되는 등 탈북인 복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취재 과정도 돋보였다. 단순 사망 사건으로 처리하기 쉬운 사안이었는데도 1보부터 하나원 동기 등 주변인들의 목소리를 담는 등 보강취재를 해 완벽한 리포트를 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장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향후 정책과 어젠다 세팅을 위한 후속 보도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국 장관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은 조국 장관 사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기사였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바닥부터 검색을 거듭해 흠결 없이 완성한 작품으로,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기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조국 장관 딸의 자기소개서를 인터넷 유료사이트에서 찾아낸 취재팀의 집요함도 돋보였다. 취재팀은 조국 사태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조사를 시작했고, 집요한 취재는 이 사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촉발한 계기가 됐다. <조국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장학금>은 조국 사태에서 여론의 공분을 일으킨 작품이다. 기자가 발로 뛴 좋은 기사다. 조국 장관 임명 후 정치 공방 상황에서 후보 검증의 기준이 된 하나의 팩트가 된 작품이다. 특히 평소 강한 개혁과 공정사회를 주장하던 조국 장관의 평소 발언과 완전히 배치되는 상황이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수면 위로 부각시켰다. 조국이라는 공인의 딸이 낙제점을 받았음에도 6학기 연속으로 장학금을 받았고,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팩트에 독자들은 분노했다. 한편에선 전체의 70% 이상이 장학금을 받는 의전원의 특성상, ‘이 장학금이 꼭 특혜인가’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었으며, 또 검찰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불법성이나 특혜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의 영예는 KBS의 <밀정 2부작>에 돌아갔다. 좀처럼 보기 드문 수작으로, 독립운동가 내부의 암투와 암살 등 숨겨진 사료들을 모아 만들었다. KBS가 3·1운동 100년을 계기로 장기 제작한 이 작품은 영화보다 현실적인 영상, 역동감 있는 장면, 밀도 있는 작품으로 새로운 보도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할만하다. 특히 후손들에겐 예민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절제 있게 표현했다. 최근 유튜브 등 새로운 동영상 분야로 관심이 분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청률과 국민 신뢰가 하락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힘과 저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통 미디어 매체에 시청자들의 눈을 돌리게 하는 시금석 같은 작품이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선 KBS대전 보도국의 <납 기준치 초과 수도계량기 대량 유통>과 전주MBC 취재부의 <2000억원 하수관 사업, 8년 만에 드러난 ‘땅 속 진실’>이 상을 받았다. <납 기준치 초과 수도 계량기 대량 유통>은 거대담론보다 국민의 생활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 취재팀은 먹는 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수도계량기 표본을 확보해 직접 검증했고, 기준을 초과한 충격적인 결과와 함께 일부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수도계량기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납품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대전뿐 아니라 전국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더욱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취재팀은 고발에 그치지 않고 관계 부처의 제도개선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언론의 본령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억원 하수관 사업, 8년 만에 드러난 ‘땅 속 진실’>은 첫 보도는 아니었으나, 타 매체에서 놓친 비리 의혹들을 일일이 취재, 보도했고 이를 입증해낸 노력을 평가받았다. 첫 보도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하수관 비리에 관한 여론도 시민단체의 관심과 열기가 식어갔음에도 전주MBC는 4년 넘도록 홀로 고발 보도를 이어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후보들에게 하수관 사업 의혹을 규명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민관 합동조사를 현실화시켰다. 예산과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