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 ② 단독기획(●)
‘Lost Mothers’.
미국 독립언론 프로퍼블리카가 2017년 보도한 탐사기획 시리즈입니다. 프로퍼블리카는 미국 전역에서 출산 후 사망한 산모 134명을 조사·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모성사망의 60%는 피할 수 있는 죽음이라 주장합니다. 특히 질 낮은 의료 서비스에 노출된 흑인 산모의 사망 확률을 백인 여성보다 3~4배 높고, 미국 의료 시스템이 산모보다 태아의 건강에 맞춰진 탓에 모성사망 사건은 끊이질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모성사망비(2021년 출생아 10만명 당 23.8건)는 다른 유럽 선진국(2~10명대)보다 높습니다. 초강대국 미국의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이번 기획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취재 전, 문제가 이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습니다. '요즘 시대에 누가 출산하다가 사망할까' 싶었지만, 임신을 이유로 여전히 사망하는 엄마들은 존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성사망비는 8~11명 사이입니다. OECD 38개국 평균(11.8명)보단 낮지만 순서대로 나열하면 26위로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닙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3.3명)에 비하면 3배 더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시한폭탄'이 터지기 직전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①고위험 산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②분만 의료 인프라는 붕괴되고 있었습니다. 저출생·고령화로 만 35세 이상 고위험 산모 비중은 지난해 36.3%(노산 기준)에 이릅니다. 2013년(20.2%)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고위험 산모란 임신 합병증이 발병할 확률이 높은 산모를 말합니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다 보니 산모의 나이는 많아졌고,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고혈압·당뇨 증상을 보이는 산모도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이를 감당한 산과(産科) 의료진은 멸종 위기입니다. ▲잦은 당직과 격무 ▲저수가로 인한 만성적자 ▲잦은 의료 소송 등의 이유로 산과 전문의들은 고위험 임신 최전선에 남을 이유를 찾지 못해 떠나갔습니다. 10년 전부터 경고는 있었지만, 필수의료가 붕괴될 때 산과는 소아과에 가려 관심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모성사망은 당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모성사망비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③저출생과 ④지역 소멸도 분만 인프라를 붕괴시킨 주범입니다. 특히 한 시간을 차타고 이동해도 분만 병원에 도달하지 못하는 '분만취약지'가 급증했습니다. 그 결과는 '원정 출산' 사회로의 귀결입니다. 갑작스럽게 양수가 터지거나 태아의 산소통 역할을 하는 태반이 자궁에서 떨어졌을 때 가까운 거리에 분만병원이 없다면 임신 자체를 주저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국 시군구 250곳 중 산부인과가 없거나, 있어도 분만이 어려운 지역은 72곳에 이릅니다. 출산은 장려하지만, 우리 사회는 정작 출산 인프라 붕괴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산과 의료진들은 "너무 늦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이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약 100일간 모성사망 유족 13명, 산과 전문의 60명(대면 30명, 설문조사 30명)을 취재했습니다. 임신 합병증 증세로 생사를 오갔던 산부 13명을 만나 출산 과정에 대해 들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1화>76통의 손편지, 유족과 마주하다
"출산 후 태아가 사망한 것과 산모가 사망하는 건 차원이 달라요. 특히 남편은 1~2년간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 합니다." (의료법률사무소 김성주 변호사)
모성사망은 남은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하기에 유족 설득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유족을 만나야 했습니다. 증언을 모으면 구조적 문제가 드러날 테고, 모성사망이 우리 사회에 남긴 상흔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그들의 이야기가 필요했습니다.
우선 유족과의 접촉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를 위해 모성사망 의료 손해배상 소송 판결문 11년치(2014~2024년) 총 71개 사건과 원고(유족)들의 집주소를 확보했습니다. 이 작업만 한 달가량 걸렸습니다. 일산 법원도서관 판결서 특별 열람실을 20회 이상 방문했습니다.
무작정 유족 자택에 찾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들이 마음 한 켠에 묻어뒀던 아픈 상처만 긁는 건 아닌지 염려됐고, 효율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엑설런스랩 기자 3명은 2장 분량의 손편지 76통(한 사건에 유족 다수)을 일일이 작성해 등기로 부쳤습니다. 그러나 답장은 거의 없었습니다. 손편지를 보고 연락온 유족은 단 두 사람이었고, 그마저도 한 유족은 인터뷰를 고사했습니다. 유족 마음이 편지 한통으로 쉽게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수취인을 찾지 못해 반송된 등기만 56통이었습니다. 아내가 하늘로 떠나자 남편들은 신혼집을 떠났습니다.
취재진의 손편지를 확인했지만 답장이 오지 않은 18개 집주소를 들고 전국을 다녔습니다. 반송된 곳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1화 메인기사> 딸을 잃은 김화석씨도 이름 하나 들고 전남 영광에 가 2박 3일 동안 찾아 다녔습니다. 우연히 한 시민단체에 들어갔다가 어렵게 김화석씨의 동창을 만나 연락이 닿았습니다. <1화 예고기사> 기사의 아내를 잃은 김연우씨는 판결문 자체가 없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토대로 약 한 달간 찾아 어렵게 인터뷰에 성공했습니다. <2화> 베트남 국적 응우엔반민허씨 역시 손편지는 반송됐지만, 기존 주소인 경기 시흥시를 찾아가 부동산 등을 찾아다니며 수소문 해 어렵게 만났습니다. 그렇게 총 13개의 가족을 만났습니다.
13개 이야기를 똑같은 비중으로 기사화할 수는 없었습니다. 기획 취지에 맞는 인물을 골라야 했습니다. 기준은 이렇습니다. ▲의사 개인 과실이 아니며 ▲분만 의료 인프라 붕괴 상황을 잘 보여주고 ▲산모·유족의 실명보도 가능할 것. <1화 메인>은 2019년 5월 과다출혈로 사망한 김선화씨와 부친 김화석씨 사례로 결정했습니다.
유족의 슬픈 사연보단 분만 인프라 붕괴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를 위해 김선화씨가 거쳤던 병원(영광종합병원→광주기독병원→전남대병원)의 의사 4명(영광1·기독1·전남2)을 일일이 찾아가 인터뷰했습니다. 어떤 의사는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병원 안팎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며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당시 자세한 상황을 들었습니다. 산후출혈이 심했던 김선화씨는 안타깝게도 색전술(출혈을 잡기 위해 혈관을 막는 시술)이 가능한 전남대병원으로 전원이 늦어지면서 결국 사망했습니다. 기독병원은 색전술이 불가능했고, 전남대병원은 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해 전원이 늦어졌습니다. 고위험 산모 의료 인프라는 산과·소아과·마취과·영상의학과가 한 팀처럼 움직입니다.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고위험 산모를 제대로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모성사망은 산과 의사에게도 고통입니다. 출산의 조력자였던 만큼 산모의 죽음은 의사의 몸에 각인됩니다. 실제로 영광병원 산부인과 김준영 전문의도 김선화씨의 사망으로 분만을 접었습니다. 특히 의료소송까지 당하면서 "자신의 삶이 통째로 부정당했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상황의 반복은 산과 기피 현상을 심화시켰습니다.
의사와 유족이 서로를 믿고 의지해 슬픔을 극복하는 사례가 있다면 1회 예고기사로 가장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모성사망 이후 유족들은 의료진의 과실을 의심해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는데, 반대 사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김연우씨를 어렵게 찾아 1화 예고기사 <1.8㎏ 둘째 낳고 떠난 아내…남편도 의사도 함께 울었다>를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2화>모성사망 아카이브 제작
비극은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모성사망 케이스를 모아보니 이런 경향성은 뚜렷했습니다. 임신은 생리적이면서 병리적 현상입니다. 산후출혈 같은 합병증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노산 같은 고위험 임신 위험인자를 많이 보유할수록 임신 합병증 발생 가능성은 커집니다. 2화에선 이런 현상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의료진의 과실로만 의심했던 모성사망을 객관적으로 보고 분만 인프라 붕괴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산모들: 모성사망 103건 아카이브> 인터랙티브를 제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일보는 지난 11년간 사망한 산모 389명 중 정보접근이 가능한 103건(판결 71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28건, 기타 4건)을 기록하고 분석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사망한 산모 80.6%는 기저질환이 없었고, 68.9%는 분만 당일에도 이상 징후가 없었습니다. 특히 색전증(산모 43.7%)에 걸리면 몇 시간 만에 사망하기도 합니다. 의료진이 불가항력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것도 대부분 색전증 증상입니다. 산후출혈(27.2%)은 의료 인프라만 잘 갖춰지면 살 수 있는 질환입니다. 실제로 대학병원에서 산후출혈로 사망하는 산모는 거의 없습니다. 늦어도 한 시간 내 대학병원으로 전원되고 즉각 응급처치에 나선다면 살릴 수 있는 산모였습니다. 산과·마취과·소아과·영상의학과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가 확충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화에 담지 못했던 유족 11명의 얘기를 모성사망 아카이브에 담았습니다.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서입니다.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였고, 엄마였던 이들의 생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응우엔반민허씨 사례는 별도로 기사화 했습니다. 아내가 셋째를 낳고 사망해 의료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 그 결과가 나왔는데도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는 게 외국인 노동자의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3화>수련병원 산과 교수 전수조사
분만 인프라 붕괴는 고위험 산모 의료 최전선에 있는 산과 교수진 급감에서 드러납니다. ①밤낮없이 진료·수술하고 ②의료 사고·소송 휘말리고 ③저연봉까지 감당해야 하기에 상급종합병원 산과 교수들은 씨가 마르고 있습니다. 이를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95개 전공의 수련병원 산과 교수 현황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2022년 기준으로 집계된 산과 교수 현황을 바탕으로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병원의 홈페이지 → 병원 홍보팀 순으로 확인했고 퇴임자 진로도 주변인들에게 물어 파악했습니다. 최근 2년 사이 교수는 167명에서 158명으로 줄었고 퇴임 진로는 ▲정년 퇴임 3명 ▲사직 후 개인병원 및 국립·중소병원 취직 5명(난임 시술 전환 포함) ▲부인과 전환 1명 ▲미국 연수 및 미국 의사 전환 2명 ▲제약회사 취직 1명 ▲추적불가 4명이었습니다. 산과 교수 연령 변화 및 지역별 현황도 분석해 기사화했습니다.
지난 10년간 경북대병원의 산부인과 전공의 22명의 진로 현황도 조사했습니다. 병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연도별 전공의 합격자 리스트를 추렸고,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최대한 조사한 뒤 성원준 칠곡 경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확인 요청을 했습니다. 그 결과 의료 현장에서 분만을 받는 의사는 1명에 불과했습니다.
<4화>분만 취약지 병원 설문조사
저출생 영향으로 분만 취약지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250곳 중 43.2%에 이릅니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1년부터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을 하고 있지만, 사업 효과는 미미합니다. 이 상황을 파악하고자 분만 취약지 지원대상 병원 53곳에 일일이 전화해 설문조사를 부탁했습니다. 그 결고 응답 온 16곳을 포함해 지역 분만병원 14곳을 합쳐 총 30곳의 산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산모들이 지역 분만을 기피하는 이유'로 노후된 산부인과 환경(29.4%)을 가장 많이 꼽았고, ▲산후조리원 부재(21.6%) ▲관내 응급의료기관 부재(13.7%) ▲의료진을 향한 불신(11.8%) ▲지역 산부인과 이용 중 부정적 경험(9.8%) 순이었습니다. 특히 설문조사에 응해줬던 황해붕 충북영동병원 산부인과 의사는 따로 만나 3시간여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가 산과 의사로서 살아온 인생을 보여줌으로써 지역 분만병원의 흥망성쇠를 가독성 있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5화>고위험 산모, 우리 이야기
고위험 임신을 이겨내고 출산에 성공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반드시 전하고 싶었습니다. 임신 합병증 탓에 출산 과정이 힘들 수 있지만, 우리 인생에서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2화 기사가 출고된 뒤 고려대 구로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기획 시리즈를 감명깊게 보고 있다며 첫째 출산 당시 사망할 뻔했지만 기적적으로 회생 후 코로나19 감염에도 둘째를 출산한 가윤선씨를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미 당시 12명의 산모를 인터뷰한 상황이었지만, 가장 극적인 사례로 판단돼 인터뷰하고 기사화 했습니다.
사실 고위험 임신에 해당하더라도 잘 관리한다면 별 탈 없이 출산이 가능합니다. 산과 의료진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합니다. 고위험 임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자 <고위험 임신 자가진단> 인터랙티브를 제작했습니다. 황종윤 강원대 산부인과 교수와 두 번의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고 수시로 피드백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취재하며 느꼈던 건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으려면 의료 시스템 복원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민간에서 공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산과 의료진 30명도 같은 맥락의 진단을 내렸습니다. 출산 정책의 일환으로 보고 수가가 부족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적자를 메워줘야 급증하는 고위험 임신을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방에 불이 안 나더라도 소방서를 두는 것처럼 민간 의료 영역에 맡길 게 아니라 필수 공공재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것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기사의 모든 인물을 실명으로 쓰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모성사망 유족과 의료진 등 실명 제안을 분명히 거부한 취재원에 한해 제한적으로 익명을 사용했습니다. ②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③취재한 기자의 바이라인을 달았습니다.
④다양한 방법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했습니다. 영상·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이 그것입니다. 특히 영상 <고위험 산모의 아이가 태어나는 데 필요한 것>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를 위해 영상기획팀 PD, 작가와 엑설런스랩 기자들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5일간 취재를 이어 갔습니다. 특히 쌍둥이 제왕절개 수술을 비롯해 두 차례 참관을 했고, 분만실에서 자연분만이 이뤄지는 과정을 보고 취재했습니다. 특히 고위험 임신 당사자였던 박은영 전 KBS 아나운서의 재능기부를 받아 영상의 질을 한 층 끌어올렸습니다. 1개월이 지난 지금 조회수 4만 5000뷰를 달성했고 의료진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고위험 산모 댓글도 50개 달렸습니다. 이번 기획물은 단순한 기획기사를 넘어 종합콘텐츠를 지향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모성사망과 고위험 임신, 분만 인프라 붕괴에 대한 심층 보도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놀랍게도 보도 이후 분만 인프라 붕괴에 대한 타사의 단발성 기획기사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전국 산부인과 단체 5곳(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모체태아의학회·대한주산의학회·대한분만병의원협회)이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분만 인프라가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의대증원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출산 인프라 붕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임산부이며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의사들은 이 자리에서 본보 기획기사를 언급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만난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본보의 기획기사 덕에 이 자리가 마련됐다고 했습니다. 본보 기획기사가 분만 인프라 붕괴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① <출산의 배신> 저자 오지의 산부인과 전문의는 5월 10일 본보 기획기사를 인용하며 "출산, 죽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출산 중 사망하는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는데, 이를 직시하는 용기를 내줘서 반갑다는 것입니다. 오지의 전문의는 그의 글을 그대로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신문의 모성사망 특집이 더 반갑다. 특히 인터랙티브 기사는 유명을 달리한 산모의 사연을 보여주는데, 독자가 직접 클릭해 망자의 면면을 들춰볼 수 있다. 여기엔 모성 사망을 다루는 언어를 회복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인식하게 하는 의미가 있다. 모성 사망을 극복하는 첫 번째 단추는, 출산을 둘러싼 죽음의 그림자를 제대로 직시하는 일이다."
언론의 본연의 임무가 감춰져 있고 외면받는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 있다면, 본보 기획기사는 이에 충실했다고 자신합니다.
② 한 글로벌 비영리 단체 대표는 5월 20일 엑설런스랩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한국사회에 필요하고 중요한 주제를 심도있게 파고 들어 기사화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 중 한 여성이 산후출혈로 사망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취재진이 판단하기에 산모가 사망한 지 10일도 안됐기 때문에 섣부른 기사화는 어렵다는 뜻을 전한 대신 취재진이 확보한 산후출혈과 색전증에 대한 판결문을 보내줬습니다. 이 대표는 감사하다며 향후 '모성사망'과 출산 산업을 의제로 삼고 여러 의미있는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혀 왔습니다.
③ 제도적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6월 7일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전공의 사직 사태가 발생한 이후 박 차관은 개별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최대한 피해왔지만, 본보의 분만의료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보고 인터뷰를 응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박민수 차관은 이 자리에서 고위험 산모 의료 행위가 근본적으로 적자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의 ‘사후 보상제’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으며 지방 분만병원으로 점차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의료개혁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할 필요성을 설명하며 의사 증원을 통해 미용 분야 의사 공급을 하는 한편 산과 등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가 보상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도는 6월 10일 월요일자 신문 1면에 실릴 예정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본보 보도 이후 많은 독자로부터 감사 메일을 받았습니다. 메일을 보내온 한 독자는 "광주에 아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로서 기자님들께서 내는 기사들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매우 필요하고 절실한 내용"이라며 "이런 메일을 써본 적 처음인데 응원하고 힘내시라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독자는 "너무나 필요하고 좋은 기사였다"며 "정성들여 작성해줘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5회 전체 총평
제405회 ‘이달의 기자상’심사에는 69편이 출품돼 4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평소보다 출품작이 많았으나 수상작은 적은 편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4주년을 맞아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으로 4편의 우수한 기사가 올라왔으나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트로트가수 김호중씨의 음주 뺑소니를 다룬 기사를 놓고서도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지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13편이 경쟁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KBS의 <‘얼차려’ 훈련병, 가혹행위 사실확인>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 규명의 목소리가 높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또다시 군부대에서 발생한 얼차려 사망 사건이라 사회적 파장이 더욱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인권센터가 먼저 사망 사고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완전군장에 1.5㎞ 구보, 팔굽혀펴기 등의 팩트를 확인해 얼차려가 규정에서 벗어난 것이었음을 보여주면서 사건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구조적 문제까지 짚었더라면 조금 더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보안이 철저한 군을 대상으로 하는 어려운 취재였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뽑기에 손색이 없었다.
10편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윤석열 정부 예비비 사용내역, 조서 입수>가 이견 없이 일찌감치 수상작 목록에 올랐다. 국가 비상금이나 다름없어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 할 예비비를 정부가 함부로 쓰는 실태를 제대로 짚어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은 이견이 없었다. 정부의 예비비 편법 사용 문제는 언론에서 그동안 지적한 문제이기는 하다. 특정 부서를 대상으로 한 개별적인 문제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각 부처에서 사용내역에 대한 자료를 어렵게 구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한 기사라는 평이 많았다. 단발성이 아니라 후속 보도가 이어진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기사가 될 것이라는 논의가 있었음을 사족으로 덧붙인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가 영광을 안았다. 대형화재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은 어김없이 소방시설 등 안전기준 미준수나 소방서와 지자체의 소방점검 부실,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나 건물 자재 사용 등에 주목한다. 화재 진압 도중 숨진 소방관에 대해서는 평소 소방관으로서 헌신적인 면모를 조명하고 희생정신을 기리는 기사가 뒤따른다. 경향신문 기사는 이런 도식적인 접근이 아니라 소방 현장에서 지휘관의 판단미숙과 현장지휘가 문제가 될수 있고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 이송 인원이 현장에 투입되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소방서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한 심사위원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소방관들에게 물었더니 거의 모두 공감하더라”고 전한 말이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주는 최고의 심사평이 될 듯싶다. 앞선 수상작과 마찬가지로 후속 기획물을 통해 기획을 더욱 심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는 점을 전한다.
지역 부문은 우리 지역 언론계의 저력과 노력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라서 심사 때마다 심사위원들에게 신선함과 고민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숙의를 거듭한 끝에 인천일보가 지역 취재보도부문에 출품한 <여고생 사망-합창단 연관 의혹>을 선택했다. 종교집단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성역처럼 돼 있는데 지역언론이 깊숙하게 파고 들어 실상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인천지역 언론이 타 지역인 대전까지 취재해서 17살 여고생의 죽음이 교회 합창단, 음악학교와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 것에 대한 좋은 평가도 있었다. 보도 이후 합창단장 구속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에 미친 파장도 컸다.
이 밖에도 지역의 국책사업이나 난개발을 다룬 기획보도물이 호평을 받았으나 수상작에 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