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언론도 정부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들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무자 가운데는 14세 미만 어린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그들에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도 사실상 전무합니다. 8살 때, 9살 때, 10살 때, 군수공장으로 끌려간 아이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아흔 안팎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습니다. YTN은 외면 받던 그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일본 아베 정부가 과거사를 부정하고 경제보복에 나선 상황에서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드러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우선 정부 자료부터 뒤졌습니다. 정부는 2005년부터 진행된 조사를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 21만8천 명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확인 결과, 14세 미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규모는 조사 자체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자료 제공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연락처는 물론, 기본적인 인적 사항마저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였습니다.
1,085명 데이터 확보, 직접 만난 6명
정부가 하지 않은 일, 민간 연구자는 하고 있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전쟁에 동원된 조선의 아이들>의 저자 정혜경 박사와 접촉했습니다. 정 박사는 구술 자료는 가지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연락처는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정 박사를 통해 여성 노무 동원자 1,085명의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이 가운데 출생연도와 동원당시 연령을 비교해 14세 미만 피해자 4백여 명을 추렸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등을 통해 확보한 단서들을 모아 퍼즐을 맞췄고, 4백여 명 가운데 만날 가능성이 높은 33명으로 취재 대상을 압축했습니다. 그 분들의 소재지를 찾아 전남 보성과 장성, 전북 임실, 경기도 의정부 등으로 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할머니 여섯 분을 인터뷰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강제동원 부정하는 한국 학자, ‘뒷배’를 파헤치다
현장 취재와 동시에 역사학계 취재도 진행했습니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 위원회>의 2013년 학술 용역 보고서를 기본 자료로 삼았습니다. 저자들을 접촉해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 결과, 14세 미만 어린이 32명이 강제동원돼 일하다 사망했다는 공식 기록을 확인해 처음으로 보도했습니다. 연구 논문들을 수집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제가 노무자 뿐만 아니라 군대에도 14세 미만 조선 어린이를 동원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습니다.
학계에서 나오는 반대 주장도 검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인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우연 씨가 UN인권이사회에서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UN웹사이트에서 발언 당시 영상과 발언문을 조사하면서 한 일본 극우단체를 발견했습니다. 이 씨의 UN 발언을 기획했다는 심증이 생겼습니다. 확인을 위해 해당 단체와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전화 인터뷰에 성공했습니다.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이 씨의 논문은 너무나 정확하다. UN에 함께 가자고 먼저 제안했다. 항공료와 숙박비 모두 대줬다” 일본군 성노예를 집요하게 부정하고, 끊임없이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일본 극우인사 슌이치 후지키의 자백 아닌 자백이 그렇게 YTN을 통해 처음 공개됐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 욕심보다는 취재원 보호에 우선했습니다. 특히 주요 취재 대상이었던 어린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지금은 너무 고령이라 몸이 불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족이 거부하거나 꺼려하면 인터뷰하지 않았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들은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지원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로, 혹시 받게 될지 모를 불이익을 고려해 익명 처리했습니다. 이외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아시아태평양 전쟁에 동원된 조선의 아이들>라는 책을 소개하는 기사 이외, 어린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보도는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14세 미만 이라는 기준을 정해 어린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직접 발굴해 보도한 건 처음입니다. 어린이 노무자 사망 사례, 일본 해군의 어린이 징병 사례, 조선인 노무자 임금 차별 관련 사료 등도 처음 보도했습니다. 특히 <반일 종족주의> 공동 저자 이우연 씨의 UN 발언이 극우단체 지원으로 이뤄졌다는 단독 보도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주요 일간지와 지상파 등 대부분의 언론이 받아 후속 취재까지 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YTN 보도 뒤 26년 만에 자료 공개
연속 보도의 큰 줄기 중 하나는 정부에 대한 비판입니다.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보상금 지급 대상자로만 여길 뿐, 역사의 증인으로는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조사도, 연구도, 공개도 하지 않는 실태에 대한 비판은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냈습니다. 국가기록원은 YTN 연속 보도 뒤 일본 후생성이 제공한 ‘유수명부’를 연구자와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유수명부’는 일제가 기록한 조선인 강제동원자 16만 명의 명단입니다. 그동안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강제동원 피해자 본인이나 가족에게만 공개하던 자료였습니다. 국가기록원은 YTN 보도 취지에 공감해, 일제 해군 군속자 관련 자료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역사 왜곡’ 학자적 소신의 민낯을 알리다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의 저자 이우연 씨가 일본 극우세력의 지원을 받아 UN에서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발표를 했다는 보도는 일제 식민지 지배를 부정하는 것이 학문의 영역을 넘어 일본 극우세력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습니다. 역사 왜곡이 학자적 소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YTN 보도는 국민적 공분을 넘어, 역사의 진실을 알리려는 적극적인 노력들로 이어졌습니다. 뒤틀린 역사관쯤으로 여겼던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검증이 학계와 언론에서 봇물을 이루게 됐습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위험 수준이라는 우려까지 낳았던 <반일 종족주의>의 소음은 YTN 보도를 계기로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보도를 넘어 기록으로
취재진이 만난 어린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모두 할머니들이었습니다. 굶주림과 폭력, 군수공장에서의 기억은 그렇게 할머니들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었습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방송 리포트로 제작됐습니다. 역사적 사료의 가치도 있다고 판단해 인터뷰 전체를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이후 한 역사 연구가는 취재진에게 연락을 해 왔습니다.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구술 자료를 확보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인터뷰를 잘 마쳤다고 전해왔습니다. “들어줘서 고맙다. 이제는 여한이 없다”는 할머니의 말도 전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그 잔혹했던 시기를 기억하는 생존자들의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YTN 보도는 보도를 넘어 기록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일제 강제동원 연속 보도는 인터넷 환경에 적합한 다양한 콘텐츠로 생산돼 유통됐습니다. 쉽고 편하게 대중에게 다가가는 노력은 사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을 위반한 일은 없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 피신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8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의 제34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출품작 65편 중 총 6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1부문 심사에서 채널A의 <봉천동 탈북모자 아사 사건>과 동아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과정 추적 등 인사 검증>, 한국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장학금> 3편이 수상했다.
<봉천동 탈북모자 아사 사건>은 굶주림과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한 모자가 한국 땅에서 굶어 죽은 충격적인 사건을 알렸다. 탈북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매우 컸다. 외신에까지 대대적으로 소개되는 등 탈북인 복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취재 과정도 돋보였다. 단순 사망 사건으로 처리하기 쉬운 사안이었는데도 1보부터 하나원 동기 등 주변인들의 목소리를 담는 등 보강취재를 해 완벽한 리포트를 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장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향후 정책과 어젠다 세팅을 위한 후속 보도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국 장관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은 조국 장관 사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기사였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바닥부터 검색을 거듭해 흠결 없이 완성한 작품으로,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기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조국 장관 딸의 자기소개서를 인터넷 유료사이트에서 찾아낸 취재팀의 집요함도 돋보였다. 취재팀은 조국 사태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조사를 시작했고, 집요한 취재는 이 사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촉발한 계기가 됐다. <조국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장학금>은 조국 사태에서 여론의 공분을 일으킨 작품이다. 기자가 발로 뛴 좋은 기사다. 조국 장관 임명 후 정치 공방 상황에서 후보 검증의 기준이 된 하나의 팩트가 된 작품이다. 특히 평소 강한 개혁과 공정사회를 주장하던 조국 장관의 평소 발언과 완전히 배치되는 상황이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수면 위로 부각시켰다. 조국이라는 공인의 딸이 낙제점을 받았음에도 6학기 연속으로 장학금을 받았고,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팩트에 독자들은 분노했다. 한편에선 전체의 70% 이상이 장학금을 받는 의전원의 특성상, ‘이 장학금이 꼭 특혜인가’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었으며, 또 검찰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불법성이나 특혜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의 영예는 KBS의 <밀정 2부작>에 돌아갔다. 좀처럼 보기 드문 수작으로, 독립운동가 내부의 암투와 암살 등 숨겨진 사료들을 모아 만들었다. KBS가 3·1운동 100년을 계기로 장기 제작한 이 작품은 영화보다 현실적인 영상, 역동감 있는 장면, 밀도 있는 작품으로 새로운 보도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할만하다. 특히 후손들에겐 예민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절제 있게 표현했다. 최근 유튜브 등 새로운 동영상 분야로 관심이 분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청률과 국민 신뢰가 하락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힘과 저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통 미디어 매체에 시청자들의 눈을 돌리게 하는 시금석 같은 작품이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선 KBS대전 보도국의 <납 기준치 초과 수도계량기 대량 유통>과 전주MBC 취재부의 <2000억원 하수관 사업, 8년 만에 드러난 ‘땅 속 진실’>이 상을 받았다. <납 기준치 초과 수도 계량기 대량 유통>은 거대담론보다 국민의 생활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 취재팀은 먹는 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수도계량기 표본을 확보해 직접 검증했고, 기준을 초과한 충격적인 결과와 함께 일부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수도계량기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납품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대전뿐 아니라 전국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더욱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취재팀은 고발에 그치지 않고 관계 부처의 제도개선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언론의 본령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억원 하수관 사업, 8년 만에 드러난 ‘땅 속 진실’>은 첫 보도는 아니었으나, 타 매체에서 놓친 비리 의혹들을 일일이 취재, 보도했고 이를 입증해낸 노력을 평가받았다. 첫 보도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하수관 비리에 관한 여론도 시민단체의 관심과 열기가 식어갔음에도 전주MBC는 4년 넘도록 홀로 고발 보도를 이어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후보들에게 하수관 사업 의혹을 규명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민관 합동조사를 현실화시켰다. 예산과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