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백해룡 경정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입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마약 사건 브리핑이 갑자기 미뤄지더니 브리핑 내용을 두고서도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자 당시 형사과장이던 백 경정을 직접 찾아가 만났습니다. 해외 조직원의 마약 밀반입에 인천공항세관 직원이 연루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 중이던 백 경정이 서울경찰청 조병노 경무관으로부터 ‘언론 브리핑에서 세관 내용을 빼 달라’는 취지의 청탁 전화를 받은 사실을 취재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보도 외에도 서울경찰청, 경찰서장, 심지어 수사 대상인 세관 등의 여러 외압 정황을 취재 과정에서 들었지만 취재 수첩을 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여나 섣부른 보도가 세관 직원들을 상대로 한창이던 경찰 수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취재원이자 수사 책임자인 백 경정이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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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백 경정이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발령됐다는 소식을 접한 후 고심 끝에 백 경정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려움을 딛고 수사를 이끌던 그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그보다 오래전 덮었던 취재 수첩을 다시 꺼내려는 마음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걱정과 달리 9개월여 만에 들은 백 경정의 목소리는 단호했습니다. 자신은 부당한 인사를 당했으며 세관 수사 과정에서 겪은 외압을 공론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원의 강한 의지를 확인한 만큼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CBS 사회부는 법조팀과 경찰팀, 경인지역본부가 협업하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이 사안에 뛰어들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의 얼개가 기존 취재로 상당 부분 채워진 상태로 시작한 취재였습니다. 취재팀은 백 경정의 주장을 이중, 삼중으로 검증하며 단순 주장이 아닌 실체적 정황으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취재력을 집중했습니다. 취재팀은 무더운 7월의 여름 햇살을 뚫고 경찰과 세관, 국회, 대통령실 등 관련 정황이 있는 모든 관계 기관을 접촉하고 중요 인물을 찾아갔습니다. 아침 회의 후 흩어져 찾은 사실의 조각들을 밤마다 맞춰가며 수사 외압의 밑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취재 내용을 기반으로 지난해 10월 영등포경찰서 수사팀 상황을 재구성하며 포인트로 삼은 지점은 크게 세 가집니다. ①용산 대통령실에서도 세관 사건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것 ②수사 대상인 세관이 백 경정을 직접 찾아와 압박한 것 ③브리핑 후 세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이 사건 자체를 이첩하려고 한 것. 이 세 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준비한 주력 기사의 보도 시점은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7월 29일)에 백 경정이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청문회 당일 아침으로 맞춰졌습니다. 백 경정도 취재팀의 고민과 결정을 존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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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경찰청장 청문회는 조지호 청문회가 아니라 백해룡 청문회였습니다. 청문회 내내 CBS노컷뉴스 단독보도 내용을 다룬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두고 ‘제2의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이라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쏟아졌습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 백 경정은 자신이 겪은 외압 정황을 구체적이면서도 분명하게 증언했습니다. 외압성 전화를 한 당사자인 조병노 경무관과 백 경정 사이 통화 내용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세관 마약 청문회, 나아가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는 국회 움직임과 별개로 차분히 준비한 보도를 진행해갔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영등포서의 마약 수사 성과를 직접 칭찬했는데도 세관 직원 연루 사실이 보고된 후 동시다발적인 수사 외압 움직임이 벌어졌다는 점을 보도했습니다. 또 백 경정이 좌천성 인사를 당한 데 반해,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형사과장, 국가수사본부 마약계장,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등 사건을 지휘한 인사들이 골고루 영전한 점을 짚었습니다. 상부인 서울경찰청이 영등포서의 마약 사건 보도자료를 3차례에 걸쳐 수정하라고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구가 사라졌는지도 상세하게 기사로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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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경정은 자신에게 수사 외압을 가한 것으로 의심되는 관세청과 경찰 고위 간부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진상 규명의 열쇠를 쥔 공수처 수사 상황을 취재팀이 외면할 수 없던 이유입니다. 공수처가 ‘세관 마약’ 사건을 ‘해병대 채 상병’ 수사팀에 배당했고, 이후 백 경정을 통해 외압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 등 물증 확보에 나선 사실 등을 취재해 수사 속보를 이어갔습니다.
우리는 조 경무관의 징계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 내부 상황도 주시했습니다. 윤희근 청장의 ‘격노’에서 비롯됐다는 감찰에서 경찰은 조 경무관이 외압이 아닌 단순 사건 문의를 했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를 근거로 경징계를 요청했지만 불문 결정이 내려지며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용산 대통령실에 경찰 수사와 관련해 협조를 요청했는지’ 묻는 국회 질의에 관세청이 “답변이 곤란하다”고 회신한 사실도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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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노 경무관과 백해룡 경정이 국회에서 벌인 언쟁은 진실공방으로 번졌습니다. 여러 쟁점 중에서도 조 경무관이 백 경정에게 ‘대통령실에서 연락을 받았느냐’고 말했는지가 가장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조 경무관은 용혜인 의원의 관련 질의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이 확보한 통화 녹음파일에는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느냐”고 묻는 조 경무관의 목소리가 생생히 나옵니다. 우리는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통화 녹음 파일을 편집 등 과정을 거쳐 기사로 보도하는 것 외에 녹음 파일 전체와 녹취록 전문을 공개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사안에 대한 진실을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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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달 20일 ‘세관 마약 외압 의혹’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CBS노컷뉴스 취재팀은 이 사안의 진상이 명명백백히 밝혀질 수 있도록 향후 수사와 국회 청문회 등 조사 결과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끝까지 시민에게 전달하겠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서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익명 취재원을 인용하거나 다루지 않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마주친 모든 제보자와도 이해 관계가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7월 중 백해룡 경정의 좌천성 발령이나 백 경정의 공수처 고발 등 사실을 보도한 단건 선행 보도가 있었지만 이 사안을 심층적으로 조명하고 끈질기게 추적한 보도는 CBS노컷뉴스가 유일합니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 당일 아침 단독 보도한 기사들은 청문회에서 당사자인 백 경정과 관련자 입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고, 이후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로 후속 추종보도가 일파만파 퍼져갔습니다. 한국일보와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사설을 통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주요 방송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과 대형 정치 및 시사 유튜브 채널에서도 연일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메인 이슈로 다루며 특집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신문>
-VIP 격노설 재현?... "경찰서장이 용산 언급" 증언 나온 경찰청장 청문회(한국)
-“세관 마약수사, 용산 심각히 본다고 들어”(세계)
-조지호 “마약수사 외압의혹 경찰 인사조치 할수도”(동아)
-'채 상병' 닮은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 연다(한국)
-[사설] ’세관 마약 수사’ 외압, 경무관 인사조치로 끝날 일 아니다(한국)
-[사설]인천세관 마약 수사의 ‘용산 개입설’ 진상 밝혀야(경향)
-[사설] ‘마약 수사 외압’에도 대통령실 연루 의혹, 진상 밝혀야(한겨레)
<방송>
-채 상병·인천세관 수사 외압 도마‥"인사 조치 검토"(MBC)
-조지호 "수사외압 의혹 경무관, 인사 조치 검토"(YTN)
-'세관 사건' 수사한 경찰 "윗선서 용산 언급하며 수사 외압"(JTBC)
-'정국 뇌관' 세관수사 외압 폭로 "제2의 채해병‥국정농단" 발칵(MBC)
-"용산이 심각하게 봐"‥'수사 이첩 요구' 폭로(MBC)
<통신>
-조지호 청문회 '세관 마약수사 외압' 공방…용산 개입 주장도(연합)
-"마약수사 외압 의혹, 제2 해병대 사건"…경찰청장 인사청문회(뉴스1)
-'세관직원 마약 밀수 연루'…"외압 때문에 수사 지체된 것 아냐"(뉴시스)
5. 사회에 끼친 영향
공항 세관은 마약 밀반입 등 중범죄를 막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관문이자 문지기입니다. 경찰이 마약 사건에 세관 직원이 연루된 정황을 잡았다면 당연히 사실 여부를 철저히 밝혀 엄벌해야 합니다.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던 한 경찰관이 관세청을 상대로 수사를 벌인다는 이유로 여러 곳에서 ‘압박’을 받았고, 그 실체와 전말이 묻힐 뻔했습니다. 20년 넘게 경찰복을 입은 한 베테랑 형사가 용기를 냈습니다. 저희는 언론으로서 이 사안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고 수사 기관의 진상 규명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수사 외압 의혹의 실체가 규명될 수 있도록 국민 눈높이에서 감시하고 주시하겠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 및 보도 전 과정에서 언론 윤리강령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보도 이후 관련자들로부터 어떠한 항의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반론요청, 정정보도 청구는 없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당사자의 해명과 반론을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관세청은 8월 7일 ‘영등포서 수사사건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고, 지난해 영등포경찰서를 방문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언론 공표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청드린 것일 뿐 외압은 아니”라는 취지로 밝혔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7회 전체 총평
제40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69편이 출품돼 6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출품한 작품 중 내용이 유사한 작품들이 다수 출품돼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심사위원들은 보도 시점과 사안 자체의 중요도, 그리고 파급력을 공정하게 따져 수상작을 선정했다.
17편이 경쟁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매일경제의 <軍 첩보원 인적 사항 통째로 北 넘어갔다> 보도와 한겨레신문의 <검찰총장 사후 보고 등 김건희 여사 조사>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매일경제의 <軍 첩보원 인적 사항 통째로 北 넘어갔다> 보도는 제보를 바탕으로 접근이 어려운 군 내부 정보, 특히 국가적으로 매우 중대한 정보를 다루는 정보사의 이면을 체계적이고 심도 있게 취재하여 정치권에서 간첩법 개정과 여야 공방을 이끌어 내며 이슈화시킨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신문의 <검찰총장 사후 보고 등 김건희 여사 조사> 보도는 김건희 여사의 검찰 조사가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10시간 뒤에 보고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심도 있게 보도한 점에서 파급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연속 보도를 통해 기사 완성도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취재보도2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비즈워치의 <버려진 공공사이트> 보도는 금융감독원의 증권범죄신고센터가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로 악용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파헤치고, 5826개의 행정안전부 정부기관 공식누리집 인터넷주소를 전수 조사하는 등 기자들의 끈기와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생활과 동떨어진 듯 보이는 공공기관의 허점을 파고들어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 사회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아시아경제의 <코인사기공화국-그들은 치밀했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코인 투자사기 범죄가 만연한 가운데 162건의 ‘코인 다단계’ 형사판결을 면밀히 분석하여, 피고인의 24%가 초기에는 피해자였음을 밝혀냈다. 또한 코인 사기의 악순환 구조를 명확히 규명한 점과 어려운 과정을 거쳐 피해자와 가담자를 직접 인터뷰하는 등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인 ‘코인사기공화국’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나아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장의 과제와 나아갈 방향, 그리고 효과적인 해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좋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KNN의 <‘대통령 참석’ 중국인 드론에 뚫린 군사시설> 보도는 익명의 제보를 바탕으로 중국인 유학생들이 드론을 이용해 부산의 해군작전사령부와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입항한 미핵항공모함 ‘루즈벨트호’, 그리고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까지 촬영한 사실을 보도해 국내 주요 언론들의 보도를 끌어내는 등 파급력이 높았다. 외교적으로는 중국 대사관 측의 입장문 발표를 이끌어 냈으며 여야가 외국인이 포함되는 간첩법 개정을 추진하는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과 국가안보에 대한 경각심 및 보안 의식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보도부문에는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참석자들의 폭력 사태를 포착한 뉴시스의 <사상 초유의 ‘폭력 사태’ 발생한 국힘 전당대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보도는 ‘최악의 전당대회’라는 비판을 받아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는 순간을 냉정하게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많은 사진기자가 현장에 있었지만, 빠른 현장 판단과 찰나의 순간을 완벽한 앵글로 포착해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극한 대립과 긴장감을 사진에 담아내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또한 대부분의 방송에서 영상보다 앞서 소개되면서 한 장의 사진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줘 심사위원들이 좋은 평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