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0 )
2017년 영구 정지된 고리원전 1호기. 하지만 5년이 넘도록 고리1호기 해체 계획은 수립되지 못했습니다. 고리1호기 내 임시저장수조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계획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용후핵연료를 옮길 곳이 없어서입니다. ‘사용후핵연료’는 고리1호기 해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1978년 고리1호기 상업운전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사실상 외면해 왔습니다. 1980년대부터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마련을 시도했지만, 유혈사태를 불러올 만큼의 극렬한 주민 반발에 막혀 9차례나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고리원자력본부를 비롯해 한울, 영광의 원전 내 임시저장수조는 사용후핵연료로 가득 차고 있습니다. 이는 ‘친핵’, ‘탈핵’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이라는 값싼 에너지의 혜택을 입은 현세대가 진영을 넘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이 내 집 앞에 들어서는 걸 원하는 주민은 없습니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현 인류가 겪고 있는 공통된 현상입니다. 사용후핵연료가 무엇이며, 왜 현세대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그리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당장 무엇을 해야하는지 국내외 현장을 들여다보며‘우리의 문제’임을 깨닫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KBS부산은 지난 2015년 2부작 다큐 ‘원전도시’를 통해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인 부산의 현실을 알렸고 2017년에는 2부작 다큐 ‘탈핵도시’를 통해 원전에 집중된 에너지 정책 전환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살펴봤습니다. 원전 다큐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아포리아’는 원전 논쟁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인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재미도 없고 답도 없어 보이는 사용후핵연료란 주제에 우리가 계속 집착해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미래세대와의 약속 때문입니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확보는 지금 논의를 시작해도 실제 처분장을 짓기까지는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우리 세대가 마무리 짓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시작은 해놓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도리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재작년에 기획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작이 미뤄져 2022년에 방송됐습니다. 때마침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는 전임 정부의 탈핵 기조를 뒤집고 원전 확대를 천명했습니다. 현 정부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겠다고는 했지만, 관련 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된 상태에서 진정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만큼은 원전을 확대하든 원전을 중단하든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당장 논의를 진행해야 할 큰 숙제입니다. 사회적 논의를 중단한 채 앞으로 전진만을 외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전문가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숙제를 덮어놓는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답안지가 우리 앞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빗장을 풀고 언론, 국민과 소통에 나섰던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관련 기관도 사용후핵연료라는 중대한 문제 앞에 어느 때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예전의 폐쇄 모드로 돌아갔습니다. KBS 특별기획 2부작 아포리아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둘러싼 지난한 과정을 과거 사례에서부터 짚어 문제점을 드러내고,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의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고리1호기 해체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부산 지역만의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로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 현 인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려운 취재환경을 극복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다음 세대를 위한 ‘공론화’의 필요성에 대해 제 목소리 냈다고 자평합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의 취재원은 KBS 특별기획 의미와 취재를 모두 설명했고, 인터뷰에 동의하신 분들입니다. 다만, 실명이 방송되는 것을 거부해 지역 주민으로 갈음했습니다.
또한, 취재진은 우리나라 사용후핵연료 현황을 취재하고 촬영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에 공문으로 협조를 요청했지만, 한수원은 촬영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취지에 공감한 한수원은 경주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맥스터) 외경과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수조를 직접 촬영해 제공했습니다.
이 밖에 과거 자료화면 등을 제외한 모든 현장은 KBS 취재진이 직접 섭외하고 취재, 촬영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해당사항 없음
5. 사회에 끼친 영향
특별기획 2부작 방송 전, KBS 부산 뉴스를 통해 취재 내용을 요약해 보도했습니다. 해당 내용이 KBS 뉴스 유튜브 채널에 소개(https://www.youtube.com/watch?v=eX43Sg4_cj8)됐고, 해당 채널에서 9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만큼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댓글에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리장 설치 문제에는 왜 아무도 답을 안하는지...’, ‘이건 진짜 심각한 사안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끼리 소위 진흙탕 싸움하면서 감정 소모할 때가 아닙니다.’, ‘핵폐기물을 분명히 어딘가에는 처리해야 되는 건 맞음. 그걸 반대하는 게 방사능 오염으로 인 한건데. 이런 불안을 없애게 하려면 제대로 된 시설을 어떻게 제대로 관리 감독할지 제대로 된 설명을 해줘야 되는 거지.’, ‘원전은 결코 만만히 전기 얻을 수있는 발전소가 아닙니다. 우리 생각 차원을 벗어나요.’, ‘오랜만에 제대로 된 뉴스가 나오는구만.’ 등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취재진은 단순히 핀란드와 스웨덴 등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한 선진 사례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결과에 주목하기보다는 그 과정에 집중했습니다.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탈핵 선언을 하고도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진정한 탈핵에 이르지 못한 독일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연구처분장 마련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대화를 통한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는 일본 등을 다큐멘터리에 반영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모든 나라가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해 과정을 중요시하는 공통된 이유를 알기 쉽게 전달했습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KBS 특별기획 2부작 아포리아는 ‘공론화’의 중요성과 공론화에 앞서 우리가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와 함께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습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마련을 위한 법안 3개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지면 KBS는 특별기획 2부작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진정한 ‘공론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견제, 감시할 계획입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우리나라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KBS는 세계 시민이 우리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도록 영어 자막을 준비하고 있으며, 1월 중 유튜브를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제작 과정에서 취재진은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철저히 준수했습니다. 특히 사용후핵연료는 지역과 이념 등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는 영역인 만큼 공정한 보도를 위해 국내외 각계 전문가 자문을 구했습니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과 공문을 통해 취재 협조를 요청했고, 이를 통해 정당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했고, 안면도와 부안 등 갈등 현장을 다시 찾고 취재하며 우리가 유념해야 할 교훈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는 내부 평가를 받았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부산 기장군 지원으로 제작됐으며, 반론보도 신청 등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8회 전체 총평
제38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68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6편 중 3편이 지역 기획보도 부문에서 나와 지역 기자들의 밀도 있는 취재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 1부문에는 11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SBS의 <신종 병역비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SBS 보도는 검찰의 짧은 언론 공지 문자를 놓치지 않고 집중 취재한 기자들의 감각이 돋보였다. 병역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고 엄중한 사안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병역비리가 이 보도를 통해 다시 이슈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체 일부 훼손을 통해 병역 면탈을 받던 과거 패턴과 달리 이번 사건은 간질이라고도 불리는 ‘뇌전증’을 이용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병역 비리를 법조계와 행정사 업계 등 다방면으로 취재해 신종 범죄 수법과 규모를 밝혀낸 집요함에 심사위원들은 높은 점수를 줬다. 또한 신종 병역비리 병명과 수사 상황을 밝힌 데 그치지 않고 병무청의 병역 판정 절차 보완 등 구조적 방지책 마련을 촉구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탄소도시, 서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기후 위기 대응이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수작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기존에도 여러 언론이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했으나 지표나 해외 사례, 보고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 취재도 정부 기관이나 시민단체를 단기간 방문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보도는 기자가 해외 도시 3곳을 한 달 보름간 생활하며 직접 탄소중립 시설을 이용하면서 겪은 감정을 기사화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탄소중립 실현의 필요성에 공감하거나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서울시가 취재진이 보도한 해외 탄소중립 정책이나 환경사업을 참고하거나 일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생산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혐오발전소, 댓글창>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뉴스 댓글 1억2000만 개라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잘 활용되면 건전한 여론을 수렴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를 악용하여 서로 비판하고 싸움을 조장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댓글들의 혐오 표현을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분석해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여 주목받았다. 특히 건전한 여론 수렴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부산 부랑인 집단수용시설 인권 유린의 기원 ‘영화숙·재생원’ 피해 실태 추적> 보도와 부산일보의 <新문화지리지 2022 부산의 재발견>이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국제신문 기사는 형제복지원에 묻혀서 드러나지 않았던 1960년대 부산 최대 부랑인시설 ‘영화숙·재생원’ 수용자들 피해 실태 사실을 단독 보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래전 일이라 자료를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국가기록원 캐비닛 속에 잠들어 있던 ‘영화숙 최후의 아동 19인 명단’을 발굴해낸 취재진의 기자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부산일보의 보도는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한국 문화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지역의 살아있는 문화’ 현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했고 숨어있는 지역 예술인들을 집중 취재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단편적인 보도에서 알 수 없었던 지역 문화 분야별 변화상과 당면 현실, 향후 과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문화전문가들이 해야 할 역할인데 기자들이 훌륭하게 해냈다. 다양한 부서가 벽을 허물고 특별취재팀을 꾸려 장기간 취재해 기사의 완성도를 높인 점도 수상 배경이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강원영동의 <여음(餘音) 아직, 남겨진 소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역사저술가로서의 지역 언론 역할을 충실히 한 작품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전문 소리꾼이 아닌 지역 어르신의 소리를 담아내는 접근 방식이 신선하면서도 의미가 있었다. 성우의 내레이션 없이 어르신들의 소리와 현장음을 보도한 점도 창의적이었으며 영상미도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어르신들의 아리랑을 담기 위해 1년 동안 정선 곳곳을 누비며 지역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기자의 소명 의식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