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녀 살해 후 자살은 심리적 자해...사회적 좌절이 정신건강 위기와 만날 때'폭발'
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ㅇ ), ② 단독기획( ㅇ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출품 보도물 목록(최초 보도부터 순서대로 3건까지 기재)
번호 보도일시 보도 제목
1 25.09.15.07:00 남편 잃고7년 버틴 엄마...내가 내 아이를 죽이려 했다
2 25.09.16.09:00 '위험한 양육자'의 아동 학대...학교 병원 복지센터 누구도 나서 주지 않았다
3 25.09.17.04:30 [단독]자녀 살해 후 자살은 심리적 자해...사회적 좌절이 정신건강 위기와 만날 때'폭발'
3.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20억 빚’ 엄마, 두 아들 데리고 극단 선택 시도” (25년 2월16일)
“40대 남성, 아내와 10대 자녀 살해 후 투신”(25년 3월9일)
“3살 아들 태우고 저수지 돌진한 30대 엄마”(25년 4월4일)
“아파트 주차장서 일가족 4명 숨진 채 발견”(25년 7월14일)
올해 언론에 보도된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목록입니다. 비극의 일가족 사건이지만, 대부분 단신기사로 처리됐습니다. ‘자살’, ‘미성년 자녀’라는 민감한 주제 탓에 언론 역시 사건을 깊이 있게 파헤치지 못한 채, 일부 특수한 가정의 비극으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그 결과, 유사 사건이 잇따르는데도 사회적 경각심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본보 엑설런스랩은 이런 현실에 주목했습니다. 잊을만하면 흘러나오는, 그래서 어렴풋한 현상으로만 여겨졌던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자살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고 강조한 시점이어서, 아동학대의 가장 극단적 형태인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시의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지난 3개월간 저희 기획팀이 이 주제에 매달린 이유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기획팀은 사건이 발생한 12개 도시를 찾아, 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뿐 아니라 수사 경찰, 지자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 변호사, 판사, 전문가 등 77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취재 끝에 기획팀이 내린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경제적·사회적·정신적 좌절이 정신 건강 위기와 맞물릴 경우, 평범해 보이는 가정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관심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은 가족 동반자살이 아니라 부모에 의한 명백한 자녀 살인이다.”
◆ 자체 통계 구축-구멍난 국가 통계
이번 기획의 큰 성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자체 통계를 구축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현재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사실상 부재합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부터, 경찰청은 2023년부터 관련 통계를 산출하고 있지만, 두 기관의 수치 차이는 매우 큽니다. 이 때문에 그간 전문가들은 언론 보도나 일부 판결문에 의존해 연구를 이어왔고, 전 부처 차원의 국가 통계 마련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목돼 왔습니다.
이에 본보 기획팀도 세세한 실태 파악을 위해 자체 통계 구축을 시도했습니다.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7월까지 12년간의 사건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검색을 통해 보도된 사건 180건을 수집하고, 사법정보공개포털과 법원도서관 방문 등을 통해 확보한 판결문 156건을 대조해 사건을 추렸습니다. 또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으나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을 통해 파악한 사건은 정보공개청구를 거쳐 판결문을 입수, 분석에 포함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2년간 총 260건의 사건이 발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팀은 이 260건을 모두 추적 취재했습니다. 사건 발생 후 생존 아이가 국가 지원을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찰 → 지방자치단체체 아동보호팀 →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단계별로 취재했고, 그 과정을 통해 생존 여부, 원인, 가해자 성별·연령, 가정 유형, 생존 아동 소재, 재판 결과 등 17개 항목을 엑셀에 기록해 독자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분석 결과는 정부 통계와 확연히 달랐습니다. 총 피해 아동(만 18세 이하)은 381명, 이 중 부모 손에 목숨을 잃은 아동은 249명에 달했습니다. 특히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18~2024년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으로 숨진 아동은 86명에 불과했지만, 본보 조사에선 같은 기간 145명으로 두 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이는 매달 평균 2~3명의 아이들이 부모에게 꿈과 미래를 빼앗기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사안의 심각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예상보다 훨씬 더 드러내는 통계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획팀 역시 이번 통계 구축과 분석은 기존 보도나 학계 연구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라고 자부합니다.
그럼에도 본보의 통계 역시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통계 사각지대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정확한 통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기획기사에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국가 지원에서 배제된 생존 아동
기획팀은 취재 과정에서 특히 ‘생존자’에 주목했습니다. 극단적 아동학대의 피해자인 이들이 어떤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국가로부터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받고 있는지가 이번 취재의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2021년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 효과는 의문이었습니다.
추적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자녀가 생존한 사례를 추려 판결문을 입수한 뒤, 지자체·아보전·경찰에 일일이 확인해 피해 사례가 전산에 기록돼 있는지를 점검했습니다. 특히 사고 발생 지역과 피해 아동의 거주지가 다른 경우, 담당 지자체를 특정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개인정보를 이유로 취재에 협조하지 않으려는 담당자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큰 장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추적한 결과, 지자체에 연계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한 사건이 무려 50건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피해 아동은 총 75명으로, 전체 생존 아동(132명)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였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기획팀은 이들이 가장 극단적인 아동학대 피해자임에도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구조적 문제’도 확인했습니다. 최초 신고가 ‘가족 동반자살’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강력계 형사가 현장에 투입되고, 수사 과정에서 사건이 부모에 의한 살인·살인미수로만 규정되면서 정작 ‘아동학대 사건’으로 분류되지 않는 탓이었습니다.
◆ 가해·피해 가족 직접 만나다
숫자로 포착되지 않는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 기획팀은 전국을 돌며 사례를 직접 취재했습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법정을 찾아 주변인들을 만나고, 한때 화목했던 가정이 어떻게 비극으로 내몰렸는지 밝히기 위해 가해 부모를 끈질기게 설득해 인터뷰에 응하도록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만은 지켜 달라”는 절절한 고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해 부모뿐 아니라, 10년 만에 비로소 회복을 시작한 가족도 만나 그들의 사연을 지면에 담았습니다. 또한 “엄마를 가해자로 인정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는 장동선 박사의 고백은 독자들의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처럼 숫자와 제도 너머,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비극의 실체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 전수 조사 260건 모두 공개
기획팀은 보도에 앞서 본보 ‘뉴스스탠다드실’을 포함해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자녀 살해’와 ‘자살’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기사 작성 전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자살예방 보도준칙’을 준수해 ‘극단적 선택’ 등 완곡한 표현은 지양했고, 사건 수법에 대한 구체적 묘사는 원칙적으로 생략했으며 불가피한 경우에도 최소화했습니다. 대신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심리와 이후 회복 과정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습니다. 또한 살해와 자살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표현도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2차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 기사에 등장하는 사건 관련 인물들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5회 연재 전반에 걸쳐 이러한 원칙을 일관되게 지켰으며, 복잡한 내용을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매회 내러티브 기사 형식을 채택했습니다. 전수 조사한 260건은 고해상도 이미지로 제작해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했습니다.
4.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습니다.
5.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2019년, 2024년 국민일보에서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주제로 한 기획보도가 있었습니다.
6. 사회에 끼친 영향
본보 보도 이후 관련 기관과 사회는 즉각 반응했습니다. 경찰청은 보도가 나간 직후 곧바로 설명자료를 내고 “앞으로 가정 내 아동 사망 사건(살인미수 포함)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수사 지침을 개선하고, 현장 교육과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관계부처와 협의해 제도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지침을 더욱 촘촘히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아동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아동사망검토제를 비롯해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위해 취재팀과의 직접 미팅을 제안했습니다. 국회에서도 여당을 중심으로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나왔습니다. 사회적 반향도 이어졌습니다. 1화에서 소개된 가족에게는 시민단체가 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혀 훈훈한 소식으로 이어졌습니다.
7.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어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으며, 기사 작성을 위해 여러 전문가 조언을 거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8.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취재후기
(421회)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을 기록하다/한국일보
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을 기록하다
한국일보 김동욱 기자
이번 기획은 취재 내내 참 힘들었습니다. 언론 보도로 드문드문 접하던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직접 파헤쳐보겠다며 시작했지만, 취재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참혹한 비극을 제대로 진단할 도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만의 독자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기존 보도나 판결문 어디에도 없는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관련 기관을 하나씩 찾아가며 조각난 사실을 하나하나 이어 붙였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숫자는 우리 사회의 숨은 비극이었습니다. 지난 12년간 249명의 아동이 부모의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매달 평균 2~3명꼴입니다.
숫자보다 더 아픈 건 그 너머의 현실이었습니다. 비극으로 내몰린 가정 중엔 평범한 일상을 살던 가족들도 많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살해 후 자살’은 ‘동반자살’이 아니라 명백한 아동살해 사건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자리 잡고, 위기 가정을 조기에 찾아낼 만큼 행정 체계가 조금 더 촘촘해진다면 이런 비극은 분명 줄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곧 출산을 앞둔 김지현 기자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사 핵심 논거로 쓰인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려고 마감 직전까지 팩트체크를 거듭했습니다. 한소범 기자는 전국 곳곳을 돌며 비극의 현실을 기록했습니다. 끝으로, 언제나 냉철한 판단으로 방향을 잡아주시는 남상욱 부장, 항상 엑설런스랩을 지지해 주시는 김영화 국장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회차 심사평
제421회 전체 총평
제421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10개 부문에서 70편의 보도가 출품돼 총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취재보도1부문과 지역 취재보도부문,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쟁이 치열했는데 각각 11편, 10편, 14편이 출품돼 수상을 두고 각축전을 벌였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권성동, 세 차례 압박에 필리핀 사업 뒤집혔다> 외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분야를 꼼꼼하고 심도 있는 취재로 맥락을 짚어 이해를 도운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다른 수상작으로 선정된 SBS의 <순직 해경 진실 은폐 의혹> 보도는 사건을 조직적으로 조작하고 사실을 은폐 하려 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 끝까지 답변하지 않던 관계자들을 마지막까지 추궁해 진실을 끄집어 냈다는 점에서 이번 달 출품작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보도였다는 심사평도 추가됐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KBS의 <캄보디아 사망 한국인 ‘필로폰 강제투약’>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당 사건은 다수 언론에서 보도가 됐지만 사건의 중요 조각 가운데 하나를 밝혔고 지속적인 취재로 사안의 근본을 파헤쳐 도화선이 된 보도라는 점에서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연합뉴스 전북취재본부의 <희대의 1050원 ‘초코파이 절도 사건’ 재판> 보도가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를 당연시하는 사회 풍조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윤리, 도덕, 가치 판단의 기준에 대한 고민, 하청·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관심을 다시 유발했다는 점이 저널리즘의 역할 제고 측면에서 호평의 요소로 작용했다.
이번 달 기자상 심사 가운데 가장 치열했던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두 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일보의 <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을 기록하다> 보도는 전수조사에 기반한 추적 취재, 구체적인 현황 드러내기, 나름의 대안까지 일목요연한 논리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비교우위라는 평가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배경이 됐다.
경향신문의 <팬덤권력> 보도는 매체별 정치 성향이 부각되는 언론 현실, 극단적 팬덤이 언로(言路)의 상단을 차지한 언론계 현실에서 의미있는 시도였다는 평가와 함께 정치적 극단화 현상과 이를 주도하는 이들에 대해 여과없이 드러내는 보도의 깊이와 태도가 좋은 평을 얻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자국’ 없는 아이들, 자격을 묻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본격적인 다민족 국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 현실을 짚고 지속가능한 공존과 공생,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처한 구체적 현실을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 우리 언론은 폄훼와 겁박,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사회적 믿음이 붕괴되는 이른바 흑역사 속을 걷고 있다. 하지만 제421회 이달의 기자상은 현장성, 탐사정신, 사실에 입각한 보도 등 저널리즘의 본질이 살아 숨쉬는 작품들로 탄탄하게 채워졌다. 기자상 출품작들 사이에서 중앙과 지역의 구분은 이미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지역 보도의 품질과 수준이 과연 어디까지 상승할 것인지 지켜보는 기쁨은 심사의 고충을 위로하는 가장 큰 보람이 됐다. 진영도 아니고 중앙이냐 지방이냐도 아니다. 매체력의 차이는 더욱 아니다. 얼마나 ‘공공성’을 깊고 넓게 담지하느냐가 언론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뉴노멀이 한국 언론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