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ㅇ)
최근 한국일보 사회부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내부자들이 작성한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에게 꼭 물어봐 주십시오’라는 제목이 달린 A4용지 5장 분량의 문건에는, 의전원 재학생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에 관련한 얘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딸 조모씨가 지도교수가 직접 설립한 장학회로부터 ‘불공정한’ 장학금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낙제를 한 학생이 우수학생으로 장학금을 받아 학생과 교수들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우려도 담겼습니다.
고위 공직자의 자녀가 자격 기준과 무관하게 교수 개인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논란의 소지가 큰 사안이었습니다. 조씨의 지도교수였던 A교수가 이렇게 지급된 장학금을 지렛대로 활용해 양산부산대병원장에 이어 부산대병원 본원장에 ‘내정’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을 취재하며 당시 사태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를 기점으로 불붙게 됐던 점을 알고 있었던 기자는 이 부분을 가벼이 흘려들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문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국립대 병원장 선거 과정에는 음해와 공작이 난무하며, 종종 이런 문건과 같은 투서가 작성되는 사례가 있기에 예단을 갖지 않고 신중하게 취재에 임했습니다. 취재팀은 문건을 입수한 직후(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지명 즈음), 이 문건의 작성자를 찾고 부산대 의전원에 대한 밀착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를 꼼꼼히 확인해 나갔습니다.
우선 A교수가 자신이 설립한 장학회를 통해 특정 학생에게 ‘외부장학금’을 주는 것이 절차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없는 것인지 살폈습니다. 서울 소재 대학 2곳에서 단과대 보직을 맡고 있는 교수들과 공익재단 관련 전문가에게 해당 내용을 문의한 결과, “절차적 위법성은 없을 수 있으나, 문제의 소지는 있어 보인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대학 장학금은 학교 장학위원회에서 수령 기준과 대상을 결정하는 내부장학금과 외부기관이 장학금을 학교에 기탁하고 대상도 선정하는 외부장학금으로 나뉘는데, 조씨의 사례가 후자인 외부장학금에 해당된다면 지급 목적이 부적절해 보인다고 해도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된다는 뜻이었습니다.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담당자에게도 문건의 내용을 문의했으나, 역시 이 같은 이유로 조씨가 받은 장학금은 문제가 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관련 답변을 받은 후 의문은 더 커졌습니다. 외부기관이 성적, 가정형편 등 누가 봐도 타당한 기준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면, 또 그 장학금이 일부 권력계층의 자녀들에게만 지속적으로 수여된다면 ‘로비성’ 장학금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같은 ‘깜깜이’ 장학금이 외려 가정형편으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조씨가 재학한 기간 동안의 유급자 명단과 장학금 지급 명단 자료가 필요했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2015~2019년 부산대 전체 유급자 현황과 의전원 장학금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확인 결과 문건 내용은 사실이었습니다. 조씨가 낙제 후 복귀한 2016년부터 6학기 동안 200만원씩 ‘나홀로’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취재 결과를 토대로 한국일보 8월 19일자 1면 ‘조국 딸, 두 번 낙제하고도 의전원 장학금 받았다’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튿날 동아일보가 보도한 조씨의 단국대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과 더불어, 그간 화제의 드라마 등을 통해 간간히 언급돼 온 공고한 ‘스카이캐슬’의 단면을 드러내는 데 기여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한국일보 취재팀은 첫 보도 이후 A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A교수는 “부산대 간호대 동창인 조 후보자의 모친이 병원에 그림을 기증하기도 했다”며 “간호대 관계자들 요청으로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할 뿐 어떤 기준으로 지급했는지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면학’, ‘낙제 위기 탈출’ 등이 조씨가 1,200만원이라는 거금을 얻게 된 이유였습니다.
A교수와 조 후보자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취재팀은 양산부산대병원 현장을 다각도로 취재했습니다. A교수의 주장처럼 실제 간호대 관계자들의 A교수에게 장학금 지급을 요청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 후보자의 어머니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가 2015년 10월 7일 양산부산대병원에 4점의 그림을 기증했고, 병원 측은 그림을 전시하기 위해 갤러리 공간까지 조성한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당시 A교수는 양산부산대병원 원장이였으며, 공교롭게도 그림 기증 시점은 손녀 조씨가 2015년 1학기 낙제로 유급된 직후였습니다.
병원 관계자들 취재를 통해 조 후보자와 박 이사장이 그림을 기증한 날 병원에서 열린 갤러리 제막식에서 A교수와 만난 사실을 파악했고, 8월 22일 1면 ‘조국, 딸 의전원 유급 직후 지도교수 만났다’는 후속기사를 보도했습니다. A교수와 조 후보자의 개인적 인연이 드러난 것은 한국일보 보도가 최초였습니다.
이후에도 한국일보는 조 후보자와 A교수가 제막식 직후 만찬까지 가졌다는 9월 2일 4면 ‘조국, A교수와 만찬도 가졌다…부산대병원 수상한 거짓말’ 단독 기사로 후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곽상도 의원실을 통해 병원 측으로부터 제막식 관련 계획서를 입수해 만찬 내빈에 조 후보자와 박 이사장이 기재된 사실을 확인했고, 법인카드 사용 의뢰서와 영수증도 확보했습니다. 만찬이 이뤄진 식당 관계자, 병원 측 참석자들도 취재했으며, 조 후보자는 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찬 참석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8월 19일 첫 보도가 나간 뒤 문화일보, 한겨레,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는 물론 인터넷 매체들도 잇달아 한국일보 기사를 받아 썼습니다. 19일 하루 동안 약 70여개의 매체가 조 후보자의 딸 장학금 논란을 다룬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독자들의 반향도 컸습니다. 해당 기사는 양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서 9,000여개가 넘는 댓글이 게재됐습니다.
이후 사모펀드, 웅동학원 비리 등에만 국한됐던 조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 문제는 자녀세대까지 이어진 특혜와 입시부정 의혹으로 확대됐습니다. 이후 딸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 입학 전에 재학했던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도 서울대 총동창회로부터 신청도 하지 않은 장학금 802만원을 받았다는 조선일보의 후속보도도 발굴됐습니다.
다음은 추종 보도 목록입니다.
-세계일보 “특목고 혜택 상위계층이 누려” 비판하더니… 조국의 ‘내로남불’
http://www.segye.com/newsView/20190819511428?OutUrl=naver
-SBS 조국 딸, 의전원 두 번 낙제에도 '장학금 특혜'…어떻게?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401460&plink=ORI&cooper=NAVER
-중앙일보 어려운 학생은 장학금 한 번, 두 번 유급 조국 딸은 여섯 번
https://news.joins.com/article/23556304
-한겨레 조국, 2015년에 딸 지도교수인 의료원장 만나
http://www.hani.co.kr/arti/area/yeongnam/906703.html
4. 사회에 끼친 영향
일각에서 조 후보자 본인이 아닌 딸과 관련된 검증까지 이뤄지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검증이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과 무관하다는 지적도 들었습니다. 아직 사회에 첫 발을 내딛지 못한 조씨의 개인정보를 보도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투표를 거치는 선출직 공직자와 달리, 정권이 임명하는 장관직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므로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돼야 한다는 게 한국일보의 판단이었습니다.
특혜 장학금이 위법한 행위였다는 사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만, 한국일보의 장학금 보도로 인해 조 후보자와 같은 소위 ‘금수저’ 집안 출신들이 정보와 인맥을 바탕으로 각종 학생 지원제도나 장학 제도의 대가를 곶감 빼먹듯 하는 행태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조 후보자와 조 후보자의 부인처럼 교수를 부모로 두지 못한 청년들은 진학하는 곳마다 장학금을 받는 조씨의 따뜻한 세상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조씨에게 집중된 장학금 때문에 누군가는 잃었을 기회에 학생들은 분노했고, 결국 촛불을 다시 들었습니다.
급기야 조 후보자는 ‘흙수저’ 학생들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사과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교육 분야의 공정성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진보개혁세력의 아이콘이었던 조 후보자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장했던 말들이 조 후보자 개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도 드러났습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딸의 장학금 수령을 지적하며 “나는 사립대 다니는 딸에게 장학생 신청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개천에서 용이 돼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빈 말들이 주는 허무함, 박탈감은 무거웠습니다. 취재팀은 이런 모순들이 감춰지는 것보다 세상에 알려져 논쟁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현재 사내특종상 후보로 출품돼 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의 지원 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8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의 제34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출품작 65편 중 총 6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1부문 심사에서 채널A의 <봉천동 탈북모자 아사 사건>과 동아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과정 추적 등 인사 검증>, 한국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장학금> 3편이 수상했다.
<봉천동 탈북모자 아사 사건>은 굶주림과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한 모자가 한국 땅에서 굶어 죽은 충격적인 사건을 알렸다. 탈북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매우 컸다. 외신에까지 대대적으로 소개되는 등 탈북인 복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취재 과정도 돋보였다. 단순 사망 사건으로 처리하기 쉬운 사안이었는데도 1보부터 하나원 동기 등 주변인들의 목소리를 담는 등 보강취재를 해 완벽한 리포트를 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장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향후 정책과 어젠다 세팅을 위한 후속 보도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국 장관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은 조국 장관 사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기사였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바닥부터 검색을 거듭해 흠결 없이 완성한 작품으로,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기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조국 장관 딸의 자기소개서를 인터넷 유료사이트에서 찾아낸 취재팀의 집요함도 돋보였다. 취재팀은 조국 사태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조사를 시작했고, 집요한 취재는 이 사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촉발한 계기가 됐다. <조국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장학금>은 조국 사태에서 여론의 공분을 일으킨 작품이다. 기자가 발로 뛴 좋은 기사다. 조국 장관 임명 후 정치 공방 상황에서 후보 검증의 기준이 된 하나의 팩트가 된 작품이다. 특히 평소 강한 개혁과 공정사회를 주장하던 조국 장관의 평소 발언과 완전히 배치되는 상황이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수면 위로 부각시켰다. 조국이라는 공인의 딸이 낙제점을 받았음에도 6학기 연속으로 장학금을 받았고,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팩트에 독자들은 분노했다. 한편에선 전체의 70% 이상이 장학금을 받는 의전원의 특성상, ‘이 장학금이 꼭 특혜인가’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었으며, 또 검찰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불법성이나 특혜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의 영예는 KBS의 <밀정 2부작>에 돌아갔다. 좀처럼 보기 드문 수작으로, 독립운동가 내부의 암투와 암살 등 숨겨진 사료들을 모아 만들었다. KBS가 3·1운동 100년을 계기로 장기 제작한 이 작품은 영화보다 현실적인 영상, 역동감 있는 장면, 밀도 있는 작품으로 새로운 보도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할만하다. 특히 후손들에겐 예민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절제 있게 표현했다. 최근 유튜브 등 새로운 동영상 분야로 관심이 분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청률과 국민 신뢰가 하락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힘과 저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통 미디어 매체에 시청자들의 눈을 돌리게 하는 시금석 같은 작품이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선 KBS대전 보도국의 <납 기준치 초과 수도계량기 대량 유통>과 전주MBC 취재부의 <2000억원 하수관 사업, 8년 만에 드러난 ‘땅 속 진실’>이 상을 받았다. <납 기준치 초과 수도 계량기 대량 유통>은 거대담론보다 국민의 생활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 취재팀은 먹는 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수도계량기 표본을 확보해 직접 검증했고, 기준을 초과한 충격적인 결과와 함께 일부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수도계량기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납품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대전뿐 아니라 전국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더욱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취재팀은 고발에 그치지 않고 관계 부처의 제도개선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언론의 본령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억원 하수관 사업, 8년 만에 드러난 ‘땅 속 진실’>은 첫 보도는 아니었으나, 타 매체에서 놓친 비리 의혹들을 일일이 취재, 보도했고 이를 입증해낸 노력을 평가받았다. 첫 보도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하수관 비리에 관한 여론도 시민단체의 관심과 열기가 식어갔음에도 전주MBC는 4년 넘도록 홀로 고발 보도를 이어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후보들에게 하수관 사업 의혹을 규명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민관 합동조사를 현실화시켰다. 예산과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