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지난해 각종 수사와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들이 있습니다. 바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배상윤 KH그룹 회장입니다. 이들은 △유력 정치인 변호사비 대납 사건 △대북송금 의혹 △국회의원 법카 제공 등 각종 뇌물 혐의 △무자본 M&A와 주가조작 △알펜시아 입찰방해 의혹 등 굵직한 사건에 연루돼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조직폭력배, 사채업자 출신이라는 소문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의혹은 증폭됐습니다. 영화 '신세계'를 연상시키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들도 있었고, 김성태 전 회장의 경우 검찰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출국해 '황제 도피'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본질보단 주변으로 흐르기도 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이들이 누구이며, 어떻게 성장했고, 이 과정에서 어떤 위법적인 행위들이 발생했는지 추적하기로 했습니다. 이들이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은 아닙니다. 이들은 이미 자산 2조원대의 한 그룹을 거느린 실소유주이자 회장이었고, 실제로 이들이 가진 영향력은 충분히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르고 관계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수만 명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해선 무엇 하나 명쾌하게 드러난 게 없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초고속 성장을 이룩했지만, 무슨 돈으로 어떻게 사세를 확장했는지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분석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 기업들이 연루된 범죄 정황도 생경합니다. 김성태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은 논외로 하더라도 북한 희토류 광물 사업권 확보를 통한 주가조작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 등은 속옷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KH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KH그룹은 지난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선수들의 숙소로 사용된 알펜시아 리조트(7000여억 원 규모)를 인수할 만큼의 거대 그룹으로 단시간 내에 성장했지만, 이 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사세를 확장했는지,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를 조명한 깊이있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한국일보는 지난 2개월간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의 사세 확장기를 추적했습니다. 사세 확장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기업을 인수할 당시 전 소유주를 찾아가 물었고, 그들의 측근 인사와 관계된 사채업자, 피해자들을 찾아 질문을 던졌습니다. 또 경제 공동체라 불릴 만큼 돈 관계가 복잡한 두 그룹의 자금 흐름과 이들의 자산 확장 수단인 전환사채(CB)의 흐름을 낱낱이 분석했습니다. 불법 정황이 드러나 수사를 받을 때 이들이 어떻게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방패막이로 삼았는지에 대해서도 취재했습니다.
아직 검찰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고, 법원 판결도 있기 전이라 섣부른 판단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취재를 마치고 이것만큼은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인수한 기업의 본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보단 신사업 확장과 무리한 M&A를 통해 자본의 이익에 치중했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가조작인지 판단이 필요한 상황들이 다수 발생했고, 결국 그 피해는 아무것도 모르는 개미 투자자 등에게 돌아갔습니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위법, 탈법으로 인한 사법 책임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들은 힘있는 전관 변호사를 영입하고 있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1>유별난 검찰·정치인 사랑(12월 21일자 1, 2, 3면)
▦쌍방울·KH, 특수부 검사 출신 방패 삼았다
▦자신 구속한 검사도 사외이사로…대형로펌 통해 로비 시도 정황
▦빚내 기업산 뒤 전환사채 또 찍어…‘무자본 M&A’로 덩치 키워
쌍방울과 KH그룹은 닮은 점이 많습니다. △기업 확장 방식 △복잡한 지배구조 △사외이사 인적 구성 △전환사채 다량 발행 등 서로를 참고해 그룹을 설계한 듯 유사합니다. 한국일보는 두 그룹 내 확보 가능한 모든 기업의 등기부등본과 상장사의 분기보고서(9월 말 기준)를 확보해 지배구조와 인적구성을 분석했습니다. 단편적으로 두 그룹의 사외이사 분석과 지배구조를 분석한 기사들은 있었지만, 이처럼 두 그룹을 망라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건 본보 보도가 처음입니다. 100여개의 기업 등기부등본과 십여 개의 분기보고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교차 분석하고 이력을 취재하면서 두 그룹의 특징을 파악했습니다. 우선 두 그룹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싶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사외이사·감사에 선임된 자들 중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가 많다는 점입니다. 일반 기업에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회장이 앞서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당시 기소했던 검사를 비롯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출신 변호사부터 특수통 검사까지 면면은 화려했습니다. 특히 '전관 사랑'은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본보 취재 결과 김성태 전 회장은 과거 자신을 수사했던 조재연 전 부산고검장은 변호인으로 낙점했고, 배상윤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박찬호 전 광주지검장을 변호인으로 영입했습니다. 김성태 전 회장과 쌍방울 관계자들이 컨택했다고 알려진 로펌을 취재한 끝에 김성태 전 회장이 사외이사 인맥 등을 활용해 정관계 로비를 위한 대형 로펌 선임에 나선 정황도 확인했습니다. '친윤' 핵심 라인으로 분류되는 조상준 전 국정원 기조실장 역시 김성태 전 회장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다양한 라인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과 정황도 본보를 통해 처음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밖에 △가족 경영 △정치인 영입 △투자조합 배치 △페이퍼컴퍼니 다수 등의 두 그룹의 일관된 특징도 확인했습니다. 두 그룹 모두 가족들을 기업의 핵심 보직에 배치했는데, 가족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판결문 등 확보할 수 있는 공식 문서를 모두 확보해 등기 이사에 게재된 인물들과 교차 비교해 가며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특히 핵심 인물들이 다수의 페이퍼컴퍼니의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KH그룹 핵심 관계자는 총 9개 회사의 사내이사에 등재돼 있기도 했습니다. 엑셀에 모든 기업의 등기이사 명부를 기재하고 데이터 분석을 시도한 결과입니다.
<2>기이한 덩치키우기(12월 22일 1, 4, 5면)
▦KH그룹 CB폭탄 돌리기…시총 2배 넘는 7800억 발행
▦“100억 투자 빌미로 55억 갈취…우린 KH그룹의 ‘돈 세탁기’였다”
▦추적 힘든 현금으로 기업 인수…바지사장 앉혀 조종 ‘판박이’
쌍방울·KH그룹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무자본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두 그룹은 CB를 대량 발행해 기업 인수 자금으로 활용했습니다. CB는 유상증자보다 발행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인수자가 있으면 발행할 수 있어 회사 자본금을 늘릴 수 있는 긴요한 수단입니다. 다만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 주식수 증가로 주가가 하락해 기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고, 발행된 CB는 차후 재매각이 이뤄지면 추적하기 어려워 각종 범죄 수단으로 활용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쌍방울이 발행한 CB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에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KH그룹이 발행한 CB는 무리한 M&A에 이용되면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KH그룹의 'CB폭탄 돌리기'로 피해를 봤다는 디에프코리아플러스 관계자를 어렵게 찾아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앞서 이들은 KH그룹 관계자와 그 일당에게 돈을 갈취당했다며 수사기관에 고소한 바 있습니다. 경찰은 KH그룹 관계자와 그 지인 등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및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디에프코리아플러스 관계자는 본보와 수차례 만남에서 기존에 보도되지 않은 피해 상황을 제보했습니다. 해당 주장이 사실인지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각종 녹취록과 카카오톡 대화방 캡처 등을 제공받아 사실 관계를 따져봤습니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CB범단'처럼 활동하며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때 시세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가조작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들이 배상윤 회장과 친분을 과시하며 배 회장에게 줄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물론 KH그룹과 관계자 조씨, 기사에 등장하는 지인들에게 모두 연락해 반론을 들었으며 이들 간의 진술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고 기사에 모두 명시했습니다. KH그룹은 이에 대해 직원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쌍방울·KH그룹의 사세 확장 방식을 파악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을 들였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최대주주가 변경 과정은 쉽게 확인 가능하지만, 막전막후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취재 핵심은 이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측근 인사를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일보는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회장의 측근 인사를 어렵게 접촉하고 취재를 위해 설득하는 과정부터 실제 여러 차례 만남을 갖고 인터뷰를 하기까지 1개월 넘게 공을 들였습니다. 그 결과 그간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두 그룹의 내밀한 사정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쌍방울과 KH그룹에 회사를 넘긴 전 소유주들의 현재 운영하고 있는 회사와 자택 등에 찾아가 이번 기획의 취지를 설명하고 기업을 넘겨줄 당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이렇게 찾아간 곳만 10곳이 넘습니다. 인수 과정에서 혹시나 협박이나 강압 등이 있었는지,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그 결과 M&A 과정에선 강압이나 협박 등은 없었지만, 특징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M&A 과정에서 돈만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누가 이 기업을 인수하는지는 중요한 조건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대주주 요건을 강화한다든지 적어도 다른 선진국처럼 전과 사실이라도 공개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3>대장동과 그들의 관계는(12월 23일 5면)
▦대양금속 인수·김만배 돈과 얽히고…곳곳 ‘대장동과 교집합’
▦‘강도상해·사기’ 배상윤 ‘불법 도박장·대부업’ 김성태
쌍방울·KH그룹의 자금을 따라가다 보면 수상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특히 의외의 곳에서 자금의 흐름이 만나기도 하는데 '대장동 개발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쌍방울 그룹 전 부회장을 지낸 최우향씨를 취재하다가 2016년 2월 29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400만원을 후원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놀랍게도 이외 쌍방울 관계자 4명이 최 전 부사장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기부일과 기부금도 모두 같았습니다. 특히 나흘 전엔 이성문 전 화천대유자산관리대표도 곽 전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대장동 일당이 곽 전 의원에게 고액 후원금을 건낸 시점과 최 전 부사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의 인연을 생각해볼 때 쌍방울 그룹의 자금이 어떤 성격인지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본보가 입수한 이한성 화천대유자산관리 공동대표의 검찰 수사 진술조서에선 KH그룹과 김만배씨의 자금이 얽히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만배씨가 KH가 인수한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의 주차장 부지를 매수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본보 보도 후 다른 언론사에서 이러한 내용들에 후속 취재를 하며 보도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한편,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회장이 피의자로 등장하는 판결문을 확보해 이들의 과거 행적을 조사했습니다. 판결문 등을 기초로 한 만큼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도했다고 생각합니다.
<4>전환사채 주가조작(12월 26일 4,5면)
▦CB발행→호재→주가급등…“수천억 차익, 익명 투자조합 흘러가”
▦CB를 기업 사냥에 악용…“대주주 적격성 심사부터 강화해야”
쌍방울·KH그룹을 분석하면서 CB발행 분석은 필수였습니다. 본업으로 돈을 벌지 않고 주가 상승기에 미리 사둔 계열사간 주식(CB)을 팔아 차익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두 그룹 특성상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얼마나 수익을 봤는지 추적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막연히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추정만 할 뿐이지 수익 금액이 얼마나 될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추정한 적 없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공시된 자료만으로는 이들의 수익금액을 정확하게 추산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일보는 금융투자 소송 경험이 풍부한 김광중 변호사(법무법인 한결)와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김경율 회계사, 기사에는 적지 않았지만, 한국거래소 관계자 등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근접한 금액을 뽑아보고자 했습니다. 언론사에서 두 그룹의 CB발행의 수익 액수를 따져본 건 한국일보 보도가 처음입니다.
수익을 계산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쌍방울·KH그룹이 각 회사를 인수한 시점 이후부터 발행한 CB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각 기업이 발행한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CB발행 후 1년 뒤부터 가능) 곧바로 주식을 매도했다고 가정하고 전환된 주식 수만큼 각각의 가격을 곱해 차액을 계산했습니다. 쌍방울그룹의 경우 나노스의 예상 차익은 2,169억 원에 이르고 KH그룹의 필룩스는 1,528억 원에 달했습니다. 또 각 기업마다 누가 CB를 사갔는지도 추적했습니다. CB 발행 당시 각 그룹의 계열사가 사가기도 했고, 투자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투자조합이 매입했습니다. 다만 CB를 매입한 이들이 누군가에게 CB를 다시 파는 일은 흔하기에 결국 누가 수익을 올렸는지는 정확하게 알기 어려웠습니다. 각 그룹의 특수 관계인들이 수익을 올렸을 거라 추정할 따름입니다.
본보는 이외 CB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CB를 이용해 번 돈은 쉽게 세탁 가능하고 추적도 어렵기 때문에 정치권 유입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CB가 발행되면 주식으로 전환돼 기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 수가 많아지면 주가가 내려가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그런데도 기업의 외형 확장을 위해 묻지마 CB발행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만연합니다. 여러 전문가들은 △코스닥 기업 대주주의 전과기록, 위법 행위 등 적격성 심사 강화 △사외이사 역할 및 경영판단 원칙 재고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취재 중 만났던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회장의 측근을 비롯한 쌍방울·KH그룹 관계자들은 모두 익명 처리했습니다. 노출될 경우 그룹에서 불이익과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장사의 분기보고서에 등재된 사외이사는 실명처리를 원칙으로 했습니다. 아울러 기사에 증거를 제시하는 등 취재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려 노력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앞서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회장에 대한 보도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사건을 비롯해 이화영 전 국회의원의 뇌물 수수 사건, 대북송금 의혹까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파급력 있는 사건에 연루돼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와 맞물려 보도는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국일보는 앞선 보도에 따라가기보단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회장이 어떻게 두 그룹의 사세를 확장시켰고, 또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포커스를 맞춰 취재하고 보도했습니다. 본보 기사의 주요 관점은 △쌍방울·KH그룹과 전관 변호사의 관계 △두 그룹의 인적, 지배구조 분석 △사세 확장 방식 △CB발행 및 수익 추정 △대장동 일당과 연관성 등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본보 기사가 나간 후 여러 언론사에서 관심을 갖고 인용하거나, 이 보도를 바탕으로 추가 취재해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오마이뉴스 / 대장동 연루 의혹 KH건설, '우크라이나 재건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 [단독] 김만배, KH 소유 남산 하얏트 호텔 땅에 고급주택 사업 시도 △신동아 / 불법 ‘대북 송금’ 의혹 KH그룹 배상윤은 누구? 기사 등이 대표적입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우리나라가 조직폭력배들이 백주 대낮에 활보하고 정치인 뒷배로 기업인 행세를 하면서 국민을 괴롭히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수상한 왕국: 쌍방울·KH그룹의 비밀 연재 마지막 회가 나간 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말입니다.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한 장관의 신년사는 사실상 쌍방울과 KH그룹을 정조준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한 장관은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주가조작이나 무자본 인수합병(M&A) 등에 개입해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조직폭력범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쌍방울과 KH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엄정수사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한국일보 보도가 나간 뒤 후속 취재를 요청하는 메일이 다수 왔습니다. 쌍방울과 KH그룹과 관련이 없더라도 무자본 M&A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의 요청은 간절했습니다. 한국일보는 메일 등을 검토해 추가 취재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쌍방울그룹이 ‘대형로펌 통해 로비 시도 정황’ 기사에서 김성태 전 회장의 로비 정황과 쌍방울 그룹과는 관련이 없다며 수정을 요청해 왔습니다. 본보 취재를 바탕으로 거절하자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한 상태입니다.
회차 심사평
제388회 전체 총평
제38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68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6편 중 3편이 지역 기획보도 부문에서 나와 지역 기자들의 밀도 있는 취재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는 11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SBS의 <신종 병역비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검찰의 짧은 언론 공지 문자를 놓치지 않고 집중 취재한 기자들의 감각이 돋보였다. 병역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고 엄중한 사안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병역비리가 이 보도를 통해 다시 이슈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체 일부 훼손을 통해 병역 면탈을 받던 과거 패턴과 달리 이번 사건은 간질이라고도 불리는 ‘뇌전증’을 이용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병역 비리를 법조계와 행정사 업계 등 다방면으로 취재해 신종 범죄 수법과 규모를 밝혀낸 집요함에 심사위원들은 높은 점수를 줬다. 또한 신종 병역비리 병명과 수사 상황을 밝힌 데 그치지 않고 병무청의 병역 판정 절차 보완 등 구조적 방지책 마련을 촉구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탄소도시, 서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기후 위기 대응이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수작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기존에도 여러 언론이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했으나 지표나 해외 사례, 보고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취재도 정부 기관이나 시민단체를 단기간 방문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보도는 기자가 해외 도시 3곳을 한 달 보름간 생활하며 직접 탄소중립 시설을 이용하면서 겪은 감정을 기사화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탄소중립 실현의 필요성에 공감하거나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서울시가 취재진이 보도한 해외 탄소중립 정책이나 환경사업을 참고하거나 일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생산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혐오발전소, 댓글창>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뉴스 댓글 1억2000만 개라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잘 활용되면 건전한 여론을 수렴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를 악용하여 서로 비판하고 싸움을 조장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댓글들의 혐오 표현을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분석해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여 주목받았다. 특히 건전한 여론 수렴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부산 부랑인 집단수용시설 인권 유린의 기원 ‘영화숙·재생원’ 피해 실태 추적> 보도와 부산일보의 <新문화지리지 2022 부산의 재발견>이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국제신문 기사는 형제복지원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았던 1960년대 부산 최대 부랑인시설 ‘영화숙·재생원’ 수용자들 피해 실태 사실을 단독 보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래전 일이라 자료를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국가기록원 캐비닛 속에 잠들어 있던 ‘영화숙 최후의 아동 19인 명단’을 발굴해낸 취재진의 기자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부산일보의 보도는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한국 문화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지역의 살아있는 문화’ 현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했고 숨어있는 지역 예술인들을 집중 취재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단편적인 보도에서 알 수 없었던 지역 문화 분야별 변화상과 당면 현실, 향후 과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문화전문가들이 해야 할 역할인데 기자들이 훌륭하게 해냈다. 다양한 부서가 벽을 허물고 특별취재팀을 꾸려 장기간 취재해 기사의 완성도를 높인 점도 수상 배경이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강원영동의 <여음(餘音) 아직, 남겨진 소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역사저술가로서의 지역 언론 역할을 충실히 한 작품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전문 소리꾼이 아닌 지역 어르신의 소리를 담아내는 접근 방식이 신선하면서도 의미가 있었다. 성우의 내레이션 없이 어르신들의 소리와 현장음을 보도한 점도 창의적이었으며 영상미도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어르신들의 아리랑을 담기 위해 1년 동안 정선 곳곳을 누비며 지역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기자의 소명 의식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