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O),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탱킹(tanking)’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항상 우승을 목표로 달려야할 것만 같은 프로구단들이 정반대의 방향, 그러니까 꼴찌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이 현상에 거창한 이름까지 붙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낮은 순위를 기록한 팀이 다음 시즌에 더 좋은 선수를 뽑을 수 있게 되는 ‘드래프트 제도’ 때문입니다.
이처럼 드래프트는, 승리를 원하는 팬들의 실망을 감수할 만큼 중요한 행사입니다. 더 훌륭한 드래프트를 한다면 더 많은 스타 선수를 보유하게 되고, 결국 이를 기반으로 언젠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오승환과 양현종, 양의지 등 한 시대를 풍미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선수들은 대부분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이렇게 중요성이 높은 게 드래프트라면, 누군가 앞서 분석을 시도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없었다는 게 정답입니다. 설사 일부 시도가 있었다 해도 “언제 드래프트에서 다른 해보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더라”는 정도의 피상적인 겉핥기식이 전부였습니다. 드래프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꼭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1) 세상에 없는 자료를 만들다
본격적인 자료 탐색에 들어가자마자 왜 그동안 이러한 분석이 없었는지를 바로 알게 됐습니다. KBO는 물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대한체육회까지 모두 전체의 편린들만 보유하고 있을 뿐, 제대로 정리된 자료는 그 누구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필요한 데이터 목록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업이 한두 달 만에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일부 데이터의 경우 대한체육회에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다가 “기자의 사익 추구에 응답할 수 없다”는 황당한 대답까지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꼬박 1년여 동안 드래프트 된 선수의 계약금과 포지션, 출신학교까지 모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하나하나 엑셀 시트에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분석을 위한 기초 자료를 모두 모았던 지난 8월 말, 우리는 무려 1년 만에 누구도 시도해본 적 없었던 일을 시작할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2) 드래프트를 평하다
어떤 구단이 드래프트를 잘 했는지, 어떤 포지션을 뽑은 것이 가장 성공적이었는지, 또 몇 번째로 뽑은 선수들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다른 스포츠였다면 어려웠을지도 모르지만, 야구에서라면 가능합니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WAR이라 불리는 객관적인 수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10년 동안 10개 구단이 뽑은 1,112명의 방대한 데이터와 야구 기록 사이트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WAR을 접목시켜 국내 언론으로서는 최초로 이와 같은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이어진 ‘자생 구단’ 키움 히어로즈의 불가사의한 선전이 훌륭한 드래프트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는 점을 증명했고, ‘만년 꼴찌’ 한화 이글스의 부진은 특정 학교 출신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선호가 큰 원인임을 밝혀냈습니다.
또,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통념과 달리 투수, 특히 고졸 투수에 집착하는 것이 팀의 성적 향상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특히 왼손 투수의 경우 그 희소성 때문에 지나친 고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 빠른 순번으로 뽑힌 선수일수록 더 많은 기회를 받는다는 사실을 라운드별 1군 데뷔 확률로 계산해 수치화했고, 더 기대를 많이 받는 선수가 반드시 더 높은 확률로 성공하는 것은 아님을 합계 WAR을 통해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3) 드래프트 너머의 현실을 비추다
애초에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점점 쌓아갈수록 더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바로 프로야구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추어 야구의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현실은 훗날 프로야구의 최고 스타가 된 ‘특급 유망주’들도 피해갈 수 없는 냉엄한 것이었습니다.
학생 야구 선수들은 학교를 옮기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셋 중 한 명은 전학 경험이 있었고, 세 번 혹은 네 번씩 다른 학교를 찾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떤 선수는 초등학교만 네 곳을 다녔고, 다른 선수는 경상남도부터 경기도까지 고등학교 매 학년을 다른 곳에서 생활하기도 했습니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어야 상위 학교 진학의, 프로 입단의 행운을 누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목표를 위해서라면 ‘유급’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선택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드래프트 된 전체 선수의 18%가 학창 시절 ‘1년 꿇는’ 것을 택했습니다. 최대 2% 수준으로 알려진 일반 학생의 유급 비율과 비교해보면 이 수치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부상 때문에’ ‘키가 안 커서’ ‘야구를 늦게 시작해서’ 이유는 각양각색이었지만, 실제 이런 유급이 향후의 야구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이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의 선행보도는 없었고, 특이사항도 없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올해 드래프트가 진행된 9월 14일, 드래프트 회의장의 화제 중 하나는 SBS의 드래프트 분석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드래프트를 이런 식으로 낱낱이 분석한 보도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각 구단 담당자들은 “분석을 잘 봤다”면서도 “너무 아프게 꼬집지는 말아 달라”며 진담 섞인 농담을 건넸습니다.
이번 분석에서 북일고에 대한 ‘과한 애정’이 드러난 한화 이글스 구단은 올해 북일고 출신 선수를 단 한 명도 뽑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하위 순번에서라도 꼭 한 명씩 ‘한화 3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북일고 출신을 챙기던 행태에서 벗어난 겁니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때 마침 도저히 뽑을 선수가 없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이 각 구단들의 선택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누군가가 전력의 향상과 거리가 있는 구단의 행보를 언제든지 ‘꼬집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비합리적 선택’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번 분석에 1년이라는, 어쩌면 지나치게 긴 시간이 소요된 것은 필요한 자료가 중구난방으로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부는 대한체육회가, 또 나머지는 KBO가 선택적으로 공개하고 있었고, 신인 계약금 등의 정보는 모든 구단에 수소문을 해 겨우 모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분석을 위해 어떤 자료가 필요하고, 어디서 찾을 수 있는 지를 이번 기회를 통해 정리했고, <스프> 데이터 창고를 통해 여태껏 모은 자료를 모두 공개함으로써 누구든 또 다른 분석을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었습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드래프트 관련 자료, 아마추어 선수들과 관련된 자료 등의 접근이 지금보다 훨씬 용이해져야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다 다양한 시각과 분석이 있어야만 언론에 의한 건전한 감시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팀은 KBO와 대한체육회 등에 추가 정보공개청구나 자료 요청을 통해 지금보다 더 쉽게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프로 스포츠의 근간은 팬입니다. 팬의 관심과 사랑을 기반으로 한 소비가 없다면 프로 스포츠의 존립 근거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스포츠 저널리즘의 존재 의미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팬들이 올바르게 또 풍부하게 스포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팬과 스포츠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스포츠 저널리즘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팬들의 스포츠에 대한 접근성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며 스포츠 저널리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클릭 한 번이면 경기 결과는 물론 선수들의 성적까지 모두 살펴볼 수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피상적인 부분만을 전달하는 스포츠 기사의 효용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팬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심층적이고 독자적인 분석 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공정한 보도를 하기 위해 ‘마부작침’의 자세로 정보를 수집하여 만든 이번 분석이 스포츠 저널리즘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조그마한 불빛이나마 비췄다면, 지난 1년의 시간은 충분한 값어치가 있을 것입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이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7회 전체 총평
제39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6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0편이 응모한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복수의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 보도, 그리고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검증 보도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모두 수상 자격이 있었지만, 심사 결과 경향신문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검증> 보도를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심사위원단 이견이 없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검증> 일련의 보도는 김건희 여사와 친분설의 실체 추적에서 시작해, 창업한 회사의 ‘주식 파킹’ 의혹, 위키트리의 선정적 보도 실태 등을 전방위 검증해, 인사청문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김행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결정해, 낙마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향신문은 특히 언론사 간 기사경쟁이 치열한 인사검증 국면에서 괄목할 성과를 보였는데, 공직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검증은 언론의 본령이라는 점에서 장려되어야 할 일이다. 취재보도부문 또 하나의 수상작은 YTN 이다. 이 보도로 지난여름 전국을 뜨겁게 달군 ‘철근 누락’ 사태는 지하주차장만이 아닌 아파트 주거동 외벽에서도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철근을 빼돌린 것이 아니라 엉터리 설계의 결과라는 점도 확인했다. 심사위원단은 “주거동에 대한 의구심을 입증해 사회적 파장이 컸다”고 평가했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연합인포맥스의 <외평기금 20조 끌어다 ‘역대급 세수펑크’ 메운다 등> 등 세수 결손 연속보도는 심사위원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외환 방파제로 불리는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 세수 펑크를 메웠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IMF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에 심사위원들의 생각이 같았다.
11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수상작은 한국일보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가 선정됐다. 고령화 시대 ‘치매 실종’의 심각성을 다각적인 접근으로 드러낸 기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경찰에 신고된 치매 실종 노인 전수를 추리고, 기자들의 발품으로 만들어낸 인터뷰를 토대로 그들의 실종 보고서를 만들어냈는데, 특히 기사만이 아니라 영상과 인터랙티브 페이지에 공들이며 독자에게 다가선 점이 돋보였다.
지역 기사는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주MBC <“임원만을 위한 노인회”…경로당 노인들은 추운 겨울을> 보도가 선정됐고,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부산일보 <8000 원혼 우키시마호의 비극>이 수상했다. 전주MBC 수상작 역시 초고령화 사회의 한 단면을 지적해낸 기사로 의미가 있다. 전국 경로당에는 해마다 보조금이 지원되지만, 난방비마저 부족한 실태를 보도해서 그 이면에는 노인회장 등 임원들의 활동비를 충당하기 위해 난방비를 줄여야 했던 사정을 밝혀냈다. 부산일보의 우키시마호 취재는 78년 전 8000명이 숨진 세계 최대의 해양사고였지만 진상규명은커녕 유해 발굴과 송환, 나아가 추모도 없었던 비극을 현재 시점에서 상기시켜 준 수작이었다. 지면 1면의 광고를 없애 주목도를 높인 과감한 편집이 눈길을 끌었고, 일본 서일본신문과의 합동 취재도 협업 모델로 권장할 만했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문화일보의 보도가 수상했다. 체육계 폭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대단히 엄격해졌는데도 프로야구 구단에서 대물림된 집단적 가혹행위의 실태를 공개해 파급력이 컸던 보도였다. 해당 선수에 대한 중징계와 구단의 사과를 이끌어낸 점이 호평을 받았고, 체육면이 아닌 사회면과 1면에 기사를 전진 배치한 점도 영향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최근 취재 환경이 다양화되고 복합적으로 변화되며 출품작 공적설명서 분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효율적인 심사를 위해 공적설명서 내용을 압축 요약하여 최대 4매(양식 기준)의 분량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4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