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ㅇ),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고위 인사의 퇴근길, 직원들이 나와 의전하고 편안하게 가는 길을 닦아주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관행이란 이름으로 반복돼왔다. 누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길에 나와 서 있는 그들을 보며 관행이 아닌 갑질이라 불러야 한다는 우려가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12월 중순, 그 우려를 현실로 확인시켜주는 제보가 한 통 접수됐다. ‘서대문서 직원과 함께 2인 1조를 이뤄 17시 30분부터 20시까지 75분씩 교대 근무를 하라’ 근무 지시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그 뒤에 붙은 문구는 일상적이지 않았다. ‘청장님이 퇴근길에 좌회 신호를 세 번 받으셨다고 합니다.’ 일상 근무 지시라면, 청장님의 퇴근길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 오랜 관행이 어떻게 반복돼왔는지, 누가 지시했는지 확인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제보를 접수 받은 날부터 꾸준히 경찰청 앞을 지켰다.
경찰청 앞을 갈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탄 관용차가 지나갈 때 등장해 다급하게 청장의 동선을 보고하는 경찰관. 근무 지시와 달리 경찰청장이 퇴근하고 나면 19시즈음 사라지는 교통 경찰관들. 나란히 서 있는 서울경찰청과 서대문경찰서의 순찰차.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신호 조정을 해놓고 19시까지 기다리는 경찰관까지. 청장님의 퇴근길에 맞춰 돌아가는 움직임이 하나씩 포착됐다.
패턴은 이랬다. 오후 5시 30분이면 경찰이 나타나 ‘대기’한다. 6시가 조금 넘으면 청장이 탄 차가 경찰청을 빠져나와 바로 ‘좌회전’ 신호를 받는데, 이 때 교통경찰이 좌회전 신호 직전 차들을 막아선 뒤 청장 차량이 원활히 빠져나가도록 수신호를 했다. ‘청장님 퇴근 임박 → 경찰관 출동 → 꼬리끊기(신호제어) → 청장님 퇴근 → 경찰관 철수’ 이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영하 10도 날씨에, 길거리에 서서 청장이 퇴근하는 모습을 일일이 ‘무전 보고’하는 경찰도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고, 좌회전 하거나 유턴할 것 같다고 알려주면 상대 경찰관이 신호를 통제하는 식이었다. 이 무전 보고에는 ‘청 하나’, 청장을 지칭하는 내부용어도 등장했다.
5일동안 현장 취재를 한 끝에 취재진은 제보 속 근무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은 건 누가 이런 지시를 내렸는지 확인하는 것. 말을 맞추지 못하도록 경찰청과 서울청, 서대문경찰서에 시간을 정해 동시에 질의를 했다. 처음엔 서로 말이 맞지 않아 전화가 왔었다, 문자를 보냈다, 내가 지시했다 등 다양한 해명이 쏟아졌다. 각 청 교통과 사이 바쁜 통화가 이어진 뒤, 이들은 ‘일상적인 근무이며 청장님의 퇴근길에 맞춘 근무가 아니다’는 정제된 답변을 내놨다. 교통 통제는 매일 하던 일이며, 서대문경찰서 교통과에서는 퇴근 시간대 경찰청 앞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왜 순찰차가 나와있는지를 묻자 ‘날이 추워서 횡단보도 사고를 막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 자리가 주차하기 좋아 퇴근시간대 순찰을 자주 하는 곳이다’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청장님이 가시는 동선을 왜 무전을 통해 보고하는지에 대해선 ‘청장님께 잘 보이려 한 일’이라고 했지만, 이내 ‘청장님이 가시는 길목에 서 있는 교통 경찰관들에게 근무를 잘 하라고 독려한 일’이라며 보고가 아닌 전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해명이 거짓임은 현장 취재 뿐 아니라 크로스체크를 통해 확실히 했다. 경찰청에서 청장 가까이 근무하는 복수의 취재원이 “청장이 퇴근길 좌회전 문제를 언급하고 지시했다”고 KBS에 전했다. 또한 경찰청 관계자와 일선 경찰을 통해, 경찰청장 퇴근길 ‘지킴이’ 근무가 있는 게 사실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경찰청의 공식입장대로 ‘꼬리물기’단속이 아니라, 청장이 퇴근하고나면 해산하는 그런 근무였다는 것이었다.‘간부’급들이 특히 이 업무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사실 이전 청장 때도 비슷한 일은 있어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현장 취재로 입증된 근무, 사실 관계 확인,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까지 충분히 청장의 퇴근 ‘관행’의혹을 보여줄 만한 자료가 모였다고 판단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퇴근길 보도는 두 꼭지로 나눴다. 있는 그대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5일 간 지켜본 현장을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청장 차가 나갈 때 맞춰 수신호를 주는 교통 기동대와 신호 통제기 옆 경찰관. 촬영된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퇴근길을 보여줄 수 있었다. 열 줄의 글보다 추운 날 고생하며 찍은 5일간의 영상이 명확하게, 시청자에게 가 닿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일상적 업무’라는 경찰의 공식 해명도 같이 담았다.
이어지는 보도에선 공식 해명의 허술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청장님의 동선을 보고하는 무전과 엇갈리는 해명들. 경찰청 규칙을 바탕으로 교통경찰은 특정 기관장을 위한 통제 업무를 수행할 근거가 없다는 점도 명확하게 했다. ‘청장의 좌회전 신호 관련 지시’와 ‘2인1조 근무를 하라’는 명이 ᄄᅠᆯ어진 건 12월. 경찰 인사를 앞둔 시기라는 점도 짚었다.
청장님의 퇴근길이 잘 짜여진 연극처럼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경찰의 공식 해명을 담고, 공식 해명 뒤 허술하게 던진 변명을 들춰내고, 부당한 지시라는 점까지 지적해 기승전결을 담은 보도였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익명 취재원은 총 두 명으로, 현장에서 만난 경찰관이었다. 취재진임을 밝힐 경우 퇴근길 의전을 그만둘 우려가 있어 부득이하게 시민으로 위장해 질문했다. 경찰관의 소속을 밝힐 경우 내부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익명으로 표기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헤럴드경제 등 타매체에서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윤희근 경찰청장의 퇴근길 교통통제 의혹 기사를 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해당 보도는 유튜브에서 조회수 14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됐던 과거의 교통 통제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이 ‘언론의 제역할을 해줬다’며 응원을 보내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후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매일 하는 교통 정리’라는 해명을 입증하려는 듯, 서대문역 사거리에는 오후 6시대에 꼬리물기를 단속하는 경찰관이 한 명 나와있다. 하지만 순찰차나 청장의 동선을 보고하는 경찰들은 이제 경찰청 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선 경찰들은 “청장 퇴근길을 교대로 지키던 경찰들이, 보도 덕분에 시민을 위한 업무로 돌아왔다”는 말을 전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 윤리 강령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반론 신청 등 해당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8회 전체 총평
제38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68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6편 중 3편이 지역 기획보도 부문에서 나와 지역 기자들의 밀도 있는 취재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는 11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SBS의 <신종 병역비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검찰의 짧은 언론 공지 문자를 놓치지 않고 집중 취재한 기자들의 감각이 돋보였다. 병역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고 엄중한 사안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병역비리가 이 보도를 통해 다시 이슈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체 일부 훼손을 통해 병역 면탈을 받던 과거 패턴과 달리 이번 사건은 간질이라고도 불리는 ‘뇌전증’을 이용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병역 비리를 법조계와 행정사 업계 등 다방면으로 취재해 신종 범죄 수법과 규모를 밝혀낸 집요함에 심사위원들은 높은 점수를 줬다. 또한 신종 병역비리 병명과 수사 상황을 밝힌 데 그치지 않고 병무청의 병역 판정 절차 보완 등 구조적 방지책 마련을 촉구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탄소도시, 서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기후 위기 대응이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수작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기존에도 여러 언론이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했으나 지표나 해외 사례, 보고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취재도 정부 기관이나 시민단체를 단기간 방문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보도는 기자가 해외 도시 3곳을 한 달 보름간 생활하며 직접 탄소중립 시설을 이용하면서 겪은 감정을 기사화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탄소중립 실현의 필요성에 공감하거나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서울시가 취재진이 보도한 해외 탄소중립 정책이나 환경사업을 참고하거나 일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생산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혐오발전소, 댓글창>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뉴스 댓글 1억2000만 개라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잘 활용되면 건전한 여론을 수렴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를 악용하여 서로 비판하고 싸움을 조장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댓글들의 혐오 표현을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분석해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여 주목받았다. 특히 건전한 여론 수렴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부산 부랑인 집단수용시설 인권 유린의 기원 ‘영화숙·재생원’ 피해 실태 추적> 보도와 부산일보의 <新문화지리지 2022 부산의 재발견>이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국제신문 기사는 형제복지원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았던 1960년대 부산 최대 부랑인시설 ‘영화숙·재생원’ 수용자들 피해 실태 사실을 단독 보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래전 일이라 자료를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국가기록원 캐비닛 속에 잠들어 있던 ‘영화숙 최후의 아동 19인 명단’을 발굴해낸 취재진의 기자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부산일보의 보도는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한국 문화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지역의 살아있는 문화’ 현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했고 숨어있는 지역 예술인들을 집중 취재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단편적인 보도에서 알 수 없었던 지역 문화 분야별 변화상과 당면 현실, 향후 과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문화전문가들이 해야 할 역할인데 기자들이 훌륭하게 해냈다. 다양한 부서가 벽을 허물고 특별취재팀을 꾸려 장기간 취재해 기사의 완성도를 높인 점도 수상 배경이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강원영동의 <여음(餘音) 아직, 남겨진 소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역사저술가로서의 지역 언론 역할을 충실히 한 작품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전문 소리꾼이 아닌 지역 어르신의 소리를 담아내는 접근 방식이 신선하면서도 의미가 있었다. 성우의 내레이션 없이 어르신들의 소리와 현장음을 보도한 점도 창의적이었으며 영상미도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어르신들의 아리랑을 담기 위해 1년 동안 정선 곳곳을 누비며 지역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기자의 소명 의식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