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기획 의도-난장이 가족의 기계도시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46번지’에 살던 ‘난장이’ 가족은 어느 날 계고장을 받았다. 재개발 사업 구역 건물로 철거 대상임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입주권은 언감생심이었고, 아파트는 그들을 위한 게 아니었다. 지난달 별세한 조세희 작가가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등장인물들은 연작 ‘기계도시’에서 은강으로 넘어간다. “1883년 개항과 더불어 국제적 무역항으로, 산업 도시로 발달한 은강”에선 “수없이 솟은 굴뚝에서 시커먼 연기가 오르고…바람은 기복을 이룬 시내의 구릉을 넘어 주거지 일대에 가라앉으며 빠져나갔다”.
반세기 전 <난쏘공>이 던진 질문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지금과 엮인다. 재개발은 시간의 경계가 사라진 채 강제 철거를 동반하고, 입주권이 거래된다. 공간의 경계마저 허물어진다. 재개발 구역은 난장이들을 뒤쫓는다. 그때 난장이 가족이 정착했던 은강, 인천도 재개발을 피하지 못했다.
인천 동구 화수동과 화평동은 일제강점기 매립된 해안 공장지대 아래로 주거지가 형성된 동네다. 그곳은 은강에 도착한 난장이의 아들딸이 밤을 지새웠던 노동자 교회와 같은 일꾼교회(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남아 있고, 그들이 일했던 전기·방직 공장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지금은 인천에서 두 번째로 넓은 재개발 사업지인 ‘화수화평 구역’으로 일컬어진다. 동구 전체 인구 10분의 1에 가까운 5600여명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도시정비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나는 동안, 화수화평은 절반이 넘는 세월을 재개발 구역으로 보냈다. 구역 지정 10년 만인 지난 2019년 시공사가 선정되면서 화수화평에는 다시 재개발 바람이 불었다. 한때 도시정비구역이 226곳에 달했던 인천, 그중에서도 원도심 동구는 동시다발적 재개발에 직면하고 있다. 화수화평은 동구 재개발 면적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1년 초, 인천일보 취재팀은 화수화평 재개발 구역으로 향했다.
△취재 과정-사계절을 담은 구술 기록
취재하는 동안 사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화수화평의 봄여름가을겨울’은 2021년 2월 첫 번째 인터뷰를 시작으로 2022년 12월 마지막 인터뷰까지 1년 10개월에 걸쳐 화수화평 재개발 구역을 들여다본 기록이다.
인터뷰 대상자 28명은 직접 섭외했다. 특히 화수화평 구역 4가구 주민은 계절마다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재개발 진행 과정에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요구한 일꾼교회 쪽은 단식농성 이전인 2021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9회에 걸쳐 구술을 기록했다. 주민뿐 아니라 재개발 조합 관계자, 인천시·동구 공무원, 인천시의원·동구의원, 시민단체 활동가 등도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기사에 나오는 대부분의 장면은 취재 과정에서 직접 목격한 일들을 기록한 것이다. 집회·기자회견 등은 발생 당시 현장 취재했다. 취재 착수 이전의 일이나 현장에 없었던 상황은 회의록·영상·사진 등을 참고했고, 취재원 설명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재개발 조합 정기총회와 대의원 간담회 자료집, 소식지 등은 취재 과정에서 원본을 입수했다. ‘화수화평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던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은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확보했다.
△보도 과정-논픽션 스토리로 조명한 재개발
‘화수화평의 봄여름가을겨울’은 2022년 11월24일자부터 12월29일까지 총 6회에 걸쳐 매주 한 차례씩 보도됐다. 화수화평 구역 재개발 과정을 계절 흐름에 따라 스토리텔링으로 연재하는 방식이었다.
기획 단계부터 내러티브 탐사보도로 방향을 설정했다. 재개발 구역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 목소리를 기록하고, 재개발이 동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관찰하면서 논픽션 스토리로 풀어내고자 했다. 재개발이라는 딱딱하고 복잡한 소재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려면 일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스토리 기사에서 담아내지 못한 재개발 절차나 지역 특성은 별도 박스 기사로 설명해 독자 이해를 돕고자 했다. 지역 유산은 ‘화수화평 아카이브’ 코너를 통해 재조명했다. 재개발로 철거 위기에 몰린 건물 사진과 정보를 기록하려는 취지였다.
예측 불가능한 재개발은 보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화수화평 구역은 10년 넘게 사업 초기인 ‘조합설립’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지역사적 맥락뿐 아니라 사업 진행 상황도 화수화평을 취재 대상지로 삼은 이유였다. ‘관리처분’ 단계는 철거 현장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는 있어도, 사업 후반인 까닭에 재개발로 인한 동네 변화상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보다 앞선 ‘사업시행’ 단계는 보상을 둘러싼 갈등에 매몰될 우려가 있었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화수화평 구역을 취재했지만, 재개발의 절정과 결말을 접하지 못한 채 기사를 연재했다. 화수화평 재개발은 현재진행형이고, 재개발 앞날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취재원은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실명 노출을 원하지 않았던 주민 4명만 익명으로 보도했다. 총 28명 취재원 가운데 ‘화수화평 아카이브’ 관련자 2명을 제외한 26명을 모두 대면 인터뷰했다. 취재원들과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화수화평은 2009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관련 보도도 꾸준하게 이어졌다. 특히 2021년 여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이 벌어지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천일보 역시 이번 기획과는 별도로 화수화평 재개발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단발성 기사로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화수화평 구역, 나아가 인천 재개발 현장을 심층 취재한 기록은 기존 보도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재개발을 내러티브 탐사보도 관점에서 접근한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화수화평 재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가시적인 제도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화수화평 구역에 대한 지역사회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동구 수도국산박물관과 공동으로 오는 6월부터 ‘무네미 넘어 벌말까지, 화수·화평동’ 기획특별전을 개최하기로 했다. 특별전에선 산업유산과 생활사, 민속 관련 자료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시립박물관 측은 “화수화평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곳”이라며 “동네가 재개발되기 전에 기억을 남기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화수화평의 봄여름가을겨울’은 부서를 뛰어넘어 하나의 재개발 구역을 들여다본 협업의 결과물이다. 취재팀 기자 3명 모두 1년 10개월간의 취재 기간 동안 부서를 옮기고 서로 다른 출입처를 담당하면서도 심층 인터뷰를 이어갔다. 매달 인천일보 기사와 편집 방향을 평가하는 ‘시민편집위원회’는 “재개발 사업 대상지인 화수화평의 사계를 취재해 아카이브를 만든 심층취재 기사도 돋보였다”(12월21일자)고 짚었다.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도 준수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이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 등 해당 사항은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88회 전체 총평
제38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68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6편 중 3편이 지역 기획보도 부문에서 나와 지역 기자들의 밀도 있는 취재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는 11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SBS의 <신종 병역비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검찰의 짧은 언론 공지 문자를 놓치지 않고 집중 취재한 기자들의 감각이 돋보였다. 병역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고 엄중한 사안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병역비리가 이 보도를 통해 다시 이슈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체 일부 훼손을 통해 병역 면탈을 받던 과거 패턴과 달리 이번 사건은 간질이라고도 불리는 ‘뇌전증’을 이용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병역 비리를 법조계와 행정사 업계 등 다방면으로 취재해 신종 범죄 수법과 규모를 밝혀낸 집요함에 심사위원들은 높은 점수를 줬다. 또한 신종 병역비리 병명과 수사 상황을 밝힌 데 그치지 않고 병무청의 병역 판정 절차 보완 등 구조적 방지책 마련을 촉구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탄소도시, 서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기후 위기 대응이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수작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기존에도 여러 언론이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했으나 지표나 해외 사례, 보고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취재도 정부 기관이나 시민단체를 단기간 방문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보도는 기자가 해외 도시 3곳을 한 달 보름간 생활하며 직접 탄소중립 시설을 이용하면서 겪은 감정을 기사화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탄소중립 실현의 필요성에 공감하거나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서울시가 취재진이 보도한 해외 탄소중립 정책이나 환경사업을 참고하거나 일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생산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혐오발전소, 댓글창>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뉴스 댓글 1억2000만 개라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잘 활용되면 건전한 여론을 수렴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를 악용하여 서로 비판하고 싸움을 조장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댓글들의 혐오 표현을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분석해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여 주목받았다. 특히 건전한 여론 수렴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부산 부랑인 집단수용시설 인권 유린의 기원 ‘영화숙·재생원’ 피해 실태 추적> 보도와 부산일보의 <新문화지리지 2022 부산의 재발견>이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국제신문 기사는 형제복지원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았던 1960년대 부산 최대 부랑인시설 ‘영화숙·재생원’ 수용자들 피해 실태 사실을 단독 보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래전 일이라 자료를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국가기록원 캐비닛 속에 잠들어 있던 ‘영화숙 최후의 아동 19인 명단’을 발굴해낸 취재진의 기자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부산일보의 보도는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한국 문화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지역의 살아있는 문화’ 현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했고 숨어있는 지역 예술인들을 집중 취재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단편적인 보도에서 알 수 없었던 지역 문화 분야별 변화상과 당면 현실, 향후 과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문화전문가들이 해야 할 역할인데 기자들이 훌륭하게 해냈다. 다양한 부서가 벽을 허물고 특별취재팀을 꾸려 장기간 취재해 기사의 완성도를 높인 점도 수상 배경이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강원영동의 <여음(餘音) 아직, 남겨진 소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역사저술가로서의 지역 언론 역할을 충실히 한 작품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전문 소리꾼이 아닌 지역 어르신의 소리를 담아내는 접근 방식이 신선하면서도 의미가 있었다. 성우의 내레이션 없이 어르신들의 소리와 현장음을 보도한 점도 창의적이었으며 영상미도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어르신들의 아리랑을 담기 위해 1년 동안 정선 곳곳을 누비며 지역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기자의 소명 의식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