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O), ⑤ 기타( )
2022년 6월 27일 오전 4시 19분 부산 해운대구 한 초고층 아파트에서 스탠드형 에어컨 전기 합선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이 불로 50대 여성이 숨졌고, 남편인 50대 남성과 20대 딸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새벽시간 이들이 왜 대피하지 못했는지 궁금했다. 이 아파트가 해운대구 센텀시티를 대표하는 최고 51층 2700여 세대의 대단지 아파트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화재 현장에서 본 피해 상황은 처참했다. 중상자들도 위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에 피해 상황을 수시로 체크했고, 중상을 입은 가족 2명도 치료 중 숨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단독 보도했다. ‘왜 대피하지 못했을까…’ 이 참사가 단지 스프링클러 부재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고 직감했다. 마침 <부산일보>의 후속 취재를 보고 수도권에서 직장을 다니던 유족이 “가족의 죽음에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다”고 연락해왔다. 제보의 핵심은 화재 당시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재경보기는 화재 대피와 대응에 있어 ‘골든 타임’을 확보해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는 필수적인 소방 설비다. ‘새벽 시간에 화재경보기가 꺼져 있었다니…’ 말문이 턱 막혔다.
현장에서 만난 이웃 주민들의 말도 유족의 문제 제기와 상응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화재 당시 아파트 방재 담당자가 화재 발생 전후에 무엇을 했는지, 불이 난 뒤 어떻게 대응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또 119 상황실에 화재 신고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들어왔는지 자료 확보도 필요하다 판단했다. 부산시소방재난본부와 해운대소방서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유족과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미애 의원실에도 자료를 요청해 119신고 내역과 아파트 방재 담당자의 당시 조치 내용에 대한 확인서 등을 확보했다. 자료 분석 결과, 불이 나기 직전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에서 화재감지기가 오작동했고, 관리사무소 측이 이를 조처하기 위해 실제 화재 4분 전 전체 아파트의 화재경보기를 모두 정지한 사실을 확인했다. 유족의 제보와 이웃 주민들의 진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체크해 실제 화재가 발생했지만,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①오래된 화재감지기는 오작동이 잦다. 그리고 아파트 화재경보기는 세대수와 관계없이 구조적으로 전체가 연동된다. 특정 세대의 화재경보기를 끄면 아파트 전체 화재경보 시스템이 멈춘다.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 화재에서도 아파트 방재 담당자가 오작동이 난 화재감기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14개 동 2700세대 전체의 화재경보기를 정지했다. 이렇게 최소 13분간 화재경보기는 멈춰 있었고, 그 사이 진짜 불이 났다. 치명적인 ‘화재경보 사각지대’에 노출된 것이다. 이는 전국의 다른 아파트에서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오작동 발생 시 해당 세대나 동에 대해서만 화재경보기가 정지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②화재경보기 임의 정지 이후 대형 화재 참사가 빚어진 사례는 지금까지 숱했다. 2020년 6월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창고 화재, 2020년 4월 경기도 남양주 주상복합건물 화재도 그랬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매년 실시하는 특별 소방점검에서 화재경보기를 임의로 정지해 적발된 사례가 매년 수십 건씩 된다. ‘화재경보 사각지대’가 우리 주변에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에 화재경보기 임의 정지 이후에 화재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대응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③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부실 대응도 꼬집었다. 오작동으로 전체 화재경보기를 정지했다고 해도 중앙시스템이 실제 화재를 감지한 시점이나, 적어도 오작동 조치 직후 경보기를 재가동했다면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 보도했다. 이번 참사가 인재라는 점을 제기한 것이다. <부산일보> 보도 이후 경찰은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④소방의 초동 대처 문제점도 지적했다. 119 신고 내역과 유족 제보를 통해 불이 난 세대의 옆집 주민이 화재가 발생한 층을 구체적으로 알리며 두 차례 신고했지만, 소방상황실과 출동대원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안 돼 불이 난 위치를 찾는 데 13분이나 허비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⑤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냈고 대안을 제시했다. 빈번하게 이뤄지는 화재경보기 임의 정지는 방재 담당자의 잘못된 판단과 대응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소방 기술의 발전과 예산 절감을 이유로 많은 아파트에서 방재 인력을 최소화하고 있어,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현장 인력으로 발 빠른 대응이 어렵다. 본보 보도에서는 이를 짚었고 방재 인력 확충을 위한 법령 마련을 해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화재 참사의 원인과 문제점을 주도적으로 파헤쳤다. 이는 다른 어떤 지역 언론도 하지 못했다. △화재경보기 정지 이후 재작동 기준이 없는 문제 △아파트 전체 세대의 화재경보기가 연동돼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 △아파트 관리 예산 절감 등의 이유로 방재 인력이 부족한 문제 등을 제시하며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②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이웃 주민과 인터뷰 등 현장 취재에 많은 시간을 쏟아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10여 건의 연속 보도를 이어갔다. 일반적인 화재 사건·사고 기사는 인명이나 재산 피해 등 단편적인 보도에 그치기 쉽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왜 이 같은 참사가 빚어졌는지 구조적인 원인을 짚었다. 119 신고 내역과 현장 대응 확인서 등 많은 자료를 확보해 사실을 확인하고 원인과 문제점을 분석, 법령과 제도의 허점을 찾아내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③단독 인터뷰 등으로 유족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했다. 유족은 “인구 70%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현실에서 이번 참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며 <부산일보> 보도를 통해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화재 당시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는 보도와 아파트 방재 담당자의 부실 대응 보도 등은 <부산일보> 단독 보도였다. 이후 주도적으로 화재경보기 임의 정지의 허점과 아파트 방재 인력 부족 등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로 취재와 보도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부산MBC 등도 화재 원인을 다뤘고, 유가족 인터뷰 내용도 참고해 보도했다. 경찰의 관리사무소 직원 등 책임자 7명 송치 기사는 지역매체 등 10여 곳에서 다뤘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①해운대 고층아파트 화재 재발을 막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2022년 12월 8일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했다. 화재경보기 임의 정지로 인한 잇따르는 대형 화재 참사에 대한 법 개정 목소리에 정치권에서도 공감해 개정 과정에서 여야 모두 어떠한 이견도 없었다. 행정안전위원회 전봉민(부산 수영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골자는 ‘소방청장은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이 소방시설의 점검·정비를 위해 소방 시설을 폐쇄·차단하는 경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 요령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고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화재경보기를 정지하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안전 조치를 의무화해 대형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화재 ‘사각지대’를 없앤 것이다. 본보의 단독·집중 보도를 통해 얻어낸 성과다. 화재경보기 임의 정지에 대해 책임을 부여하고, 임의 정지 이후 대응 방안을 사전에 마련하도록 함으로써 대형 화재 참사 위험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이 올해 5월 말 시행되면 아파트와 상가 건물, 물류 시설 등에서 끊이지 않던 화재경보기 임의 정지로 인한 대형 화재 참사가 크게 잦아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②부산 해운대경찰서는 2022년 11월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당직자와 직원, 방재 책임자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부산일보의 지적대로 관리사무소 측의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대응으로 빚어진 명백한 ‘인재’라고 판단한 것이다. 본보가 화재 참사의 문제점을 깊이 들여다보고 지속적이고 보도하지 않았다면, 3명이 숨진 이번 화재 사건 관계자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기 쉽지 않았고 가족을 3명이나 잃은 유족의 눈물도 닦아주지 못했을 것이다. 경찰은 본보에 사건 취재 내용을 수시로 물으며 수사에 참고했고, 보도 내용을 통해 수사에 큰 힘을 얻었다.
③법 개정과 함께 소방청은 아파트 전체가 연동된 화재경보기를 동별로 제어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택관리협회, 소방시설 전문가, 교수 등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시스템이 현장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방안을 조율 중이다.
6. 자체 평가 및 소속사 확인 여부
아파트 화재경보기 임의 정지 행위에 대한 법·제도적 허점에 대한 집중적인 취재를 통해 제도 개선까지 끌어냈다. 사건·사고 기사에서 출발해 법·제도적인 개선까지 끌어낸 사회부 기자가 할 수 있는 모범적인 보도의 정형(사건·사고→원인·문제점 분석→대안 제시와 대책 마련)이었다고 자평한다. 이는 지역 현장에 밀착해 있는 지역 언론사의 강점을 제대로 발휘한 결과물이기도 하며, 지역 언론사가 더욱 집중해 나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7. 기타 고려사항 -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8회 전체 총평
제38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68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6편 중 3편이 지역 기획보도 부문에서 나와 지역 기자들의 밀도 있는 취재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는 11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SBS의 <신종 병역비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검찰의 짧은 언론 공지 문자를 놓치지 않고 집중 취재한 기자들의 감각이 돋보였다. 병역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고 엄중한 사안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병역비리가 이 보도를 통해 다시 이슈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체 일부 훼손을 통해 병역 면탈을 받던 과거 패턴과 달리 이번 사건은 간질이라고도 불리는 ‘뇌전증’을 이용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병역 비리를 법조계와 행정사 업계 등 다방면으로 취재해 신종 범죄 수법과 규모를 밝혀낸 집요함에 심사위원들은 높은 점수를 줬다. 또한 신종 병역비리 병명과 수사 상황을 밝힌 데 그치지 않고 병무청의 병역 판정 절차 보완 등 구조적 방지책 마련을 촉구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탄소도시, 서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기후 위기 대응이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수작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기존에도 여러 언론이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했으나 지표나 해외 사례, 보고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취재도 정부 기관이나 시민단체를 단기간 방문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보도는 기자가 해외 도시 3곳을 한 달 보름간 생활하며 직접 탄소중립 시설을 이용하면서 겪은 감정을 기사화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탄소중립 실현의 필요성에 공감하거나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서울시가 취재진이 보도한 해외 탄소중립 정책이나 환경사업을 참고하거나 일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생산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혐오발전소, 댓글창>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뉴스 댓글 1억2000만 개라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잘 활용되면 건전한 여론을 수렴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를 악용하여 서로 비판하고 싸움을 조장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댓글들의 혐오 표현을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분석해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여 주목받았다. 특히 건전한 여론 수렴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부산 부랑인 집단수용시설 인권 유린의 기원 ‘영화숙·재생원’ 피해 실태 추적> 보도와 부산일보의 <新문화지리지 2022 부산의 재발견>이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국제신문 기사는 형제복지원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았던 1960년대 부산 최대 부랑인시설 ‘영화숙·재생원’ 수용자들 피해 실태 사실을 단독 보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래전 일이라 자료를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국가기록원 캐비닛 속에 잠들어 있던 ‘영화숙 최후의 아동 19인 명단’을 발굴해낸 취재진의 기자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부산일보의 보도는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한국 문화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지역의 살아있는 문화’ 현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했고 숨어있는 지역 예술인들을 집중 취재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단편적인 보도에서 알 수 없었던 지역 문화 분야별 변화상과 당면 현실, 향후 과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문화전문가들이 해야 할 역할인데 기자들이 훌륭하게 해냈다. 다양한 부서가 벽을 허물고 특별취재팀을 꾸려 장기간 취재해 기사의 완성도를 높인 점도 수상 배경이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강원영동의 <여음(餘音) 아직, 남겨진 소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역사저술가로서의 지역 언론 역할을 충실히 한 작품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전문 소리꾼이 아닌 지역 어르신의 소리를 담아내는 접근 방식이 신선하면서도 의미가 있었다. 성우의 내레이션 없이 어르신들의 소리와 현장음을 보도한 점도 창의적이었으며 영상미도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어르신들의 아리랑을 담기 위해 1년 동안 정선 곳곳을 누비며 지역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기자의 소명 의식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