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O)
서이초 교사의 부고로 전국 교사 사회는 학부모 악성 민원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 서이초 교사가 학부모 민원, 문제 행동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죽음은 교권 회복 운동에 불을 지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 보장에 대한 열망은 교직 사회의 화두가 됐다.
그새 전북 군산에서도 A 교사가 동백대교 아래 해상으로 몸을 던졌다.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된 A 교사는 휴대전화 배경화면에 마지막 말을 남겼다. 당초 유서 내용은 가족에게 건네는 끝인사가 전부라는 게 여러 언론의 취재 내용이었다. A 교사의 죽음은 그렇게 단순 자살로 묻히는 듯 했다.
그는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7살 아이를 둔 아빠이자 남편이었다. 들리는 얘기로는 우울증이 있었다고 한다. 평소 성실하고 온순하고 주변을 잘 챙긴다는 평가를 받아온 A 교사가 가족을 버리고 세상을 등진 이유로 우울증은 부족했다. 정녕 우울증이었다면 무엇이 그를 감정의 낭떠러지로 몰았는지 알고 싶었다.
취재윤리를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수소문 끝에 알아낸 유족의 연락처. 유족과의 통화는 늘 마음이 힘들다. 소개를 올리고 조심스레 극단적 선택의 동기가 될만한 일들이 있었는지 물었다. 평소 자기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아내에게 ‘힘들다’는 얘기를 했단다. 같은 교사인 아내는 고인의 푸념의 잘 들어줬다고 했다. 유족은 고인은 힘들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했다는 말을 기자에게 전하면서 고인을 힘들게 한 대상이 업무인지 사람인지 특정하지는 않았다. 섣불리 고인의 죽음과 업무를 연관 짓지 않으려는 유족 말의 행간을 읽어 더는 묻지 않았다. 유족은 고인의 성격상 휴대전화에 많은 ‘흔적‘을 남겨놨을 테니 경찰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기다리자고 했다.
A 교사가 무언가로 인해 평소 힘들어했다는 사실은 교사의 죽음이 이슈인 지금 소위 ‘먹히는 기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A 교사의 죽음에 한발 다가서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교직 사회의 반응을 보기 위해 전북교사노동조합과 접촉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노조는 A 교사가 업무 과다로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설명하면서 동료 교사들의 증언을 내놨다. 대학 동기, 동료 교사 등 다수가 A 교사는 매일 늦은 시간까지 야근했다고 주장했다. A 교사가 재직 중인 학교는 교사가 3명, 학생은 10명에 불과하다. 학생들을 가르칠 사람이라곤 A 교사, 교무부장, 교장뿐이다. 작디작은 학교에서 업무가 장기간 한 사람에게 쏠렸다면 문제가 있다고 봤다. 유족과 동교 교사, 노조의 주장을 담아 기사를 작성했다. A 교사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 고민해보는 첫 기사였다.
얼마나 힘들었기에.
A 교사와 절친했다는 교사는 기자와 만나 많은 정황을 털어놨다. 전화할 때마다 학교였고 매번 힘들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동료 교사들은 연합뉴스가 A 교사의 죽음의 배경을 천착하고 있다는 소문에 자신과 A 교사가 나눴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속속 보내줬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는 A 교사가 ‘학교장 때문에 힘들다, 일이 많다‘고 말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업무였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A 교사가 생전 맡았던 업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생각 이상으로 많은 사실이 확인됐다. A 교사의 업무는 4,6학년 담임, 현장체험학습활동, 학교생활규정,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학교폭력 예방 및 사안 처리,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예방 교육, 에너지 절약 및 경제 교육, 인성인권교육, 자살예방 교육, 통일 및 독도 교육, 어린이보호 및 안전 교육, 학생자치활동, 정보 업무 및 컴퓨터 관리, 홈페이지 관리, 진학, 방과후 학교 운영 전반, 돌봄교실 운영 등으로 과도했다. 교육 업무와 행정 업무가 혼재한 상태였다. 주당 29시간의 교과 지도와 진로, 진학 지도 및 생활지도를 했는데, 이는 교사 평균 업무량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게 교사들의 증언이었다. 전북 지역 초등학교 교원의 평균 수업 시수는 20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일반의 교원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업무였다는 데 수긍할 수 있었다.
일선 학교 업무 경감을 위해 교육청이 움직였다
전북교육청은 연합뉴스 기사가 며칠간 이어지자 대책을 강구했다. 전북 지역 소규모 학교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학교업무통합지원센터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것이었다.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의 학교업무통합지원센터에 파견하는 인력을 3명에서 10명으로 늘려 교육행정직, 교원이 감당하지 못하는 일선 학교의 업무를 가져온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학교의 실질적인 업무를 경감하고 교원이 교육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도교육청의 설명이었다. 도교육청은 의견 수렴을 통해 제도를 정비, 내년 1월부터는 교원들의 업무를 덜어주겠다고 했다.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전북교육청은 연합뉴스 취재에 응하면서 “A 교사가 남긴 숙제를 잘 풀어가겠다”고 했다.
망인이 입을 열었다
유족 접촉을 최소화한 채 취재를 이어가던 연합뉴스에 유족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 A 교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A 교사의 유서였다. 망설였다. 자살보도준칙은 고인의 유서 보도를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유족이 직접 전한 유서는 의미가 있다고 봤다. A 교사의 유서가 교원이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의 밑거름이 되기 바란다는 유족의 말에 보도를 결정했다. 유서에는 그간 A 교사가 많은 업무에 시달린 과정, 업무가 두렵다는 고백, 그렇다고 일을 쉬면 경제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진퇴양난의 고민 등이 적혀 있었다. 높았던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서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도 언급돼 있었다. 남편이자 아빠이자 아들이자 사위였던 A 교사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소규모 학교에서 횡행했던 ‘일감 몰아주기‘ 혹은 ’업무 과다‘가 A 교사의 죽음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업무 경감의 필요성에 대다수 교원들이 공감했다. A 교사 죽음의 배경과 관련한 모든 기사는 연합뉴스가 단독으로 취재, 송고했다. 연합뉴스는 A 교사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그가 주는 교훈이 사회에 스밀 수 있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한 취재원들은 현직 교사, 노조, 전북교육청 관계자 등으로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다. 취재원들의 요청에 따라 기사에 익명으로 처리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교사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친 선행보도는 전혀 없었다. 연합뉴스 보도 이후 중앙지, 지방지, 방송사, 통신사가 잇달아 관련 보도를 시작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소규모 학교 교원에게 업무가 과도하게 부여되는 현실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북교육청의 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자살보도준칙을 준수하면서 취재에 임했다. 고인의 장례식, 발인식에 참석하면서 유족과 무리하게 접촉하지 않았다. 유족의 요청에 따라 장례식장 사진을 촬영하지도 않았다. 취재원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자살의 배경을 조사해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는 등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다.
7. 기타 고려사항
이번 보도와 관련해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된 사항은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97회 전체 총평
제39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6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0편이 응모한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복수의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 보도, 그리고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검증 보도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모두 수상 자격이 있었지만, 심사 결과 경향신문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검증> 보도를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심사위원단 이견이 없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검증> 일련의 보도는 김건희 여사와 친분설의 실체 추적에서 시작해, 창업한 회사의 ‘주식 파킹’ 의혹, 위키트리의 선정적 보도 실태 등을 전방위 검증해, 인사청문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김행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결정해, 낙마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향신문은 특히 언론사 간 기사경쟁이 치열한 인사검증 국면에서 괄목할 성과를 보였는데, 공직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검증은 언론의 본령이라는 점에서 장려되어야 할 일이다. 취재보도부문 또 하나의 수상작은 YTN 이다. 이 보도로 지난여름 전국을 뜨겁게 달군 ‘철근 누락’ 사태는 지하주차장만이 아닌 아파트 주거동 외벽에서도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철근을 빼돌린 것이 아니라 엉터리 설계의 결과라는 점도 확인했다. 심사위원단은 “주거동에 대한 의구심을 입증해 사회적 파장이 컸다”고 평가했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연합인포맥스의 <외평기금 20조 끌어다 ‘역대급 세수펑크’ 메운다 등> 등 세수 결손 연속보도는 심사위원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외환 방파제로 불리는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 세수 펑크를 메웠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IMF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에 심사위원들의 생각이 같았다.
11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수상작은 한국일보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가 선정됐다. 고령화 시대 ‘치매 실종’의 심각성을 다각적인 접근으로 드러낸 기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경찰에 신고된 치매 실종 노인 전수를 추리고, 기자들의 발품으로 만들어낸 인터뷰를 토대로 그들의 실종 보고서를 만들어냈는데, 특히 기사만이 아니라 영상과 인터랙티브 페이지에 공들이며 독자에게 다가선 점이 돋보였다.
지역 기사는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주MBC <“임원만을 위한 노인회”…경로당 노인들은 추운 겨울을> 보도가 선정됐고,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부산일보 <8000 원혼 우키시마호의 비극>이 수상했다. 전주MBC 수상작 역시 초고령화 사회의 한 단면을 지적해낸 기사로 의미가 있다. 전국 경로당에는 해마다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난방비마저 부족한 실태를 보도해서 그 이면에는 노인회장 등 임원들의 활동비를 충당하기 위해 난방비를 줄여야 했던 사정을 밝혀냈다. 부산일보의 우키시마호 취재는 78년 전 8000명이 숨진 세계 최대의 해양사고였지만 진상규명은커녕 유해 발굴과 송환, 나아가 추모도 없었던 비극을 현재 시점에서 상기시켜 준 수작이었다. 지면 1면의 광고를 없애 주목도를 높인 과감한 편집이 눈길을 끌었고, 일본 서일본신문과의 합동 취재도 협업 모델로 권장할 만했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문화일보의 보도가 수상했다. 체육계 폭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대단히 엄격해졌는데도 프로야구 구단에서 대물림된 집단적 가혹행위의 실태를 공개해 파급력이 컸던 보도였다. 해당 선수에 대한 중징계와 구단의 사과를 이끌어낸 점이 호평을 받았고, 체육면이 아닌 사회면과 1면에 기사를 전진 배치한 점도 영향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최근 취재 환경이 다양화되고 복합적으로 변화되며 출품작 공적설명서 분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효율적인 심사를 위해 공적설명서 내용을 압축 요약하여 최대 4매(양식 기준)의 분량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