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V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KBS 법조팀 기자들은 특검 출범 전, 서울남부지검에서 ‘통일교-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던 초기 단계부터 관련 취재를 이어왔습니다. 이때부터 통일교 안팎 인물들을 폭넓게 취재하며, 통일교 측이 전관 변호사들에게 자문과 변호를 맡기고 ‘법적 대응 체제’를 촘촘히 구축해 온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한학자 총재가 건진법사와 윤영호 전 본부장을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피해가기 위해, 어떤 자문이 오갔는지, 어떤 처벌 회피 전략이 나왔는지 등도 여러 취재원을 통해 꾸준히 확인했습니다. 다만, 어떤 피의자에게도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전관 변호사가 선임됐다는 이유만으로 보도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공정한 보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변호인 중 한 명이 ‘민중기 특별검사와 면담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호화 변호인단 구성’과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었습니다. ‘권력 감시’가 핵심인 특검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중대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시점부터 법조팀은 사실관계와 배경을 다각도로 검증하며 본격적인 심층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2. 출품 보도물 목록(최초 보도부터 순서대로 3건까지 기재)
번호 보도일시 보도 제목
1 2025.09.03 [단독]통일교 전관 변호인“민중기 특검 직접 만났다”…‘특검 원칙’위배
2 2025.09.04 [단독]통일교, ‘특검 발언’으로 대응전략…“국면 전환 해야”
3 2025.09.05 ‘전관 변호인 독대’민중기 특검,보도 이틀 만에“성찰할 것”
3.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10년 지나도 여전한 ‘전관예우’
전관예우(前官禮遇). 전직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이 말은 법조계의 오랜 관행이자 악습으로 꼽혔습니다. 법의 공정성과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랜 기간 이어져 왔고, 대검찰청은 2016년 들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전관 변호사에게 특혜를 주지 못하도록 변호사의 변론 등을 서면으로 기록하고, 관리대장을 5년 동안 보관하도록 했습니다.
“민중기 특검은 변론을 받지 않는다”
김건희 특검팀 수사에 전관 변호사들이 대거 등판하자, 특검팀은 논란의 싹을 자르려는 듯 이같이 밝혔습니다. 특검팀은 9월 초 열린 공개 브리핑 자리에서, 민중기 특검은 직접 변호인을 만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KBS 법조팀이 취재한 내용과 달랐습니다. KBS가 확보한 통일교 내부 문건에는 8월 말 통일교 측 전관 변호인과 민중기 특검이 25분 동안 면담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취재팀은 해당 변호인에 대해 먼저 취재했습니다. 판사 출신인 만큼 민 특검과 개인적 친분이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법조인 대관 등 일반적으로 찾을 수 있는 이력에는 ‘근무 연’까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법조계 인물들과 법원 등 광범위한 취재가 필요했습니다. 그 끝에, 해당 변호사가 판사 재직 당시 민중기 특검의 배석 판사였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변호인을 만난 적도 없고, 앞으로도 만나지 않겠다’고 공표한 특검이 원칙을 어기고, 친분 있는 전관 변호인을 만난 겁니다.
더 큰 문제는 면담 내용이었습니다. 취재 결과, 해당 변호인은 특검과 ‘수사의 핵심 내용’에 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관련 문건에는 “(특검이) 국민의힘과 통일교 조사를 매우 골치 아프다고 한다”, “통일교 세계본부장이었던 윤영호가 진행 상황을 총재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해, 한 총재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등 수사 내용과 민 특검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관련 진술 내용도 들어 있었습니다.
이 내용은 곧바로 통일교의 대응 전략에 반영됐습니다. 검찰 출신인 또 다른 전관 변호인은 ‘특검의 발언은 이런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일일이 조언했습니다. 특히 ‘이 발언은 물증이 없다는 뜻’이라는 등 수사 상황을 내다보는 해석까지 있었습니다. 해석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KBS가 확인해보니, 이 ‘특검 면담 보고’가 올라간 뒤 통일교 측의 변론 전략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물증이 없으니, 금품 전달자와 선을 그어야 한다’ ‘언론에 적극 알려야 한다’는 등 지침이 나온 겁니다. 실제로 이후 통일교 측은 적극적인 맞대응에 들어갔습니다. 금품 전달자인 윤영호 전 통일교 본부장 배우자를 ‘횡령’으로 고발했습니다. 또 몇 달간 침묵하던 한학자 총재가 혐의를 부인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KBS는 해당 전관 변호인에게 먼저 사실관계를 물었습니다. 답하지 않던 해당 변호사는 계속된 기자의 질문에 특검과 만난 사실을 인정했고, 뒤이어 수사 이야기를 일부 나눈 사실도 있다고 했습니다. 민 특검에게도 직접 물었지만, 전화와 메시지 모두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특검 공보라인에 해당 질의를 공식적으로 넣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법조팀은 ‘특검팀과의 취재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고민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확인된 이상 이를 묵인하는 것은 언론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라 판단했습니다. 수사팀과의 관계보다 ‘공공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보도를 결정했습니다. 보도를 위해 여러 전관 변호사는 물론 KBS 자문변호사, 검찰 감찰 관계자 등에게 자문을 얻었습니다. 하나같이 ‘문제가 있는 전관 면담’이라는 답을 내놨습니다.
특검팀의 거짓 해명…결국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
KBS 보도 뒤 특검팀의 첫 해명은 ‘문제 없다’였습니다. “오래전 인연이라 생각해 인사를 물리치지 못했다”면서도 “사건 진행 사항은 말한 적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관 변호사는 KBS와의 통화에서 “수사 관련 이야기를 아예 안 하진 않을 수 없다”면서 “영장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다시 특검팀의 해명과 엇갈렸습니다.
이에 KBS는 수사내용이 변호인에게 전달됐고, 통일교가 이에 맞춰 움직인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결국 특검팀은 이틀 만에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특검팀은 공개 브리핑 자리에서 “욕심과 달리 완벽하지 못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며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4.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다수 취재원이 있으나, 이들의 ‘전언’이 아닌 ‘문건’ 등 확실한 증거가 있어 익명 취재원을 드러내지 않고 보도했습니다. 특이사항 없습니다.
5.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는 없었으며 KBS 단독보도 이후 주요 방송사와 중앙 일간지, 통신사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다뤘습니다. 일부 신문사는 사설과 기고문으로 전관예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6.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 특검 감시한 첫 사례
KBS 보도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특검팀을 감시한 첫 사례입니다. 수사 과정을 단순히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특검의 전관예우 행태를 비판하며 언론의 본령인 감시 기능을 실천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보 의존도가 높은 취재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권력을 감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보도로, 수사가 진행 중인 세 곳 특검 안팎에서 ‘조심하자’는 자성이 있었다고도 전해 들었습니다. 전관예우라는 오래된 법조 관행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또 특검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더 큰 문제를 막는 공익적 역할을 했다고 자평할 수 있습니다. 공영방송으로서 권력을 견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지킨 의미 있는 보도로 평가됩니다.
7.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 윤리강령을 준수하며 사실 확인과 균형을 지켰습니다.
8.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21회 전체 총평
제421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10개 부문에서 70편의 보도가 출품돼 총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취재보도1부문과 지역 취재보도부문,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쟁이 치열했는데 각각 11편, 10편, 14편이 출품돼 수상을 두고 각축전을 벌였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권성동, 세 차례 압박에 필리핀 사업 뒤집혔다> 외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분야를 꼼꼼하고 심도 있는 취재로 맥락을 짚어 이해를 도운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다른 수상작으로 선정된 SBS의 <순직 해경 진실 은폐 의혹> 보도는 사건을 조직적으로 조작하고 사실을 은폐 하려 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 끝까지 답변하지 않던 관계자들을 마지막까지 추궁해 진실을 끄집어 냈다는 점에서 이번 달 출품작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보도였다는 심사평도 추가됐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KBS의 <캄보디아 사망 한국인 ‘필로폰 강제투약’>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당 사건은 다수 언론에서 보도가 됐지만 사건의 중요 조각 가운데 하나를 밝혔고 지속적인 취재로 사안의 근본을 파헤쳐 도화선이 된 보도라는 점에서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연합뉴스 전북취재본부의 <희대의 1050원 ‘초코파이 절도 사건’ 재판> 보도가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를 당연시하는 사회 풍조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윤리, 도덕, 가치 판단의 기준에 대한 고민, 하청·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관심을 다시 유발했다는 점이 저널리즘의 역할 제고 측면에서 호평의 요소로 작용했다.
이번 달 기자상 심사 가운데 가장 치열했던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두 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일보의 <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을 기록하다> 보도는 전수조사에 기반한 추적 취재, 구체적인 현황 드러내기, 나름의 대안까지 일목요연한 논리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비교우위라는 평가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배경이 됐다.
경향신문의 <팬덤권력> 보도는 매체별 정치 성향이 부각되는 언론 현실, 극단적 팬덤이 언로(言路)의 상단을 차지한 언론계 현실에서 의미있는 시도였다는 평가와 함께 정치적 극단화 현상과 이를 주도하는 이들에 대해 여과없이 드러내는 보도의 깊이와 태도가 좋은 평을 얻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자국’ 없는 아이들, 자격을 묻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본격적인 다민족 국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 현실을 짚고 지속가능한 공존과 공생,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처한 구체적 현실을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 우리 언론은 폄훼와 겁박,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사회적 믿음이 붕괴되는 이른바 흑역사 속을 걷고 있다. 하지만 제421회 이달의 기자상은 현장성, 탐사정신, 사실에 입각한 보도 등 저널리즘의 본질이 살아 숨쉬는 작품들로 탄탄하게 채워졌다. 기자상 출품작들 사이에서 중앙과 지역의 구분은 이미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지역 보도의 품질과 수준이 과연 어디까지 상승할 것인지 지켜보는 기쁨은 심사의 고충을 위로하는 가장 큰 보람이 됐다. 진영도 아니고 중앙이냐 지방이냐도 아니다. 매체력의 차이는 더욱 아니다. 얼마나 ‘공공성’을 깊고 넓게 담지하느냐가 언론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뉴노멀이 한국 언론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