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0 ), ⑤ 기타( )
이 보도의 시작은 약 5년 전인 2014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요일 오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예전에 다른 취재 건으로 통화를 시도했다 내가 거절을 당했던 A였다. A는 용건에 앞서 조건을 달았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파헤쳐 보도할 수 있냐고 작심한 듯 거칠게 물었다. 약속 끝에 받은 제보 내용은 몇 달 전 다른 방송사에서 보도한 BTL하수관거 사업에 관한 것이었다. 제보자는 타 방송사가 보도한 내용 말고도 더 많은 문제가 있다며 함께 추적하자고 했다. 그렇게 인연을 맺고 얼마 되지 않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보자는 타 방송사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취재와 보도를 멈추고 자신을 외면하자 하는 수 없이 나를 찾은 것이었다.
막상 취재를 시작했지만, 난관의 연속이었다. 우선, 데스크부터 설득해야 했다. 타 방송사가 선행 보도한 아이템을 후속 보도해야 하는 부담, 이미 한 차례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린 사안이라는 점 등등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다. 사전 취재를 위해 개인 시간을 쪼개 제보자와 현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며칠 만에 BTL하수관거 사업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조명되지 않은 의혹들, 검찰의 수사를 다시 이끌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BTL하수관거 비리 의혹과 관련해 2014년부터 보도된 리포트가 몇 개인지 정확히 세어보지 않아 잘 모른다. 최소한 50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타 방송사에서 놓친 비리 의혹들을 일일이 취재, 보도해나갔다. 준공도면을 들고 현장을 대조 확인한 배수설비, 오수받이는 곳곳이 엉터리였다. 위치가 다르거나 도면에만 있고 현장에는 없는 오수받이가 부지기수였다. 하수관로 역시 위치나 종류가 달랐고 시공사진이 제대로 첨부하지 않은 준공서류가 수두룩했다.
시공사와 감리사는 자신들이 군산시에 제출한 준공도면이 잘못 됐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를 피하기 위해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 감리사가 잘못을 인정했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군산시는 아무런 제재조치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군산시는 용역을 줘 다시 준공도면을 작성했는데 이마저도 부실투성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낱낱이 보도한 끝에 마치매 경찰의 수사를 이끌어냈다. 이미 검찰이 무혐의를 내린 사건이라 경찰의 수사 착수는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1년 넘게 진행된 수사 끝에 경찰은 최소 3킬로미터의 관로와 오수받이 4백 개가 사기 시공됐다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최초 무혐의 결정에 이어 이번에도 시공사와 시행사, 행정기관에 면죄부를 주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혈세 2천억 원이 들어가는 시민의 재산, BTL하수관거가 어떻게 설치돼 있는지 정확한 조사가 필요했다. 개인 주택도 배선이 어디에 있고 수도관이 어떻게 돼 있는지 정확한 도면이 있는데, 하물며 2천억 원짜리 BTL하수관거의 도면이 신뢰할 수 없을 정도의 부실이라는 점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 만약 하수도에 문제가 생겨 공사가 필요할 때 무슨 관이 어디에 어떻게 깔렸는지 일일이 땅 속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질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수조사만이 실체를 밝힐 수 있다고 보고 군산시에 끊임없이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그런데 군산시는 처음부터 시공사와 시행사 편에 서서 BTL하수관이 부실, 사기 시공됐다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보자를 수차례 고소, 고발하며 압박했고, 심지어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낸 국가권익위원회의 권고까지 깡그리 무시했다.
최초 보도 이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다보니 내부 여론도 시민단체도 관심과 열기가 차츰 식어갔다. 현 시장체제에서는 전수조사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도달했고, 결국 차기 시장 후보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난 지방선거를 보도하며 단체장 후보를 상대로 BTL하수관거 비리 의혹을 규명할 의지가 있는지, 공약으로 채택할 것인지 물어 기사화 했다. 그 뒤 모든 후보들이 전수조사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그렇게 민관합동조사는 4년 만에 현실화 됐다.
시의원과 군산시 관계자, 민원인, 시민단체, 시행사, 운영사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은 올해 8월, 조사에 착수한지 10개월만에 결과를 내놓았다. 그간 의혹 보도는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하수관이 제 기능을 못하고 공사비는 부풀려져 있었다. 민선 7기 군산시장은 논란이 불거진지 8년만에 잘못을 인정하고, 관련 공무원의 징계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공사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토호 세력과 유착 의혹을 받아온 전임 시장 및 관계자들도 고발돼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이 사안에 대해 2차례나 석연치않은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검찰은 수사로서 그간의 봐주기 의혹을 해명해야할 것이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앞서 언급했듯이 BTL하수관거 비리 의혹은 타 방송사가 먼저 보도했다. 하지만 중도에 속보를 중단했고, 전주MBC는 이후 4년 내내 홀로 고발 보도를 꾸준히 이어갔다. 4년 뒤 새 단체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BTL하수관거 전수조사가 이뤄지자 처음 보도했던 방송사가 3꼭지에 걸쳐 기획보도를 했다. 지역 케이블방송사와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지역신문도 보도를 시작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민간투자, BTL하수관거는 궁극적으로는 혈세로 지원되는 사업이지만 행정기관의 감독은 자체 재정 사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보도 이후 하수관거 같은 기간시설은 BTL이 아닌 자체 재정 사업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역에서 이슈화되어도 이내 묻히기 쉬운 것이 토호 세력이 연관된 공사 비리 문제다. 더구나 확인도 힘든 땅 속 하수관의 부실 공사 문제였다. 전주MBC는 5년에 걸친 어젠다 키핑으로 결국 군산시의 잘못 인정, 검찰 재수사를 이끌어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지역에서 5년간 이어진 끈질긴 보도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아 내부 수상에 이어 2015년 한국방송대상, 한국방송기자대상 등을 수상했다.
6. 기타 고려사항
취재 대상으로부터 어떤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 신청은 없었음.
회차 심사평
제348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의 제34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 결과 출품작 65편 중 총 6편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1부문 심사에서 채널A의 <봉천동 탈북모자 아사 사건>과 동아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고교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과정 추적 등 인사 검증>, 한국일보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장학금> 3편이 수상했다.
<봉천동 탈북모자 아사 사건>은 굶주림과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한 모자가 한국 땅에서 굶어 죽은 충격적인 사건을 알렸다. 탈북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매우 컸다. 외신에까지 대대적으로 소개되는 등 탈북인 복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취재 과정도 돋보였다. 단순 사망 사건으로 처리하기 쉬운 사안이었는데도 1보부터 하나원 동기 등 주변인들의 목소리를 담는 등 보강취재를 해 완벽한 리포트를 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장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향후 정책과 어젠다 세팅을 위한 후속 보도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국 장관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은 조국 장관 사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기사였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바닥부터 검색을 거듭해 흠결 없이 완성한 작품으로,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기사’라는 찬사를 받았다. 조국 장관 딸의 자기소개서를 인터넷 유료사이트에서 찾아낸 취재팀의 집요함도 돋보였다. 취재팀은 조국 사태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조사를 시작했고, 집요한 취재는 이 사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촉발한 계기가 됐다. <조국 장관 후보자 딸 특혜 장학금>은 조국 사태에서 여론의 공분을 일으킨 작품이다. 기자가 발로 뛴 좋은 기사다. 조국 장관 임명 후 정치 공방 상황에서 후보 검증의 기준이 된 하나의 팩트가 된 작품이다. 특히 평소 강한 개혁과 공정사회를 주장하던 조국 장관의 평소 발언과 완전히 배치되는 상황이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수면 위로 부각시켰다. 조국이라는 공인의 딸이 낙제점을 받았음에도 6학기 연속으로 장학금을 받았고,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팩트에 독자들은 분노했다. 한편에선 전체의 70% 이상이 장학금을 받는 의전원의 특성상, ‘이 장학금이 꼭 특혜인가’라는 일각의 지적이 있었으며, 또 검찰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불법성이나 특혜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의 영예는 KBS의 <밀정 2부작>에 돌아갔다. 좀처럼 보기 드문 수작으로, 독립운동가 내부의 암투와 암살 등 숨겨진 사료들을 모아 만들었다. KBS가 3·1운동 100년을 계기로 장기 제작한 이 작품은 영화보다 현실적인 영상, 역동감 있는 장면, 밀도 있는 작품으로 새로운 보도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할만하다. 특히 후손들에겐 예민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절제 있게 표현했다. 최근 유튜브 등 새로운 동영상 분야로 관심이 분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청률과 국민 신뢰가 하락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힘과 저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통 미디어 매체에 시청자들의 눈을 돌리게 하는 시금석 같은 작품이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선 KBS대전 보도국의 <납 기준치 초과 수도계량기 대량 유통>과 전주MBC 취재부의 <2000억원 하수관 사업, 8년 만에 드러난 ‘땅 속 진실’>이 상을 받았다. <납 기준치 초과 수도 계량기 대량 유통>은 거대담론보다 국민의 생활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 취재팀은 먹는 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수도계량기 표본을 확보해 직접 검증했고, 기준을 초과한 충격적인 결과와 함께 일부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수도계량기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납품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대전뿐 아니라 전국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더욱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취재팀은 고발에 그치지 않고 관계 부처의 제도개선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언론의 본령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0억원 하수관 사업, 8년 만에 드러난 ‘땅 속 진실’>은 첫 보도는 아니었으나, 타 매체에서 놓친 비리 의혹들을 일일이 취재, 보도했고 이를 입증해낸 노력을 평가받았다. 첫 보도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하수관 비리에 관한 여론도 시민단체의 관심과 열기가 식어갔음에도 전주MBC는 4년 넘도록 홀로 고발 보도를 이어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후보들에게 하수관 사업 의혹을 규명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민관 합동조사를 현실화시켰다. 예산과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