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O )
불탄 숲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늘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특히 매년 봄 어김없이 산불을 맞이하는 강원 동해안 지역은 늘 이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강원 고성에는 30년 전 발생한 산불 피해지에 자연 복원과 인공 복원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실험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곳을 보고도 판단은 엇갈립니다. 일부 환경단체 등은 자연 복원이 산불에 더 강하다고 주장하고, 산림청 등 다른 한쪽은 인공 복원이 더 낫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같은 땅에 다시 산불이 나지 않는 한, 양쪽의 '주장'만 있을 뿐, '정답'을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산불이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할지, 그날의 바람이 어떤 세기로, 어느 방향으로 불지 절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형산불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산림청은 2만 3천 헥타르가 불에 탄 2000년 강원 동해안 산불을 우리나라 첫 대형산불 사례로 꼽습니다. 그러나 이후 2019년 강원 동해안 산불이 발생하기까지, '대형' 산불은 없었습니다.
현실엔 논쟁만 존재합니다. 산불 피해지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은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획 취재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 8월, 대통령의 지시로 국회에서 학계와 산림청, 임업 관계자들의 첫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성 속에서 서로의 이견만 확인할 뿐, 산불 피해지를 어떻게 복원할지 그 어떤 합의점도 찾지 못했습니다.
산림 관계자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한국을 벗어나,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비교 검증한 객관적인 보도를 하고 싶었습니다.
100년의 산불 피해지 연구 역사를 가진 미국 서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연구자들이 이미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었습니다.
기후변화로 대형 산불이 이제 막 시작된 일본의 산불 피해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사유림 비율이 높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산불 피해지 복원 문제를 풀지 못하면 우리 숲에 어떤 미래가 닥쳐올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2. 출품 보도물 목록(최초 보도부터 순서대로 3건까지 기재)
번호 보도일시 보도 제목
1 9월22일, 20시30분 [기획①]고성 산불'벌써30년'자연복원vs인공복원 논쟁
2 9월23일, 20시30분 [기획②]불 지르는 정책,왜 미국은 되고 한국은 안 될까
3 9월24일, 20시30분 [기획③]검게 탄 능선,연둣빛 계곡...소나무의 퇴장
3.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방송 최초 한국·미국·일본 산불 피해 현장 비교 기록
국내외 산불 피해지 100여 곳 사례 비교 연구
국내외 전문가 50여 명 인터뷰 자문
우리나라에서 30년째 산불 피해지 복원에 대한 논쟁이 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숲의 특수성'에 있습니다. 바로 옆 숲이라도 생태 환경이 180도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모든 주장에는 "환경이 달라 적용할 수 없다"라는 반박이 붙었습니다.
딱히 성공한 정책도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형산불의 역사가 짧은 탓이 큽니다. 어떤 피해지에 어느 수종을 심어서 끝은 어떻게 될지, 아직 결론을 내기에는 연구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기에, 산림청은 여러가지 시도를 해왔습니다. 강원 고성 산불 피해지에 30년째 실험지를 유지하는 것과 같이, 일부는 자연복원을 진행하고 또 일부 인공 복원지에는 활엽수를 심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대형산불은 더 잦아졌고, 피해는 매번 '역대 최고'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숲의 특수성을 감안하고라도, 산불 피해지 복원에 대한 고민을 이미 오래전부터 해온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외 100여 곳의 산불 피해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50여 명에 달하는 산림 관련 전문가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산불 피해지 현장 사례 조사와 더불어, 주로 엇갈리는 양측의 주장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강원 동해안과 영남 지역 산불 피해지 50여 곳의 사례를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산불과 공존하고 있는 미국 서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열흘 동안 하루 10시간을 직접 운전하며 미국 서부를 취재했습니다. 산불과 조림, 산림 공학 등 산림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오리건주와 워싱턴주, 로스앤젤레스주 산불 피해 현장 30여 곳을 취재했습니다. 여러 차례 산불 피해를 입었거나, 복원 방법이 특이한 사례 등 다양한 현장을 수집했습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산림부 담당자도 섭외했습니다. 미국 산림부는 어떤 제도로 숲을 관리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예산으로 산주가 원하는 대로 소나무를 심어줄 뿐, 책임과 의무는 없다"라는 우리나라 산림청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미국 산림부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산주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동시에 숲을 지키는 책임과 의무도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산림청과 학계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지점이었습니다.
실제 산불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도 취재했습니다. 올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산불로 기록된 '크램 산불' 현장이었는데, 이 현장 취재 덕분에 산불 진행 단계부터 진압, 피해지 복원까지 이어지는 모든 단계를 10편의 기사 안에 녹여낼 수 있었습니다.
습한 기후 덕에 산불을 고민하지 않던 일본에서도, 지난 2월 역사상 가장 큰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책과 문화를 가진 일본은 산림과 관련한 어떤 고민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 취재했습니다.
이와테현 오후나토시 산불 피해지 현장을 취재한 뒤, 한국의 산림과학원과 같은 조직인 일본 산림종합연구소를 찾았습니다. 산불 피해지 복원에 대한 한국의 고민을 털어놓자, 일본 산림종합연구소장은 "소나무라도 심으려 한다니, 부럽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답변에서 60%를 웃도는 한국과 일본의 사유림 비율에서 빚어지는 산림 정책에 대한 한계를 짚었습니다.
환경단체의 비판도, 학계의 연구도 모두 필요합니다. 그러나 67%에 달하는 높은 한국의 사유림 비율 앞에서, 산주가 원하지 않는 방식의 복원 방안 논의는 공허한 메아리와 같았습니다. 이 한계를 일본은 국가가 땅을 빌리고 예산을 들여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산림이익공유제도'로 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산불 피해지 복원 논의에서 간과되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4.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익명 취재원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취재원은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미국 산림부와 일본 산림종합연구소는 물론이고, 학계 인터뷰이도 일일이 메일을 보내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우리나라 산림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객관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특히 산림청과의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는 취재원은 피했습니다.
산림청에 대한 공식 취재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산림청을 향한 환경단체의 비판뿐 아니라, 비판 주장에 대한 산림청의 공식 입장도 동시에 담았습니다. 방송 직전까지 양측 주장에 대한 근거 자료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등 '기후 변화'라는 단어에 숨지 않고, 취재 과정에서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내용만 담아 기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5.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산불피해지 복원 문제에 대한 보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백 건에 달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요 산불 피해지 현장 취재와 함께 각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 해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해법을 고민한 건 이번 보도가 처음입니다. 특히 30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산불 피해지 복원 논쟁 속에서 간과할 수 없는 숲의 특수성과 사유림 비율에 따른 숲의 경제성 문제 등을 입체적으로 조명했습니다.
6. 사회에 끼친 영향
10편의 이번 기획보도에는 수천 건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시청자들은 댓글을 통해 자유로운 공론의 장에서 논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산불 피해지에 남겨진 복원의 숙제를 재조명해 제자리걸음 중인 우리 사회의 논쟁이 발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함께 학계와 관계 당국의 후속 연구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7.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지역과 관련한 사회 문제에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지역방송이 맡은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원 동해안의 산불 피해지 복원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50여 명의 전문가와 함께 국내외 100여 곳의 현장에서 진행한 탐사 보도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8. 기타 고려사항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방송영상 기획취재 지원작으로 선정돼 제작 방송되었으며,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21회 전체 총평
제421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10개 부문에서 70편의 보도가 출품돼 총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특히 취재보도1부문과 지역 취재보도부문,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쟁이 치열했는데 각각 11편, 10편, 14편이 출품돼 수상을 두고 각축전을 벌였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권성동, 세 차례 압박에 필리핀 사업 뒤집혔다> 외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분야를 꼼꼼하고 심도 있는 취재로 맥락을 짚어 이해를 도운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다른 수상작으로 선정된 SBS의 <순직 해경 진실 은폐 의혹> 보도는 사건을 조직적으로 조작하고 사실을 은폐 하려 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 끝까지 답변하지 않던 관계자들을 마지막까지 추궁해 진실을 끄집어 냈다는 점에서 이번 달 출품작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보도였다는 심사평도 추가됐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KBS의 <캄보디아 사망 한국인 ‘필로폰 강제투약’>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당 사건은 다수 언론에서 보도가 됐지만 사건의 중요 조각 가운데 하나를 밝혔고 지속적인 취재로 사안의 근본을 파헤쳐 도화선이 된 보도라는 점에서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연합뉴스 전북취재본부의 <희대의 1050원 ‘초코파이 절도 사건’ 재판> 보도가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를 당연시하는 사회 풍조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윤리, 도덕, 가치 판단의 기준에 대한 고민, 하청·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관심을 다시 유발했다는 점이 저널리즘의 역할 제고 측면에서 호평의 요소로 작용했다.
이번 달 기자상 심사 가운데 가장 치열했던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두 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일보의 <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을 기록하다> 보도는 전수조사에 기반한 추적 취재, 구체적인 현황 드러내기, 나름의 대안까지 일목요연한 논리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비교우위라는 평가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배경이 됐다.
경향신문의 <팬덤권력> 보도는 매체별 정치 성향이 부각되는 언론 현실, 극단적 팬덤이 언로(言路)의 상단을 차지한 언론계 현실에서 의미있는 시도였다는 평가와 함께 정치적 극단화 현상과 이를 주도하는 이들에 대해 여과없이 드러내는 보도의 깊이와 태도가 좋은 평을 얻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자국’ 없는 아이들, 자격을 묻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본격적인 다민족 국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 현실을 짚고 지속가능한 공존과 공생,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처한 구체적 현실을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 우리 언론은 폄훼와 겁박,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사회적 믿음이 붕괴되는 이른바 흑역사 속을 걷고 있다. 하지만 제421회 이달의 기자상은 현장성, 탐사정신, 사실에 입각한 보도 등 저널리즘의 본질이 살아 숨쉬는 작품들로 탄탄하게 채워졌다. 기자상 출품작들 사이에서 중앙과 지역의 구분은 이미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지역 보도의 품질과 수준이 과연 어디까지 상승할 것인지 지켜보는 기쁨은 심사의 고충을 위로하는 가장 큰 보람이 됐다. 진영도 아니고 중앙이냐 지방이냐도 아니다. 매체력의 차이는 더욱 아니다. 얼마나 ‘공공성’을 깊고 넓게 담지하느냐가 언론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뉴노멀이 한국 언론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